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62화 (62/620)

< -- 간웅 4권 -- >1. 소인배를 멀리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백화가 내 찡그린 얼굴에 나를 봤다.

“아무 일도 아니다. 이제 공예태후를 만날 차례겠지?”

“그렇습니다. 상공!”

난 나를 상공이라고 부르는 백화를 봤다.‘그럼 백화가 황후가 되는 것인가? 나를 상공이라고 부르니 말이다.’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운명 같은 것은 처음부터 믿지 않아.’난 다시 백화를 봤다.

“가자! 공예태후께서는 아주 중요한 분이시니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예. 상공!”

난 그렇게 급하게 다시 공예태후가 있는 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예태후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내탕고가 있는 곳을 지나야 한다.

난 그런 생각을 하자말자 그곳을 아직도 두경승이 지키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그가 아직도 지키고 있다면 그를 내 부하로 삼을 것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을 남건이라 말한 흑치석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조금씩 세력을 만들려 하고 있는 거였다.그리고 난 여전히 내 옆에 서 있는 무덕을 다시 봤다.

“어서 가라! 태자궁으로 지금 태자궁에 가지 않으면 다시는 태자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내 말에 지금까지 차분했던 무덕의 표정에 불안감이 쌓였다. 어쩌면 저 무덕이 사는 이유는 오직 하나 태자일 거다.저렇게 사랑이 전부인 여자가 있다. 그런 면에서 태자는 그래 불쌍한 남자는 아닐 것이다.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상장군 정중부가 결심을 했으니 모진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어서 가야 해.”

내 말에 무덕은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무덕은 나를 보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어쩌면 이 순간 나는 간신이며 간웅이며 난신적자일 거다. 하지만 저 여자에게만은 은인으로 기억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무덕은 바로 바로 돌아서서 태자궁으로 뛰었다. 아마 조금만 더 지나면 정중부가 칼을 뽑았으니 바로 아주 무도하게 험한 짓을 벌리게 될 거다. 그리고 태자와 저 사람 밖에 모르는 여자 무덕은 온갖 고초를 당하게 될 것이다.

“태자가 그리 가여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닐 거야.”

난 나도 모르게 멀어지는 무덕을 보며 혼잣말을 했고 그런 나를 백화는 물끄러미 봤다.

“저는 저 무덕이 참 무섭습니다.”

그리고 백화는 자신의 속내를 내게 보였다.

“그래! 나도 무섭구나! 하지만 저렇게 해야 이어갈 수 있는 사랑도 있는 걸 거다. 어쩌면 가장 불쌍한 연인이겠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이옵니까?”

백화는 앞으로의 일이 궁금한 듯 내게 물었다.

“정해진 수순으로 가는 것이지. 황제께서 폐위가 되시고 태자는 폐서인이 되어 어느 곳에 유폐가 되겠지. 그리고 그런 태자를 유일하게 따르는 여인이 무덕이 될 것이다.”

내 말에 백화는 다시 나를 빤히 봤다.

“왜 그렇게 나를 보는 것이냐?”

“이상하게 저는 상공께서 태자마마를 부러워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화의 말에 난 백화를 보고 피식 웃었다.

“내가?”

“그러하옵니다. 상공의 눈동자가 먹먹하옵니다.”

“그렇구나! 이상하게 이 순간이 아주 나는 먹먹하구나!”

난 그렇게 내 솔직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예상한대로 단단히 작심을 한 정중부는 자신의 부하인 중랑장 한섬을 시켜서 태자궁에 못질을 하는 일을 자행했다.

“이놈들! 이 무슨 패악무도한 짓이더냐? 내가 이 나라에 태자다. 어디 감히 이렇게 무례한 짓을 하는 것이더냐?”

태자는 한섬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그의 외침은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 거였다.그 순간 한섬이 태자를 싸늘한 눈동자로 노려봤다. 정말 평소에는 있을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태자는 폐위가 되어 이곳에 유폐가 될 것이다.”

한섬에게는 태자에 대한 경어도 없었다. 그저 한섬에게는 그냥 폐서인이 된 죄인만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뭐라? 지금 무어라 했느냐?”

“폐서인이 나오지 못하도록 문에 못질을 해라! 끼니 말고는 아무 것도 넣어주지 마라.”

한섬의 외침에 응양군 병사들이 일제히 태자궁에 못질을 했다. 그러자 더욱 놀란 태작 다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 무례한 것들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그때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무덕이 조심히 태자의 손을 잡았다.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아니 되옵니다.”

무덕의 말에 태자는 무덕을 노려봤다.

“뭐라고 했느냐?”

“지금은 분을 삭이시고 가만히 계셔야 하옵니다. 황제폐하께서 제가 그렇게 태자마마께 전하라고 하셨나이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후일을 도모하자고 하셨나이다. 그러니 옥체를 상하지 않게 자중하셔야 합니다.”

무덕의 말에 태자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 아바마마가 그렇게 말한 것이냐?”

“그러하옵니다.”

이 순간 다시 무덕은 거짓말을 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일 거다.

“만약 폐서인이 이문을 뚫고 나오면 가차 없이,,,,,,.”

한섬은 뒷말을 끝내지는 않았지만 병사들은 한섬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예. 중랑장!”

그렇게 태자궁은 폐쇄가 되었다.그것을 보고 모든 신하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누구 하나 막으려 하는 자는 없었다. 이것이 지금 상장군 정중부의 위세일 거다.그리고 속인들은 권력이 이의방에게서 정중부에게 넘어갔다고 쑥떡 거렸다. 또한 정중부는 바로 황실을 압박하기 위해 의종이 있는 내전도 봉쇄를 했다.

“상장군이 아주 작심을 하셨군!”

이고는 멀리서 이의방과 같이 정중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이죽거리듯 말했다.

“우유부단할 줄 알았는데 정말 무섭게 움직이고 있어.”

“그나저나 죽을 써서 상장군에게 줬군.”

이고는 차마 상장군을 개라고 하지 못해 그렇게 말했다.

“정말 그렇게 되고 있네. 하하하! 고려라는 죽을 써서 개한테 바쳤으니 말이야!”

이의방이 호탕하게 웃자 이고는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이의방을 봤다.

“지금 이게 웃을 일인가?”

“웃어야지. 그냥 지금은 웃어야지. 하지만 저 권세는 오래가지 못할 거야.”

이의방에 말에 이고는 뚫어지게 이의방을 봤다.

“무슨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 무슨 수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는 거네. 그렇게만 알면 되네.”

“정말인가?”

“그래. 정말이지. 그런데 채원은 어디에 갔나?”

이의방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채원이 떠올라 인상을 찡그렸다.

“그 화상이야 어디 가서 괜한 자들을 겁박해서 재물을 뜯고 있겠지.”

이고의 말에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어찌 그리 작은 것에 목을 메는 지 모르겠군.”

“천성이지. 그런 것은 천성!”

“그 탐욕이 끝내 화가 되어 채원을 삼킬 것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해. 하지만 말이야 자네도 어쩔 수는 없을 것이네.”

“나도 어쩔 수 없어?”

“그래. 내 집에 요즘 들어오는 재물이 얼마나 되는 줄 아나?”

이고의 말에 이의방은 이고를 빤히 봤다.

“재물이 들어온다고?”

“그렇다네. 내 뒤에 줄을 서려는 자들이 저기 떠다니는 구름보다 더 많더군. 그러니 자네의 집에는 오죽하겠나? 이미 문지방이 다 닿았을 것이야! 하하하!”

이고의 말에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무신 정변이 일어나고 일주일째 집에 들어가지 못한 이의방이었다. 그리고 그 집에는 무비가 있다는 것이 떠오르는 이의방이기도 했다.

“소탐대실!”

이의방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말이야 소탐을 하지 않으면 대득도 없단 말이네. 원래 작은 것부터 하나씩 얻는 것 아닌가.”

“대득이라,,,,,,.”

이의방은 그렇게 말하며 공예태후가 있는 궁을 봤다. 지금 그곳에는 자신에게 다시 권력을 가져다 줄 회생이 공예태후와 담판을 하고 있었다.

‘회생! 그 아이가 너무 커지고 있어.’이의방은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고 자신의 생각이 한 푼도 쓸모없는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피식 웃었다.‘내게 회생이 있어 지금 이런 대득을 꿈꾸는지도 모르지. 암 그렇고말고.’역시 이의방은 다른 무신들과는 다른 존재였다.

상장군 정중부는 대전회의의 기세를 몰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으로 황실의 금고라고 할 수 있는 내탕고 역시 손을 넣기 위해 움직였다.물론 실질적으로 움직인 인물은 중랑장 한섬이다.

중랑장!정5품 무관직이었다. 1,000명으로 조직된 영(領)을 지휘하던 장군(將軍)에 2명씩 딸려 있던 보좌관으로, 응양군(鷹揚軍)에 2명, 용호군(龍虎軍)에 4명, 좌우위(左右衛)에 26명, 신호위(神虎衛)에 14명, 흥위위(興威衛)에 24명, 금오위(金吾衛)에 14명, 천우위(千牛衛)에 4명, 감문위(監門衛)에 2명, 도외부(都外府)에 1명, 충용위(忠勇衛)에 12명 등 103명의 중랑장이 있었다.

103명이 있다고는 해도 절대 낮은 직위는 아니었다.지금 그런 한섬이 겨우 교위가 지키고 있는 내탕고를 차지하기 위해 응양군을 이끌고 가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 정중부가 득세를 하니 응양군 역시 기고만장해서 날뛰고 있었다.

그것을 상장군 정중부는 막아야 했으니 그들이 날 뛰는 것이 자신의 세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겼는지 뭐라고 하지 않았고 한섬 역시 기고만장해 있었다. 마지 한섬은 자신이 정 4품 장군이라도 된 듯 행동을 했다.

아마 정중부가 이번 일이 잘되면 장군의 반열에 올려준다고 약속을 한 모양이었다.

“저 놈을 그냥 보고 둘 수는 없지 않나?”

이고는 날뛰는 한섬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냥 두게! 하루살이는 하루를 사는 것이야! 그 하루라도 원대로 그렇게 살게 둬야지.”

이의방은 이번에도 느긋해 보였다.

“자네는 뭘 그렇게 믿고 있는 거야?”

“믿을 만 한 게 있으니 믿지.”

그렇게 이의방은 병사들을 이끌고 내탕고로 가는 한섬을 그냥 보고만 있었다. 그때 내탕고 쪽에서 아직도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 거리고 오는 채원의 모습을 보고 이의방이 인상을 찡그렸다.‘저 소인배와는 거리를 둬야겠군.’이의방은 씩씩거리며 오는 채원을 마음속으로 소인배라 생각을 했다.

“자네는 이 급박한 순간에 어디를 다녀오는 건가?”

이고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난 채원을 보며 물었다.

“내 그 육시랄 놈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야!”

“육시랄 놈? 그게 누군데?”

“누구긴 내탕고를 지키는 그 두경승이라는 교위 놈 말이야! 겨우 위장 주제에 나를 업수이 여겨!”

채원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고를 보며 씩씩거렸다. 정변이 일어난 이 황실에 또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 바로 요즘 두경승이었다.

겨우 교위 주제에 100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지금까지 내탕고를 지키고 있느니 이야기 꺼리가 되는 거였다.교위!중앙군 2군 6위의 정9품 위(尉)와 마찬가지로 고려시대 군대의 최하위 부대인 대(隊) 둘로 편성되는 오(伍)를 통솔하였으며, 그 아래에는 대를 통솔하는 대정(隊正:종9품)이 있었다.

북계에는 서경(西京)을 비롯하여 안북부(安北府) ·영덕성(寧德城)과 구주(龜州) 등의 24개 주, 위원진(威遠鎭) 등의 11개 진, 통해현(通海縣) 등의 6개 현에 모두 교위 680명이 있었다. 또 동계에는 안변부(安邊府)의 12명을 비롯하여 화주(和州) 등의 6개 주, 서곡현(瑞谷縣) 등의 13개 현, 원흥진(元興鎭) 등의 7진에 189명이 배정되어, 양계에는 총 878명의 교위가 있었다. 바로 지금 내탕고를 지키고 있는 자가 바로 교위인 두경승이었다.

“자네 그럼 내탕고에 갔었다는 말인가?”

이고는 채원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갔다 왔지.”

“그곳은 황실의 창고이네. 그곳에 가서 뭘 하려고 갔는가? 괜한 구설수에 오르게 왜 내탕고에 간 것인가?”

이고는 채원을 질책하듯 말했다. 이고의 말에 채원은 인상을 찡그렸다.

원래 탐욕한 자는 다른 이의 말을 듣기 싫어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충고나 간언 같은 것은 더욱 듣기 싫어한다.그런 특징들 때문에 이 고려뿐만 아니라 중국의 많은 영웅들도 어떤 이는 성공한 황제로 또 어떤 이는 폭군으로 구분이 된 것이다.

그 가장 좋은 예로 한고조인 유방과 항우를 들 수 있고 조조와 원술을 비교 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또 지금의 이의방과 채원으로 구분되어 질 것이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내 병사들은 얻는 게 없어. 이래 가지고 나를 믿고 목숨을 걸고 성공한 거사라고 할 수 있는가? 아랫것들을 챙기지 않으면 반감을 사게 되는 거야!”

채원의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건드리려고 했던 곳이 바로 내탕고라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그래도 내탕고를 어찌 이보게 의방! 자네도 무슨 말을 해 보게.”

이고는 이의방에게 말했지만 이미 이의방은 고개를 돌려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채원과 말을 하기 싫다는 듯 자신의 장군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왜 나랑은 이제 말도 하기 싫다는 거야?”

채원은 이의방의 행동에 인상을 찡그렸다.

“어디 그렇기야 하겠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니 머리가 아프고 다음 일을 생각하기 위해 간 것이지. 까딱 잘못하다가는 정말 상장군에게 죽을 써서 바치는 꼴이 되니 의방도 머리가 아픈 거네.”

“아무리 그래도 나랑 말하기 싫다는 거야? 뭐야?”

“하여튼 내탕고에 간 것은 잘못이네.”

이고는 채원을 책망하든 말했다.

“가면 뭐하나 그놈의 두경승 때문에 창피만 당하고 왔지.”

“하하하! 그럴 것이야! 내가 여러 사람을 만나지 않았어도 그 두경승만큼 꽉 막힌 벽은 나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네.”

“그래. 벽이야! 벽! 그런데 회생은 어디에 갔나?”

채원은 갑자기 회생을 찾았다.

“왜 회생을 찾는 거야?”

“뭐 개인적으로 시킬 일이 있어서 그러지.”

사실 채원이 회생을 찾는 것은 자신이 아무리 움직여도 들어오는 것이 회생이 준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회생을 잘 구슬려서 더 많은 것을 뜯어내려고 찾는 거였다. 물론 채원은 속이 좁고 탐욕한 자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그 나름의 야망이 있었고 철학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그 야망을 위해서 달리고 있는 거였다.

‘부하들을 챙겨주지 않으면 충성을 하지 않아.’채원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채원의 부하들은 누구보다 채원에게 충성을 다했다. 어쩌면 이 황궁을 과감하게 불을 지를 수 있었던 것도 채원이 미리미리 그렇게 탐욕을 부려서 병사들을 챙겨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채원은 멀리 차갑게 등을 돌리고 가버린 이의방을 노려봤다.‘혼자 도도한 척은 다 하고 있지만 끝내 넌 나보다 더 큰 도적이다.

’채원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이의방을 노려봤다. 그렇게 이의방과 채원의 사이는 금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정해진 수순일 거다.권력이라는 것이 원래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런 일이 조금씩 일어나는 거였다.

‘이의방에게서 회생을 빼앗아 와야 해.’채원은 그런 생각을 하며 이고를 봤다.

“이고 자네!”

“왜 그러는가?”

“거사를 성공시키면 뭐 하는가?”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려고 이래?”

“내가 아는 자네는 물욕도 없고 계집에 대한 흑심도 없는 무인이지. 어쩌면 이 고려 조정에 유일한 무인이 바로 자네일 거야!”

이고는 채원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왜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가?”

“자네의 누이를 죽인 년이 이의방의 사택에 가 있는데 그냥 두고 보고만 있을 건가?”

채원의 말에 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만하게.”

“나와 자네가 뭐가 아쉬워서 저 도도한 이의방의 일을 돕고 있는 건지 나는 요즘 모르겠네.”

채원은 본격적으로 이고와 이의방을 이간질했다.

“이간질은 나쁜 것이네.”

“하지만 자네의 불천지 대원수는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이의방의 계집이 되어 있을 것이야!”

채원의 말에 이고는 주변을 살폈다.

“지금 그 소리를 누가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가?”

“누가 있다고 들어?”

“이 궁에는 벽에도 귀가 있다는 소리를 못 들은 것인가?”

“벽도 없는데 무슨 걱정인가?”

채원의 말에 이고는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나도 당장 그년을 요절내고 싶지만 그년만이 옥새의 행방을 안다고 하니 참고 있는 것이야!”

“그렇지. 그게 변명이지. 하지만 말이야. 도장 같은 것은 다시 만들면 그만이지 않나?”

채원의 말에 이고는 채원을 뚫어지게 봤다.

“지금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나랑 같이 손을 잡자는 이야기지. 저 도도한 이의방이 자네를 위해서 뭘 해줄 것 같나?”

“으음.”

이고는 잠시 신음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채원을 봤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분열을 하면 누가 제일 좋아할 것 같나?”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상장군 정중부겠지. 아무리 내가 그 무비 년이 밉고 죽이고 싶어도 내가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네. 그러니 자네도 괜한 소리로 서로를 이간질해서 화를 당분간은 만들지 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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