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75화 (75/620)

< -- 간웅 4권 -- >

“급하다. 어서!”

“예. 박도 나리!”

병졸은 그렇게 말하고 장군방 쪽으로 급히 갔다.

“박도 교위 들었습니다.”

병졸이 조심이 이의방에게 보고를 했다.

“어서 들라고 해라.”

이의방은 급하게 그를 들라고 명령을 내렸고 그 말을 들은 박도가 급히 앞으로 들어가 장군방 문을 열고 들어가 이의방과 이고에게 군례를 올렸다.

“어찌 되었나?”

이고가 앞에 서 있는 박도에게 급하게 물었다.

“박순필이 흥왕사로 갔다고 하옵니다.”

박도의 말에 이의방과 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흥왕사?”

이의방은 박도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되물었다. 물론 이고 역시 박도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하옵니다. 급히 말을 몰아 흥왕사로 갔다고 하옵니다. 미행을 하고 있으니 계속 박순필의 행보를 보고해 올 것이옵니다.”

박도는 다부지게 말했다.

“흥왕사? 흥왕사? 왜 흥왕사로 상장군이 박순필을 보낸 것이지?”

이의방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게 말이네 이 급박한 순간에 중에게 축원이라도 드려 달라고 보낸 것은 절대 아닐 것인데 말이야.”

이고도 이해가 되지 않아 농을 하듯 말했다.

“축원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겠지. 하지만 그냥 간 것은 절대 아닐 것이야.”

“그러하옵니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박도는 이고와 이의방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 뭔가?”

“대령후께서 귀양지에서 무단으로 이탈을 했다는 첩보이옵니다.”

“대령후가?”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대령후는 인종의 두 번째 아들로 지금 폐위가 결정이 되어 내실에 유폐되듯 감금되어 있는 의종과는 무척이나 사이가 좋지 않는 황자였다. 그래서 계속적으로 반목을 하게 되어 귀양까지 가게 된 거였다.

“그러하옵니다. 제 수하가 뒤를 추적하고 있사옵는데,,,,,,.”

“있는데?”

“대령후께서 벽란도에 위치한 벽란화랑에 머물고 계신다고 합니다.”

박도의 보고에 이번에도 이의방과 이고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귀양지를 무단으로 이탈을 할 정도의 배짱이라면 당장이라도 도성으로 와야 할 것이 수순이었는데 이상하게 대령후는 벽란도에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벽란화랑이라고? 그곳은 송나라 상단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 아닌가?”

번뜩 이의방은 그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는 하네.”

이고도 기억이 났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벽란화랑이라,,,,,,.”

이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고얀! 설마 그게 사실이었단 말인가?”

순간 이의방이 벌떡 자리에 일어났다.

“왜 그런가? 의방?”

“대령후의 세 번째 첩실이 송나라의 계집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나? 자네는?”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고는 지금 이의방이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이의방을 봤다.

“대령후도 황자이지 않나? 그리고 서열로 따진다고 해도 두 번째이지.”

“그, 그렇지. 그렇긴 하지.”

“그런 위인이 왜 송나라 상단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겠는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고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은 눈빛으로 이의방을 봤지만 박도는 짐작이 가는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아직 박도는 이의방과 이고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지금 대령후가 오랑캐를 끌어드리려는 것이야!”

“오랑캐?”

“그래. 송나라도 오랑캐라면 오랑캐지.”

이의방에게 그리고 고려의 무장들에게 황제국인 고려를 제외하고 모든 곳에 있는 나라는 오랑캐나 다름이 없었다.무인인 고려의 무신들에게 땅덩이가 크고 작음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왜 대령후가 귀양을 간줄 아나?”

“그야 황상과 척을 지고 계속 황상과 반목을 하니 그렇게 된 것이지.”

이고의 말에 이의방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표면적인 이유지.”

이의방의 말에 이고는 무엇인가 숨겨진 것이 있다는 생각에 이의방을 빤히 봤다.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르네. 그냥 황상께서 술에 취해 내게 횡설수설하시던 말씀이 생각나서 이러는 것이네. 그것이 황상의 술주정이 아니셨어.”

“황상께서 뭐라고 하셨는데?”

“그게 말이네.”

이의방은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폈다. 철저하게 보호되고 통제도고 있는 장군방인데도 이렇게 주변을 살피는 것을 봐서 정말 무척이나 위험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황상께서,,,,,,.”

“황상께서?”

“황상께서 그러셨네. 술에 취해 내 아우 대령후가 계집에 취해 송나라의 첩자가 되었다고.”

순간 장군방 분위기는 싸늘하게 변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어찌 고려의 황자께서 송나라의 첩자가,,,,,,.”

이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물론 지금은 내 기억에 있는 황상의 말 한마디 때문에 의심되는 억측이지 하지만 분명 깊게 살펴는 봐야 할 것이네.”

이의방은 그렇게 이고에게 말하고 박도를 봤다.

“너는 더 깊이 살피라?”

“예. 행수나리. 그런데,,,,,,.”

“그런데 뭐가 또 있지?”

“이소응 대장군이 휘하 무장 하나만 데리고 벽란화랑으로 은밀히 갔사옵니다.”

“이 소응 대장군이?”

이의방은 이번에는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박도를 갔다.

“확실한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대령후께서는 크게 행차를 하시어 가셨기에 그 주변에 모르는 자가 없지만 이 소응 대장군은 아주 은밀히 움직였사옵니다.”

“무슨 일 때문에!”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같이 뛰는 것이지.”

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술잔을 들이켰다.

“뭐라고? 자네 뭐라고 했나?”

“그렇지 않나? 자네나 나나 그리고 그 늙은 정중부까지 해를 잡아보겠다고 꼴뚜기처럼 뛰니 이 소응이라는 망둥이도 뛰는 것이지. 그나저나 이소응이 대령후를 선택했군. 그럴 정도의 머리가 있는 자가 분명 아닌데,,,,,,.”

이고는 이 소응 대장군을 잘 아는 듯 말했다.

“그렇지. 그 정도의 식견이 있는 늙은이가 아니지.”

이의방 역시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자신이 이렇게 대망을 꿈꾸며 새로운 하늘을 열고자 마음먹고 있는 것은 모두 회생 같은 책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이의방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적이 될 존재에게도 그만한 책사가 있다면 자신과 같은 꿈을 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의방이었다.

“이 소응 대장군이 뭘 도모하고 있는 지는 불을 보듯 뻔 하니 이소응 대장군을 따르는 자가 누군지 알아봐라.”

“알아볼 것도 없습니다. 망건이라는 천출 출신의 대정이옵니다.”

“천출 출신의 대정?”

“그러하옵니다. 명학소 출신으로 제법 재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데리고 있는 회생처럼 하늘을 열 재주가 있을까?”

이의방은 그렇게 말하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고 그 웃음에 이고와 박도는 놀라 이의방을 뚫어지게 봤다.회생의 소인배적이고 얄팍한(?) 생각 때문에 전 김돈중의 사택은 이제 잃었던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인 출신의 하인들. 물론 그들은 처음부터 걸인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빠르게 살겁이 난무했던 전 김돈중의 사택의 잔인한 흔적들을 빠르게 지워 나갔다.

그리고 회생의 지시를 받은 이 숭겸은 거대한 궁을 관리하던 환관답게 걸인들이었던 양민들에게 이것저것 해야 할 임무를 부여했고 억세를 그 우두머리의 자리에 앉혔다.

“자네가 청지기의 역할을 해 줘야겠네.”

이 숭겸의 말에 억세는 놀라 이 숭겸을 봤다. 걸인으로 고려의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살던 억세에게는 벼락출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근본도 알지 못하는 자신에게 이 큰 대갓집의 살림을 아무런 의심 없이 내던져 주듯 맡기는 이 숭겸이 억세는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제가 왜? 어르신도 계시지 않습니까?”

억세는 이 숭겸이 회생의 집 청지기라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나는 이 집의 객이지 식솔이 아니네.”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래. 사정이 있어서 잠시 머무는 것이지만 곧 이 집을 나갈 것이네.”

“아! 그렇습니까?”

“그래. 그러니 자네가 내가 없을 때 이집의 안살림을 잘 맡아서 해야 할 것이야.”

이 숭겸의 말에 억세는 놀라 빤히 이 숭겸을 다시 봤다.

“저를 어떻게 믿으시고,,,,,.”

억세는 여전히 자신에게 이 큰집 살림을 맡기는 이 숭겸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대충 봐도 쌀 창고만 4개나 됐다. 그것만 봐도 예전 이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았고 드나들었는지 짐작을 할 수 있는 억세였다. 또한 알아먹을 수 없는 글자가 적혀 있는 천으로 봉인된 창고가 몇 개는 더 있었다.

“제가 보기에도 이곳의 주인께서는 대단한 인물 같사옵니다. 그리고 그 형편도 엄청나게 넉넉하셔서,,,,,,.”

“이집 주인은 겨우 위장이라네. 뭐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숭겸은 그렇게 말하고 회생이 들어간 안채를 봤다.

“하지만 그래도 제를 어찌 믿으시고,,,,,,.”

억세의 말에 이 숭겸은 피식 웃었다.

“오래 살다보면 사람 보는 눈이 생기지. 자네는 멍청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욕심이 많은 자도 아닌 것 같아. 그러니 이 집에서 잘 지내면서 회생 공을 잘 도와주게.”

“회생공요?”

“그래. 이집 주인이시지.”

이 숭겸은 그렇게 말하며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 이 숭겸이 회생을 봤을 때는 그저 소인배 같이 그런 저런 무부라고 생각을 한 이 숭겸이었다. 하지만 며칠 보지 않았지만 회생이 하는 행동을 본 이 숭겸은 회생이 그냥 그런 소인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들을 자신의 집에 눌러 살게 해 준 것만 봐도 제법 담이 크고 대인배적인 기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무슨 영문인지는 잘 알 수는 없지만 김 돈중이 없는 사택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무신들에게서 제법 인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숭겸이었다.

“알겠습니다. 비록 능력은 없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게. 그리고 다른 것은 몰라도 이집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와 이루어지는 것은 저 담을 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네.”

순간 부드럽던 이 숭겸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며 억세를 봤다. 그리고 억세 역시 이렇게 큰 대갓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절대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는 눈빛이었다.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래. 그것만 조심을 하면 될 것이야.”

이 숭겸은 그렇게 말하며 힐끗 밖을 봤다. 이것만 봐도 이 숭겸 역시 집 밖에 누군가가 이 집안을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그리고 그때 회생의 지시를 받은 여 무사 둘이 밥상을 차려서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을 봤다.

“그건 무엇이오?”

이 숭겸의 물음에 여 무사 하나가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군이 밖에 내놓고 드시고 하시라고 소리치라고 하셨습니다.”

“드시고 하라?”

“그렇습니다. 어르신!”

여 무사의 말에 이 숭겸은 회생이 들어가 있는 안채를 봤다. 그리고 회생 역시 자신처럼 누군가 밖에서 이곳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놀라고 있었다.

“그럼 어서 가서 하시오.”

“예. 어르신!”

여 무사 둘은 그렇게 말하고 한상 가득 차려진 밥상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밥상 위에는 각각 소주가 담겨 있는 술병도 올려 있었다.

“역시 참 요상한 인물이군.”

이 숭겸은 회생이 들어앉은 안채를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닐세. 그런 게 있다네.”

“예. 어르신!”

억세는 그렇게 허리를 숙이며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 숭겸에 의해 이제는 회생의 사택이 거대한 곳은 빠르게 활기를 찾았다. 그리고 여 무사 둘은 한상 거하게 차린 술상을 들고 회생의 사택 밖 담장 옆에 놓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리 자신들을 눌러봐도 사람의 기척 같은 것은 느낄 수가 없었다.

이것만 봐도 백화와 나머지 여 무사의 실력의 차이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여무사는 다시 한 번 바닥에 놓은 술상을 보다가 허공을 보며 소리를 쳤다.

“드시고 밤을 새우시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니오.”

여무사는 그렇게 3번을 외치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멀리 나무 위에 은밀히 몸을 숨긴 무인 셋이 인상을 찡그리며 다른 쪽을 봤다. 물론 그가 본 쪽의 무사들도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려간다.”

아주 낮은 저음으로 마치 파장처럼 음산하게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달되는 듯 옆 나무에 있는 무인들에게 전달이 되었다.그리고 그 순간 소리도 없이 바람의 기척도 없이 무인 셋이 솨르륵 나무에서 살포시 내려앉았다.

“왜 이럴까요? 낭장 나리?”

역시 그들의 신문은 무인들이었다. 그리고 낭장이라는 직책을 봐서 분명 강일천이 보낸 용호군 중에서도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별초들이었다. 물론 역사에서 별초를 처음 만든 것은 최충헌의 아들 최우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에 대한 기록 자체가 무슨 이유에선가 삭제되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이 조직한 별초들에 대한 존재도 기록적인 면에서 후대로 밀려난 거였다.

그리고 역사서에는 1219년(고종 6) 최충헌(崔忠獻)의 정권을 계승한 최우(崔瑀)가 방도(防盜) 등 치안유지를 위해 설치한 야별초(夜別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별초란 ‘용사들로 조직된 선발군’이라는 뜻이었다.그런데 지금 그 용사들로 기록된 별초들이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의 명을 받아 회생을 호위 하고 있는 거였다.

그 뒤 야별초에 소속한 군대가 증가하자 이를 좌별초 우별초로 나누고, 몽골 병사와 싸우다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한 병사들로 신의군(神義軍)을 조직, 이를 좌 ·우별초와 합하여 삼별초의 조직을 만들었다. 또한 역사에 기록된 삼별초는 무신정권의 전위(前衛)로서 다분히 사병적(私兵的)인 요소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측면인 용호군 강일천의 별초 역시 사병적 성격이 강했다. 그건 다시 말해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이 용호군 내에 자신의 사병들을 요소요소에 배치를 했다는 거였다. 그렇기 때문이 무부들이 부화내동을 하는 지금 이 시기에도 굳건히 자신들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거였다.

그렇게 지금의 별초는 용호군 대장군의 사조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훗날 삼별초는 항몽전(抗蒙戰)에서는 그 선두에서 유격전술로 몽골병을 괴롭혔으며, 무신정권이 무너지고 몽골과 강화(講和)가 성립되고 고려정부가 개경으로 환도하자 개경정부 및 몽골과 대항하여 항쟁하였다. 그래서 시작되고 역사적으로 기록된 것이 삼별초의 난이었다. 그리고 그 삼별초들을 이끈 장군의 성도 강 씨였다.

하여튼 지금 별초 몇이 회생을 호위하고 있는 거였다.

“결국 우리의 미행 같은 호위를 눈치 챈 것이겠지.”

검은 삿갓과 도포를 입고 긴 검을 허리에 차고 낭장이라고 불린 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정말 회생이라는 위장이 대단한 존재이기는 한 모양입니다. 우리의 호위를 눈치 챌 정도라면,,,,,,.”

“멍청한 놈!”

낭장이 부하별초를 노려봤다.

“예? 왜 그러십니까?”

“회생 위장이 아니다.”

“그럼 누구란 말입니까?”

“온통 독가시를 온몸에 두룬 그 여 무사가 우리를 눈치 챈 것이다.”

별초 낭장의 말에 부하별초는 표정이 굳어졌다.

“겨우 계집이 말입니까?”

“너는 무인에게서 계집과 사내가 있다고 보느냐?”

“예?”

“무를 궁극이 사람을 살리고 정신을 바로잡고 바른 길로 가는 것이 무다. 그런데 어찌 계집과 사내의 차이가 있겠느냐?”

별초낭장의 말에 부하별초도 고개를 끄덕였다.

“시생이 부족했습니다.”

“알았으면 됐다.”

“그런데 이것은 어찌 합니까?”

“이왕 들켰으니 차려 준 정성을 봐서라도 먹어줘야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는 꼴이 되지 않습니까? 그 여자무사에게.”

“이 상을 내 준 것은 회생 위장일 거다.”

별초낭장의 말에 부하별초는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알고 있으니 달라질 것은 없다. 회생 그자를 도모하려는 것도 아니고 호위를 하려는 것이니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그가 행동하는데 에서 나쁠 것이 없다.”

별초낭장의 말에 부하별초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낭장!”

“그런데 좀 부족하군.”

별초낭장은 그렇게 말하고 술상 위에 놓여 있는 탁주가 든 병을 들어 입에 가져가서 들이켰다.꿀꺽! 꿀꺽! 꿀꺽!그 모습을 보고 나머지 부하별초들은 그저 군침을 삼켜야 했다. 그런데 저 독한 소주를 단숨에 들이키는 것으로 봐서 낭장이라고 불린 자는 무척이나 술이 강한 남자 같았다.

“캬! 난신적자 김돈중의 사택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런지 좋은 탁주를 내놨구나. 하하하!”

그때 회생의 사택 문이 비스듬히 열렸고 순간 별초낭장과 10명의 부하별초들은 순식간에 빠르게 날아올라 나무 위나 나무 뒤 그리고 자신의 몸을 피 할 수 있는 곳으로 몸을 날랐다. 정말 짧은 순간이지만 바람보다 더 빠르고 그림자까지 숨기는 재주가 엄청난 수련이 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나온 자는 억세와 걸인 출신 하인들이었다.

“부족할지도 모르신다는 주인마님의 명이시다. 조심히 놓아라!”

억세의 명령에 뒤에 있던 하인 둘이 들고 있던 탁주 항아리를 바닥에 놨고 그 모습을 보고 나무 뒤 그리고 그림자 뒤에 숨은 별초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제법 풍류도 알고 인지상정을 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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