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3권 -- >
“하오나 저희의 대의명분은 고려 사직을 바로잡는 것이옵니다. 난신적자를 처단하고 황상을 올바른 길로 모시는 것이 신하 된 자의 도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목숨을 내놓고 거사를 한 것이 아니옵니까?”
이의방은 다시 한 번 반대 의견을 냈다. 물론 마음으로는 황상을 폐위시키고 싶어 안달이 난 이의방이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수순에 그마저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내가 말했기에 저런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맞네. 고려 사직을 바로 세우는 것이네. 고려는 현 폭군의 것이 아니네. 이 고려는 만백성의 것이야!”
상장군은 이제 이의방과 대립을 했다. 원래 그는 이러려고 이 자리에 나왔을 것이다.
“하오나 시생은…….”
“만약 현 황제를 폐위시키지 않는다면 우리의 대의는 항상 시험과 도전을 받아야 할 것이네. 밖으로는 오랑캐인 여진이 금나라를 세워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네. 그리고 안으로는 난신적자들이 판을 치고 있어. 그러니 이제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새로운 고려를 열어야 하는 거야!”
정중부는 일장 연설을 하듯 소리쳤다. 그리고 난 이쯤에서 빠져나오라는 신호를 이의방에게 줬다. 이의방 역시 알았다는 신호를 내게 보냈다.
“으음. 시생은 식견이 높지 않아 모르겠나이다. 그럼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문신들에게 묻겠습니다. 현 황제 폐하를 폐위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까?”
내가 빠져나오라고 하는 순간 이의방은 알았다고 눈치를 보내고서도 문신들을 걸고넘어졌다.
“대, 대의를 위해서라면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게 문신들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이의방은 침울한 표정으로 더는 말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이제 결정을 합시다. 현 황제를 폐위하고 새로운 황제를 옹립하여 새로운 고려를 여는 겁니다.”
정중부는 마치 공포를 하듯 말했다.
“옳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 고려의 지존이 폭군이어서는 안 됩니다. 늦었어요, 늦었어!”
이소응이 마지막 일침을 가했다. 그리고 그렇게 의종을 폐위하는 것으로 조정의 중론이 모아졌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무신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진 거다. 하지만 결국 의종은 폐위당했다.
“그런데 이 모든 사달을 만든 태자는 어디에 감금되어 있는가?”
정중부는 이미 뽑은 칼이라 그런지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려는 것 같았다.
“현 태자야 당연히 태자궁에 있지 않습니까?”
이의방은 태자가 황제와 같이 내전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태자궁에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역시 내가 미리 알려준 것을 앵무새처럼 말하는 거였다. 누구도 새벽에 일어난 일을 몰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태자는 내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태자궁에 있어야 하는 거다.
“우선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 태자부터 폐서인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오.”
정중부의 말에 대전이 술렁였다.
“태자마마를 폐서인시킨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의방은 다시 한 번 난색을 보였다. 솔직하게 정말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바로 이의방이었다.
“이 행수! 자꾸 여린 마음에 인정을 두려 하지 마시게.”
정중부는 단호하게 말했고, 이의방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말 연기력 하나는 타고난 이의방이었다.
난 그런 이의방을 보며 어쩌면 그가 내가 평가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식견이 부족하여 나를 찾는다? 아닐지도 몰라!’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나는 이의방을 봤다. 그는 무척이나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말 대종상 주연배우감의 연기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속에서 구역질이 밀려왔다.
어쩌면 이건은 내 행동의 모순일 거다. 모든 것은 내 행동에서 비롯되었으니. 그런데 난 저들이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불세출의 속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불세출의 속물?어쩌면 그것은 이 순간 나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9장 황제! 그 아비의 이름으로공예태후가 있는 전각.싸늘한 분위기가 얼음처럼 차다. 하지만 지금 상궁을 노려보고 있는 공예태후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화산처럼 강렬했고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뭐라고 했느냐?”
공예태후의 앙칼진 목소리가 전각 담을 넘고 있었다. 공예태후는 지금 자신에게 보고하고 있는 한 상궁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상궁은 공예태후의 분노가 자신에게 미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아무리 무부들에 의해 황실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는 해도 공예태후의 권위는 그대로인 듯했다.
아마 그것은 용호군 때문일 거다. 만약 공예태후가 죽기를 각오하고 용호군을 이용해서 황궁에 불을 지르고 혼란을 야기한 채원과 순검군들을 제거할 마음을 먹었다면 이렇게 무부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난 일에 대한 후회일 뿐이다. 채원 역시 공예태후가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까 해서 여차하는 순간 용호군 대장군의 부관쯤 되는 중랑장을 포섭해둔 상태였다, 용호군 대장군에게 태후의 상궁이 가면 거침없이 용호군 대장군을 죽이겠다고 약조를 받은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태후가 황궁이 불탈 때 움직이지 않은 것이 황실과 고려를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자신보다 품계가 높은 중랑장을 채원이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무신들이 괄시를 받고 있다는 증거였고 또 채원이 중랑장의 비리를 손에 쥐고 있다는 의미였다.
“내가 묻지 않느냐!”
이 순간 공예태후가 얼마나 대로했는지 그의 이마에 핏발이 서려 있었고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상궁을 잡아먹을 것 같았다.하지만 이 순간 주목해야 할 것은 분노한 공예태후만이 아니라 공예태후가 궁궐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어느 정도 보고받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 역시 회생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공예태후와 내전 상궁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놓은 상태였다.물론 그것을 하기 위해 회생은 상당한 양의 재화를 내전 상궁에게 쥐여 주면서 온갖 협박을 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각들에 배치된 상궁들이나 환관들은 여전히 공예태후의 눈과 귀가 되고 있었다.
“말씀 올린 그대로입니다. 무부들이 대전에 모여 황상 폐하의 폐위를 논의하고 있다 하옵니다.”
“뭐라! 어리석은 무부들이 끝내 일을 꾸민다는 말이냐?”
이미 공예태후는 자신의 아들인 의종의 폐위를 예견하면서도 그것이 실행에 옮겨지는 대전회의에 분노했다.
“그 자리에 누가 누가 있더냐?”
“그 자리를 주관하고 있는 것은 상장군 정중부라고 하옵니다.”
상궁의 보고에 공예태후의 눈동자에 불이 튀었다.
“그 늙은것이 끝내 나랑 척을 지겠다는 것이지! 태자를 겁박하고 나를 모욕한 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신하 된 자가 그렇게 황제를 폐위시키는 일에 선동이 되고 있단 말이지!”
공예태후는 소리를 질렀다.
“그, 그러하옵니다. 상장군 정중부가 주동이 되어 있다고 하옵니다.”
“또 그 자리에 누가 있더냐? 그리고 또 누가 있어 그 망할 놈이 자행하는 일을 막고 있더냐?”
“꽤 많은 문신들이 대전에 모여 있으나 입도 뻥끗하지 못하고 있다 하옵니다.”
“입도 뻥끗 못하고 있어?”
“그러하옵니다. 그저 대전에는 무신들만 득세하고 있다 하옵니다.”
“으음. 그렇게 충의를 부르짖던 것들이 그래, 한낱 무부의 칼 앞에 찍소리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냐?”
“그러하옵니다. 조영인 공이 있으나 뭐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궁은 대전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 공예태후에게 보고했다.
“조영인 그자마저도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냐?”
“송구하옵니다, 태후마마!”
“정말 황상에게 이리도 충성스러운 신하가 하나도 없단 말이냐?”
공예태후는 이 순간 가슴을 치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또 누가 황상을 폐위하자고 세 치 혀를 놀리더냐?”
“이소응 대장군과 을우 대장군이 상장군 정중부에게 동조하고 있는 듯합니다. 오직…….”
이 순간 상궁이 공예태후의 눈치를 봤다.
“또 무엇이냐? 오직 뭐?”
공예태후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상하게 태자마마께 위해를 당한 이의방 행수만이 오직 홀로 황제 폐하의 폐위를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의방만 홀로?”
공예태후는 지금 이의방을 선택하고 있다.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생각을 상궁의 말을 들으며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하옵니다. 하오나 대전의 중론이 모두 다…….”
“모두 다 황상의 폐위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지?”
“그, 그러하옵니다, 태후마마!”
상궁은 마치 자신의 죄처럼 말했다. 태후는 이 모든 일을 꾸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중부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내 절대 정중부 그자를 용서치 않을 것이야!”
공예태후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고,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해월은 ‘드디어 희대의 사기극이 펼쳐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는 다시 대전으로 가서 대전의 분위기를 더욱 소상히 알아 와라.”
공예태후는 다시 상궁에게 명령을 내렸다.
“예, 태후마마의 명을 받자옵니다.”
상궁은 공예태후에게 예를 갖추고 조심히 밖으로 나갔다.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공예태후는 상궁이 나가자마자 바로 해월에게 물었다.
“무엇을 말씀이시옵니까?”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이의방을 얼마나 믿어야 하는 것이냐?”
“그 말씀은…….”
이 순간 해월은 무엄하게도 공예태후의 앞에서 말꼬리를 흐렸다.
“지금 이의방이 황실의 편에 서고 있지만 그 역시 무부다. 그런데 그를 얼마나 믿고 의지해야 하는 것이냐?”
“그보다 그 아이를 부르심이 어떠하시옵니까?”
“그 아이라?”
“회생이라는 위장 말이옵니다.”
해월의 말에 공예태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의방을 움직이고 있는 자는 분명 회생일 겁니다. 그 아이가 충의가 높다면 이의방은 권력을 탐할지라도 황실을 핍박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이의방이 권력을 가져도 황실을 핍박하지는 않는다?”
“그러하옵니다. 최소한 정중부처럼 무도하게 황실을 모독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해월은 회생과 같은 길을 가려고 했다. 아무리 봐도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은 회생에 의해서 꾸며지고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의심이 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 원래 황제는 존엄한 존재인 것이다. 그 아래에서 황상을 도와 일하는 자가 어느 정도 권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 좋다. 내 지금 당장 회생 그 아이를 만날 것이다.”
“예, 태후마마!”
“너는 당장 가서 회생을 데리고 오라.”
“예, 태후마마!”
“그리고 익양후에게도 은밀하게 연통을 넣어라.”
그 순간 해월은 이제 공예태후가 어미에서 태후로 바뀌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예. 뭐라고 언질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이 어미가 곧 부를 거라 하여라.”
“알겠나이다.”
“어서 가라, 어서 가!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예, 태후마마!”
해월은 짧게 예를 표하고 공예태후가 있는 방을 빠져나왔다.
“정중부! 네놈이 끝내 나를 모욕하고 내 아들을 폐주의 길로 인도했단 말이지! 후인들이 볼 역사가 두렵지 않은 모양이구나! 내 반드시 네놈의 가문을 멸문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여인이 정중부와 그의 가문에 한을 품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 회생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잘하셨소?”
백화는 공예태후전에서 나오는 상궁에게 묵직한 것을 전하면서 물었다.
“이런 것을 받자고 한 일은 아닌데…….”
“넣어두시오.”
백화는 짧게 말했다.
“고맙소. 내 부탁드린 것은 잊지 말아주시오.”
“회생 위장과 이의방 행수께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대정으로 있는 그대의 조카를 중하게 쓰실 거라고 하셨소.”
“고맙소이다.”
“그리고 시시각각 태후전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상히 우리에게 알려주셔야 할 것이오.”
“물론이오.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타지 않았습니까? 호호호!”
조금 전 공예태후에게 보고를 올린 상궁마저도 회생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만큼 회생은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고려의 대전!여전히 이의방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으음. 예. 시생은 상장군의 뜻을 따르겠나이다.”
“그리고 폐주가 있는 내전을 철저하게 막아야 할 것이오.”
이제 정중부는 한발 더 나가 의종을 폐주라고까지 했다. 그 순간 문신들은 표정이 굳어졌고 대장군들 역시 표정이 밝지 않았다.
“옳은 말씀입니다. 폐주지요. 이제 폐주지요.”
대장군 을우가 상장군 정중부의 말을 거들었다. 내 눈에는 정말 앞날도 모르고 날뛰는 무부들처럼 보였다.‘어찌 될지도 모르고 날뛰는구나!’난 정말 상장군 정중부와 그에게 줄을 선 대장군들을 조롱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둥이를 놀리면 일이 틀어진다는 걸 알기에 꾹 참았다.
“또한 내탕고를 장악해야 할 것이오.”
정중부의 말에 모두들 놀라며 그를 봤다.
“내탕고를요?”
“이제 그 내탕고는 폐주의 것이 아니니 닫아야 하는 것이 옳은 수순일 거요. 그리고 부화뇌동하는 것들이 함부로 내탕고에 손을 대지 못하게 막아야 할 것이오. 무신들 중 내탕고에 손을 대는 자가 있다면 그자로 인해 우리의 대의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오.”
정중부의 말에 이 자리에 없는 채원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그 욕심만 많은 자가 어디에 있는지…….’이런 생각을 하면서 난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 백이면 백, 채원이 있는 곳은 내탕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왕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곳에 두경승이 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내탕고를 지키고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이제 대의를 위해 행동할 때입니다. 폐주는 내전에 감금하고 그곳의 문을 모두 폐쇄하시오.”
정중부는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예, 상장군!”
그와 동시에 이광정이 빠르게 대답했다.
“좋소. 이 별장이 그 일을 맡아 하시오.”
“예, 상장군!”
이광정은 다시 한 번 대답한 후 나를 봤고, 난 그저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 이고, 자네는 견룡을 이끌고 가서 내탕고를 접수하라.”
상장군 정중부는 마치 자신이 이 모든 거사를 주관한 것처럼 대전회의를 이끌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정중부가 바라고 있었던 일일 거다.
“예. 시생이 철저히 내탕고를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정중부는 이의방을 봤다.
“그대는 태자를 태자궁에 다시 한 번 단단히 유폐시키고 어떤 망동도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해라.”
“예, 상장군!”
이의방 역시 속으로는 정중부가 가소롭게 여겨졌지만 이미 이 대전에 오기 전에 나랑 약속한 것이 있어서 순순히 정중부의 명을 받았다.결국 이렇게 의종은 폐위의 수순을 밟았다.
이제 신황제가 등극하면 황제는 목숨을 잃게 되거나 오지로 유폐될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공예태후와 정중부는 철천지원수가 된다.그럼 된 거다.
‘이제 드디어 무인의 시대가 열리는 거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이의방과 정중부를 봤다.
정중부는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는 생각에 표정이 밝아 보였고, 이의방은 속으로는 자신이 예상한 대로 일이 되어서 기뻤겠지만 겉으로는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지금 보기에 승자는 정중부 같았다.
하지만 곧 이의방이 승자의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늙은 여우! 넌 공예태후를 너무 무시했어.’난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히 대전을 빠져나왔다.
이제부터 정말 본격적인 진검 승부인 거다.의종을 폐위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황제를 옹립하는 거였고, 나와 이의방은 이미 그 일에 착수한 상태였다.
그러니 지금 상장군 정중부의 위세는 정말 시쳇말로 3일의 위세인 것이다.‘3일천하도 아니고 겨우 3일도 못 갈 위세를 부리고 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