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86화 (86/620)

< -- 간웅 5권 -- >의종은 그날 새벽 회생과 한 약속을 떠올렸다.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숟가락을 조심히 팥죽 그릇에 넣었다. 그리고 또 다시 참을 인자 하나가 새겨진 나무를 깎아 만든 옹심을 하나 발견했다.

‘잊히겠다고 했느니라.,,,,,.’그 순간 의종은 지그시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황제는 지존이다. 지존은 항상 중앙에 선 인물이었고 가장 꼭대기에 선 인물일 것이다. 그런데 회생은 잊혀야 태자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의종은 그날 새벽 그렇게 자신은 없는 듯 죽은 듯 무신들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문신들의 그리움 속에서 잊히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다시 의종은 숟가락으로 팥죽을 휙 저었다.

딱!다시 수저에 딱딱한 옹심 하나가 느껴졌다. ‘이것은 무엇인가?’순간 의종은 이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심히 팥죽에서 마지막 옹심을 꺼내 자신도 모르게 읽었다.

“참을 인!”

그 순간 의종은 회생의 뜻을 몰라 인상을 찡그렸다.

“참을 인을 왜 세 개씩이나 넣었을 까?”

의종은 그렇게 생각을 하다 김무치가 자신에게 말한 태자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 있는 참을 인 세 개를 뚫어지게 봤다.‘참을 인이 3개면,,,,,,.’그 순간 의종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살인도 면한다,,,,,,.”

이렇게 의종은 어리석은 황제는 절대 아니었다. 백화는 빠르게 전각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멀리서 나는 무사히 빠져 나오는 백화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림자 뒤에 숨어서 하고 있는 꼴이라니,,,,,,.’난 나 스스로를 질책했다. 하지만 이 순간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은 어쩔 수 없이 백화를 의종에게 보내는 거였다.하지만 이 순간 안전하게 백화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나는 차마 부끄러워 백화를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홍련아!”

“예. 주군!”

“나는 먼저 태후 궁으로 갈 것이니 백화와 천천히 와라.”

난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고 홍련은 나를 잡지 않았다. 이럴 때는 또 눈치가 있는 홍련인 것이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백화께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실 것이옵니다. 그분의 성정상 그렇게 하실 것이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있는 법이옵니다.”

홍련이 나를 위로했다.

“건방지게 잘난 척하지 마라!”

난 그렇게 말하고 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고 나는 홍련을 보지 않는 상태에서도 홍련이 나를 여전히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그나저나 이제 태후는 어떻게 설득을 하지,,,,,,.’난 골머리가 아파 미칠 지경이다. 그리고 또 황제에게 내 뜻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받아드릴 것인지는 참으로 의문이었다.

‘폐주냐? 상황이냐? 황제냐? 아버지냐?’난 황제인 의종이 어떤 것을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을 해 봤다. 그가 만약 상장군의 계략에 놀아나 상황제가 된다면 1년 안에 의문사를 당할 것이다. 그리고 2년 정도가 지나기도 전에 신 황제는 독살이나 자객에 의해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고려에서 가장 우둔하고 어리석은 어린 황족을 뽑아 상장군 정중부의 마음대로 황제에 옹립을 할 것이다.

그럼 그 어린 고려의 황제는 후한의 헌제가 되는 것이다.결국 그렇게 고려는 정중부의 손에 무너지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 추측이다. 하지만 항상 설마 하는 것이 사람을 잡고 의심스러운 것이 방귀를 뀌는 법이다.‘분명 상장군 정중부는 거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저렇게 움직이지 못해!’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바로 공예태후의 처소로 달려갔다.

이제 거의 해가 뜨기 전의 시간이었다.아마 공예태후는 단 한숨도 자지 못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무 그늘 그림자 뒤에 숨은 홍련이 백화가 완벽하게 작은 쪽문을 나서자 목례를 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주군!”

홍련은 이 순간 백화도 주군이라고 불렀다. 홍련이 그렇게 말을 하며 백화에게 조심히 여 무사의 옷을 건넸다.

“고맙구나!”

“송구하옵니다.”

홍련이 대답을 했고 백화는 주위를 살짝 두리번거렸다. 지금 백화는 회생을 찾는 거였다.

“먼저 태후 궁에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홍련의 말에 회생은 부끄러워 자리를 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 자리를 피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백화는 홍련을 뚫어지게 봤다.

“무슨 일 있사옵니까?”

“저 내전 안 나인이 나를 알아봤다.”

백화의 말에 홍련도 인상을 찡그렸다. 이렇게 상궁들이나 나인들은 백화를 알았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다. 거의 비율로 따진다면 아는 자가 3이고 모르는 자가 7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야!”

“그럼 뭐가 또 있습니까?”

“황제폐하께서 감시를 당하시고 있다.”

그 말에 다시 한 번 홍련은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이 둘은 의종에게 그리 악감정이 잇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을 보고도 절을 한다고 했다.황제인 의종이 무비를 사랑하고 아끼는 그녀가 부리던 여 무사들도 앙증맞고 귀엽게 느꼈다.

의종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는 백화와 홍련이었다.

“그 말씀은,,,,,,.”

“황제폐하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보고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군요. 주군!”

“그렇다. 그건 내 상공의 적에게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내가 들렸다는 것을 보고하게 도리 것이다.”

백화는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찡그리며 홍련을 봤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 순간 홍련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이 존엄한 황궁이 이렇게 되었구나!”

순간 백화는 한탄을 했다.

“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이 존엄한 환궁에서 나인들이 죽어나가도 아무렇지도 않는 것이 되어버렸어.”

백화는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하옵니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인 것은 주군의 상공께서 충신의 길을 가시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홍련의 말에 순간 백화가 홍련을 노려봤다.

“가신이 그것도 계집이 주군을 무엄하게 판단하려 들지 마라!”

백화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싸늘했다.

“송구하옵니다.”

“너와 나는 상공이 내리신 일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예. 주군! 앞으로 이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할 것이다.”

백화는 홍련에게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 공예태후 궁 쪽 하늘을 물끄러미 봤다.‘어린 분이 얼마나 곤하실지,,,,,,.’백화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회생을 걱정했다.

정말 며칠 째 잠도 잘 자지 못한 회생이었던 거였다. 물론 그런 회생을 따라다닌 백화 역시 며칠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니 회생보다 백화가 5살 정도 나이가 많았다.

회생과 백화는 연상연하 커플인 것이다.

“가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홍련은 백화를 보며 조심히 말했다.

“그래야겠지. 지시한 일은 실수 없이 해야 할 것이야!”

“예. 홍련 주군의 명을 받잡습니다.”

홍련은 그렇게 말하며 백화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여자라고 해도 엄숙하고 단아한 주군과 가신의 관계처럼 보였다.그리고 백화는 회생이 간 공에 태후의 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왜 이렇게 늦은 것이야!”

조심히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나에게 공예태후는 역정부터 냈다. 그녀가 역정을 크게 내는 것만큼 마음이 조급하다는 증거가 분명할 거다.‘이래서는 안 된다. 조급한 쪽이 지게 되어 있다.’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처리할 일이 있어서 다녀오느라 늦었습니다.”

“그래 해야 할 일은 잘 마무리 되었느냐?”

“아직 모르겠사옵니다.”

나 말에 공예태후는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분명 그녀도 내가 지금 태자를 구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시원스러운 답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엿이 부러지듯 똑 소리가 나게 결판이 나는 것은 없었다.마지막 순간까지 수도 없는 반전과 계략을 펼쳐질 것이 분명했다.

“해월에게는 다 들었겠지?”

태후가 다시 표정을 최대한 담담히 하고 내게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그럼 그에 대한 답도 가지고 왔겠지?”

“그렇습니다. 태자마마를 구명해드릴 답도 가지고 왔사옵니다.”

내 말에 처음으로 공예태후의 표정이 밝아졌다.

“무엇이냐? 그 답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싶다.”

순간 공예태후는 급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잊으시면 됩니다. 태자마마 자체를 잊으시면 되옵니다. 또한 그렇게 굶고 계신다는 것을 잊으시면 되옵니다.”

“뭐, 뭐라?”

순간 공예태후가 나를 노려봤다.

“지금 너는 나에게 태자를 포기 하라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이 고려를 위해서 포기하셔야 하옵니다. 그리고 잊고 당분간 사셔야 합니다. 그래야 태자마마께서 황망한 일을 당하지 않으십니다.”

“이 보다 더 황망한 일이 어디에 있느냐? 이 나라의 국본이 지금 굶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황망한 일이 어디에 있느냐?”

공예태후는 따지듯 내게 물었다. 나에 대한 기대가 컸으니 이렇게 실망과 원망도 큰 걸 거다. 이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무인본분 위국헌신은 세치의 놀음이었단 말이냐?”

“태자마마를 살리기 위해 이러는 것이옵니다. 또한 고려 사직과 황실을 지키기 이러는 것이옵니다. 통촉해 주시옵소서! 태후마마!”

“태자를 살리기 위해 내가 모른척해라?”

“그러하옵니다. 그러셔야 하옵니다. 우선 왜 상장군 정중부가 황실과 태후마마와 척을 지면서까지 그런 불경을 저지르고 있겠습니까?”

“그야 불학무식하고 무도하며 불충하기 때문이지.”

상장군 정중부의 이름이 내 입에서 거론이 되자 바로 공예태후는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누가 무인이 무식하다고 했사옵니까?”

“뭐라? 식견도 없는 것이 그리고 글도 제대로 모르는 것들이 대부분인 것이 바로 무부들이다.”

공예태후는 내게 따지듯 말했다. 그리고 난 이 순간 무엄하게 태후를 뚫어지게 봤다.

“지식과 지혜는 분명 다른 것이옵니다. 지식만 있는 자는 무능하게 서고에 있는 책을 다 읽어도 도리를 깨우치지 못하지만 지혜롭고 유능한 자는,,,,,,.”

난 그렇게 말을 하다가 천천히 다가가 공예태후의 꽃병 안에 있는 붓꽃을 뽑아 내여 그 이파리를 뜯으며 공예태후를 봤다.

“지혜가 있는 자는 이자 한자만 쓸 수 있어도 그의 도리를 아는 법입니다.”

난 그렇게 말하며 공예태후가 볼 수 있게 붓꽃의 이파리를 탁자 위에 하늘천자로 만들어 놨다. 그러나 아직 내게는 많은 붓꽃의 잎이 있었다.

“그리고 진정 상장군 그 난식적자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리고 난 다시 무엄하게 나를 보고 있는 공예태후와 눈을 맞추며 다부지게 말했다. 그 순간 탁자 위에 올려 진 공예태후의 두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붓꽃의 입으로 그린 역천이라는 두 황망하고 불충한 단어가 떨리다가 마치 글자가 깨어지듯 흐트러졌다.그만큼 공예태후는 기겁을 하는 수준으로 떨었다.

“해, 해월아!”

“예. 태후마마!”

“너는 급히 가서 강일천 대장군을 모시고 와라!”

태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강일천 대장군이라고 하며 지금 이의방의 힘이 되어주고 있는 용호군 대장군이었다.이래서 내가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참을 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멈추세요. 안 됩니다.”

난 해월을 노려보며 말했다.

“회생 네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저 붓꽃이 다른 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파쇄 해야 할 것이 아니냐!”

“물론이옵니다. 하지만 태후마마가 선택하신 방법은 하책 중에서도 하책이옵니다.”

“뭐라? 그럼 너는 무슨 방법이 있다는 것이냐?”

공예태후는 나를 보며 말했다.

“태후마마!”

“왜 그러는 것이냐? 그럼 네가 가지고 있다는 너의 상책으로 나를 안심시켜봐라.”

“제 상책은 참을 인자 세 개이옵니다. 그리고 세분이 각자의 사정을 모두 잊고 참아내신다면 저잣거리에 걸린 정중부의 목을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내 말에 공예태후는 놀란 눈이 커졌다. 이렇게 세게 나가야 다급해지고 초조해진 공예태후를 안심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순간 나로 인해 역사는 자꾸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분명 역사는 이의방보다 정중부가 오래 살았다고 기록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아들 정균과 봉안사를 다녀오는 이의방을 암살했으니 단 1초라도 정중부가 이의방보다 더 오래 산 거였다. 그런데 지금 난 그 역사를 거꾸로 만들려 하는 거였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끝까지 잘못되는 것이지. 으음,,,,,,.’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번 거사를 도모해야 함이야!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그렇게 나는 생각을 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다시 말해 보거라! 뭐라 했느냐?”

내가 정중부의 목을 저잣거리에 걸 수 있다는 말에 공예태후는 나를 뚫어지게 보며 물었다.

“참을 인자를 깊이 생각하시면 그렇게 됩니다.”

“참을 인자를 깊이 생각하면 정중부를 죽일 수 있다?”

“그렇습니다.”

난 그렇게 대답을 하고 주변을 살폈다. 이것은 예전 무비가 궁궐에는 벽에도 귀가 있다는 말 때문이다.내가 힐끗 뒤를 보자 공예태후는 나를 봤다.

“걱정할 것이 없다. 궁궐 벽에 귀가 있다고 해도 이곳은 그런 것이 없다.”

공예태후는 장담을 하듯 말했다.

“너와 나의 맹약이 밖으로 새지 않은 것만 봐도 알지 않느냐?”

그러고 보니 그렇다. 이곳에 간자의 귀가 있다면 나와 공예태후가 이야기 한 것이 벌써 정중부나 이의방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럼 어떤 조치나 행동이 있을 것인데 나는 며칠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뭐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응양군의 별초들이 나를 호위한다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 별초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들을 이용해야 하는데,,,,,,.’난 문뜩 별초들이 떠올랐다. 그럼 이제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20명 정도가 되는 것이다.

남녀 20명 정도. 사랑의 작대기를 해도 될 딱 그 정도의 병력인 것이다.

“그렇군요.”

“그러니 이제 너의 작은 마음에 담은 큰 계략을 내게 말해라.”

“예. 태후마마!”

난 태후를 뚫어지게 봤다.

“말씀드린 것처럼 참을 인자를 깊이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을 인자는,,,,,,.”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래 참을 인자가 무엇이냐? 그냥 이 작금의 사태를 그냥 꾹꾹 참고 있으라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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