소설리스트

간웅-89화 (89/620)

< -- 간웅 5권 -- >‘차고 넘치겠다.’꼬르륵! 꼬르륵!그때 내 배가 밥 달라고 요동을 쳤다. 난 밥 달라고 요동치는 내 배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먹고 살기 힘들어!”

그리고 주모의 등에 업혀 있는 아기를 보며 방긋 웃었다.‘네 엄마 좀 며칠 빌리자!’

정중부는 그렇게 자신의 사택에서 도천밀서를 어루만지다가 밤을 새우고 궁궐로 등청을 했다. 그가 궁궐로 들어서자 모든 문무백관들은 그를 마치 문하시중을 대하듯 봤고 그것이 싫지 않은 정중부였다.어쩌면 지금 이 순간 고려에서 가장 권세가 높은 자는 바로 상장군 정중부 일 것이다.

“상장군 등청하셨습니까?”

궁궐을 지나는 신하들은 모두 다 상장군 정중부에게 허리를 숙였다.물론 그것은 문신들도 마찬가지였다.도도하기가 하늘을 찌르던 문신들 역시 무부라 조롱하던 상장군 정중부에게 이제 허리를 숙이며 눈치를 봤다.이것이 세상 사는 이치일 것이다.그리고 이제 무신들의 시대가 왔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으음 그렇다네.”

상장군 정중부는 거만하게 대답을 했다. 정말 이 순간 상장군 정중부는 자신이 문하시중이라도 되는 듯 행세를 했다.물론 그것이 속으로 괘씸한 문신들이지만 이 순간만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시생들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시 문신 하나가 정중히 상장군 정중부에게 허리를 굽히고 사라졌다. 그때 문극겸이 퇴청을 하기 위해 정중부를 스쳐 지나갔다.

여전히 문극겸에게는 상장군 정중부는 한낱 무부에 불과한 거였다.그리고 정중부는 그런 문극겸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문극겸 역시 문신들의 작태를 보고 마음속으로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대는 어찌 나를 보고 허리를 숙이지 않는가?”

상장군 정중부는 문극겸을 불렀다. 그러자 문극겸이 힐끗 정중부를 봤다.

“상장군 이시군요. 보지 못했사옵니다.”

문극겸은 그렇게 말하고 마지못해 허리를 숙였다. 예전 같으면 크게 한 소리를 했을 문극겸이지만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그냥 그렇게 허리를 숙인 거였다.

“보지 못했다?”

“그러하옵니다. 며칠을 굶어 정신이 없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며칠을 굶어?”

“그러하옵니다. 장졸들에게 잡혀 전각에 감금되었다가 풀려나는 길이옵니다.”

문극겸은 인상을 찡그렸다.‘저놈은 똥이다. 똥! 더러워 피하는 똥!’문극겸은 속으로 그렇게 상장군 정중부를 조롱했다.

“으음,,,,,,.”

문극겸이 그렇게 말하니 상장군 정중부도 크게 할 말이 없었다.

“알았다. 가 보게.”

“예. 그럼!”

문극겸은 바로 돌아섰다가 한 번 정중부가 보란 듯 휘청거렸고 그 모습을 보고 정중부는 인상을 찡그렸다.‘저놈을 내 언제 요절을 내 것이야!’상장군 정중부는 그렇게 문극겸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다짐을 했다. 그리고 문극겸은 유유히 퇴청을 했다.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문극겸은 그런 생각을 긴 한숨을 쉬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사택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가 어디로 가야 할까? 이런 고민은 이제 자신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는 거였다.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회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낱 무부는 아닐 것이야!’문극겸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자신의 몸을 추스르며 퇴청을 했다. ‘그와 함께 가야겠지. 으음!’문극겸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흑막의 시대가 도래 하는 것인가? 으음,,,,,,.’문극겸은 회생이 그렇게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고려에게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틀리지 않은 길을 가게 옆에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책사가 되어 그가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게 해야지.’이렇게 식견이 높은 자는 회생을 두려워했다.

아니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행동들이 두려웠다. 지금 당장은 고려의 사직과 황실의 안녕을 위해 움직이고는 있지만 그것이 자신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자꾸 문극겸의 머리에서 맴돌았다.

이것만 봐도 문극겸은 무척이나 머리가 있는 문신일 거다. 그런 자를 의종이 조금만 더 가까이 했다면 이런 무신의 정변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는 분명 부족함이 있다.’문극겸은 자신 혼자서는 절대 회생을 통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리에 스치는 인물이 있었다.

‘문 장필 공과 같이 그를 틀리지 않을 길로 안내를 해야겠어.’역시 문극겸은 현명한 자였다. 회생이 이의방을 틀리지 않는 길로 가게 만들겠다고 태후에게 말한 것처럼 그 역시 회생을 틀리지 않는 길로 가게 유도하고자 했다. 그리고 회생을 이끄는 길에 무신이지만 문신과 교류가 많았던 문 장필을 자신의 동료로 끌어드리려 했다.

문 장필!고려의 중기의 무신으로 일찍이 문신 유자량(庾資諒) 등과 계(契)를 만들어 문신들과의 교유(交遊)를 도모했다. 그리고 그 계의 일원 중 한명이 바로 문극겸이었다. 그리고 그 둘은 그 계를 통해서 새로운 정치 그리고 새로운 고려를 만들어 보자고 의지를 불 태웠다.그런 의지를 불태울 때 무신정변이 난 것이다. 그리고 문 장필은 1174년(명종 4) 조위총(趙位寵)의 난 때 지병마사(知兵馬事)가 되어 원수(元帥) 윤인첨(尹鱗瞻)과 함께 이를 토벌했다고 역사서에 기록이 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역사서에는 경대승을 제외한 무신들의 기록이 무척이나 악의적이었다. 하지만 문 장필은 경대승처럼 그 예외가 되었다. 그것은 그가 문신들과 많은 교류가 있었다는 증거이고 무척이나 청렴하고 또 대의를 중시한 인물이라는 거였다.

아마 무신 정변 이후 승승장구하던 무신들 중에 거의 유일하게 청탁에 응하지 않고 치부를 하지 않은 인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를 이의방은 후일 무척이나 아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이의방을 따르기는 하였지만 충성을 다하지는 않았다.이런 반골 기질이 그를 역사서에 좋게 기록을 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그런 문 장필을 지금 회생에게 반 설득이 된 문극겸이 회생을 틀리지 않는 길로 이끌기 위해 끌어드리려고 하는 거였다.이렇게 회생은 자신도 모르게 하나씩 가신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회생이 더욱 크게 성장할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문 장필은 그 뒤에 좌승선(左承宣)을 거쳐 1181년(명종 11) 추밀원지주사(樞密院知奏事)ㆍ좌산기상시(左散騎常侍)가 되고 이듬해 추밀원부사(樞密院副使) 1183년 동지추밀원사(同知樞密院事)ㆍ어사대부(御史大夫)를 역임, 이듬해 참지정사ㆍ상장군(參知政事上將軍)에 이르렀다.‘그래 문 장필 공의 사택으로 가야 한다.

’사실 문 장필은 무신 정변이 난 후에 사택에서 두문불출을 했다. 한마디로 무신들이 준동하는 꼴을 보기 싫은 거였다.

지금 이 순간 무신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 자리 차지하게 위해 설치고 있는 판에 무신으로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세월을 한탄하는 자는 오직 문 장필 뿐일 것이다.그렇게 문극겸은 지친 몸을 이끌고 개경 서북쪽에 있는 문 장필의 집으로 향했다.

상장군 정중부의 장군방.상장군 정중부는 차분히 앉아 있었고 마치 문하시중을 대하듯 환관 김우치와 중랑장 한 섬이 조용히 정중부를 보고 있었다.지금 상장군 정중부는 간밤에 일어난 일을 보고 받고 있는 중이었다.

“황상이 태자의 일을 들었다고?”

지금 상장군 정중부에게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자신의 계략의 처음인 태자를 압박하는 일을 의종이 어떻게 받아 들였냐는 거였다.

“그러하옵니다. 정변이 난 이후보다 더 크게 황망해 하셨습니다.”

환관 김우치는 상장군 정중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꿀처럼 달게 상장군 정중부의 귀에 속삭였다.

“크게 황망하시여 식음을 전폐하시였다고 합니다.”

“그래? 그럴 것이다. 워낙 아들을 아끼는 황상이니 그럴 것이다.”

상장군 정중부는 씩 웃었다. 그리고 한 섬을 봤다.

“너의 일은 어찌 되었느냐?”

“예. 상장군 일체의 음식은 통제하고 있사옵니다.”

“잘 했다. 며칠만 그렇게 하면 황실이 내 앞에 바짝 엎드리게 될 것이다. 그 늙은 공예태후가 오지는 않았더냐?”

궁궐에는 소문이 빠르다는 것을 상장군 정중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공예태후가 태자궁에 와 난리를 칠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예. 태후께서는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오시지 않아?”

“그러하옵니다.”

한 섬의 말에 정중부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말 오지 않았더냐?”

“그러하옵니다.”

“이상하군.”

“지금 태자궁에 드나드는 자는 태자궁을 청소하는 나인들이 전부이옵니다.”

“그들의 몸은 철저히 수색을 하고 있겠지?”

“물론이옵니다.”

“아직 버티고 있단 말이지? 손자가 굶고 있는데 아직 할미는 버티고 있단 말이지.”

상장군 정중부는 공예태후가 자신과 척을 진 일 때문에 버틴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이제 정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흥왕사에 갔던 박순필이 돌아왔다.

“박순필이옵니다.”

“들어오게.”

상장군 정중부는 죽은 아들이 살아온 것처럼 박순필을 반겼다. 그리고 박순필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허리를 크게 굽히며 상장군 정중부에게 군례를 올렸다.

“흥왕사에 다녀왔나이다.”

그 순간 상장군 정중부는 한 섬과 환관 김우치를 봤다.

“나가서 지시한 일을 더욱 철저히 하게.”

“예. 상장군!”

한 섬과 환관 김우치는 그렇게 말하고 장군방을 나갔다. 그 둘이 나가자 상장군 정중부는 다급한 눈빛으로 박순필을 봤다.

“어떻게 되었나?”

“역시 부처는 되기 그른 인물이옵니다.”

박순필의 말에 상장군 정중부는 씩 웃었다.

“그래? 승낙을 했단 말이지?”

“그러하옵니다. 허나 조건이 있사옵니다.”

“조건이 있다?”

상장군 정중부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무엇인가? 충희가 무슨 조건을 달던가?”

“모든 준비가 끝나면 가겠다고 했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가겠다고?”

“그렇습니다. 그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겠다는 것 같사옵니다.”

“그럴 테지. 그럴 줄 알았다.”

상장군 정중부는 이미 예상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드디어 내 시대의 서막이 올라가는구나!’상장군 정중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황궁의 벽에 귀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상장군 정중부의 옆방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그 소리를 상장군 정중부는 듣지 못했다. 회생의 사택.흥선은 큰 연못에 낚싯대를 걸고 비단잉어를 잡고 있었다.

어리지만 낚시에 흥뻑 빠진 흥선이었다. 그 옆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 숭겸이 차분히 앉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봐요?”

이 숭겸이 자신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고 있자 눈길도 주지 않고 물었다.

“이제 환궁을 하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이 순간 이 숭겸은 흥선에게 존댓말을 했다.

“환궁을 해서 뭐하게요?”

흥선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오나 지금 한낱 무부와 같이 있는 것은 좋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신분도 숨기시고 있으신 것은 더욱 소신의 생각으로는 더욱 좋지 않사옵니다.”

“나쁠 것도 없지 않나요? 황궁에서도 없는 존재나 다름없는데 뭐가 문제가 되겠어요.”

없는 존재?흥선은 자신을 없는 존재라 말했다.

“하오나,,,,,,.”

“제가 황자가 맞습니까? 아니면 그저 어머니의 자식이기만 합니까?”

순간 흥선은 모를 말을 했다. 그리고 이 순간 이 숭겸은 기겁을 했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연히,,,,,,.”

“목소리가 떨리시네요? 쉬이 답을 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이 숭겸 공도 그러니 그냥 저를 이곳에 그냥 두세요. 전 이곳이 편합니다. 그 넓은 황궁에서 숨어 지내는 것보다 이곳이 훨씬 저는 편합니다.”

흥선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낚시에 집중을 했다. 강태공이 낚시를 하며 세월을 낚았듯 어린 흥선도 그렇게 세월을 낚으려는 듯 했다.

“하오나 그래도 어머니께서 걱정을 하십니다.”

“그럴 겨를도 없을 것입니다. 황실을 보존하기 위해서 동분서주를 하셔야 하니 숨겨놓은 아들이야 어디 신경을 쓸 시간이 있겠습니까?”

“황자마마!”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저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이 숭겸 공뿐입니다.”

흥선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오나 분명 황자이십니다.”

“그것을 누가 증명해 주지요? 누가요 그러니 그만 하세요.”

“제가 알고 어머니께서 아시고 하늘이 알고 하늘에 계신 선황제께서 아시옵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어쩌죠? 말씀을 하시지 않는 어머니와 말을 하지 못하는 하늘과 그리고 돌아가신 분만 제가 황자인 것을 아는군요. 이 숭겸 공도 어머니께서 말씀을 하지 않으시면 절대 말하지 않으실 것 아닙니까?”

흥선은 담담히 말을 했지만 앙증맞은 입술을 꼭 씹었다.

“훗날 분명 밝혀지실 것이옵니다.”

“어떻게요? 그런 날이 온다는 것은 아마 이 황실에 황제가 될 황자들이 다 죽은 후겠죠? 되었습니다. 그냥 저는 이렇게 살렵니다.”

어린 흥선은 참으로 담담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일을 무척이나 오래 고민을 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또 그 고민 끝에 초월을 했다는 증거도 될 것이다.

“그냥 당분간 어린 환관으로 지낼 생각입니다.”

“황자마마!”

“조용히 하세요.”

그 순간 담담했던 흥선이 이 숭겸에게 눈치를 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 사택의 집사가 된 꺽세 가 다가왔다.

“하하하! 또 잡았다.”

순간 흥선은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변해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의 던진 낚싯대에는 어린 아이만한 크기의 비단 잉어가 낚여 올라왔다.이렇게 낚시를 하다보면 이 연못의 비단 잉어는 씨가 마를 것 같았다.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밥?”

흥선은 억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습니다. 도련님!”

꺽세 는 흥선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밥 먹어야지. 배고파! 그리고 이놈은 회생 형님이 돌아오시면 매운탕이나 끄려! 그나저나 밥은 먹고 다니는지. 쯔쯔쯔!”

흥선은 회생을 걱정하는 듯 말했다.

“뭐 먹고 다니겠지. 워낙 먹는 것에는 쪼잔 한 형님이니까. 헤헤헤! 밥 먹자! 밥!”

흥선은 그렇게 개구쟁이처럼 말하고 낚싯대를 이 숭겸에게 넘겼다.정말 팔색조처럼 변하는 흥선이었다.

“그런데 적이는 어디에 있어?”

“적이라니요?”

“집사 아들 만적이!”

“아 뒷간을 치우고 있습니다.”

“불러 같이 먹게.”

순간 이숭겸과 억세는 같이 기겁을 했다.

“같, 같이 드시다니요?”

“또래는 그놈뿐이잖아. 혼자 먹으면 심심해! 밥맛도 없고.”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

억세는 기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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