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77화 (77/620)

< -- 간웅 4권 -- >인종에게 이자겸의 딸들은 이모였다. 아무리 근친결혼이 성행했던 고려황실이라 하더라도 이모와의 결혼은 상당히 무리한 결혼이었다. 그러나 이미 권력에 눈이 먼 이자겸에게 도덕이나 예법 같은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자겸은 인종의 외할아버지이면서 장인 자리까지 차지하고 나이 어린 임금을 등에 업고 권력을 마구 휘둘렀다. 그리고 난적이 되어 난을 일으켰다.그리고 그때 이자겸과 손을 잡은 것이 척준경이다.

누군가는 현대적인 표현으로 고려시대의 소드마스터 척준경이라 칭송을 한다. 하지만 그는 기회주의자이며 간신배이며 난신적자일 거다. 또 어떤 면에서 보며 머리 좋은 여포일 거다. 물론 여포가 머리가 나쁘고 표리부동한 인물이라고 표현한 것은 거짓말 일 거다.

연의에서 그렇게 만들어놓은 거였다. 그게 역사가 기록이고 소설의 무서움 인 걸 거다.

하여튼 고려 황제의 여인들은 황후라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무비는 그냥 무비였다. 물론 그 이유는 신분적인 비천함이 이유이기는 했지만 고부갈등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무비는 자신의 미모가 시든 후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황후가 되지 못할 것을 미리 예견하고 있으니 자신의 측근 중에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을 여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어쩌면 백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는 문뜩 들었다.

그렇다면 황제의 여자가 될 수도 있었던 백화가 지금 나를 상공이라고 부르고 있는 거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나는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힐끗 다시 백화를 봤다. 여전히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다.

아마 태의가 지혈을 해줬지만 제법 또 많은 피를 흘린 것이 분명했다.

“금창약 어디에 있어?”

“예?”

“상처부위가 혼자 바를 수도 없는 곳이잖아.”

“상, 상공.”

백화의 목소리가 순간 떨렸다. 이 순간 왜 떠는지는 나는 관심이 없었다.

“어디에 있냐고.”

난 괜히 내 마음과 다르게 살짝 짜증이 나는 목소리로 다시 백화에게 물었다. 물론 정말 짜증이 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왜 이렇게 못났는지 모르겠다. 정말 이런 면에서는 나는 정말 못난 남자일 거다.

황제인 의종의 앞에서도 당당한 나였다. 그리고 독기가 잔뜩 올라 있는 공예태후의 앞에서도 난 단 한 번 주저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서슬 퍼런 칼을 들고 있는 이의방의 앞에서도 이고의 앞에서도 욕심 많은 채원이 환관들을 요절을 낼 때도 나는 항상 당당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머뭇거리는 지는 나도 몰랐다.

“바로 옆에 있습니다. 상공.”

백화가 조심히 내게 말했다. 그리고 보니 바로 내 옆에 금창약이 있었다. 이 순간 나는 쪽팔린다는 생각이 들었다.‘젠장! 눈구멍이 구멍이기만 하군.’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나를 가만히 보고 있는 백화를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봤다. 벌써 이미 내 표정을 백화에게 들켰을 것이다.

“내 앞에 앉아라.”

난 다시 딱딱한 말투로 백화에게 명령을 하듯 말했고 백화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내 앞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어찌 되었던 간에 나는 그의 상공이며 주군이니 백화는 내 말에 복종을 하는 걸 거다.

그리고 난 여전히 피가 묻어나오는 백화의 등을 봤다. 아마 지혈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나를 지키기 위해 수행을 한 게 분명했다.

이건 책임감이 강하고 충성스러운 것이 아니라 미련한 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미련함에 내가 빠져드는 걸 거다.‘참! 너도 나만큼 멍청하다.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몸서리치게 아플 것이 분명할 것이다.

살짝 손가락을 칼로 베여도 그렇게 눈물이 날 만큼 아픈데 저렇게 피가 배어 묻어나올 만큼 질렀으니 그 고통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 분명했다.그런데 백화는 그것을 참고 나를 호위했다. 그러고 보니 참 미련하지만 대단한 여자가 바로 백화였다.

“윗옷을 벗어라.”

난 정말 다시 딱딱하게 백화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 이 한 마디를 하는 동안 내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쿵쾅! 쿵쾅! 쿵쾅!가끔 살다보면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자신의 귀로 들을 때가 아주 가끔은 있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내게는 그때인 거다. 그리고 그만큼 난 딱딱하게 말을 했지만 긴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흑심 같은 것이 있어서 가슴이 뛰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아니 아니어야 한다.

젠장!그런데 자꾸 낮에 봤던 풍만한 백화의 젖무덤이 떠오르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소인배이며 남자이기 때문일 거다.

“괜찮사옵니다. 상공.”

“벗으라면 벗어.”

나는 백화가 여인이라는 것도 잊은 체 소리를 질렀다. 정말 이런 면에서 보면 나는 세상 제일의 멍청이 일 것이다.

“왜 이렇게 말이 많은 거야!”

난 후회를 하는 순간 다시 실수를 하듯 소리를 질렀다. ‘젠장! 왜 머리랑 혀랑 따로 노는 거야! 멍청이! 멍청이!’난 이 순간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백화는 살짝 움찔하다가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나를 봤다.

“예. 명을 따르겠나이다. 상공!”

이 순간 나는 소리를 질러 여자의 옷을 벗기는 그런 주군이 되어버린 거였다.‘젠장! 이게 아닌데.’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백화는 내가 보는 앞에서 윗옷을 조심히 벗었고 천으로 다 감싸지 못한 백화의 등에 난 상처부위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흐르는 피 아래에는 이미 흐르다가 굳어져버린 피딱지가 가엽게 붙어 있었다.

‘아팠을 텐데,,,,,,.’난 마음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백화를 가엽게 여겼다.

“멍청하기는 이런 상처로 어디를 따라 나서. 정말 피를 흘려서 과다출혈로 죽고 싶어서 그렇게 따라 나선 거야! 미련하고 미련한 것.”

난 괜히 미안한 마음에 다시 백화에게 역정을 냈다.

“송구하옵니다. 상공! 명이시라서 따랐습니다.”

백화는 그렇게 말했다.

“그럼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래?”

난 백화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괜한 역정을 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뭘 말했는데?”

“상공의 가시는 길에 이년의 목을 베어서라도 디딤돌을 놔 드릴 수 있다고. 구명지인이며 주군인 상공에게 이년이 어찌 그리하지 못하겠사옵니까.”

순간 난 숨이 턱하고 막했다.

“그놈의 목은 몇 번이나 자를 거야!”

난 나도 모르게 이죽거리듯 말했다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백화도 내 말이 서러운지 앞을 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것 같았다.‘미친새끼! 가만히 있으면 중간 이상은 가는데,,,,,,.’이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구는지 나도 답이 없었다.

“송구하옵니다. 상공.”

“목 없는 너보다 목 있는 네가 나는 필요하다. 그러니 가만히 잇어라.”

내가 한 말에 수습을 한다고 하는 말이 이런 수준이었다. 공예태후를 상대할 때 그 유창한 말투와 황제를 압박할 때 그 강경하고 영악한 말투는 다 어디로 갔는지 나는 이 순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더 말을 해서 백화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것보다 말없이 금창약을 발라주고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플 거니 조금 참아!”

난 떨리는 내 손으로 조심히 백화의 상처를 감싸고 있는 흰 천을 벗겼다. 하지만 이미 피와 헝겊이 피가 굳으면서 붙어 잘 뜯어지지 않았다. 그런 천을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뜯어냈고 그때마다 조금씩 고통을 참으려는 백화의 짧은 신음소리를 내 귀로 들어야 했다.

“아, 아아!”

백화의 신음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강한 콧김을 백화의 목덜미에 뿜어냈고 그 기운을 느꼈는지 백화는 움찔했다. 그와 동시에 내 손은 파르르 떨렸고 그 떨리는 손길만큼 정말 미칠 듯이 내 심장이 쿵쾅거리며 마구 뛰었다.

물론 이렇게 내 심장이 뛰는 이유를 지금 설명하라고 하면 딱히 설명할 방법은 없었다.그리고 끝내 백화의 상처가 내 눈에 그대로 들어났다.

칼에 찔린 상처는 그냥 두면 베인 살이 벌어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벌어진 만큼 그 이상으로 고통을 주게 되어 있다. 그런데 백화는 그 고통을 나를 호종하기 위해 참아낸 것이다.‘미련할 만큼 순종적이다.

’검을 든 여 무사의 이미지와는 정말 다른 백화의 이미지인 거다.그리고 백화는 그 치료를 잘 하지 않아서 찔린 상처보다 더 벌어진 것 같았다.

“으음.”

난 나도 모르게 신음을 했다. 정말 백화의 등은 잡티 하나 없이 고운 살결이었다. 그런데 그 살결에 큰 상처가 난 것이다.

물론 이 상처는 내가 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 때문에 난 상처도 아니었다. 그런데 자꾸 내 마음이 이상하게 먹먹했다. 그리고 얼마나 아플까 하는 마음에 속으로 많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옆에 놓여 있는 금창약을 집었다.

“이 약은 어디서 났느냐?”

지금 할 말이 없으니 나는 또 괜한 소리를 백화에게 했다.

“이 숭겸 어르신이 주셨습니다. 호랑이의 뼈로 만든 것이라 제법 효험이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호랑이의 뼈?”

“그러하옵니다.”

난 그 순간 역시 황제를 모신 환관이라 이런 것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심히 금창약을 손가락에 찍어 그보다 더 조심히 백화의 등에 난 상처에 발랐고 그 순간 백화는 아픔 때문인지 아니면 내 손길이 닿아서 그런지 한 번 움찔 했다.

“아프냐?”

이 순간 아프냐고 내가 묻는 것이 멍청하다. 하지만 묻고 싶은 마음은 내가 멍청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니옵니다. 참을 만 하옵니다. 상공.”

그리고 나는 이 순간 백화가 나를 상공으로 부르는 것이 궁금해졌다.

“왜 나를 상공이라고 부르는 것이냐?”

내 물음에 백화는 내 손길이 닿지도 않았는데 등이 움찔했다.

“그것은 제 모든 것을 드리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옵니다.”

“모든 것을?”

“그러하옵니다. 들으시기 저하되시면 그렇게 부르지 않겠습니다.”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두 번째다. 정말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면 백화는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부르려고?”

“그, 그게,,, 앞으로 주군이라,,,,,,.”

“주군이라는 말은 살벌하구나. 그냥 상공이라고 불러라.”

내 말에 다시 백화는 움찔했다. 이것으로 암묵적인 나와 백화의 관계가 이 순간 완벽하게 정리가 되는 걸 거다.

백화 역시 내가 한 말에 아주 많은 뜻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게 분명했다. 그리고 난 백화의 상처가 난 등을 물끄러미 봤다.다시 조심스럽게 백화의 등에 난 상처에 약을 발랐다.

역시 고통 때문인지 파르르 백화의 등이 떨렸다.

“아프냐?”

“괜찮습니다. 상공!”

“아프지 마라.”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했다. 정말 이 순간은 마치 내가 예전에 봤던 다모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진 마음과 말은 진심이었다.

“예. 상공!”

“네가 아프면 앞으로,,,,,.”

난 잠시 맘을 멈췄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앞으로 아플 것 같다.”

이 대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여심을 흔드는 말일 거다. 물론 이렇게 백화에게 한 말이 표절이기는 하지만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그 순간 백화는 다시 살짝 움찔했다.

“앞으로 미련하지 말고. 앞으로 몸을 챙기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난 정말 용기를 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 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그래도 계속 병살타만 치다가 마지막 순간 홈런 한방 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나였다. 이래서 표절이 달콤한 모양이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진심이다.

“명이시옵니까?”

백화는 내게 물었다. 이 순간 내가 마음을 열고 용기를 내니 백화가 나처럼 멍청하게 굴었다. 아마 백화의 입장에서는 저렇게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바램이다.”

난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을 들켜버리는 말을 해 버렸다. 그리고 창피해서 나도 모르게 꾹 금창약을 백화의 상처에 눌러 발랐다.

“아아아~”

백화는 내 손길이 고통스러웠는지 작은 신음을 했지만 그래도 내 손길이 그리 싫지는 않는 듯 했다. 그리고 야릇한 신음소리 때문에 내 심장은 더욱 요동을 쳤다.

“미안하구나.”

“아니옵니다. 상공.”

“아프면 아프다고 해. 그래야 내가 알지. 네가 몰라서 그렇지 내가 좀 여러 군데 멍청하다.”

“예. 상공!”

이 순간 무척이나 분위기가 부드럽게 흘렀다. 그리고 나도 지금까지의 쪽팔림을 모두 떨쳐버리고 조심히 백화의 등에 난 상처에 금창약을 바르는 것에만 열중을 하려고 했다. 아마 이 상처만 다 치료가 되면 그날이 내가 백화를 진심으로 품게 되는 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내 인생 목표에 이렇게 나는 오늘 백화를 담은 거였다.‘너랑 같이,,,,,,.’난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런데 그때 급하게 백화와 내가 있는 방 앞에 인기척이 들렀다.

“홍련이옵니다.”

정말 좋은 분위기로 흐르고 있었는데 홍련의 이름을 가진 여 무사가 산통을 다 깬 것이다. ‘눈치 없는 년!’난 창호지 밖에서 어른거리는 홍련의 그림자를 째려봤다. 뭐 물론 이 밤에 그것도 아픈 백화에게 어떻게 해 보려는 마음은 결코 없었다.

“무슨 일이냐?”

난 그렇게 되물었고 그 순간 급하게 백화는 윗옷을 챙겨 입었다. 이 순간 백화는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낀 것 같았다.

“태후마마의 궁에서 상궁이 왔습니다. 주군!”

난 홍련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이 깊은 밤에 상궁이 나를 찾아 올 정도라면 작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일어나며 백화를 봤다.

“따라올 생각일랑 말고 쉬어라.”

난 그렇게 말하고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궁에서 나왔던 상궁이라는 여자가 해월이라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일이요?”

“태후마마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태후마마께서?”

“그러하옵니다. 급한 일이옵니다.”

급한 일이옵니다. 라는 말은 해월도 공예태후가 나를 부르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말이다.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말을 하시오.”

난 해월을 보며 물었다.

“상장군 정중부의 중랑장이 태자궁을 봉쇄했습니다.”

“그건 이미 나도 알고 있는 일이 아닌가?”

“완벽하게 봉쇄를 했습니다. 물 한 모금 음식 하나까지 전각 안으로 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해월의 말에 난 인상을 찡그리다 못해 굳어졌다.

“뭐라고?”

“그 황망하고 패악스러운 일로 태후마마께서 급히 회생 공을 찾으십니다.”

해월 역시 이제 나를 공이라고 불렀다.

“내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갈 테이니 먼저 가 계시오.”

“태후마마께서 급하다고 하셨습니다.”

“나도 급한 줄은 알지만 왜 상장군이 그런 만행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는지 생각을 하고 가야 할 것 아닌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니 돌아가 있으시오.”

내 말에 해월은 잠시 나를 봤다.

“알겠습니다. 오래 지체 하셔서는 아니 될 것 같사옵니다. 태후마마의 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진노라?”

“그러하옵니다. 당장이라도 태후 궁에 달려가실 태세였습니다.”

“알았소.”

난 그렇게 대답을 했고 해월은 내게 짧게 목을 숙여 예의를 갖추고 작은 문으로 나갔다. 이것 역시 해월이 나를 대하는 것이 달라진 거였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달라진 것이 중요할 때는 분명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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