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79화 (79/620)

< -- 간웅 4권 -- >이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는 늙은 여우 정중부라면 이의방의 주변과 이고및 채원의 주변 그리고 그 밑에 있는 부하들까지 철저하게 감시를 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의방의 측근으로 급부상을 한 나 역시 은밀히 감시를 하고 있을지 몰랐다.난 힐끗 나를 따라 올 것 같은 용호군 무인들을 떠올렸다.

만약 그들이 내가 주는 술상을 받지 않았다면 나는 그들을 정중부가 보낸 자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는 정확하게 내가 판단하고 있다는 거였다. 그것도 모른다면 정말 난 이번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비밀통로로 간다.’난 내가 입궁을 했다는 것을 그것도 이 새벽에 입궁을 했다는 것을 내 적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아마 정중부는 철저하게 황궁에 드나드는 사람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새벽에 출입을 하는 사람이 이의방의 측근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 긴장을 하게 될 게 분명하다.그러고 보니 이제 나는 내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의방의 측근이 됐다.

이건 무신 정변이 일어난 후에는 대단한 영향력이 되었다.겨우 위장인 내 눈치를 보는 병사들이 많아졌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던 이의방과는 당분간 운명 공동체다.’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처음 흥선과 고려의 비밀 통로로 나올 때를 떠올렸다.

‘흥선이 결국 내게 도움이 되는 거군.’비밀 통로를 알려준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흥선과 환관 이 숭겸이니 말이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백화를 봤다.

“백화!”

“예. 상공.”

백화는 담담히 나를 봤다.

“왔던 그길 기억하나?”

“왔던 그 길이라 하시면,,,,,,.”

백화는 이 순간 우리를 따르는 자들을 의식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상관없다.”

내 말에 백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기억하고 있다는 거였다.

“그길로 갈 것이다. 백화 네가 앞장을 서라.”

정말 이 순간 내가 방향 치라는 것이 안타갑기만 했다. 어떻게 이리도 밤길의 방향을 못 잡는지 모르겠다.

“예. 상공!”

백화는 짧게 말하며 내 앞으로 나섰다.

“이쪽입니다.”

“그래.”

난 그렇게 대답을 하고 다시 걸으면 생각에 잠겼다.‘정중부 그자의 계략을 깰 방법이 뭐가 있을까?’난 고민을 다시 했다. 그리고 힐끗 백화를 다시 봤다.‘백화처럼만 참아주신다면,,,,,,.’난 뜬금없는 생각을 그것이 최상의 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 참으시면 되겠군. 아들을 위해서라면 나 같은 것에게도 허리를 숙이시는 분이다. 참으시면 되시는 거야!”

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참으시다니요?”

홍련이 궁금해 내게 물었고 백화는 지금 내가 혼잣말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 홍련을 조용히 노려봤다.

“예. 송구하옵니다.”

홍련은 바로 입을 닫았다. 이럴 때보면 백화는 영리한 여자다.

최소한 남자의 앞길을 막는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하지만 이 순간 내가 제일 고민이 되는 것은 의종이 참아낼 수 있을 지였다.

‘폐주냐? 상황제이냐? 그 선택을 끝내 참아내실 수 있을까?’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이 순간 의종을 믿고 가는 수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믿고 가야한다.

그래야 한다. ‘참아내게 만들어야 한다. 절대 상장군 정중부는 태자를 못 죽여. 아니 죽여도 황제폐하는 상황제가 되어서는 안 돼’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의방은 깊은 밤 조용히 이고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요즘 정변의 3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의방 이고 그리고 채원 중 유독 이의방과 이고만 같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채원은 스스로 소탐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리고 제법 많은 물목들을 챙겼다. 그리고 또 은근히 뇌물 형식으로 들어오는 것도 꽤 되는 채원이었다. 궁궐에 있는 하급 관리들은 조만간 무신들의 시대가 올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정변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채원에게 뇌물을 쓰기 위해 정신이 없었다.

그에 반해 이의방은 큰 것을 노리고 있었고 이고는 그런 이의방을 돕고 있었다.물론 이고 역시 아예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고는 자신의 재주가 이의방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정중부보다 식견과 지략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정중부 보다는 이의방이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줄 거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기에 이의방과 운명을 같이 하고 있었다.

“왜 나를 은밀히 보자고 했는가?”

이고는 차분히 앉아 있는 이의방에게 물었다.

“자네의 휘하에 믿을 수 있는 자들이 얼마나 되나?”

이의방의 뜬금없는 물음에 이고는 이의방을 뚫어지게 봤다.예전 같으면 다라고 말했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렇게 답할 자신이 없었다.

“한 50은 될 거네.”

“그래도 자네는 나보다는 부하들에게 신망이 높군.”

“뭐라고?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나?”

“나는 30명 정도 되네.”

“그래서?”

이고는 다시 이의방을 봤다. 지금 이 순간 이의방은 마치 엄청난 일을 꾸미는 그런 눈빛 같았다. 아니 무신 정변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던 그 보현원에 가기 전날에도 이의방은 이런 눈빛을 했다는 것을 이고는 알고 있었다.

“마지막을 준비할 결사대가 필요하네.”

이의방의 말에 이고는 기겁을 했다.

“결, 결사대?”

“그렇다네. 상장군 정중부와 동귀어진을 할 결사대가 필요하네.”

“그 말은 그 결사대에 참여한 부하들이 다 죽는다는 말인가?”

“그래.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자들이 우린 지금 필요하네.”

이의방은 저녁에 태후궁 상궁인 해월이 다녀간 것을 생각하며 내련 결론이 바로 결사대의 준비였다. 물론 지금 이 순간 회생이 움직이고는 있지만 자신도 뭐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의방이었다.

“하지만 목숨을 내놓고,,,,,.”

“가난한 자들과 집안에 우환이 있는 자들을 설득해 보게. 후일 우리가 이 조정의 중심이 된다면 절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말이야!”

“목숨을 버리게 하고 식솔을 돌봐 주겠다는 그런 말인가?"

“그래. 아들이 있는 자는 그 아들을 중랑장 이상으로 만들어 줄 것이고 능력이 있는 자는 문신으로 좌랑 이상의 버슬을 줄 것이네. 또한 평생 써도 부족하지 않은 재물을 줄 것이야!”

“그렇게 위급한가?”

“만약 여차하면 또 한 번 거사를 해야 할 것이네.”

이의방은 그렇게 말하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물론 다시 할 거사의 칼끝은 상장군 정중부와 대장군들에게 향하게 될 게 분명했다.

“그렇게 우리가 수세에 몰리고 있는 건가?”

“회생이 움직이는 것만 믿을 수 없기 때문이네.”

이의방은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듯 말했다.‘지금 정중부 그자가 뭔가 대단한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야!’이의방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럼 한섬이 태자궁을 봉쇄하고 있는 일과 연관이 있는 건가?”

“아마도.”

다시 한 번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결사대를 편성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네. 대전으로 난입해서 정중부와 대장군 모두를 척살해야 하네.”

이의방은 그렇게 말하며 눈에 살기를 가득 담았다.

“모, 모두 다?”

“그렇다네. 그렇게 되면 용호군 대장군이 군을 장악할 것이고 우리는 그 틈을 이용해 새로운 하늘을 여는 것이야!”

그렇게 이의방은 마지막 방법까지 이고와 같이 계획하고 있었다. 그 만큼 이의방은 회생만 믿고 있는 그런 존재는 아니었다.

회생이 하는 일이 자신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어서 회생이 하는 일에 참견을 하지 않고 있는 거였다.물론 회생이 움직일 때마다 이의방은 회생의 능력에 깜짝 놀라 때가 많았다.

‘준비는 해야 해! 만약을 준비는 반드시 필요해.’이의방은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준비를 하려 했다. 그리고 이 새벽 이고는 이의방과 함께 결사대를 편성하게 위해 은밀히 움직였다.깊은 밤 정중부는 자신의 계획을 치밀하게 실행시켜놓고 무신정변이 일어난 지 일주일 만에 자신의 사택으로 돌아와 자신의 서재로 쓰는 방에 차분히 앉아 있었다.

그가 서재로 쓰는 방 한 켠에는 각종 병법서들이 꽂혀 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의종으로부터 하사 받은 보검이 검대 위에 차분히 올려 있었다.그렇게 달이 차는 밤 상장군 정중부는 조용히 탁자에 앉아 한권의 오래된 책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차마 불사르지 못했거늘,,,,,,.”

정중부는 혼잣말을 하며 책을 한번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가 쓰다듬는 책에는 도천밀서라 적혀 있었다.

“도천밀서라,,,,,,.”

정중부는 자신도 모르게 도천밀서라는 말을 한 번 중얼거렸다. 도천밀서!그것은 묘청의 난 이후 은밀하게 지하로 숨어버린 도천밀교의 경전과 같은 서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경전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는 것을 정중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도천밀교에는 두 개의 신물이 있는데 하나는 천경윤도라고 하는 윤도다.지남반(指南盤), 지남철(指南鐵) 혹은 패철(佩鐵) 등으로 불리는 윤도(輪圖)는 지남성(指南性)이 있는 바늘, 즉 자침(磁針)을 활용하여 지관들이 음택과 양택 등 풍수지리를 보거나 여행자들이 방향을 보기 위해 사용하던 일종의 나침반을 말한다.

묘청이 풍수와 도참사장을 바탕으로 서경천도 운동을 펼치던 승려였고 그가 만든 비밀결사조직인 도천밀교는 그래서 천경윤도라고 불리는 윤도를 제일 신물로 했다. 그리고 항상 묘청은 천경윤도를 허리에 차고 있었다고 한다.그 다음 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묘청이 직접 쓴 도천밀서다. 그런데 이 도천밀서의 제일 뒤표지에는 음각으로 판 천경윤도의 각인이 찍혀 있고 그것을 통해 그 도천밀서가 진본임을 가려준다고 비밀리에 알려줬다.

정감록이라 불리기도 하는 도선비기를 믿는 속인들은 그 신물 둘 중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세상을 다스림에 부족함이 없고 둘을 모두 취했을 때 하늘을 연다고 믿었다.이것으로 봐서 묘청 역시 도선대사를 심중으로는 믿고 따른 것이 분명했다. 또한 도천밀서가 그 뿌리를 도선비기에 두고 있다는 것을 집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도천밀교에서 밀주의 품에서 천경윤도가 사라진 진 지금 도천밀교를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신물이 바로 도천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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