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2화 (52/620)

< -- 간웅 3권 -- >

“조용히 전각 뒤로 데리고 와.”

“예.”

백화는 병졸들을 의식했는지 짧게 대답했다.

“지금 뭐라고 하셨소?”

무덕은 놀라 눈이 커지다 못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무덕의 평상시 생각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을 내가 지금 하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내가 왜 이렇게 차갑게 변하고 있는 것일까?’난 내가 말을 하고도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요즘 내 촉이 무섭게 발전하고 예민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렇게 무덕이 놀라는 것은 아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적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태자가 망가져야 너의 것이 된다고 했다.”

“무슨 그, 그런 망발을 하는 것이오!”

무덕은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미 나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보통 황궁에 있는 여자들은 황제나 태자의 성총을 입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한마디로 성은을 한번 잘 받으면 가문이 편안해지는 법이다. 그리고 무비처럼 오랫동안 황제의 총애를 받게 되면 권력까지 쥐게 되는 것이다.그것은 궁 안에 있는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환상이다.

하지만 무덕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태자가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도 당당히 이의방에게 왔다. 그리고 어떻게든 태자를 살리기 위해 내 마수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태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태자에게 집착하고 있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기 위해서 그 여자를 자신과 같은 처지로 만들 듯이, 여자 역시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그것이 적중한 것이다.

“못 들은 것으로 하겠소.”

무덕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죽는 것보다 좋지 않나?”

내 말에 무덕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마치 그녀는 태자가 죽게 되면 따라 죽을 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서서 나를 노려봤다.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그런데 그 서리를 내리게 할 여자의 눈이 바로 저 무덕의 눈 같았다.

“만약 그런 황망한 일이 생긴다면 내 귀신이 되어서도 어린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이 순간 무덕은 눈동자에 칼을 품은 것 같았다.

“귀신이 되어 복수를 하겠다니 참 어이가 없군. 복수는 살아서 숨을 쉬고 눈앞에서 하는 거야!”

“내 어찌 불학무식한 무부들을 완력으로 이길 수 있겠느냐.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늘에 천신이 계시고 땅에 계신 지신이 항상 너희들을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또한 내가 죽어 원귀가 되어 너를 지켜볼 것이다.”

무덕은 정말 섬뜩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럼 좋아! 없었던 일로 하지. 뭐 할 수 없지. 그 대신 네가 태자께 지금 당장 달려가 너와 이의방 행수가 내통한 것을 소상히 말씀을 올리도록 하지.”

순간 무덕의 눈빛이 더욱 떨렸다.

“이, 이, 이놈!”

무덕은 당장이라도 내게 달려와 덤벼들 것 같았다.

“이대로 태자를 그대로 둔다면 절대 태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것만 명심하고 가라.”

“뭐, 뭐라고?”

“이의방이 곧 이 조정의 권력을 쥐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죽이려 했던 태자마마를 그대로 둘까? 내가 만약 이의방이라면 불안해서 절대 그냥 두지 않아.”

“그, 그냥 두지 않는다면?”

“황제 폐하께서는 폐위를 당하시겠지. 당연히 태자마마도 폐서인이 될 거고. 그럼 황족이 아니라는 거지. 그다음에 어떻게 될까? 그러면 태자는 죽어.”

난 무섭게 말했다.

“그럼 너도 따라 죽을 건가?”

내 말에 무덕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어떻게 되든 끝내 황상 폐하는 폐위되실 거다. 새로운 권력자에게 구 황제는 입맛에 맞지 않지. 그러니 신황제를 세우려 할 거다. 내가 제안한 것이 너에게는 태자를 살리는 일이다.”

“야, 약속을 해 주, 줄 수 있느냐?”

서서히 무덕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 약속하지. 태자와 너를 작은 섬으로 보내줄 것이다. 다시는 뭍으로 나오지 못하겠지만 목숨을 위협받고 살지는 않을 것이다. 조용히 산다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힐 것이고, 그러면 생명부지할 수는 있을 거다.”

“야, 약속할 수 있느냐?”

무덕이 다시 물었다.

“그래. 태자비도 같이 가야 하겠지만, 내 약속을 하마.”

그 순간 나와 무덕의 대화를 듣고 백화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 지금 백화는 나에게 실망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전에 모셨던 무비를 보는 듯할지도 모른다.

“정말 약속하는 것이냐?”

“그래, 약속하마! 너는 태자를 가져라. 나는 좀 편히 살아보자.”

내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이제 거의 새벽으로 향하고 있었다. 권력이 아무리 좋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먹지도 자지도 않고 누군가를 협박하고 또 누군가를 속이며 사는 것이 영 편하지는 않았다.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 것이냐?”

“그런데 너! 왜 이제 반말이냐?”

“이제 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참, 이래서 여자는 무서운 존재다.

“간단해! 태자를 설득해서 황상께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건 불가능하다. 어떻게 견룡군의 병졸들을 뚫고 갈 수 있느냐?”

“내가 하는 일이다. 그리고 견룡군은 이의방 행수 어른과 내가 통제한다.”

그 순간 무덕이 나를 봤다.

“누구를 낚으려는 거지?”

“크게는 황상 폐하고, 작게는 좀 멍청한 늙은이 하나가 있다.”

무덕은 대충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움직이면 되는 것이냐?”

“지금.”

내 말에 무덕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돌아섰다. 그리고 집착의 마음으로//똘똘 뭉친 집착으로 태자가 있는 전각으로 천천히 첫 걸음을 뗐다.그렇게 무덕은 전각으로 갔다.

그녀가 전각 안에서 무슨 말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떻게 되었든 이 틈을 타서 태자와 무덕은 황상에게로 갈 거라는 점이다.

그럼 아들은 아비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할 것이다. 아비의 마음은 흔들리고 분노하고 고뇌할 것이다.

그럼 누군가를 불러서 지시를 하게 될 것이다. 그 순간 불려가는 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의종의 부름은 죽음의 부름일 테니 말이다.그리고 크게는 황상을 폐위시키고 작게는 이소응을 속이는 거다.

그럼 자동적으로 이소응과 조정 대신들이, 물론 대부분은 무신들이겠지만 그들이 모인 곳에서 의종을 폐위시키자고 강력하게 말할 것이다.그 와중에 이의방은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익양후를 보위에 올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 이의방은 끝내 권력을 쥐게 될 것이다.

“뭘 그렇게 도끼눈을 해서 봐?”

난 백화를 보며 말했다.

“무서울 만큼 잔인하십니다.”

“그렇게 보여?”

“그렇습니다.”

“결국 황제 폐하는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폐위되실 거다. 그럼 태자는 죽게 된다. 너는 너의 눈앞에서 사모하는 자가 죽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으냐?”

“저는 혀를 깨물고 죽겠습니다.”

“아마 무덕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살려낼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 그것은…….”

“자신이 신분이 낮아 사모하는 이에게 갈 수 없다면 사모하는 이의 신분을 추락시키면 되는 거다.”

내 말에 백화는 놀란 눈빛이 역력했다.

“왜 그렇게 놀라는 것이냐?”

“그,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렇지. 잔인한 발상이지. 사모하는 사람의 손발을 자르고서라도 옆에 두겠다는 것은 광인의 집착이다.”

“그렇사옵니다. 하오나 소녀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섭사옵니다.”

“그래, 무서운 생각이지. 그래, 나쁜 사랑인 거다. 무덕은 태자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다.”

“나, 나쁜 사랑이라 하셨습니까?”

백화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래.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원래 사모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아픈 것이야!”

난 그렇게 말하며 잠시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김기덕 감독의 기획 의도를 알 것 같았다.‘이것을 죽기 전에 알았다면…….’아마 그렇게 되었다면 나는 살아 숨 쉬는 극본을 썼을 것이다.

결국 나는 45년 일생 동안 죽은 글을 잡고 늘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제 하루면 된다.

이제 내일 하루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다.’난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하는 동안 무덕이 태자와 함께 전각에서 은밀하게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바로 백화를 봤다.

“백화!”

“예, 상공!”

백화는 둘이 있을 때 나를 다시 상공이라고 불렀다.

“가서 잘 속을 수 있게 액션을 취해줘라.”

“예?”

난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액션이라는 말뜻을 모르니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거다.

“이미 견룡군 장졸들에게 말을 해놨다. 크게 몸이 상하지 않게 해주면 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백화는 바로 대답을 하고 전각에서 나온 태자와 무덕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물론 방향만 같은 것이다.이미 모든 각본은 짜놓은 상태다.

“무슨 일이냐?”

장졸이 백화를 보자 바로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무덕과 태자는 놀라며 멈칫했다. 바로 무덕의 말을 따라 나오는 것으로 봐서 태자는 그리 비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

‘여자의 치마폭에 놀아나는 꼴이라니. 쯔쯔쯔!’난 속으로 태자의 어리석음에 혀를 찼다.병졸이 급하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백화의 공격이었다.

미리 몸을 크게 상하게 하지 말라고 했기에 백화는 검을 뽑지 않고 주먹으로 장졸의 목을 힘껏 가격했다.

“오호! 여자의 몸으로 힘이 부족하니 저렇게 급소를 노리구나!”

난 백화의 공격이 무척이나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목에는 기도가 있다. 강하게 가격하지 않아도 소리가 나는 울대를 가격당하면 크게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것을 잊지 않은 백화였다.퍽!

“으윽!”

백화의 일격을 맞은 장졸은 크게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자신의 손으로 목을 잡고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장졸 하나가 백화에게 창을 겨눴다.

“이 망할 년이!”

장졸은 소리를 지르며 백화를 향해 창을 찔렀다. 백화는 찔러 들어오는 창을 살짝 옆으로 피하고 한 손으로 그 창을 힘껏 자신의 몸 쪽으로 잡아당겼다.

“운동하는 힘을 이용하고 있구나!”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힘이라는 것은 움직이고 있던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운동의법칙이라고 한다.그렇기 때문에 백화는 큰 힘을 쓰지 않고도 창으로 찌르는 병사의 중심을 잃게 할 수 있는 거다. 하지만 백화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 이 망할 년이라고 소리친 것에 대한 응답을 해 주고 싶은 듯했다.앞으로 창과 함께 몸이 쏠린 장졸은 끝내 백화의 무릎에 강하게 찍혔다.

퍼어억!이번에는 정말 둔탁한 파열음이 터졌다.

“푸아!”

장졸은 그와 동시에 이빨이 부러졌고 피와 함께 뿜어져 나왔다.

“쯔쯔쯔, 몸을 상하지 않게 하라니까.”

난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면에서 보면 백화는 모진 구석이 있었다.그 순간 정신을 차린 무덕과 태자는 백화를 봤다.

“너는 누구냐?”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우리를 돕는 것이냐?”

태자는 떨리는 음성으로 백화에게 다시 물었다.

“저는 그저 지시한 사항만 행할 뿐입니다.”

“지시한 사항만 행한다?”

“그렇습니다. 모든 무신들이 황실을 겁박하는 것은 아닙니다.”

백화는 그렇게 말하고 내가 있는 쪽을 봤다.그와 동시에 태자도 나를 봤다.

“저 무장의 뜻이냐?”

“그렇습니다. 부디 강녕하십시오.”

백화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주 귀여운 짓을 했다.그리고 태자는 나를 뚫어지게 봤다. 이미 그는 내 얼굴을 알고 있다. 아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의방과 같이 자신을 겁박했던 것이 나니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저, 저자는…….”

“어쩌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으음. 그럼 나를 겁박한 것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거냐?”

“저는 거기까지는 모릅니다.”

너무 길게 설명하면 괜히 의심을 받는다는 것을 백화는 아는 듯했다. 다시 태자가 나를 봤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저 공손히 고개를 숙여 예를 올리는 거다. 이것은 어쩌면 보험과 같은 것이다.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니 여러 곳에 보험을 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말 백화는 밥만 못하지 나머지는 모두 잘하는 여자였다.

“알았다. 그리고 고맙다.”

“옥체를 보존하십시오.”

그때 장졸 둘이 쓰러진 것을 보고 전각 주변을 지키던 장졸들이 백화와 태자 그리고 무덕을 보고 소리쳤다.그 순간 태자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어서 가십시오. 제가 이곳을 지킬 것입니다.”

백화는 그렇게 말하며 정말 충신이 된 듯한 얼굴로 검을 뽑았다.

“네가 이곳을 지킨다는 것이냐?”

“어서 가십시오, 어서!”

백화는 앙칼지게 말했다.멀리서 보고 있자니 웃음만 나왔다. 태자는 아직 신하들이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표정을 하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후일 너희 둘을 잊지 않을 것이다.”

“어서 가십시오.”

“태자가 도망친다. 어서 잡아라!”

장졸 하나가 소리쳤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병사들이 일제히 태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어서 가십시오, 어서!”

백화는 다급하게 말했다.

“알았다.”

그렇게 태자와 무덕은 내가 짜놓은 각본대로 착착 움직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무덕과 은밀히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무덕! 네 사랑이 이 고려 황실을 망쳤다.’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태자는 무덕과 함께 바로 이 전각을 빠져나갔다. 물론 그가 가는 곳은 의종이 있는 내전의 전각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울며불며 황제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할 거다. 그렇게 되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칩거하며 웅크리고 있는 의종은 어쩔 수 없이 아비 된 자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은밀히 부르게 될 것이다.그것이 누가 되었든 상관없다.

의종의 부름을 받고 오는 자는 전각을 빠져나가는 순간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다.

“네년은 누구냐?”

검을 뽑아 든 백화를 장졸들이 포위했다. 이 순간 험악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 같은 분위기였고, 백화는 다급한 마음에 나를 봤다.아무리 백화가 날랜 여무사라고는 하지만 긴 창을 든 10여 명의 병사를, 그것도 강성하다는 견룡군 병졸을 상대하기에는 힘에 부칠 것이다.

“어디 얼마나 강한지 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백화를 보며 살짝 웃어준 후 등을 돌렸다.그 순간 백화는 자신의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목련이 참으로 귀히 피었네.”

난 희고 곱게 핀 목련을 봤다.백화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을 것이다.

“어서 저년을 죽이고 태자를 쫓아라!”

역시 견룡군은 멍청하지 않았다. 백화가 입구를 막고 있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예, 수정 나리!”

수정은 종구품 무관의 직위다. 내가 정구품 위장이니 바로 내 아래에 있는 직위인 것이다.

“어서 저년을 죽여라!”

다시 앙칼진 수정의 명령이 떨어졌고, 병사들이 백화 앞으로 일제히 달려들었다. 긴 창을 찔러 들어오는 기사가 대단하게 느껴졌다.난 잠시 목련을 감상하다가 싸움이 벌어지자마자 백화를 봤다. 지금 아무리 희고 고운 목련이 매력적이라고는 하나 검을 든 저 희고 사나운 꽃, 백화만 할까.

“정말 대단하군!”

내가 백화를 돕지 않는 것은, 모든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엔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철저하게 행동해야 하는 거다.

아무리 태자가 죽을힘을 다해 다급하게 뛴다고 해도 귀는 자신이 빠져나온 전각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백화는 어느 정도 칼부림을 하고 격투 소리를 내줘야 하는 거다.챙챙챙! 챙챙챙!백화가 강하게 찔러 들어오는 창을 쳐내는 소리가 내 귀를 찢었다. 하지만 백화는 자신의 검으로 병사들을 쉬이 베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래서 무위가 약한 병사들에게는 창을 주는 모양이다.장창!그것은 대인전을 하기에 꽤 유리한 무기일 거다.

“저러다가 견룡군 병사들이 상하겠군.”

난 그런 생각을 하며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야! 계집 년 하나 죽이지 못하고!”

수정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그 순간 백화가 자신을 죽이라고 소리친 수정을 노려봤다. 그리고 빠르게 찔러오는 창을 가볍게 쳐내고 나서 바로 앞으로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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