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6화 (56/620)

< -- 간웅 3권 -- >

“그대, 검을 차고 있군.”

의종은 뜬금없이 왕준에게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워낙 사태가 급박하여 불충하게 황상 폐하를 뵈옵는 곳까지 검을 차고 왔나이다. 용서하소서, 황제 폐하!”

“아니다. 이런 급박한 사태를 만든 것이 짐이니 이해한다.”

“황공하나이다.”

“그 검을 잠시 내게 빌려줄 수 있겠나?”

순간 왕준은 의종의 말뜻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노신은 처음부터 황상 폐하의 검이옵고, 또 조정에서 내쳐졌을 때도 황상 폐하의 검이었사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사옵니다. 그러니 그런 황망한 말씀은 않으셔도 되옵니다, 폐하!”

“그래! 그대는 그런 신하였지. 하지만 지금 허리에 차고 있는 그 검을 내게 빌려주게.”

다시 한 번 의종이 검을 빌려달라는 말에 왕준은 조심히 일어나 두 손으로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을 뽑아 의종에게 천천히 다가가 조심히 내밀었다.

“폐하께서 검을 좋아하는 이 노신에게 처음 하사하신 검이옵니다.”

“그런 검이었나?”

의종은 검을 받아 들고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잠시 검을 물끄러미 보다가 왕준을 노려봤다. 그와 동시에 의종이 왕준에게 검을 겨눴다.

“지금 그대가 짐을 기망하는 것이라면 이 검으로 나를 베어라.”

순간 내전 안은 정적에 싸였다. 왕준은 의종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의종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내친 자신을 다시 불러들인 거였다.그런데 만약 자신이 지금 의종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가 정중부나 이의방에게 말한다면, 진정 황제로서 크나큰 치욕을 당하게 될 거라 생각하여 그런 치욕을 당하지 않게 지금 죽으려고 하는 거였다.

“화, 황상 폐하! 노, 노신을 믿으셔야 합니다.”

“짐은 그대에게까지 배신을 당하고 모진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그대의 검에 태자와 함께 죽고 싶다.”

의종의 말에 태자는 놀라 의종과 왕준을 봤다.

“화, 황제 폐하!”

왕준은 바로 자리에 엎드렸다. 그리고 자신을 내친 황제를 위해 늙은 노신은 눈물을 흘렸다.

“신의 가병이 지금 황궁으로 진격하고 있나이다. 은밀히 움직이는 것이니 황제 폐하께 더 이상의 치욕은 없을 것입니다.”

“믿어도 되겠는가?”

“믿으십시오, 황상 폐하! 노신의 가병은 무부들과 겨뤄도 절대 약하지 않나이다.”

“그래. 짐도 그것은 알고 있다.”

“이 노신이 반드시 다시, 흔들리는 사직을 바로 세워놓겠나이다.”

“고맙소.”

의종은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 순간이 얼마나 피가 거꾸로 흐르는 순간이었는지 의종이 깨문 입술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렀다.

“태자!”

“예, 아바마마!”

“너는 다음에 황제가 된다면 충신을 버리는 어리석은 황제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 아, 아바마마!”

“가지고 오라!”

의종의 말에 태자는 조심스럽게 희고 고운 비단 천을 가지고 왔다.

“여기 있나이다.”

태자는 조심히 비단 천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의종을 봤다. 이건 의종이 미리 태자에게 지시해둔 일이었다. 그리고 의종은 비단 천을 물끄러미 봤다.그것도 잠시, 들고 있던 검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베었다.

“으음!”

황제는 알싸한 고통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몸에 이렇게 상처가 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스스로 상처를 낸 것도 처음이었다.

“화, 황상 폐하!”

왕준은 놀란 눈으로 의종을 봤다. 하지만 의종은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비단 천 위에 혈서를 써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고희를 넘어선 노신 왕준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렇게 한동안 참으로 서글픈 시간이 흘러갔다.의종은 끝내 혈서를 다 쓰고 그 혈서가 적힌 비단 천을 왕준에게 내밀었다.

“그대의 충정에 대한 보답이다. 짐이 이 수난을 이겨낼 수 있다면 짐과 태자는 그대와 그대의 가문과 함께 이 고려를 이끌어갈 것이다.”

“황공하나이다.”

이 순간 왕준은 너무나 감격스러워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두 손으로 의종이 내리는 혈서를 조심히 받았다.감격의 눈물!늙은 신하가 흘린 것은 감격의 눈물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가 진정 충신이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일 것이다.

만약 그가 진정한 충신이었다면 무인들이 황궁을 불태우고 궁에서 문신들을 도륙하고 개경에 있는 문신들을 참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때 사병을 이끌고 황궁으로 달려왔어야 했다.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고 관망했다.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관망하고 있었다.물론 그를 충신이라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의 충심에는 고려의 황실보다, 고려의 사직보다 자신과 가문의 안위에 대한 마음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그는 충신일까, 아니면 때를 노리는 기회주의자일까?그것은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짐과 사직을 보존해 주시오.”

“노신이 반드시 무부들을 척살하겠나이다.”

왕준은 그렇게 답하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가 무신들을 존중한 것은 그들이 이 고려를 받치는 기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거사를 한 무부들은 왕준에게는 그저 권력을 탐하는 무부들에 불과했다.이제 드디어 자신이 움직여야 하는 순간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신이 반드시 사직과 황상 폐하를 지켜낼 것입니다.”

“짐은 그대만 믿을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황상 폐하!”

“이 새벽이 지나고 그대와 함께 여는 새로운 아침을 보고 싶다.”

“이 노신이 그렇게 만들겠나이다.”

“물러가 짐과 황실을 겁박하는 무부들을 척살하라!”

“신 왕준! 황상 폐하의 명을 받자옵니다”

왕준은 그렇게 말한 후 조심히 일어나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났다.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그와 의종이 새롭게 열 아침이 아니라 회생이 꾸민 계략의 결말이었다.왕준은 바로 내전의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나와서 그를 호위하던 사병을 봤다.

“왕희는 어디쯤 오고 있느냐?”

“지금이면 황궁으로 들어서는 대로에 당도했을 것이옵니다.”

“그래. 내 오늘 이 노구를 이끌고 조정과 황실을 겁박하는 무부들을 응징할 것이다.”

왕준은 그렇게 다짐하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가자! 우선 장군방으로 가서 상장군 정중부와 대장군들을 척살할 것이다.”

“하오나 이끌고 오신 병력이…….”

“나를 따르는 무장들이 나를 막지는 않을 것이다.”

왕준은 스스로 자신을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는 무신들에게 어른이라는 소리를 듣는 인물이었다.

“그래. 두경승이 있었지. 너는 지금 내탕고로 달려가 두경승을 데리고 와라.”

“두경승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강직한 성품의 그라면 나를 따를 것이다.”

두경승은 내탕고를 지키는 교위직을 수행하고 있었다.그의 휘하에는 100여 명의 장졸이 있었다. 이 순간 100명의 장졸이면 충분히 상장군 정중부와 대장군들을 척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존명!”

사병 하나가 목례를 하고 빠르게 내전 정원을 뛰어나가려고 했다.그때 백화가 던진 비수가 그의 가슴을 향해 파고들었다.//날아들었다.쉬웅!바람을 가르고 날아간 비수였지만 앞으로 달려 나가던 사병은 날아드는 비수를 확인하고 자신의 검으로 쳐내며 주변을 노려봤다.

“웬 놈이냐!”

이미 내 뒤에는 이고와 100여 명 정도의 견룡군 장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일은 착착 진행이 됐다.

“무슨 일로 그리 내전을 급히 나서는 것이옵니까?”

이고가 나무 그늘 어둠 속에서 나오더니 웬 놈이냐고 소리친 사병을 무시하고 왕준을 보며 소리쳤다.

“너, 너는…….”

왕준은 갑작스러운 이고의 출현에 놀라 눈이 커졌다.

“어르신! 소인 이고, 인사 올립니다.”

이고는 정중하게 왕준에게 허리를 굽혔다.

“이제 모든 것이 끝이 났사옵니다. 그러니 허망한 길로 가지 마시고 순순히 검을 내려놓으십시오.”

“이고! 이노오옴!”

왕준은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네 이오옴! 네 어찌 이리도 무도한 짓을 벌인단 말이냐?”

자신이 한없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왕준은 의연히 소리를 쳤다.하지만 내가 보기에 왕준은 이미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짐작하는 눈빛이었다.

“왜인지 진정 모르십니까?”

이고 역시 처음의 정중함은 어디로 갔는지 왕준에게 소리를 질렀다.

“너희 무신들이 핍박을 받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황상 폐하와 사직을 겁박하는 것은 불충의 죄다.”

이고는 문신인 왕준에게 논쟁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인상을 찡그렸다. 이렇게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데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도 더러 있는 법이다.

“그 황제가 부덕하고 광폭하며 고려 사직을 존망의 위급으로 몰고 가면 어찌하실 것입니까?”

난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서서 왕준에게 물었다. 왕준은 어둠 속에서 나온 내 얼굴을 확인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너, 너는 그 어린 환관이 아니더냐?”

“인사가 늦었습니다. 견룡군 위장 이회생이라 하옵니다.”

“겨, 견룡군 위장 이회생!”

“그러하옵니다. 왕준 대감을 기망한 것은 송구하옵니다.”

내 말에 왕준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나는 그를 봤다. 이미 그의 사병들은 잔뜩 긴장하며 왕준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싸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하고 있었다.

“네, 네놈이 나를 속였던 것이냐?”

“속이기는 하였으나, 이리 급히 대전을 찾으신 것은 왕준 대감께서 어리석으셨습니다.”

“고얀 놈!”

왕준은 나를 노려보며 소리를 쳤다.

“송구하옵니다. 하지만 이미 빠르게 몰아치는 신풍을, 어찌 어둠으로 잠들어가는 구풍으로 막으시려 합니까?”

“뭐라?”

“이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물살입니다.”

내 말에 왕준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신하 된 자가 어찌 군왕을 겁박할 수 있느냐!”

“그럼 부덕하고 패악한 걸왕을 몰아낸 탕왕은 어떻게 보십니까?”

내가 고사를 들어 이야기하자 왕준이 나를 유심히 봤다.

“겨우 위장 주제에 걸왕과 탕왕을 아느냐?”

“그것이 문신의 눈이옵니다. 어찌 사람의 인품과 학식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시옵니까? 또 어찌 검을 잡은 무신들이 항상 어리석다고만 생각하십니까?”

“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

왕준은 내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셨습니까? 진정 그러셨습니까?”

나는 따지듯 되물었다.

“나는 무신들을 중히 여기며 대했다.”

“아닙니다. 왕준 대감께서는 그러신 적이 없습니다.”

“뭐라? 이 무슨 궤변이냐?”

“왕준 대감께서는 무신들을 어리석게 여기시고 가엽게 여기신 것뿐입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왕준을 노려봤다.

“걸인처럼 그저 동정하신 것이옵니다.”

이건 나 혼자의 판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왕준은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 이놈! 지금 네놈이 나를 포위했다고 해서 나를 궤변으로 겁박하는 것이냐?”

“궤변일지는 모르나, 저에겐 그리 느껴집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찌 거사를 감행한 무신들을 거사 당일 막지 않으셨습니까? 그리 아끼시는 무신들이라면 불충의 길로 가게 내버려 두지 말았어야 하지 않습니까?”

내 말에 왕준은 할 말이 없는 듯했다.

“뱀 같은 혀를 가졌구나!”

“그럴지도 모르옵니다. 하오나 저는 저와 무신들을 가엽게 동정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개척할 것이며 스스로 이겨낼 것입니다.”

“으음. 너의 이름이 뭐라고 했느냐?”

“회생이라 하옵니다.”

“네놈은 만고의 역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왕준은 내게 저주를 내렸다.

“그럴 것이옵니다. 하오나 왕준 대감은 그 어떤 역사에도 기록되지 못할 것이옵니다.”

이것이 어쩌면 더 큰 저주인지도 모른다.

“네놈이 나를 겁박하고 있지만 내 아들이 지금 황궁으로 진격하고 있다. 후일 네가 얼마나 더 입을 놀릴 수 있는지 보자.”

왕준은 마지막 발악으로 쏘아붙였다.

“이것을 말하는 것이옵니까?”

툭!그때 채원이 왕준의 앞에 왕희의 목을 던졌다. 왕희의 목은 데구르르르 굴러 왕준의 발 앞에서 멈췄다.그 모습을 보고 나는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왕준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탔하는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물론 나 역시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었다.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의방에게 말했다.

“그냥 데리고 오라 하지 않았습니까?”

“어쩔 수 없었다. 채원이 휘두른 칼에 허망하게 갈 줄은 몰랐다.”

이의방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그렇게 말을 하니 나 역시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네 이놈! 요망한 놈이 끝내 고려 사직과 내 가문을 망치는구나!”

“송구하옵니다, 대감.”

난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왕준을 노려봤다.

“예는 여기까지이옵니다. 진정 당신의 마음속에 우리를 도모하고 구국 공신으로 문하시중의 자리에 오르려는 마음이 없으셨습니까?”

“뭐라?”

“전에도 말했듯 우리를 책망하고 꾸짖으려 했다면 벌써 움직이셔야 했습니다. 거사를 한 실질적인 병력은 겨우 오백이었습니다. 제가 왕준 대감의 사택에 들어설 때 있던 사병만 해도 오백은 되어 보였습니다. 그 많은 사병들을 항상 그렇게 대기시키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아니옵니까?”

“으음.”

“대감께서는 기회를 보고 계셨던 것이옵니다. 제가 보지 못한 사병들은 더 있을 것입니다. 아니옵니까?”

“나, 나는 항상 그렇게…….”

“구차한 변명으로 스스로를 욕보이지 마십시오. 대감께서 그렇게 열변을 토하시는 사직과 황실의 위급을 눈앞에 두고 지금까지 관망을 하면서 때를 기다리지 않으셨습니까? 대감께서는 기회주의자이며 난신적자이십니다.”

내 말이 그의 폐부를 찔렀는지 왕준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 내가 난신적자라고…….”

“세 치의 혀로 황상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자만이 난신적자이겠습니까?”

“나, 나는 그저…….”

자신의 속내를 들켜서 그런지 왕준은 말을 더듬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 어서 이 혁명적 거사를 반역으로 몰아가는 난신적자를 처단하지 않고!”

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이제 그는 난신적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아들까지 죽인 이 마당에 그를 살려둬서 후환을 남길 수는 없었다. 나는 점점 더 냉정해졌고 잔인해져갔다. 그래야 내가 살기에, 나는 스스로를 위해 냉혈한이 되고자 했다.

“으음.”

이의방은 짧은 신음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그의 손에는 이미 검을 들려 있었다.

“의방이구나!”

“그러하옵니다, 왕준 어른!”

“내가 너에게 충을 가르쳤는데 너는 역모를 꿈꿨구나.”

“충을 가르치셨기에 이리하는 것이옵니다. 이 고려가 한 명의 황제의 것이옵니까? 아닙니다.”

“뭐라? 이 고려의 지존을 부정하는 것이냐?”

왕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른께서 틀리셨습니다.”

“뭐라? 내가 틀렸다? 요상한 놈과 상종하더니 너 역시 요상해졌구나! 너의 숙부는 충신이나 너는 역신이다.”

왕준이 말하는 이고의 숙부는 문하시중을 지낸 이단일 것이다.

“틀리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고려는 저의 것이면서 저 아이의 것이며 왕준 대감의 것이기도 하고 만백성의 것이옵니다. 그런데 황상께서는 그 만백성의 것을 망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선 것이옵니다.”

“이놈, 의방아!”

왕준은 분기에 차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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