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87화 (87/620)

< -- 간웅 5권 -- >

“우선은 그렇습니다. 참을 인(忍)자는 칼도(刀)자 밑에 마음 심(心)자가 놓여있습니다. 그대로 참을 인(忍)자를 해석하자면 가슴에 칼을 얹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 됩니다.”

“가슴에 칼을 얹고 있다. 비장하구나!”

이 말을 통해 나는 공예태후의 성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보통 사람은 이런 경우에는 불안해 할 것이다. 그런데 공예태후는 비장하다고 말했다. 이래서 황족은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 황족들의 최고 어른인 공예태후 역시 다른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잘 참은 공예태후인 것이다.

“그렇게도 해석이 되겠군요. 하지만 제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그렇게 가슴 위에 칼을 올려놓고 있으면 잘못하다가는 가슴위에 놓인 칼에 내가 찔릴지도 모를 상황이 됩니다. 한마디로 조금만 달리 움직이면 스스로를 다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누가 와서 분기를 건드린다고 해도 몸을 움직여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 그의 멱살을 잡고 화를 낼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공예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하구나!”

“그렇습니다.”

“그러니 움직여 봤자 나만 상하게 됩니다. 화나는 일이 생겨도, 감정이 밀어닥쳐도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도 실제는 조용히 스스로 죽은 듯 가만히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그것이 참을 인자의 뜻입니다.”

“참지 못하는 자에게 그럼 먼저 피해가 가겠구나!”

“그렇습니다. 태후마마 그러니 평정심을 잘 다스리시어 기다리시는 겁니다. 이것이 공예태후마마의 참을 인자입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공예태후를 뚫어지게 봤다.

“나의 참을 인자라?”

“그러하옵니다. 그리고 이제 정중부의 참을 인자를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공예태후는 조금은 평정심을 찾은 듯 했다. 이제 정말 늙은 공예태후의 마음 위에 칼을 하나 올려놓은 거였다.

“정중부에게도 참을 인자가 있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지금 정중부는 참을 인자를 잘못 쓰고 있습니다. 이제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 있는 칼이 끝내 자신을 찌를 것입니다.”

“그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말해 보거라.”

“예. 태후마마!”

그때 발자국 소리가 태후 궁 복도에서 들렸고 나는 말을 멈췄다.

“태후마마 무비 전에 있던 백화가 회생 공을 찾아 왔습니다.”

순간 나인의 말에 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크게 태후는 나와 문 쪽을 번갈아 봤다.

“너를 무비 전의 백화가 왜 찾아 온 것이냐?”

난 이 순간 절대 당황해서는 안 된다. 만약 당황하게 되면 내가 실행하고 있는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간다. 그리고 생각이 깊은 백화가 스스로 이곳에 온 것은 분명 영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자주 궁을 출입할 것이다.

그러니 백화의 존재를 더 숨길 수 없다. 누구 말처럼 내 여자라고 왜 말을 못하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 백화는 당당히 이 태후 궁에 자신을 들어낸 것이다.

‘그래 이런 것은 빠르게 밝히는 것이 좋다.’난 그런 마음을 먹었다.

“왜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냐?”

“백화는 제가 주운 계집입니다.”

“주운 계집이라?”

“그러하옵니다.”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아마 지금 공여태후가 크게 역정을 내지 않는 것은 정중부의 목을 내가 따 주겠다고 한 말 때문일 거다. 그리고 몇 가지 내가 한 행동 때문에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나를 믿는 걸 거다.

“그러실 것이옵니다. 제가 이의방 행수의 명을 받고 장졸들과 무비를 척살하기 위해 달려갔을 때 무비가 뒤에서 백화를 단검으로 찌르는 것을 봤습니다.”

“뭐라? 무비가 백화를 단검을 찌른다?”

“그러하옵니다.”

“그럼 무비는 어디에 있는 것이냐?”

“놓쳤습니다.”

“장졸들을 이끌고 척살하러 갔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떻게 놓칠 수가 있지?”

“무비에게는 무비를 따르는 여 무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무예가 워낙 출중하여 결국 놓치고 말았습니다. 신 간악한 무비를 척살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입니다.”

난 이렇게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정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그래서? 백화를 너의 밑에 두었다는 것이냐?”

“그러하옵니다.”

“그렇구나! 그렇게 되었어.”

공예태후는 내 말을 믿는 것 같았다. 아니 지금 이 순간 믿을 수 있는 것은 나 하나이기에 믿는 척을 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백화를 들라고 해라! 따지고 보면 그 아이의 성정이야 올바른 아이지.”

공예태후가 한 말을 통해 공예태후도 백화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공예태후가 들어오라고 명을 하자 백화가 조심히 들어와 공예태후를 보고 예를 갖췄다.

“태후마마를 뵈옵니다.”

“그래. 내가 이 순간 너를 다 보는구나!”

백화를 내 부하로 인정을 하는 눈빛이지만 그래도 그리 감정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백화는 내 뒤에 서서 나를 봤다.

“황제폐하께 잘 전했사옵니다.”

“잘 했다.”

백화의 말에 다시 공예태후가 나를 봤다.

“잘 전했다니 황상에게 무엇을 전했다는 것이냐?”

“조금은 다른 참을 인자이옵니다. 그러니 이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8할 이상은 성공을 했사옵니다.”

“8할 이상?”

“그러하옵니다. 황제페하에게 참을 인자를 전하는 것이 5할이요. 태후마마를 설득해서 차분하게 차를 드시게 하시는 것이 3할이옵니다.”

“그럼 나머지 2할은 무엇이냐?”

“하나는 태자마마가 진정 굶어죽게 하지 않는 것이 1할이옵니다. 그리고 나머지 1할은 배신자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난 그렇게 말하며 한 섬을 떠올렸다.

“태자를 굶겨죽지 않게 한다는 것이 1할이라? 그것이 제일 어려운 것이 아니냐?”

“그게 저에게는 제일 쉽습니다.”

내가 당당히 말하자 태후는 안심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럼 이제 정중부가 잘못하고 있는 참을 인자를 들어보자.”

“예. 태후마마! 상장군 정중부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참을 인자를 써 왔습니다. 제가 그를 판단했을 때는 우유부단한 늙은 장군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다?”

“그렇사옵니다. 정변이 일어난 때도 우유부단하게 태자궁을 찾아가 옥새부터 찾은 것을 봐서 절대 우유부단한 자는 아닙니다. 지금 하늘이 그를 돕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하늘의 뜻을 무시하고 뜻을 이루려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뜻을 이룬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새로운 황제를 보위에 올려 조정을 농단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태자마마와 황제 폐하까지 겁박을 하고 황실과 척을 지면서까지 결단을 내리는 것을 보고 다른 마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내 말에 태후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것이 역심이겠지.”

“그렇사옵니다. 역천이옵니다. 그가 품은 뜻은 역천이옵니다.”

난 공예태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파쇄 할 방법이 너에게는 있는 것이지?”

“참을 인자 안에 있는 모든 칼을 모으면 가능하옵니다.”

그런 것이다. 정중부의 역심과 역천의 계획은 이번에 생긴 것이 절대 아닐 것이다. 한 없이 참고 또 참으면서 살았는데 지금 그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아주 유리할 것 같은 상황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왜?내가 그 마음을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그래 내가 도와줄 것이 있느냐?”

역시 공예태후는 평범한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

“물론 있사옵니다.”

“물론 있다? 무엇이냐?”

“마지막 순간 황제폐하를 속여주시는 것이옵니다.”

“마지막 순간 황상을 어미로 속인다?”

“그러하옵니다.”

“내가 무엇을 속이면 되는 것이냐?”

“차차 말씀드리겠나이다. 지금 이제 급한 것은 태자마마를 그 황망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드리는 것이옵니다.”

그 황망한 상황이라는 것은 그가 지금 굶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가능하겠느냐?”

“예. 태후마마! 지금 상장군 정중부는 일체의 음식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아마 태자마마는 물 한 모금 드시지 못하고 계실 것이옵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나머지 인원들의 출입은 통제하지 않고 있사옵니다. 그곳을 지키는 자가 어리석기 때문이지만 그게 제가 공략할 점입니다. 아무 걱정 마시고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지금보다 태자마마가 태자궁에서 나오시어 폐서인으로 궁을 나가실 때 지금보다 더 혈색이 좋게 만들어 놓겠나이다.”

내 말에 공예태후는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태자와 황상은 폐위가 되는 것이냐?”

“태자마마께서는 폐서인이 되시겠지만 황상 폐하는 폐위가 아닌 상황제가 되시어 이 궁을 나서게 되실 것이옵니다.”

그 순간 태후는 놀라 나를 봤다.

“뭐라? 상황이 되어 나간다고?”

“그러하옵니다. 정중부가 올려드리는 상황이 아니라 제가 올려드리는 상황이어야 태자마마와 황상폐하가 무탈하시게 될 것이고 또 이 고려의 황실이 무탈하게 되옵니다.”

“알았다. 나는 회생 너만 믿을 것이다.”

“예. 태후마마!”

내 대답에 태후는 나를 찬찬히 봤다.

“그런데 회생 너의 나이가 몇이냐?”

순간 공예태후는 뜬금없는 소리를 내게 물었다.

“예?”

“올해 나이가 몇이냐 물었다.”

“올해,,,,,,,.”

그러고 보니 내 본신의 나이가 몇인지 그리고 이름이 뭔지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내가 누군지 궁금해 신분패를 찾았지만 그게 없다는 것이다.그럼 둘 중 하나다. 신분패를 잃어버렸던지 그게 아니면 신분패가 없는 천민이든지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올해 17이옵니다.”

“두 살이 작군!”

공예태후의 말에 순간 해월이 살짝 놀라 눈이 커졌다. 그리고 백화도 놀라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그러시옵니까?”

“아니다. 아니니 이제 너는 이 황실을 보존하기 위해 움직여 다오.”

“예. 태후마마!”

더 물어도 대답을 해 주지 않을 것 같으면 묻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나는 조심히 태후에게 머리를 숙여 예를 갖추고 조심히 나왔다.

“백화야!”

“예. 태후마마!”

“이 황실이 좀 안정이 되면 가끔은 가 보거라.”

순간 난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말로 태후가 백화에게 말했다.

“그렇게 하겠나이다.”

“그래도 너를 참 많이 챙기지 않았느냐!”

“예. 태후마마!”

그리고 백화도 조심히 밖으로 나왔다. 난 백화가 나오자말자 백화를 봤다.

“어디를 가보라는 거지?”

“용호군 대장군께 가보라는 것이옵니다. 상공.”

순간 난 놀랐다.

“네가 용호군 대장군을 아느냐?”

“예. 상공!”

“어찌 아느냐?”

“제가 무예를 가르쳐 주신 분이옵니다.”

정말 더 놀라운 일이었다.

“너에게 무예를 가르쳐 줘?”

“그러하옵니다. 인연이 그렇게 되어 있나이다.”

“인연이?”

“그러하옵니다. 제 어미의 그 댁의 사노비였습니다.”

백화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닫았다.그건 물어도 더는 대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니 더 물을 것이 없다. 그렇게 여자가 대답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을 때 남자가 계속 물으면 남자만 못난 놈이 되는 것이다.

“알았다. 가자! 찾으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찾으실 것이 있사옵니까?”

“그래. 찾아 봐야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난 그렇게 말하며 성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궁궐을 나가기 전에 태자 궁으로 향했다. 얼마나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그렇게 난 나무 그늘에 숨어 태자궁의 정황을 살폈다.

“역시 그냥은 어렵겠다.”

“그러하옵니다. 정말 경계가 삼엄하옵니다.”

“저 자가가 한섬이겠지?”

난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이름을 볼 수 있다. 그러니 누가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렇사옵니다.”

“독해 보이는 것이 상당히 집착이 강하겠군.”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녀도 그렇게 보입니다.”

“그래. 집착이 강한 것들은 어리석지.”

난 나도 모르게 씩 웃으며 돌아섰다. 그리고 난 이의방이 있는 곳도 들리지 않고 바로 궁궐을 나섰고 내가 궁궐을 나설 그때 동녘이 떠 올랐다.

“아침이네! 젠장!”

난 나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정말 고래 등 같은 내 집에서 한 번도 자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밥도 먹어 본 적이 없고.

“사택으로 가시옵니까?”

백화가 내게 물었다.

“아니 배가 출출하니 저잣거리에 가서 국밥 한 그릇 먹고 가자.”

난 백화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저잣거리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야!’난 그렇게 말하며 백화를 봤다. 이건 길을 모르니 백화 네가 앞장을 서라는 뜻인 거다.

“예. 제가 모시겠사옵니다.”

역시 눈치는 정말 빠른 백화다. 어떻게 보면 내게는 너무나 과분한 여자가 백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돈 좀 있어?"홍련은 내전 앞 나무의 어두운 그림자 뒤에 숨어 내전 안에 있는 나인들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홍련은 나인들의 교대시간을 파악하고 있었다.‘백화님을 알아본 년을 죽여야 해!’홍련은 이렇게 나인들을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해가 뜨기 시작했다. 그럼 곧 나인들이 나올 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나와 바로 상장군 정중부나 그의 개가 된 김무치를 찾아 갈 것이 분명하고 그럼 백화가 황제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였다.

그럼 바로 정중부는 늙은 여우답게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파악 할 것이고 그건 회생과 백화에게 좋지 않는 일이었다.그런 생각을 할 때 내전에서 밤을 새운 나인 둘이 지친 기색을 하고 내전에서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오고 있었다.

나인은 궁중여관(宮中女官), 즉 궁녀로 규정하고 있다. 계급별로는 상궁·나인·애기나인 등이 있으며, 엄한 규칙이 있어 환관(宦官) 이외의 남자와 절대로 접촉하지 못하며, 평생을 수절하여야 했다.

한마디로 왕의 여자인 것이다. 상궁은 입궁 후 대체로 35년 정도 되어 황제로부터 정 5품 상궁의 봉첩을 받는 여자로 7세 정도에 입궁하여 애기나인이 상궁이 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40세는 되어야 하는 거였다.

그동안 황제의 성은을 받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그리고 황제의 성은을 입어 파격적으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상궁이 되는 궁인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를 특별상궁이라고 한다. 상궁도 신분과 직책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데 가장 지위가 높은 상궁은 수백 명의 나인들을 거느린 제조상궁이다. 그래서 신하들도 쉽게 제조상궁이나 환관의 수장인 상선들을 쉽게 대하지 못했다.

제조상궁은 큰방상궁이라고도 하였는데, 직책은 내전 어명을 받들고 내전의 치산을 총괄하였다. 그 다음으로 부제조상궁은 내전 별고를 관리하고 옷감·기명 등의 출납을 관장한다.

다음의 대명 상궁은 대전 좌우에 시위하여 잠시도 떠나지 않아 지밀(至密)상궁이라고도 하였다. 보모상궁은 왕자·왕녀의 양육을 도맡은 나인 중의 총책임자로, 동궁을 비롯하여 각 왕자나 왕녀의 궁에 1명씩 있었다.

무덕이 일종의 보모상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녀상궁은 궁중의 잔치를 맡거나 주로 지밀에서 봉사하며, 왕비나 왕대비의 특사로 왕비 친정에 다녔다. 그리고 나인은 애기나인이 관례를 치르면 나인이 되는데, 입궁 후 15∼16년이 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이전에 되는 수가 많아 18세가 보통이다.

나인은 직책에 따라 지밀나인·침방나인·수방나인·세수간나인·생과방나인·소주방나인·세답방나인의 7개 분야로 나누어 독립적으로 궁중 안살림을 분담하였는데, 지밀을 제외한 나머지를 6처소라 하였으며, 나인들도 각기 처소나인이라 하였다. 그리고 지금 백화의 명을 받은 홍련이 노리고 있는 나인들이 바로 지밀나인들 인 것이다.

“아이고 허리야!”

나인 하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밤을 꼬박 새웠으니 피곤도 할 것이다.

보통 나인들은 4교대로 일을 했다. 하지만 김무치에 의해 2교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2교대는 모두 김무치의 사람들로 편성된 거다. 다시 말해 최준과 척을 지고 상선의 자리를 서로 경쟁하고 있는 김무치는 최준보다 세력적인 면에서 조금 밀리는 감이 있었다.

물론 지금 최준과 김무치가 이렇게 상선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모두 왕광취가 죽고 이 숭겸이 행방불명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왜 우리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야! 참!”

그리고 다른 나인도 역시 짜증이 나는지 투덜거렸다. 지밀나인이 황제의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한데 저렇게 말을 하는 꼴을 보니 오늘 홍련에게 죽어도 억울할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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