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69화 (69/620)

< -- 간웅 4권 -- >난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를 노려보고 있는 태의들과 수태의가 어이가 없었다.정말 수태의는 상황판단이 안 되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정말 법도를 중요시 하는 깐깐한 인물인지 백화의 치료를 거부하면서 내 계급을 걸고 넘어졌다.

정말 이 궁궐에서 황제도 그리고 태후도 내 눈치를 보는데 겨우 수태의가 나를 이렇게 대하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물론 이것은 내가 내 행동을 꼼꼼히 숨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저런 평범한 수태의 따위가 나를 이리도 무시하는 거였다.

“그래서 치료를 못 하겠다?”

나는 수태의를 다시 노려봤고 백화는 내 성난 모습에 안전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소. 범인은 궁 밖의 의원이나 혜민국을 찾아 가서 치료를 받으시오.”

내가 반말을 하고 있는데 꼬박꼬박 경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기가 덕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꼼수일 거다.이래서 배운 것들은 웃으면서 사람 뒷목을 잡게 만든다.

“사람의 목숨에는 귀천이 없을 것인데 치료를 거부하겠다고? 그리고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의술을 배운 자가 이래도 되는 거야?”

난 나이 지긋한 수태의에게 따져 물었다.

“법도라 하지 않소. 법도! 이곳은 황제폐하와 황족을 치료하는 곳이요.”

다시 한 번 팽팽한 신경전이 거듭됐다. 정말 저리도 이 궁궐 안 돌아가는 판세를 모르고 있는 자도 또 없을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곳이잖아. 사람을!”

“저리 깊은 상처가 있는 것을 알았다면 입궁을 하지 말았어야지.”

수태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듯 이죽거리고 돌아앉았다. 난 당장이라도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빼어 수태의의 목을 치고 싶었다.

“다시 묻겠다. 치료를 하지 못하겠느냐?”

내가 이제 자신에게 반말을 하자 수태의는 나를 노려봤다.

“어디 감히 위장 따위의 무부가 황제폐하를 치료하는 수태의에게 이러는 것이냐? 아무리 지금 이 궁에서 무부들이 판을 친다고 해도 네놈 따위가 이런 패악한 짓을 저지른단 말이냐?”

순간 난 정말 어이가 없었다.

“사람을 살리는 자가 끝내 사람을 살리는 것을 거부한다는 말이지?”

“법도가 그렇다고 했다.”

수태의 역시 나를 노려봤다. 정말 겁이 없는 자가 분명할 것이다. 아니면 정말 사람만 치료하다보니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있던가.

“치료를 해 주시오. 수태의!”

그때 내의원 수태의의 방문을 열고 단아하게 생긴 여자 하나가 들어와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놀란 백화가 일어나 안으로 들어온 여자를 보며 허리를 숙였다.

“영화공주를 뵈옵니다.”

백화와 동시에 수태의도 도도한 얼굴은 어디에 갔는지 바로 백화처럼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영화공주!그녀는 공예태후의 사녀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막내딸이었다.

공예태후는 의종을 비롯해서 다섯 황자를 낳았고 승경(承慶)·덕녕(德寧)·창락(昌樂)·영화(永和)의 4공주를 낳았다. 장녀인 승경부터 창락까지는 모두 출가를 했고 이제 영화 혼자 이 궁에 남은 거였다.

“영화공주를 뵈옵니다.”

“아픈 사람인데 귀천이 어디에 있답니까? 치료를 해 주세요. 오죽 했으면 이곳으로 왔겠어요.”

영화공주는 내 다급한 표정에 백화를 치료해주라고 수태의에게 말했다. 하지만 수태의는 여전히 그럴 마음이 없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수태의는 거만하고 방약무도한 자가 분명할 것이다. 그에 반해 영화공주의 말에 수태의의 뒤에 있는 태의들은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하오나 법도가 그렇지 않습니다.”

“법도요?”

“그러하옵니다. 소신들은 모두 황제폐하와 황족들의 병환을 돌보는 태의이옵니다. 그런데 어찌 잡인을 치료하겠습니까? 그것은 법도가 아니옵니다.”

역시 내게 법도를 따지던 수태의가 영화공주에게도 법도를 따지면 치료를 거부하는 듯 말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영화공주도 살짝 화가 나는지 인상을 찡그렸다가 금세 다시 웃었다. 난 그런 영화공주를 보며 조금은 놀라워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봤다.

“그렇죠. 그게 법도지요. 어디 황제폐하를 모시는 수태의가 함부로 법인을 치료하겠습니까?”

영화공주는 바로 시쳇말로 꼬리를 내리는 듯 수태의에게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법도는 법도이옵니다.”

“치료를 해 주기 싫어서는 아니고요? 그리고 궁주인 내가 그리 부탁을 했는데 단칼에 법도라 하여 거부한 것은 작금의 이 황실의 처지 때문이겠죠?”

순간 수태의와 태의는 영화공주의 말에 놀라 기겁을 했다.

“아, 아니옵니다. 어찌 그런 황망한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그럼 뭐지?”

순간 영화공주는 지금까지 늙은 수태의에게 존대를 하던 것을 멈추고 하대를 하며 물었다.

“그, 그것은,,,,,,.”

“법도 때문이다?”

“그러하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법도가 그렇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옵니다.”

“궁주가 부탁을 해도 법도 때문에 아니 된다? 언제부터 이 고려의 궁주가 태의에게 부탁을 하는 처지가 된 거지? 그리고 어찌 태의 따위가 궁주의 부탁을 거부하는 지경에 이른 거지.”

순간 수태의는 놀라 눈이 커졌다.

“그, 그것이 아니옵고 소신들은 그러니까 법도에 의해서,,,,,,.”

“그렇지 이 모든 것이 다 법도 때문이지. 그럼 그대가 수태의는 물론 태의를 하지 않으면 되겠군요.”

순간 영화공주는 웃으면서 수태의에게 말했고 그와 동시에 수태의는 놀라 영화공주를 봤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놀란 수태의가 영화궁중에게 물었다.

“이제 무부들에게 몰려 폐위가 되실 내 오라버님도 너는 폐주라 하여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할 것 아니냐!”

“아, 아니옵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냐? 너 같이 알량한 재주를 믿고 건방을 떠는 늙은 놈은 이 내의감에 필요 없다.”

영화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봤다. 난 이 순간 겨우 17세나 18세 정도 되어 보이는 영화공주가 제법 카리스마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자신의 어머니인 공예태후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은 걸 거다.

“위장!”

“예. 영화공주마마!”

“저 저자는 이제 수태의가 아니다. 그러니 수태의의 방에서 끌어내라.”

“위장 회생! 영화공주마마의 명을 받자옵니다.”

난 순간 무섭게 수태의를 노려봤다.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

“영, 영화공주님 왜 이러시옵니까?”

“왜 이러는지 네놈은 궁에서 쫓겨나서 생각해 봐라.”

영화공주는 앙칼지게 소리쳤고 끝내 백화의 진료를 거부하던 수태의는 수태의의 방에서 끌려 나와 내의감 마당에 내동댕이쳐졌다.

“꼴이 좋다.”

난 바닥에서 신음을 하는 수태의를 조롱하듯 말했다.

“으으윽!”

“너희들 중에 누가 저 환자를 살필 것이냐?”

영화공주의 말에 다른 태의들의 서로의 눈치를 봤다.

“너희들도 모두 법도를 따지는 것이냐?”

“아, 아니옵니다. 제가 치료를 하겠사옵니다.”

태의 하나가 앞으로 나서 말했다.

“그래. 치료를 해라.”

영화공주는 그렇게 말하며 백화를 받고 나는 수태의를 내의감 마당에 끌어내 내동댕이치고 다시 들어왔다.그때 백화가 조심히 상의를 벗어 등을 돌렸고 그 순간 내 눈에 백화의 가슴을 감싸고 있는 붉은 피 묻은 헝겊이 보였다.

이 순간 나는 백화를 보며 그녀의 상처를 외면한 미안함과 또 그녀의 상의가 풀어진 것에 대한 놀라움 그리고 그 가슴을 감싼 헝겊 사이로 터져 나올 것 같은 백화의 젖무덤을 보고 경이로움에 빠졌다.‘뭐, 뭐야? 완벽 베글이잖아!’난 이 순간 놀라움을 감치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영화공주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껴야 했다.

“어찌 사내가 계집이 치료하는 것을 넋을 놓고 볼 수 있는 것이야! 썩 나가지 못해!”

난 영화공주의 말에 깜짝 놀라 바로 고개를 돌려 밖으로 황망히 나왔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완벽 베글인 백화의 젖무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렇게 깊은 상처에 어떻게 이리 침착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백화를 치료하는 태의가 인상을 찡그리며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백화의 뒤에서 백화를 보고 있는 영화공주도 백화의 등에 난 상처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피가 더 흐리지 않게 천으로 감아주시오.”

백화는 그렇게 말했다.

“그냥 천으로 감을 상처가 아니오. 오래 쉬고 치료를 받아야 하오. 그나저나 여인의 몸에 이렇게 흉한 상처가 남으니 참,,,,,,.”

“그런 것은 괜찮소. 어서 붕대를 감아주시오. 나와 내 상전께서는 갈 곳이 있소. 그러니 빨리 마무리를 해 주시오.”

백화는 태의에게 마무리를 해 달라고 채근을 했다.

“네 상전이라고 했느냐? 설마 밖에 있는 자가 너의 상전이라는 것이야?”

영화공주가 백화에게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궁중마마!”

“그럼 너는 상전을 잘못 둔 거다. 어찌 부하의 상처도 관심을 두지 않는 위장 따위를 네가 상전으로 모시는 것이냐?”

영화공주도 백화를 아는 듯 했다.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설마 네가 상처를 숨겼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

영화공주의 말에 백화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송구하옵니다. 허나 모시는 상전이 지금 하는 일이 많아 하찮은 년 따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사옵니다.”

“겨우 위장 따위가 할 일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

영화공주는 인상을 찡그렸다.

“송구하옵니다. 궁주마마!”

“곧 죽어도 너의 상전 욕은 하지 말라는 것이구나.”

“송구하옵니다.”

백화의 말에 영화공주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회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환자가 저러니 그냥 치료를 해 주어라.”

“예. 궁주마마!”

“괜히 재주 좋은 태의 하나만 내쳤구나.”

영화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뒤에서 안절부절못하지 못하고 있는 태의를 봤다.

“어마마마께서 미열이 있으시다. 약을 준비해서 태후 전으로 갈 준비를 해라.”

영화공주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공예태후가 미열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만 봐도 영화공주는 효녀였다.

“예. 궁주마마!”

그렇게 백화는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고 흰 천으로 깊게 난 상처부의를 감았다. 그리고 태후 전으로 갈 태의를 기다리던 영화공주가 상처에 흰 천을 감고 있는 백화를 힐끗 봤다.

“소녀 이만 물러가옵니다.”

백화는 조심히 옷을 추슬러 입고 영화공주에게 허리를 숙여 예를 갖췄다.

“몸을 돌볼 시간도 없이 바쁘다니 밖에 있는 멍청이랑 어서 가 봐라.”

“예. 영화공주 마마!”

백화는 그렇게 말하며 조심히 걸어 나왔다.

“치료를 다 한 거야?”

나는 백화를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물었다. 여전히 옷을 입고 있는 백화와 그것을 입지 않고 있는 백화의 모습이 겹쳐져서 백화의 눈을 똑바로 내가 볼 수 없는 거였다.

“그렇습니다. 이제 가셔야 할 곳을 가셔야죠.”

백화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절대 아무렇지도 않은 상처 같았다.

“갈 곳은 알아서 갈 거다. 그리고 앞으로 좀 미련하게 굴지 마라.”

“송구하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해.”

난 괜한 역정을 냈다. 그리고 바로 등을 돌렸다.

“가자! 우선 집으로 돌아가 너부터 쉬게 해야겠다.”

“가셔야 할 곳이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내 말에 백화는 놀라 나를 봤다.

“아무리 급해도 너의 상처를 보고 더는 못 가겠다. 우선 집으로 가자.”

내 말에 백화가 잠시 나를 봤다.

“제가 상공으로 모시고 또 따르는 분이 가시는 길에 목을 잘라 바쳐 디딤돌은 못될지언정 걸림돌이 된다면 소녀의 마음이 어찌 편하겠습니까?”

순간 백화가 무겁게 나를 보며 다시 말했다. 정말 이것만 봐도 옛날사람들은 모두 저렇게 숨이 턱턱 막히게 무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

“목을 잘라 디딤돌이 될 필요도 없고 너는 절대 내게 걸림돌도 아니니 너무 죽자고 덤벼드는 그런 살벌한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해. 부담되니까.”

난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송구하옵니다. 상공!”

그때 영화공주가 태의의 방에서 나오며 나를 째려봤다.

“계집하나 못 챙기는 놈이 무슨 그리 할 일이 많다고.”

영화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한번 째려보고 휙 하니 태의와 함께 사라졌다.

“왜 저러시는 거야?”

난 순간 어이가 없었다.

“소녀도 잘 모르겠사옵니다.”

백화는 뭔가 아는 눈빛을 하고도 내게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하여튼 집으로 가자. 지금 이 순간이 폭풍 전야이기는 하지만 내 사람부터 챙겨야겠다.”

난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성큼 걸어 나갔다. 그리고 백화는 아무 말도 없이 내 뒤를 따랐다. 예전 어릴 적 아버지와 어머니가 저렇게 걸었을 것이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성큼성큼 걸었고 그 뒤를 따르는 어머니는 아버지의 그림자라도 밟을까 걱정이 되어 조심히 뒤를 따라왔다.지금 내 뒤를 따르고 있는 백화가 그런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다가 궁궐을 빠져 나온 백화가 무슨 이유에선가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누군가 미행을 하고 있습니다.”

백화는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나를 미행해?”

난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나를 미행한다는 자들이 누가 보낸 자들일까 고민을 해야 했다.

“그리하옵니다.”

“상장군이 보낸 자는 아닐 것인데,,,,,,.”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내 존재는 상장군이나 다른 대장군에게 감춰진 존재였다. 그러니 나를 미행 할 수 없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백화는 누군가 나를 미행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몇 명이나 되지?”

“앞에 총 3명이고 뒤에 천천히 따라붙는 자들이 10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 숫자면 미행이 아니라 나를 도모하고도 남는 숫자이잖아.”

놀라 인상을 다시 찡그려야 했다.

“그러하옵니다. 발자국에 소리가 없고 보폭이 일정한 것을 봐서 무인인 것 같습니다.”

이번 백화의 말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왜 나를 미행하는 지 난 이유를 몰라 미칠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미행을 한 거지?”

“그게,,,,,,.”

“그게 뭐?”

“첫 3인은 궁에서부터 상공을 따라 왔습니다.”

“궁에서부터?”

“그러하옵니다. 그런데 풍기는 살기가 없습니다.”

백화는 살기를 느낄 수 있다는 듯 내게 말했다.

“백화 네가 살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거야?”

나는 놀라워 백화를 봤고 백화는 그렇게 보는 나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미 내가 갑작스럽게 행동을 하면 미행을 하는 것들이 눈치를 챌 거라는 생각을 해서 저런 표정을 지은 걸 거다.

사실 뭐 내가 이 고려의 역사를 조금 안는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나머지 다른 것은 그냥 일반적인 수순이었다.그리고 또 백화의 머리에 둥둥 떠 있는 저 이름처럼 내가 누군가를 보면 이름을 알 수 있고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이 따지고 보면 내가 가진 능력의 전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참으로 내게 지금 도움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것들은 이렇게 수준 이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나의 단점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급하게 움직이시면 우리가 눈치를 챈 것을 저들이 알게 됩니다.”

역시 백화는 내게 그것을 지적했다.

“그, 그렇지. 그런데 정말 스산한 살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거야?”

난 앞으로 다시 보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행동을 하면서 조용히 백화에게 물었다.

“예.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살기이옵니다.”

백화가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사실 살기나 다른 기운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고도의 수련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원래 백화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영화를 봐도 무림 고수들이나 할 수 있는 거였다.

“그런데 왜 난 못 느끼지?”

난 어떻게 살기를 느낄 수 있는지 그 답을 알고 싶어 백화에게 물었다.

“아직 살기를 느낄 만큼 위협을 받아보시지 않으셔서 그럴 것입니다.”

“위협을 느끼지 않아서 그렇다고?”

“그러하옵니다. 원래 사람이라는 것은 극악까지 몰려봐야 그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느끼고 기억하고 수련을 하면 되는 것이옵니다.”

난 백화의 말을 듣고 백화가 모진 수련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저 여린 몸으로 말이다.

“네가 모진 수련을 한 모양이구나.”

난 나도 모르게 촉촉하게 내 감정이 담겨 있는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백화도 알았는지 힐끗 나를 봤다.

“무인들은 모두 그렇게 수련을 합니다.”

“그런 것이구나.”

“그리고 평인은 바로 자신의 턱 앞에 칼이 보여야 살기를 느끼지만 일정한 수련을 한 무인들은 몇 보 떨어진 곳에서도 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수련의 차이입니다.”

“지금 미행을 하고 있는 자들과 우리의 거리가 몇 보가 아니잖아?”

“조금 더 오랜 수련을 하면 그 거리를 점점 늘어납니다.:백화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백화가 내가 생각을 한 것보다 더 뛰어난 무예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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