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5권 -- >
“부디 극락왕생하십시오.”
백화는 죽은 수라간상궁의 시체를 보며 목례를 했다. 그리고 천천히 물이 담겨 있는 항아리로 가서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신에 물을 뿌렸다.
“혹시 모를 살기와 피 냄새를 지워야 해.”
백화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몸에 물을 뿌렸다. 그 순간 백화의 나신은 더욱더 촉촉해졌다.
“상공을 위해서라면 내가 지옥이라도 갈 것이야!”
백화는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회생에게는 모든 것을 주려는 백화지만 이렇게 비밀이 누설 될까 걱정을 해서 상궁을 죽이는 독한 모습도 가진 백화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회생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지옥에 제가 가지요. 그러니 상공이 가시는 길에 서광을 비춰주세요. 부처님!’백화는 그렇게 살인을 하고 부처에게 빌었다. 김우치는 의종이 있는 내전을 나서며 지키고 있는 응양군 병졸들과 대정을 봤다.
“누구도 출입을 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내 허락이 없이는 말이다.”
“예. 상선어른!”
대정 하나가 김우치의 환심을 사려는 듯 벌써부터 상선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대정의 말에 김우치는 내심 흡족한 마음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인상을 찡그렸다.
“누가 듣겠다.”
“곧 상선이 되실 것이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 아니지.”
김우치는 씩 웃었다.
“하여튼 잘 지켜야 할 것이다.”
“예. 상선어른!”
“아니래도! 하하하!”
김우치는 기분이 좋아 웃으며 내전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그때 멀리서 발자국 소리를 들은 백화가 돌아서서 나를 봤다.
“몸을 숨기십시오.”
백화는 그렇게 말하며 어두운 나무그늘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때 환관하나가 입이 턱에 걸려 촐랑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젠장! 늦었다.’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힐끗 김우치가 나를 봤다.
“어디로 가는 위장인가?”
김우치는 누군가를 믿는 듯 내게 하대를 했다.
“그건 왜 물으시오?”
“어린 것이,,,,,,.”
김우치는 그렇게 말을 하려다가 내 허리에 차고 있은 검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마치 괜한 소리를 내게 했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는 마치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가던 길이나 가시오. 야반이 어디로 가나싶어서 물은 거요.”
이래서 칼이 무서운 법이다.
“그럽시다. 괜히 추워죽겠는데 길을 막고 젠장!”
난 인상을 찡그렸고 김우치도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잠시 노려봤다가 종종걸음을 하며 사라 졌다. 그리고 김우치가 사라지고 나서 백화와 홍련이 조심히 나왔다.
“저자가 무비의 개라고 불리는 김우치입니다.”
백화는 이제 보이지도 않는 김우치가 떠올랐는지 내게 설명을 하듯 말을 했다.
“인기척을 빨리 느끼는 것은 참 편해 보여.”
“수련을 하시면 가능하옵니다.”
“알았다. 나도 나중에 수련을 하지.”
“예. 상공!”
“시간이 없다. 아침 수라상으로 팥죽을 드시게 할 수는 없으니 어서 가자.”
“그런데 김우치가 왜 내전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상공.”
“이번에는 황제 폐하의 개가 될 모양이지.”
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황제를 감시하는 자가 김우치라는 직감이 들었다.
“예. 그런 것 같사옵니다. 그런데 왜 폐주가 될 황제폐하를 모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우치 그놈은 꼬두각시야! 줄을 잡고 움직이는 것은 정중부고.”
이 순간 나는 내가 헛물만 켜고 있을 때 상장군 정중부는 감시자까지 두고 철저히 자신의 야망을 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생각은 원래 뒷맛이 쓴 법이다.‘내가 너무 자만을 했어. 내 자만이 이런 사단을 만들었군.’난 그런 생각을 하며 백화를 봤다.
“그런데 왜 몸을 숨긴 것이냐?”
“김우치 저자가 저의 얼굴을 아옵니다.”
난 백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백화는 무비의 호위무사였다. 그리고 환관 김우치는 무비의 개라 불리는 환관이니 상궁을 옷차림을 한 백화를 본다면 당장 의심을 할 게 분명했다. 그런데 난 이 순간 더욱 놀라워 다시 백화를 봤다.
“저 먼 거리에서 인기척만으로 누군지 안다는 것이냐?”
“짐작을 했을 뿐이옵니다.”
“짐작을 했다고?”
“그렇사옵니다. 사람마다 걷는 습관이 있사옵니다.”
“걷는 습관?”
“그러하옵니다. 상공.”
“예를 들면?”
“상공은 걸으실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발걸음에 힘을 주시고 걸으십니다.”
내 걸음까지 파악한 백화가 나는 놀랍기만 했다.
“내가 그랬단 말이지?”
“그러하옵니다. 무언가 의식하고 계신 것 같사옵니다. 상공!”
백화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미래의 기억을 가진 내가 이 고려시대에 왔으니 어떻게든 악착 같이 살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그 마음이 발걸음부터 나를 바꿔놓은 거였다.
“그럼 저 김우치라는 환관은?”
“살짝 김우치는 절름발이라 한쪽 다리가 다른 쪽 다리보다 힘이 없습니다.”
난 이 순간 백화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궁에는 장애인들이 들어오지 못하잖아?”
“병신을 그렇게도 부르는군요. 상공.”
현대에서는 장애인을 병신이라고 부르면 욕을 먹는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그냥 병신은 병신인 것이다.
“아주 살짝 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은 잘 모릅니다.”
“알았다. 그렇군! 사람도 발자국 소리가 다 틀리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예. 상공! 그렇습니다.”
백화의 대답에 나는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저기 보초를 서고 있는 응양군 장졸들 중에 너의 얼굴을 아는 자가 있으면,,,,,,.”
“이미 각오를 했습니다.”
“이미 각오?”
“그러하옵니다. 상공! 제가 만약 발각이 된다면 무비의 실종에 앙심을 품은 호위무사가 내전에 난입을 해서 장졸들을 죽이는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니 심려치 마십시오.”
“하지만 너는,,,,,,.”
난 백화의 말에 기겁을 했다. 지금 백화의 말을 다시 해석을 하면 이렇게 상궁의 옷을 갈아입는 그 순간부터 죽음까지도 각오를 했다는 말이 되는 거였다.
“죽겠지요.”
백화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말 했다.
“너, 너무 쉽게 말을 하잖아.”
“상공을 위해서 죽는 것이옵니다. 그러니 이년은 기쁘게 죽을 수 있사옵니다.”
백화가 이럴 때마다 난 마음이 먹먹해지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공께서는 홍련과 여기에 계십시오.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백, 백화야!”
“걱정 마십시오. 이년 잘 죽지 않사옵니다.”
백화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향해 웃었다. 하지만 백화 역시 지금 마음속으로는 떨리고 두려울 것이 분명했다.
“너, 너라는 것은 참으로,,,,,,.”
난 마지막 말을 흐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 마지막 말을 했다.‘사랑스럽다.
미안하다. 백화야! 너를 이용해서.’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백화는 홀로 황제가 있는 내전으로 향했다. 백화는 내전으로 통하는 작은 문을 지날 때 바로 응양군 병사들에게 제지를 당했다.
척!순간 창이 백화를 X자로 막아섰다.
“멈춰라? 무슨 일이냐? 이곳은 잡인의 출입을 금하는 곳이다.”
병사의 말에 백화는 차분한 눈빛으로 병사 둘을 봤다.
“알고 있습니다. 나리!”
백화는 차분한 눈빛으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여유롭게 대답을 했다. 사실 상궁은 응양군 병사보다 직급이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궁이 자신을 나리라고 부르자 병사는 어깨가 으슥해졌다.
이것만 봐도 자신들이 거사를 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눈빛이었다.그리고 병사는 백화를 찬찬히 더러운 눈으로 살폈다.
역시 남자는 누구나 여자 보는 눈이 있는 법이다. 단아한 상궁의 복장을 하고 있는 백화지만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을 가릴 수는 없는 듯 했다. 그리고 흑심이 생겼는지 백화를 씩 보며 웃었다.
“알고 있는데도 온 것이냐?”
찰싹!흑심을 품은 병사하나가 백화의 엉덩이를 희롱하기 위해 때렸고 순간 백화는 어느 상궁과 다르지 않게 놀란 눈으로 병사를 봤다.
“놀랬습니다.”
“고년 참! 찰 지게 생겼다. 그런데 알고 있다는 것이 왜 온 것이냐? 이곳은 폐주를 감금한 곳이다. 너 같이 예쁜 곳은 올 곳이 못 된다.”
병사가 백화의 미모에 취해 이죽거렸고 그 모습을 보고 다른 병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폐주가 아니라잖아. 그리고 자네 침 좀 닦아.”
“헤헤헤! 흘리기는 내가 좀 많이 흘렸나? 하여튼 보면 볼수록 찰지다. 헤헤헤!”
병사가 여전히 백화를 보며 농을 했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회생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회생은 다시 홍련을 봤다. 홍련 역시 지금 회생이 말을 않았지만 무엇을 명령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이제 농은 그만하고.”
병사가 언제 흑심을 품었냐는 듯 백화를 봤다.
“여기는 누구도 허락 없이는 못 들어간다.”
“김우치 공이 보내셨습니다. 황상폐하가 출출하다고 하신다면 올리라 했사옵니다.”
“뭐? 김우치 공이?”
순간 조금 전 백화의 볼기짝을 때린 병사가 긴장을 했다.
“정, 정말이야?”
“여기가 어디라고 거짓말을 고하겠습니까?”
백화의 말에 백화에게 흑심을 품었던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런데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팥죽이옵니다.”
“팥죽?”
“황상폐하께서 원체 팥죽을 즐기십니다.”
“이 새벽에 그 팥죽이 넘어간단 말이냐?”
“이년이야 모르지요. 저는 그냥 시킨 일만 합니다.”
“그럼 잠깐 기다려라. 내 후딱 김우치 공에게 여쭤보고 올 테니.”
“식기 전에 드시게 하라고 했습니다.”
“식기 전에?”
병사가 되묻자 백화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아주 중요한 것이 들어 있다 하옵니다.”
“아주 중요한 거라면?”
병사는 이상할 만큼 집요하게 백화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백화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지금 이 시대에 단아한 상궁복장을 한 백화에게 관심이 없겠는가.
“대충 먼지는 알겠다. 하지만,,,,,,.”
“늦어 팥죽이 식으면 만사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옵니다.”
백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들어가 봐라.”
“예. 나리!”
백화는 그렇게 말하며 병사들이 보란 듯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내전으로 들어갔다. 정말 이건 대놓고 미인게 인 것이다.
그렇게 백화는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를 하고 복도를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황제가 있는 내전으로 봤다.‘좌우측에 나인이 있군.’그리고 백화가 황제가 있는 방 앞에 서자 나인이 뚫어지게 백화를 봤다.
이것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둘 다 백화의 얼굴을 아는 눈치였다.
“아뢰어주시오.”
백화는 짧게 말했다.
“이, 이곳은,,,,,,.”
“나를 모르는 것이냐?”
백화가 나인을 노려봤다.
“알고 있사옵니다. 그래서,,,,,,.”
나인은 백화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나와 김우치 공이 같은 분을 모셨다는 것을 잊은 것이냐? 김우치 공이 따로 나를 보냈다.”
“예. 알겠습니다. 황제폐하께 아뢰겠사옵니다.”
나인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봤다.
“황상폐하! 환관 김우치가 상궁을 보냈나이다.”
나인의 말에 의종은 김우치가 과잉충성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 없다고 해라! 지금 내가 지금 상궁과 한가히,,,, 돌려보내라.”
의종의 말에 나인은 백화를 봤다.
“가시라 하옵니다.”
“김우치 공이 보냈다고 했다. 문을 열어라.”
“하오나?”
“네년이 진정 죽고 싶은 것이냐?”
백화가 다시 나인을 노려봤다. 누구나 목숨은 하나이기 때문에 순간 나인은 겁이 나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 했다.그리고 백화는 말도 없이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지금 계집을 품을,,,,,,.”
의종은 소리를 지르다가 백화의 얼굴을 보고 놀라 말을 멈췄다.
“너, 너는,,,,,,.”
의종은 당황했지만 백화는 지금 너무나 침착했다. 그리고 밖에 있는 나인들이 김우치의 눈과 귀가 되고 또 그것이 상장군 정중부에게 바로 들어간다는 것을 백화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수라간 상궁이옵니다.”
“무, 무슨 일이냐?”
“상전이 보내서 왔습니다.”
백화의 말에 밖에서 귀를 쫑긋 새우고 있는 나인들은 정말 백화는 김우치가 보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백화의 상전은 이제 오직 한 사람 회생뿐이었다.
“그, 그래,,,,,,.”
“그러하옵니다.”
“그런데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의종의 말에 백화가 조심히 걸어와 그보다 더 조심히 의종의 앞에 아직도 식지 않은 팥죽을 내려놨다.
“상전께서 천천히 깊이 생각하시고 또 깊이 헤아리시며 드시라 하셨습니다.”
“뭐라고?”
“옹심에 어심이 있다 하셨습니다.”
백화의 말에 의종은 팥죽과 백화를 번갈아 봤다.
“옹심에 어심?”
“그러하옵니다. 천천히 드시옵소서.”
“아는 것이냐?”
단순한 대화처럼 들리지만 지금 의종은 회생이 태자가 취한 곤경을 아냐고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그래서 이년을 보낸 것이옵니다.”
“안다?”
“그러하옵니다.”
“그럼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도 알겠구나?”
“그러하옵니다. 천천히 드시옵소서.”
백화는 그렇게 말하며 의종에게 예의를 표하고 뒤로 물러났다.사실 백화는 황제를 만나면 자초지경을 설명하려고 했다.
지금까지 항상 회생을 따라다닌 자신이기에 자신이 가서 상세하게 말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위험한 줄 알면서도 하겠다고 한 거였다.그런데 문 밖에 있는 나인들 때문에 백화는 해야 할 말을 모두 할 수가 없었다.
“알았다. 두고 가라!”
“예. 황제 폐하!”
백화는 조심히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반드시 기억하라고 해라. 나 역시 찬찬히 살필 것이다.”
의종이 뒤로 조심히 물러나는 백화에게 나직이 말했다. 혼잣말을 하듯 아니면 조용히 백화만 들리게 말하는 듯 했고 그 순간 나인들은 황제가 한 말을 듣지 못했는지 귀를 바짝 문에 가져갔다.
“그리하겠나이다. 황제폐하!”
“이제 황제가 아니지 않느냐?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지 않느냐?”
“성심을 굳건히 하소서!”
다시 한 번 백화는 의종에게 짧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것은 바닥에 바짝 엎드리는 그 무엇보다 경건해 보였다.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백화도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정변이 일어났고 그것이 성공을 거두는 순간 권력을 가졌다가 잃은 자는 한 없이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의종은 무척이나 담담하게 받아드렸다.어쩌면 광군이라 불리며 폭군이라 불리기 때문일 것이다.
어리석은 황제는 광군도 폭군도 되지 못한다. 진정 어리석은 황제는 우군이 되어 난신적자에게 휘둘릴 뿐이지 난 같은 것은 당하지 않는 법이다.
그만큼 의종은 총명한 폭군이었다. 그가 실패한 것은 군주의 길이지 정치는 아니었다.
그리고 조심히 문이 열렸다. 그렇게 백화는 밖으로 나갔다. 이제 홀로 의종이 내전 방에 남았다.
이렇게 홀로 있어본지가 참 오랜만이기도 한 의종이었다.‘그 아이가 무엇을 넣었을꼬?’황제는 떨리는 손으로 수저를 들어 팥죽 한 숟가락을 떴다.
‘천천히 음미하라! 이 안에 독이 들었다면 오죽 좋을까?’황제는 스스로 그렇게 죽기를 바란다는 듯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팥죽의 맛을 은미했다. 평상시 달기만 했던 팥죽이 오늘은 무척이나 쓰게 느껴졌다. 그리고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옹심하나를 수저로 떴다.
딱!그 순간 정말 의종은 회생이 이 팥죽에 어심을 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무엇을 넣었는고?’의종은 천천히 숟가락을 들어 딱딱한 옹심을 확인했다.
‘참을 인!’그 옹심은 투박하게 나무로 깎아 만든 구슬과 같은 거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 참을 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순간 의종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참고 살고 살아가겠다고 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