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4권 -- >4 영화공주를 만나다.용호군 대장군의 장군방.강일천 대장군은 공예태후를 만나고 돌아와서는 깊은 신음에 잠겼다.
“으으음,,,,,,.”
미염공이라고 불릴 만큼 수려한 그의 수염이 자신이 신음에 뿜어내는 한숨 때문에 파르르 떨리듯 흔들렸고 그를 지켜보는 휘하 장수들은 오직 강일천의 근심이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다시 한 번 대장군 강일천이 한숨을 쉬었다. 그가 내어 쉬는 한숨은 모두 회생 때문이었다.‘그 어린 것에게 이 고려를 받기라,,,,,,.’대장군 강일천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렇게 해도 될지 걱정이었다. 역시 대장군 강일천에게는 아직 회생이 그저 그런 위장인 거였다.
“주군 무슨 근심이 있사옵니까?”
주군?이들에게 강일천은 대장군 이전에 주군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강일천은 2군6위에서도 자신을 위한 사조직을 따로 만들어놓은 거였다. 물론 그 핵심들은 모두 용호군에 배치가 되어 있었고 그들은 스스럼없이 강일천을 주군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강일천의 가신들인 것이다.
옆에 부복을 하고 서 있는 중랑장이 강일천을 조심히 보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네.”
“공예태후 마마의 궁에 다녀오신 다음부터 근심이 가득하신 것 같사옵니다.”
“어디 지금 이 조정의 작태를 보고 근심이 없겠나.”
강일천의 말에 모여 있는 무인들이 강일천을 다시 봤다.
“언제든지 하명만 하시면 바로 병력을 움직일 수 있사옵니다.”
중랑장이 나직이 말했다.
“아니 출군은 없을 것이다.”
처음 무신정변이 일어나고 이틀이 지난 후에 조용히 병력의 출병을 대기 시켜놓은 강일천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강일천 대장군의 명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강일천이 출병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놀라고 있는 그의 가신들인 것이다.
“출병이 없단 말씀이십니까?”
“황실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구나.”
사실 이 자리에 있는 강일천의 가신들 중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오나 이렇게 조정이 농락을 당하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실 수 없다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그냥은 지켜 볼 수는 없지.”
“하오신데,,,,,,.”
강일천의 가신들이 대장군 강일천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강일천을 빤히 봤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힘을 잃게 된다면 조정과 황실은 더욱 무부들에게 핍박을 받게 될 것이다.”
대장군 강일천인 침통하게 말했다.
“그, 그렇긴 하옵니다.”
“그래. 그래서 관망을 할 것이다.”
대장군 강일천은 그렇게 다짐을 하듯 자신의 가신들에게 말했다.
“관망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존걸 자네도 그리 알고 수하들이 경거망동을 하지 않게 잘 통제를 해야 할 것이야!”
강일천은 자신에게 묻고 있는 중랑장을 보며 말했다. 존걸!그의 성은 전씨다.
군문에 들어선 후 지략과 용맹으로 명성을 높였다. 이에 그의 재능을 크게 산 용후군 대장군 강일천의 눈에 박탁이 되어 강일천에게 충성맹세를 하고 그의 가신이며 용호군 중랑장이 되었다.
후일 김사미와 효심의 난 때 진압군을 이끌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토벌군의 대장이 된 이의민의 장남 이지순이 적당과 내통하여 연전연패하였다. 이에 의심을 품고 이지순이 적당과 내통을 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하였는데 오히려 진퇴양난에 빠진다.
이지순을 처단하자니 집권자 이의민에게 자신은 죽임을 당할 테고 가문은 멸문의 길을 걷게 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였다. 하지만 모른척하자니 적당 패에게 궤멸될 것이 분명하였기에 이런 고민 속에서 이지순은 협박과 회유로 그를 끌어들이고자 했다.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었다.
그 시대 이의민은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자였다. 그런데 왜 그의 아들인 이지순이 적당과 내통을 했을까?그건 다름 아닌 이지순이 멸망한 신라를 부흥시키려 하고 있었다. 이것만 봐도 이의민이 안남국 왕족의 후손이었다는 설을 뒷받침 해주는 거였다. 그리고 그의 아들 이지순은 신라부흥을 꿈꾸고 있는 사미와 효심을 이용해서 고려를 전복하려고 했던 거였다.
결국 전존걸은 무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결을 택한다. 그것만이 무인의 자존심을 지키고 가문을 멸문을 막는 길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이지순의 내통사실은 조정에 알려지게 된다. 그런 인물이 바로 무신정권 초기에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의 휘하에 있었던 것이다.
“명이시니 따르겠사오나,,,,,,.”
“이제 황실을 보위하기 위해서는 장기전을 해야 할 것이네.”
강인식 대장군은 단 한 번의 거사가 아닌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 장기전의 핵심에 공예태후가 말한 회생을 두려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존걸!”
“예. 주군!”
“견룡군 위장인 회생이라는 아이가 있네.”
“견룡군 위장이라고요?”
전존걸은 견룡군 말이 나오지 인상을 찡그렸다. 그에게 견룡군 자체는 역모의 핵심인 거였다. 그런 면에서 그는 자신이 모시고 있는 주군과 같이 충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네.”
“그런데 왜 그를,,,,,,.”
전존걸은 대장군 강일천이 회생의 이름을 거론하는지 영문을 몰라 물었다.
“그 회생이라는 아이를 잘 지켜보게.”
“감시를 하시라는 말씀이옵니까?”
“아니 은밀히 보위를 해 주라는 말이네.”
대장군 강일천의 말에 더욱 전존걸은 영문을 몰라 강인식 대장군을 빤히 봤다.
“지켜주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것도 조용히 누구도 모르게 그를 호위하게.”
“시생이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전존걸의 물음에 강일천 대장군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그가 그런 표정을 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아주 복잡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는 걸 거다.
“장기전이네. 그러니 이유를 묻지 말고 나를 지키듯 지켜야 할 것이네.”
어떻게 되었던 지엄한 주군의 명이라는 생각에 전존걸을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예. 주군! 명을 받잡습니다.”
그런 전존결의 말에 강일천 대장군은 자신에게 회생을 부탁하고 힘을 실어주라고 한 공예태후의 얼굴을 떠올렸다.‘그녀의 말처럼 어쩌면 이 사직이 그의 손에 달려 있음이야.’그렇게 해서 이제 회생은 보호 같은 감시, 감시 같은 보호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회생의 안위에 크나큰 도움이 될 일이었다.
그리고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지그시 눈을 감았고 그 순간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백화였다.‘내가 죄가 참으로 크구나. 내가!’나는 새로운 하늘을 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겉으로는 고려 황실을 위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또한 이의방의 측면에서 본다면 자신을 위해 동분서주를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하지만 내가 이렇게 죽어라 움직이고 있는 것은 모두 나를 위해 움직이는 거였다.
“이제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상공!”
백화가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오후부터 백화의 표정이 그래 밝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나는 백화와 같이 퇴궁을 해서 급히 익양후의 사택으로 달려가는 참이었다.
물론 이미 이의방이 익양후를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익양후에게 어느 정도 후일에 대한 언질을 받은 상태일 거다. 물론 이의방이 그렇게 한 것은 모두 내가 시킨 일이다.
역사는 그를 황제라 부르고 명종이라고 쓴다.그러니 지금은 나를 위해서 익양후가 황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역시 익양후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야 하고 또 그와 후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하늘이 되실 분을 만나로 갈 것이다.”
“하늘이 되실 분이라고요?”
“그래. 익양후의 사택으로 갈 것이다.”
“익양후요?”
백화는 놀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비릿한 냄새는 뭐지?”
언제부터인가 나와 백화의 주변에 비릿한 냄새가 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냄새라니요?”
백화는 내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은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듯 내게 다시 물었다.
“냄새 말이야! 냄새!”
난 그렇게 말하며 코를 킁킁 거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냄새가 바로 백화의 몸에서 난다는 것을 알고 인상을 찡그렸다.‘이런 멍청한 놈을 봤나? 그리고 어찌 저렇게 둔할 만큼 참을성이 강하지?’난 그런 생각을 하며 백화를 다시 봤다.
“왜 그러십니까? 상공!”
“둔한 거야? 아니면 맹한 거야?”
“예?”
“칼을 맞은 너를 내가 급해 이리도 끌고 다녔구나.”
난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것은 미안함이었다. 하지만 백화가 나를 보자 난 바고 고개를 돌렸다. 내 미안한 표정을 백화에게 이상하게 백화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괜,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다. 몇 겹을 감싸서 피가 묻어 나오지 않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아픔은 여전할 것인데 왜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야?”
난 백화에 대한 미안함과 왜 저렇게 미련할까 하는 생각에 백화에게 물었다. 물론 이 순간 내 목소리는 약간 높아져 있었다.
이 순간 나는 미안해서화가 나는 것인지 화가 나서 미안한 것인지 나 스스로도 판단 할 수 없었다. 그래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너무 나만 생각을 한 것이다. 칼을 맞은 여자를 3일도 되지 않아 끌고 나온 것이 바로 나다.
어쩌면 나는 나 밖에는 모르는 놈일지도 모른다. '체! 미안해 죽겠네.'난 속으로는 미인해 어쩔 줄 몰라했지만 겉으로는 마치 미련하게 저 몸으로 한 마디 말도 없이 나를 따라 나선 백화를 책망하는 듯 말했다."이숭겸 어른이 조금 상처를 치료해 주셔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 환관이 의원이야? 치료를 해 주게."
"금창약으로 좋은 것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게 약 바른다고 났는 건가?"난 계속 백화에게 짜증을 부렸다. 맞다.
이건 짜증이었다. 그리고 그 짜증의 시작은 미안함이었다. 그리고 백화 역시 내가 왜 짜증을 부르는지 아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더욱 짜증이 난다.난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인데 백화는 마치 나를 다 이해한다는 눈빛을 저러고 있으니 더욱 짜증이 나는 거였다.
원래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은 남자의 목인데 말이다. 그것을 백화가 하고 있는 거니 내가 이러는 거다.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아무리 그래도 고통이 작지 않은데 아프다고 해야 할 것 아니야!”
난 처음으로 백화에게 소리를 질렀다.
“상공께서 제가 필요하신데 어찌 그렇게 말을 하옵니까?”
백화의 말에 난 너무나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백화는 저렇게 내게 충성으로 대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백화를 이리저리 끌고만 다닌 거였다.
“백화!”
“예. 상공.”
백화는 내게 조심히 대답을 했다.
“미련한 계집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난 백화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괜한 소리로 백화의 마음에 다시 한 번 상처를 냈다. 왜 이렇게 쉬운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하는지 나 스스로 영문을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백화에게 말했다.
“송, 송구하옵니다.”
백화도 내 말에 놀란 듯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난 백화의 오른손 손목을 덥석 잡았다.
“가자!”
그리고 난 퇴궁을 하는 발걸음을 돌렸다.
“어디를 가시는 것이옵니까?”
“내 사람부터 치료를 해야지.”
난 퉁명스럽게 말하며 앞으로 성큼 걸어 나가면 말했고 그 말에 백화는 다소 감명을 받은 것 같았다.
“가자! 우선 치료부터 하자.”
“저기 상공.”
“왜 또? 치료를 않겠다는 것이냐? 지금 아무리 익양후를 만나는 것이 급해도 너의 치료가 우선이다. 그러니 더는 말하지 말아라.”
“그게 아니옵고.”
“그게 아니라 뭐?”
“내의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 아니라 반대편입니다.”
백화는 나보다 궁 안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이쪽이 아니라고?”
“그러하옵니다. 저쪽입니다.”
“알았다. 하여튼 가자!”
난 그렇게 말하고 백화가 가리킨 곳으로 성큼 걸었다. 내의감 수태의가 환자를 보는 방.난 지금 백화를 의자에 앉히고 수태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아니 노려보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지금 이 순간 마음 같아서는 나이고 직위고 뭐고 단칼에 목을 베고 싶었다. 그리고 수태의 역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도도한 눈빛이 영 재수가 없는 것이 마음 같아서는 눈깔의 먹물을 쪽 뽑아버리고 싶었다. ‘망할 늙은이!’난 속으로 수태의를 욕했다.
그리고 수태의의 뒤에는 마치 병풍처럼 몇 명의 태의들이 나를 보며 뭐 이런 것이 다 있냐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이곳은 잡인의 치료를 하는 곳이 아니오.”
순간 나 이 회생의 백화가 잡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황실의 제일 어른인 공예태후도 내 눈치를 보고 무신정변의 주역이 이의방도 내 눈치를 보고 황제였던 의종도 내게 부탁을 하는 지금 이 마당에 나의 백화가 잡인으로 취급받는 거였다.
수태의는 깐깐하게 백화의 치료를 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뭐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내의감은 황제나 황족의 병을 돌보는 곳이다. 그러니 한낱 여자 무사인 백화의 상처를 봐주지 않겠다는 거였다. 물론 일반 백성을 치료하는 곳도 있기는 했다.
혜민국!그곳에 있는 의원들은 일반 백성도 치료를 해 줬다.1112년(예종 7)에 설치하여 판관(判官) 4인을 두었는데, 본업(本業) 및 산직(散職)으로 교차하고 을과(乙科)에 급제한 사람이 권무(權務)하였다.
이 혜민국은 충선왕 때 사의서(司醫署)의 소관으로 하였으나 1325년(충숙왕 12) 10월의 교문(敎文) 가운데에 혜민국·제위보·동서대비원은 모두 폐기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관직만 존속되고 있었던 것 같다.1391년(공양왕 3)에 혜민국을 혜민전약국(惠民典藥局)으로 개칭하여 일반 진료에 종사하게 하였다.
1392년 7월의 태조신반관제(太祖新頒官制)에서 혜민고국(惠民庫局)으로 계승되어 고려시대와 같이 판관 4인을 두었다가 1466년(세조 12) 1월에 혜민서(惠民署)로 개칭하였다. 드라마 허준에서 나오는 혜민서는 고려의 혜민국을 조선이 그대로 계승해서 만든 의료기구인 것이다.
“그래서 상처가 깊은 사람은 그냥 외면하겠다는 건가?”
난 나보다 직급이 몇 단계나 높은 태의를 보며 말했다.
“나는 수태의로써 궁의 법도를 말하는 것이요.”
역시 의사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깐깐하다. 그리고 예나지금이나 환자가 의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고르는 것은 여전했다. 그래서 예나지금이나 대부분의 의사는 환자들에게 욕을 먹는 걸 거다.그리고 지금 내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이 수태의는 세상 판세가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자기 재주만 믿는 깐깐하고 아둔한 자가 분명할 것이다.
태의.태의(太醫)는 궁궐 안에서 임금이나 그 일족의 병을 치료하던 의원이다. 태의는 전의감, 내의원 등에 속한다.
고려가 황제국에서는 태의라 부르고 제후국에서는 어의라 불렀다. 태의의 우두머리를 수태의, 줄여서 수의(首醫)라고 하였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자는 바로 황제의 병을 살피는 수태의인 거다. 그러니 그 깐깐함이 하늘을 찌르는 거였다.
“사람이 이렇게 피를 흘리는데 법도는 무슨 얼어 죽을 법도야? 사람을 살리라고 있는 것이 법이고 의원 아닌가? 그런데 치료를 못해주겠다는 게 말이 되나?”
내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지만 수태의는 개나 짖어라 하는 표정으로 차분하고 차갑게 나를 보며 법도 타령을 했다.
“그래도 법도는 법도이오.”
“치료를 해 달라니까?”
내 말에 수태의가 나를 째려봤다. 아마 이 순간 자신의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자들을 믿는 걸 거다.
“겨우 위장 따위가 이곳에서 이리 준동을 하는 것을 나는 용납지 못하겠다.”
수태의의 말에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태의들도 나를 노려봤다. 정말 자애로운 눈으로 사람을 살려야 할 것들의 눈동자에 살기까지 감돌았다.
“뭐라고? 아픈데 위장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치료를 해 달란 말이야!”
내가 수태의를 노려보자 백화는 물끄러미 나를 봤다. 마치 이제 그만하고 가자는 그런 눈빛이었다.
이 순간 나는 돈이 없어 치료를 거부당한 현대의 보호자 같아 보였고 내 앞에 앉아 있는 백화는 그런 남자를 아내로 둔 가여운 여자 같았다.그런 생각이 드니 더욱 나는 미칠 것 같았고 수태의라는 저자가 더욱 증오스러웠다.
“법도라 하시 않았나? 어디서 위장 따위가 부화뇌동을 하는 것이야!”
수태의도 약간 언성을 높였고 그 순간 난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당장 마음 같아서는 검을 뽑아 뵈고 싶었다.
아니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미 이 세상의 무신의 것이었고 예전의 위장과 지금의 위장의 그 위세부터 달랐다.
지금 그 사실을 이 고귀하신 황제폐하만을 치료하는 수태의와 태의들만 모르고 있었던 거였다.‘이것만 봐도 이 고려가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