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66화 (66/620)

< -- 간웅 4권 -- >3. 정중부의 음모가 시작되다.상장군 정중부의 장군방에는 그동안 잠시 상장군 정중부를 무시했던 노장군들이 하나 같이 모여 앉아 있었다.

이틀 전만 해도 누구하나 자신에게 찾아오는 대장군들은 없었다. 마치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는 듯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며칠을 보낸 대장군들이었지만 대전에서 황제를 폐위하는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상장군 정중부의 기세에 눌려 다시 꼬리를 내린 거였다.

정말 순간 상황이 상장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니 스스로 비굴한지도 모르고 상장군 정중부의 발아래로 모여드는 자들 비굴한 만큼 천수는 누리고 죽을 것 같았다.

원래 비굴하면 오래 사는 법이다. ‘늙은 것들이 오래는 살겠군.’상장군 정중부는 그들을 보며 속으로 노장군들을 조롱했다.

‘무지하고 어리석은 것들!’마음속으로는 그래 생각을 해도 겉으로는 노장군들이 자신에게 모인 것을 기뻐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직 이 자리에 오지 않은 것은 용호군 대장군과 이 소응 대장군뿐이었다.

“일주일째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분들이 이제야 오셨소이다.”

대장군 을우가 그 나이에 맞지 않게 이죽거렸고 그의 말에 노장군들은 부끄러운지 아니면 태생이 비굴한 것인지 멋쩍게 웃었다. 그래도 대장군 을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장군 정중부의 옆에 있었던 대장군이었고 지금 이 순간 상장군 정중부보다 더 저드를 업신여기는 듯 말했다.하지만 누구하나 을우 대장군에게 말을 하는 노장군들은 없었다.

“워낙 정무가 바쁘셔서 찾아뵙기 저어할 것 같이 그런 거지요.”

대장군 양탁이 상장군 정중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아직도 판세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오지 않는 대장군이 있습니다. 그려!”

을우는 용호군 대장군과 이 소응 대장군이 오지 않은 것을 상장군 정중부에게 고자질하듯 말했다.

“뭐 용호군 대장군이야 어디 이 장군방에 발걸음이라도 한 적이 있었소. 공예태후의 침소이면 모를까.”

“하하하! 그렇지요. 그 자야 그런 자이지요.”

이 순간 다시 한 번 황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이 소응 대장군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분이야 뭐 워낙 둔하신 분이니 아직 모르고 계신 거지요.”

양탁이 다시 한 번 정중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두는 정중부의 눈치를 봤다.

이것이 상장군 정중부가 원하는 거였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상장군 정중부는 황실과 척을 두면서도 황제 폐위를 밀어붙인 거였다. 그리고 그의 의중에는 지금부터는 군권만 장악하면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군권을 잡는다면 모든 것을 잡을 수 있음이야!’상장군 정중부는 노장군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 비루하고 볼품없이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대장군들이라고 해도 그들은 스스로 움직이는 병사들이 있었다. 그러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해도 당분간은 노장군들을 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정중부였다.

“상장군께서 의지를 보여 거사를 성공시키셨고 폭군인 황상까지 폐주로 만드셨으니 다음 수순을 밟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양탁이 조금이라도 더 상장군 정중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물었다.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그 순간 모든 노장군들은 상장군 정중부에게 집중이 됐다. 이미 생각해 둔 것은 아마 신 황제로 황실 황자 누군가를 낙점했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이미 낙점을 하셨다면 황실의 어른이신 공예태후와 상의를 하셔서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탁성이 상장군 정중부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기탁성은 상장군 정중부와 공예태후의 미묘한 감정의 골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굳이 공예태후와 상의할 필요는 없지요.”

상장군 정중부의 말에 자리에 모여 있는 모든 노장군들은 놀라 눈이 커졌다.

“그, 그 말씀은 신하가 스스로 황제를 옹립한다는 말이 아닙니까?”

이건 무엄하고 무도하고 무례한 생각이라는 것을 이 자리에 모인 대장군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어찌 산하 된 자가 무도한 짓을 범할 수 있겠소.”

상장군 정중부는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그의 미소에는 차가운 암계가 숨어 있는 듯 했다.

“도통 노장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기탁성 대장군이 상장군 정중부를 보며 물었다.

“황실에서 다시 신 황제를 옹립하면 폐주와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손으로 우리가 원하는 황제를 옹립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거사가 아무리 대의와 명분이 있다고 해도 황실에서 본다면 무도한 반역자 일뿐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아무리 부정을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상장군 정중부의 말에 노장군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인상이 굳어졌다.신하된 자에게 반역이라는 말은 그 단어 자체로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거였다.

“그, 그렇지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황실에서 신 황제를 옹립하게 되면 후일 우리의 죄를 물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상장군께서는 신하로 황제를 스스로 옹립할 수 없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요. 우리가 스스로 할 수는 없지요. 우리는 단지 몇몇의 황족과 황자를 천거해 드리면 되는 겁니다.”

“천, 천거요? 누구에게요?”

기탁성은 놀라 다시 한 번 상장군 정중부를 봤다.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심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그렇고 이의방의 패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패거리?이 순간 상장군 정중부는 이의방과 이고 그리고 채원을 시전잡배처럼 불렀다. 역시 순간 힘을 잃은 그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 정중부였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들이 한 때 기세를 올리는 동안 자신은 웅크리고 있었느니 그것만으로 한없는 적의가 생겨났을 것이다.

“그것들이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습니다.”

“가만히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이의방은 떡 하니 무례하게 장군방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있고 이고는 고주망태로 술에 취해 있습니다.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을우의 말에 정중부는 조소를 머금었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채원 그놈은 더 패악을 일삼고 있습니다.”

“패악이라고요?”

정중부는 관심이 가는 듯 대장군 을우를 봤다.

“예. 내탕고에 손을 데려고 갔다가 두경승이라는 교위에게 움찔해서 돌아와서는 상궁을 희롱하는 맛에 빠져 있습니다.”

‘하늘이 나를 돕는군!’을우 대장군의 말에 상장군 정중부는 자신에게 하늘의 뜻이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거사의 대의가 실추되지 않게 자제를 해야 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작태를 보려고 상장군의 명을 받아 저희들이 목숨을 걸고 거사를 한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기탁성은 이제 새벽의 거사를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려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상장군 정중부를 앉히려 했다. 물론 그들도 거사에 동참을 한 인원들이었다. 하지만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은 이의방과 이고 그리고 정중부와 채원이었다.

물론 뒤에서 그 모두를 조종한 것은 겨우 위장인 회생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공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려는 노장군들이었다. 저리니 저렇게 상장군 정중부의 발아래에 바짝 모여든 걸 거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공도 있으니 후일 시간을 내서 제가 조금 꾸짖겠습니다.”

상장군 정중부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상장군의 심중에 계신 분이 누구입니까?”

기탁성은 너무나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상장군 정중부에게 물었다.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저를 도와 문신들의 동태를 더욱 철저하게 살펴야 하실 겁니다. 그리고 황실이 다시 준동을 하지 못하도록 살펴야 할 것입니다.”

“예. 저희는 상장군의 명만 따를 것입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하듯 노장군들은 그렇게 상장군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럼 가셔서 맡은바 소임을 다 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노장군들은 상장군 정중부에게 눈도장을 찍고 밖으로 나갔고 한 섬이 홀로 남은 상장군의 옆을 지켰다.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이옵니다. 저는 저렇게 표리부동한 자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한 섬의 말에 상장군 정중부는 피식 웃었다.

“그것이 현실이라는 거다. 내 비록 지금은 저들에게 웃어주지만 내가 궁핍할 때 내 옆을 지켜준 너를 저들보다 아래에 두지는 않을 것이다.”

상장군의 말에 한 섬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소장! 상장군께 충성을 다할 것이옵니다.”

“그래. 너의 충심을 나도 잊지 않을 것이야! 일어나라. 앞으로 그렇게 함부로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감, 감사하옵니다. 상장군!”

중랑장 한 섬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뭔가 잔뜩 궁금한 눈빛으로 상장군의 눈치를 살폈다.

“너도 내 의중에 누가 있는지 궁금한 것이냐?”

“그러하옵니다.”

“최소한 익양후는 아니다.”

“그러하옵니까? 그건 그렇고 어떻게 신 황제를 옹립하실 생각이옵니까? 황실의 제일 어른인 공예태후와 상의를 하지 않고는 아무 일도 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한 섬의 말에 상장군 정중부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상장군의 눈에는 공예태후를 증오가 가득했다.아마 그것은 자신이 가장 궁핍했을 때 외면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회생의 계략에 의한 거지만 공예태후도 상장군 정중부도 이 순간까지 모르고 있었다.정말 회생의 말처럼 급박한 순간에는 손바닥으로도 해를 가릴 수 있는 거였다.

“한 섬아!”

상장군 정중부는 부드럽게 자신의 중랑장인 한 섬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촉촉했지만 뭔가 한 섬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 목소리였다. 아니 바라는 것이 있었고 한 섬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예. 상장군!”

“종 4품 장군의 반열에 오르려면 그만큼 공이 있어야 한다. 참으로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네가 공을 세울 기회를 잃었구나.”

“아니옵니다. 저는 괜찮사옵니다.”

중랑장 한 섬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무척이나 아쉬워하고 있었다. 겨우 행수인 자가 그리고 또 산원인 자가 무신정변의 주역이 되어 장군방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 중랑장으로 이렇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쉽기만 한 중랑장 한 섬이었다.

“하지만 아직 공을 새울 기회는 참으로 많다.”

상장군 정중부의 말에 한섬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아마 다시는 오지 못할 최고의 기회일 것이다.”

상장군 정중부의 말에 중랑장 한섬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 기회를 시생에게 주소서.”

중랑장 한 섬의 행동에 상장군 정중부는 무릎을 꿇고 있는 중랑장 한섬을 내려 봤다.

“내가 무엇을 시키든 할 수가 있겠느냐?”

“하명만 하시옵소서. 무엇이든 시생은 상장군이 명하시는 일은 할 것이옵니다. 그것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라고 해도 시생은 주저 없이 할 것이옵니다. 시생에게도 기회를 주소서! 상장군!”

지금 상장군 정중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중랑장 한섬은 마치 전장에서 선봉을 바라는 장수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만큼 중랑장 한섬에게는 장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공을 새울 기회가 필요했다.아니 기회가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종 4품 장군이 되고 싶었다.

“기회라? 어디 너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기회를 만들어보겠느냐?”

“하명만 하소서. 무엇이든 할 것이옵니다.”

중량장 한섬의 말에 정중부의 눈빛이 싸늘하게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래. 뭐라도 기록이 되어도 상관이 없다. 그리고 그 기록도 내 눈치를 보며 앞으로는 하게 될 것이다.”

순간 한 섬은 상장군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뚫어지게 봤다.

“이리 가까이 와라! 네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뭔지 내 알려 줄 테니.”

그리고 한 섬은 상장군에게 가까이 갔다.

“더 가까이!”

상장군의 말에 한 섬은 자신의 귀를 더욱 가까이 가져갔고 상장군 정중부는 한 섬에게 뭔가 속삭였다.

“예? 그, 그것은,,,,,,.”

“왜 그리는 못하겠느냐? 왜 너도 세인들의 눈총이 두려운 것이냐?”

정중부가 한 섬을 뚫어지게 봤다.

“아, 아니옵니다. 어찌 상장군의 명을 거스를 수 있겠사옵니까?”

“바로 실행을 해야 할 것이다.”

상장군 정중부의 말에 한섬은 자신의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원래 사람으로 태어나서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신하도 그렇다.

하물며 검 하나로 외길을 가야 하는 무인에게는 더욱 그런 일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상장군 정중부는 그 무엇이 되었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중량장 한섬에게 지시했다.

“예. 상장군! 시생 명을 받자옵니다.”

한 섬은 다부지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 대답과 함께 자신이 종 4품 장군의 반열에 오르는 것을 떠올렸다. 황금빛 부월을 황제에게 하사받고 장군의 휘장이 바람에 날리는 그 모습을 지금 중랑장 한섬은 상상하고 있었다.

‘그래! 꼭 장군이 될 것이다.’바드득!깨무는 어금니 소리가 그의 굳은 의지를 표현하는 증거일 것이고 그와 동시에 상장군 정중부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운 새벽이슬처럼 싸늘하기만 했다.

이고는 노장군들이 말한 것처럼 술판을 벌리고 있었다. 워낙 술을 좋아 하는 위인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조정에서 그것도 백주대낮에 술을 마실 만큼 막가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다른 대장군들이 보란 듯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대정이 박도가 뭔가 말하고 싶지만 혹시나 취기가 오른 이고의 불호령이 떨어질까 봐 인상만 찡그렸다.

“너도 한 잔 주랴?”

이고는 옆에 가만히 서 있는 대정 박도를 봤다.박도는 이고가 꽤나 아끼는 대정이었다. 신분이 이고처럼 미천하여 그 재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고 의리가 있는 것이 자기를 닮은 것 같아 좋아 항상 옆에 두는 위인이었다.

“괜찮습니다. 산원나리!”

“왜 이 조정에서 그것도 백주대낮에 술독에 빠진 나를 훈계라고 하려는 것이냐?”

이고는 스스로 빈정거리듯 말했다.

“아니옵니다. 다 뜻이 있으시니 그러시겠죠.”

“제법이다.”

그 순간 이고의 눈빛이 변했다.

“그래. 상장군의 장군방은 어떠하더냐?”

사실 이고가 술독에 빠진 것은 모두 회생이 시켜서 한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상장군의 주변을 주도면밀하게 살피라는 회생의 부탁을 받은 상태였다.

“상장군의 장군방에는 잠시 등을 돌린 대대장군들이 다 모였습니다.”

“대장군들이 다 모여?”

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미 회생이 예상을 해 자신에게 알려준 일이었지만 상장군에게 대장군들의 힘이 실리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은 분명 아니었다.

“그러하옵니다. 그렇게 하루 만에 얼굴을 바꾸고 상장군의 발아래에 모여 들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 그리 담이 작고 줄 서기를 좋아하는 위인들이니 예상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 소응 대장군만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소응 대장군만?”

이고는 관심이 가는 듯 박도를 봤다.

“그렇습니다. 그만 상장군의 장군방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래? 참으로 모를 일이군. 가장 줄 서기를 잘하고 눈치를 보는 위인이 지금 상장군의 발아래 엎드리지 않고 뭘 하는 거지?”

“그런데 그의 옆에 망건이 따라 붙었습니다.”

“망건이? 원래 망건이야 이 소응 대장군의 충복이 아니더냐?”

“그렇기는 하옵니다. 하나 영특함이 여우같습니다.”

“아무리 망건이 여우라고 해도 이 소응 대장군이 소인배이니 크게 걱정할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잘 감시해라.”

“이미 은밀히 사람을 붙였습니다.”

“잘 했다. 다른 일은 없느냐?”

이고는 탁자에 앞에 놓여 있는 술잔을 들어 올려 들이키며 박도에게 물었다.

“상장군의 방에서 대장군들이 다 나가고 박순필을 상장군 정중부가 은밀히 따로 불렀습니다.”

“상장군이 이제 박순필을?”

이고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하옵니다. 그자는 언변이 좋고 세치 혀가 뱀 같아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다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위인입니다. 분명 상장군께서 그를 부르셨다면 무슨 일을 도모하시고자 하는 일일 겁니다.”

“누군가를 설득시키고자 하겠지?”

“그렇사옵니다. 분명 누군가를 설득해 자신의 편에 서게 하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은 붙였겠지?”

“그러하옵니다. 날랜 병졸들로 붙였습니다.”

“그래. 잘 했다. 박순필 그자가 어디로 가는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 산원나리!”

박도의 다부진 대답에 이고는 상장군 정중부가 떠올라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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