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4권 -- >물론 도천밀서 안에 적혀 있는 내용은 도천밀서의 도를 터득하고 천경윤도로 길을 잃은 백성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자가 새 하늘을 연다고 적혀 있었다.그런데 지금 그 도천밀교의 신물 중 하나인 도천밀서가 정중부의 손에 들어 있는 거였다.
물론 그가 이 도천밀서를 어디서 구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순간 중요한 것은 그가 지금 이 순간 도천밀서를 가지고 있다는 거였다.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하늘을 타인이 아닌 스스로 열고 싶다는 대망을 품고 있는 거였다.
“이 급변하는 순간 내가 고려의 마지막 하늘을 열면 그 다음 하늘은 정씨를 받들 것이야!”
정중부는 어금니를 꼭 깨물었다.그때 자신의 방 앞에 인기척이 들렸다.
“아버님! 정균이옵니다.”
정균! 그는 상장군 정중부의 아들이었다.
“잠깐! 기다려라!”
상장군 정중부는 빠르게 도천비서를 탁자 위에 있는 보합에 집어넣고 잠갔다. 그리고 자세를 고치고 문 쪽을 봤다.
“들어오너라!”
“예. 아버님!”
그 순간 수려한 외모의 사내가 들어왔다. 정균!상장군 정중부의 아들로 1170년(의종 24) 아버지 중부 및 이의방(李義方) 등이 무신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잡은 뒤 1174년(명종 4) 병부상서(兵部尙書)·서경유수(西京留守)에 오르고, 조위총(趙位寵)이 이들의 토벌을 위해 서경(西京)에서 난을 일으키자 병마지사(兵馬知事)가 되어 난을 평정하였다.
“거사를 성공시키시고 돌아오시어 곤하실 것이 온데 어찌 이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시옵니까?”
정균은 정중히 정중부에게 물었다.
“아직 모든 것이 다 정리가 되지 않아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하옵니까?”
정균은 그렇게 말하며 힐끗 탁자 위에 놓인 보함을 봤다.
“못 보던 보합이옵니다.”
그 순간 정중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아무것도 아니다. 너는 몰라도 되는 것이니 더 물을 것이 없다.”
정중부의 말에 정균은 당황했다.
“소자가 무엇을 잘못한 것이옵니까?”
“아니다. 그저 너는 아직 알 필요가 없다.”
“예. 알겠습니다. 아버님! 하지만 소자 서운하옵니다.”
정균은 당돌하게 말했다.
“내 너의 마음을 모르지 않으나 이것은 때가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 안에 옥새라도 들어 있다고 해도 소자는 열어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마소서.”
정균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서운한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아는 상장군 정중부였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게 보합을 지켜내려는 눈빛이었다.
“내 후일 뜻을 이루고 모든 것을 네게 말해 주마.”
“예. 아버님! 그리고 밤이 늦었사옵니다. 침소에 드시옵소서. 정무에 몸이 상할까 저하되옵니다.”
정균은 보합 안에 든 것에 대한 궁금함을 뒤로 하고 정중부를 걱정했다.
“알았다. 그래 밤이 늦었구나.”
“예. 그러하옵니다.”
“정균아!”
상장군 정중부가 물끄러미 잠시 정균을 보다가 그를 불렀다.
“예. 아버님!”
“이 아비가 약속을 하마. 너의 시대에는 너를 누구도 내려 보지 못할 것이다.”
정균의 자신의 아비의 말뜻이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사에 성공을 하고 이제 황제까지 폐위를 시킬 정도의 권력을 가진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정균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하옵니다. 아버님!”
“그러니 너는 더욱 학문에 정진을 해라.”
“예. 아버님!”
그 순간 정중부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듣자니 요즘도 벽란도에 출입이 잦다는 소리를 들었다.”
상장군 정중부의 말에 정균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것은 귀한 서책을 구하기 위해서,,,,,,.”
“장부는 변명이 없어야 한다.”
“송구하옵니다. 아버님!”
“그래. 내가 가문을 우뚝 세우고 내게 가문을 열어야 하니 학문에 정진을 해라.”
이 순간 정중부는 다시 정균이 이해 못할 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 순간 정균은 벽란도에 주색잡기를 하기 위해 간 것이 들켜 자신의 아비 정중부가 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예. 아버님!”
“그래. 이제 나도 곤하구나! 좀 누워야겠다.”
“예. 아버님!”
정균은 조심히 일어서며 다시 보합을 한번 힐끗 보고 자신의 부친에게 인사를 하고 방에서 물러났다.그리고 정균이 나가자 정중부는 다시 한 번 도천밀서가 담겨 있는 보합을 자신의 손으로 쓰다듬었다.
‘이것이 있으니 이제 천경윤도만 내 손에 들어오면 되는 것이야!’정중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나라고 조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음이야!”
자(字)는 자환(子桓), 시호(諡號)는 문제(文帝)로 중국 삼국시대 위(魏) 나라의 초대 황제이다. 조조(曹操)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유씨(劉氏)씨가 낳은 조앙(曹昻)과 조삭(曹?)이 모두 일찍 죽고, 그의 어머니인 변씨(卞氏)가 황후(皇后)가 되어 조조의 적장자(嫡長子)가 되었다.
조조는 원소에 대항한 관도전투에서 승리한 뒤 위공이 되었고, 216년에는 위왕으로 봉해져 사실상 새로운 왕조를 개창했다. 하지만 조조는 220년 뤄양[洛陽]에서 사망했고, 조비가 그 뒤를 이어 후한(後漢)의 헌제(獻帝)에게서 양위 받는 형식으로 황제가 되었다. 양위를 받는 형식이지만 그것은 역사에도 기록된 것처럼 찬탈이었다. 그리고 상장군 정중부 역시 그렇게 하려고 했다.
‘충희를 우선 황제에 올리고 급사를 하게 되면 어린 황족을 황제에 올려서 내가 양위를 받는 것이야! 도천밀서가 있으니 하늘의 뜻이 내게 있음이야!’이렇게 정중부가 한 이 한마디만 봐도 정중부는 회생이 생각하는 그 이상을 원하고 갈망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이 순간 진정 고려의 사직은 풍전등화에 놓여 있는 형국이었다. 군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장군 정중부가 탐욕스럽고 파락호 같은 충희를 고려의 다음 황제로 앉힌다면 후환의 헌제의 꼴이 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급변하고 급박한 정국에 상장군 정중부는 새로운 하늘을 왕씨로 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대망을 꿈꾸고 있었다. 다음권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