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70화 (70/620)

< -- 간웅 4권 -- >그런 여자가 자신의 목이라도 잘라 내 가는 길에 디딤돌이 되게 놓아준다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으쓱해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상하게 내 심장이 조금씩 뛰었다.‘이 신체 반응은 뭐지?’순간 난 당황스러웠다.

죽기 전 연애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한 나였다. 그래서 내 이름 신체적 반응이 당황스러운 걸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백호에게 내색을 할 수도 없는 나였다. 그리고 난 괜히 더욱 백화의 말을 듣고 놀라는 척을 했다.

“정말? 그게 가능하다는 거야?”

“그러하옵니다. 상공.”

“그럼 나도 수련을 하면 되겠네?”

이건 내 바램일 것이다. 언제까지 내가 알고 있는 역사대로 역사가 흐르라는 법은 없다.

이미 많은 것이 역사와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그 한가지 예로 이의방과 공예태후가 척을 지지 않고 한 배를 타고 있었다.

사실 공예태후와 이의방은 서로를 보면 으르렁거리는 사이었다.물론 그 처음은 자신의 아들 의종을 배신하고 이의방의 품에 안긴 무비 때문일 거다.

물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무비는 이의방의 품에 알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예태후가 역사대로 그렇게 이의방을 보며 으르렁거리지는 않을 것이다.이미 아들은 폐위가 됐고 다른 아들인 익양후가 나로 인해 황제가 되고 또 이의방에 의해 황제가 될 것이니 공예태후는 그냥 무비를 조롱하며 이의방을 눈감아 줄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나는 역사를 바뀌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역사를 나도 모르게 바꾸고 있었다.그러니 나는 나를 위해 수련을 해야 할 것이다.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이 그냥 장식용 검이 아닌 정말 나를 지키는 검이 되게 만들어야 할 것이고 또 알고 있는 역사에 기대여 재주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는 식견을 키워야 할 것이다.그런 것을 키우기 전까지는 역사는 어떻게 되든 내가 아는 방향으로 흘러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련을 해야 해.’난 다시 한 번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하옵니다. 시간이 되시면 제가 지도해 드리겠나이다.”

“시간이 나면, 하여튼 나를 미행하는 것들에게서 살기를 못 느낀다?”

“그러하옵니다. 상공.”

“그럼 나를 미행하거나 도모할 자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네.”

물론 난 이렇게 말을 했지만 이게 더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며 상황인 거다. 그럼 무엇 때문에 나를 따라오는 것인지 나는 궁금해졌다.

“그럴 수도 있사옵니다. 상공.”

“결국 집으로 가야겠군.”

“그러하셔야 할 것 같사옵니다. 익양후의 사택으로 가는 것은 상공의 행보를 저들에게 알려주는 꼴이 될 것 같습니다.”

대답을 한 백화를 난 힐끗 봤다.

“그런데 요즘 상공! 상공! 그 말이 너의 입에 착 달라붙은 것 같다.”

백화는 내 말에 부끄러운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듣기거북하시면 고치겠습니다.”

“아니 내 귀에도 착착 달라붙는다. 가자! 결국 집으로 가는군!”

내 말에 순간 백화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저런 것을 보니 백화도 나처럼 연애 한번 제대로 해 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녀일까?’순간 난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나 역시 대한민국 남자였던 모양이다.

원래 남자는 처녀를 밝히니 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남자는 더욱 그렇다. 왜 일까? 아마 그건 자기가 너무 막 놀아서 그럴 거다.

그런데 참 이게 우습고 기가 차다.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예를 들면 남자와 여자의 바람이라는 것이 남자만 피우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여자도 피운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존재가 여자라는 거다. 그럼 1대1인 거고 남자가 자신의 아내나 애인은 처녀이기를 바라는 것이 그냥 신기하고 어리석은 걸 거다. 그래도 남자는 그렇게 여자가 처녀이기를 바란다.

참 괘씸하고 못된 심보인 거다. 그리고 또 남자는 농담 삼아 자기들 끼리 이런 이야기도 한다.과거 있는 여자는 용서해도 얼굴 못 생긴 여자는 용서 못한다. 하지만 그 과거 있는 여자가 자기 여자가 될 때가 되면 절대 남자는 그 과거를 용서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 남자인 거다.그리고 난 이 위급한 순간에 괜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조심히 저것들을 몰고 집으로 가자.”

“예. 상공!”

정말 백화가 나를 부르는 상공이라는 말이 요즘 귀에 착착 달라붙는다.

“가자!”

난 그렇게 말하며 뒤를 의식하며 내 사택으로 향했다. 어떻게 되었던 내가 움직이는 행보를 저들에게 들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딱 3일 만에 다시 집으로 가는 거였다.

‘그나저나 이렇게 집에 들어가기 어려워서야 참,,,,,,.’난 그런 생각이 들어 인상을 찡그리며 계속 뒤에서 미행을 하고 있을 자들이 누굴까 고민을 했다.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도 그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나보다 내 주변을 더 살피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은 백화가 내게 해준 말이다.

“나보다 주변을 더 살펴?”

“그러하옵니다. 마치 호위를 하는 것 같사옵니다.”

내 물음에 백화는 고개를 조심히 끄덕이며 말했다.

“나를 호위해? 저것들이?”

“그렇사옵니다. 원거리에서 황족을 호위할 때 저렇게 하옵니다. 저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용호군들이 황족을 수행할 때 저렇게 합니다.”

“용호군?”

“그러하옵니다. 상공!”

백화의 말에 난 그 순간 저들이 정말 용호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공예태후나 용호군 장군이 나를 호위하기 위해 보낸 자들일지도 모른다.

’이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공예태후와 용호군 대장군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우선 집으로 들어가서 관찰을 해 보면 알겠지.’난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래. 우선 집에 가 보자. 그럼 저들이 누군지 알겠지.”

“예. 상공.”

백화는 짧게 내게 대답을 했다.5. 태자궁을 폐쇄한 정중부의 계략?태자가 유폐가 되듯 감금이 된 태자궁.태자궁은 마치 묘지처럼 적막하기만 했다. 마치 죽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는 것 같았다.

“단단히 지켜야 한다.”

병졸 하나가 다른 병졸에게 지시를 하고 순시를 돌았다.

“예. 조장!”

고려의 군사 계급은 대정이 제일 말단 지위다. 그 아래에는 일반 병졸들이 있는데 그들 중에서도 조장이라는 자가 있어서 몇 명을 지휘를 했다.

상장군 정중부가 직접 지휘를 하는 응양군 병졸들이 개미 새끼 한 마리 들어서지 못하게 철통같이 감시를 하고 있었고 오직 태자궁에 들어서는 자는 태자와 태자의 곁을 지키는 무덕에게 식사를 넣어주는 나인들뿐이었다. 물론 이 역시 공예태후의 지시 때문에 이루어지는 조치였다.

만약 황실의 제일 어른인 공예태후가 없었다면 태자는 조선시대의 단종처럼 굶어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그런 태자궁에 상장군 정중부의 측근인 중랑장 한 섬이 나타났고 그 순간 응양군 병졸들은 잔뜩 긴장을 했다.

사실 응양군 병졸들에게 중랑장의 직책을 가진 한 섬은 하늘처럼 높은 존재였다.

“이제는 이곳에 누구도 발을 드려 놔서는 안 될 것이다.”

한 섬의 추상같은 명령에 병졸들은 한 섬을 올려봤다.

“이곳에 드나드는 자들은 없습니다. 식사를 나르는 나인들뿐 아무도 이곳을 찾는 이는 없습니다.”

“그 나인들도 이제는 철저히 통제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럼 식사는 어떻게 합니까?”

병졸 하나가 한 섬에게 물었고 그 순간 한 섬은 대답 대신에 병졸에게 주먹을 날렸다.퍼어억!

“으악!”

벌러덩 쿵!

“어찌 죄를 지어 폐서인이 된 자가 예전처럼 배 불리 먹을 수 있단 말이냐?”

중랑장 한 섬의 말에 모든 병졸들은 기겁을 했다. 지금 이 순간 한 섬이나 그 위전에게는 그저 폐서인이 된 태자였지만 여전히 백성이라고 할 수 있는 병졸들에게는 지엄한 국본이었다. 그런데 그런 존귀한 분에게 밥도 주지 말라는 중랑장 한 섬의 말에 기겁을 하는 거였다.

“내 허락 없이 태자궁 안에 끼니를 넣으면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순간 차가운 분위가 흘렀고 병졸들은 상전이 시키는 일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알았느냐고 내가 물었다.”

“예. 중랑장 나리!”

이제 정말 태자에게는 끼니까지 통제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정중부가 꾸민 음모였다. 그리고 정중부는 이를 통해서 자신이 계획한 것을 이루려고 했다.

“우린 상장군께서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야!”

“예. 중랑장 나리!”

“안에 있는 폐서인이 굶어죽던 말던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말이다.”

중랑장 한 섬은 마치 안에 있는 태자가 들으라는 듯 소리를 크게 질렀다. 그리고 그때 끼니때가 되었는지 나인 셋이 조심히 식사를 받쳐 들고 아무도 오지 않는 태자궁으로 다가왔다.척!순간 응양군 병사들의 창이 나인들을 막아섰다.

“왜 그러시오? 태, 폐서인의 끼니요.”

“놓고 가시오.”

병졸은 중랑장 한 섬의 눈치를 보며 나인들에게 말했다.

“놓고 가라니요.”

“놓고 가라는 말 못 들었는가?”

뒤에 있던 중랑장 한 섬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를 쳤고 그 고함에 나약한 나인들은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지른 중랑장 한 섬을 봤다.

“이, 이 음식은,,,,,,.”

“태자궁은 이제 잡인의 출입이 통제가 됐다.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이 안에 들어갈 수 없다.”

이 순간 나인들은 잡인으로 취급을 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인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까지 태후 전 나인이라면 나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을 거라는 권세를 누린 나인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이 바뀌니 자신의 처지들도 바뀐 것을 오늘에서야 실감을 하고 있는 거였다.

“우, 우리는 잡이니 아니요.”

그래도 누리던 권세가 있었는지 나인 하나가 중랑장 한 섬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답은 중랑장 한 섬의 따귀였다.짝!

“아악! 왜 이러는 것이요?”

나인이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웬 말이 그렇게 많은 것이냐? 폐서인에게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

“그럼 이 끼니라도 전해 주시오.”

“알았으니 놓고 가라.”

중랑장 한 섬은 옆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병졸을 봤다.

“예. 중랑장!”

병졸은 조심히 나인에게 태자와 무덕이 먹을 밥상을 받았고 그 받은 밥상의 덮개를 중랑장이 들췄다.그리고 바로 중랑장 한 섬은 인상을 찡그렸다.

“폐서인이 아직도 육적에 이밥이라니.”

중랑장 한 섬은 인상을 찡그리며 먹음직스러운 육적을 무례하게 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쩝쩝! 맛은 있고만.”

그 순간 나인들은 기겁을 했다. 하지만 뭐라고 할 방법이 없는 나인들이었다.

“전해 줄 테니 그만 가라.”

정말 아무리 무인의 세상이 왔다고는 해도 거만하고 패악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알, 알겠소.”

나인들은 놀란 가슴 때문인지 말까지 더듬으며 돌아섰다. 그리고 천천히 태자궁을 걸어 나가다가 고개를 돌려 중랑장 한 섬을 봤다.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중랑장 한 섬이 병사가 들고 있는 밥상을 자신의 검집으로 툭 쳐서 엎어버린 거였다.

“폐서인이 밥은 무슨.”

마치 한 섬은 나인들이 보라는 것처럼 행동을 했다.

“상장군의 지시한 이번 일만 잘 되면 나는 장군의 반열에 오른다.”

한 섬은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리며 상장군과 은밀히 이야기를 나눴던 때를 떠올렸다.

“예. 태자궁에 들어가는 음식을 철저하게 통제를 하란 말씀이십니까?”

중랑장 한 섬은 상장군 정중부의 말을 떠올리며 낮에 은밀히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회상에 빠져들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하오나 그것은 황실과 척을 지게 될 것이옵니다.”

한 섬은 걱정스럽게 상장군 정중부를 봤다.

“척은 이미 졌어.”

순간 상장군 정중부의 눈빛이 사나워졌다는 것을 한 섬은 느꼈다.

“그러다가 폐서인이 된 태자가 굶어죽기라도 하면,,,,,,.”

“며칠만 그렇게 하라는 거다. 그럼 내가 다 알아서 황실을 압박하고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테니까.”

“태자를 굶기는 것이 상장군께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함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나는 지금 황실과 황상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상장군 정중부는 이미 폐위가 결정된 의종을 황제라 말했다. 이건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기 전에는 폐주도 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무엇을 얻고자 하시는 것이옵니까?”

한 섬은 놀라 상장군 정중부를 봤다.

“그야 당연히 하늘이지.”

“예? 하늘이라니요?”

“후일이 되면 다 알게 될 것이다. 너는 철저하게 태자궁에 들어가는 음식을 차단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후일 내가 반드시 너를 장군의 반열에 올려줄 것이고 시간이 더 지나면 이 응양군을 지휘하는 상장군도 만들어 줄 것이다.”

상장군 정중부의 말에 한 섬은 놀라 눈이 커졌다. 지금 상장군 정중부가 차지하고 있는 이 상장군의 자리는 모든 권권을 장악하는 자리였다. 물론 병부상서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제 무신이 판을 치는 세상이 왔고 병부상서의 자리는 곧 허울뿐인 자리가 될 거라는 것을 한 섬도 짐작이 되었다.

“그, 그러시면,,,,,,.”

“그래. 나는 하늘을 열고 벽상공신이며 문하시중이 될 것이다.”

상장군 정중부는 다짐을 하듯 말했다. 정중부의 첫 포부는 바로 벽상공신에 문하시중이었다. 하지만 꿈이라는 것이 점점 더 커지는 법이고 이렇게 황실을 기망하고 핍박하기 시작한 정중부의 행동으로 봐서 그의 꿈은 더욱더 커질 것 같았다.

“내가 이제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느냐?”

“예. 상장군! 제가 태자궁으로 들어가는 단 한통의 쌀도 없게 할 것이옵니다.”

“그래. 네가 그렇게만 한다면 내가 새로운 하늘을 열수 있을 것이다.”

“예. 상장군!”

그렇게 한 섬은 자신과 상장군 정중부가 은밀히 이야기를 했던 때를 떠올렸다가 다시 사나운 눈으로 태자궁을 노려봤다.

“내 허락이 없이는 누구도 폐서인에게 물 한모금도 주지 못한다.”

한 섬의 말에 태자궁을 지키던 응양군 장졸들은 놀라 기겁을 했다.

“알겠느냐? 내가 다시 말해야 하는 것이냐? 알겠느냐!”

“예, 예. 중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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