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간대 주문은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세요 (10~14:00, 16~20:00)
키오스크엔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음성 안내 기능도 꺼져 있었다.
매장 내부 바닥을 보면 노란 점자블록 위에 그대로 인테리어 장판을 깔아놓은 티가 많이 났다.
“어? 윤예준이랑 이일섭이다!”
손님 중 한 명이 외치자 모두가 우리를 돌아보았다.
일섭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완전히 정체를 공개했기에 알아보는 이가 많았다.
“와. 티비에서 자주 뵀어요!”
“팬이에요!”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하던 사람도 이쪽으로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가게 장사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우선 다시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카페를 나서는 동안 인권단체 사람들을 가리키며 손님들에게 물어보았다.
“아. 이 건물 지어질 때 기부했던 사람들이래요. 처음 용도랑은 다르게 활용되고 있어서 항의하고 있는 거죠.”
“에이. 용도가 다르긴 뭐가요? 경사로도 구불구불 만들어놨고 위층엔 장애인센터도 있는데?”
“뭔가 계약이랑 다른 내용이 있나 보죠. 기부까지 했는데 괜히 저 고생하면서 항의하겠어요?”
나는 그들의 피켓에 작성된 내용을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인권단체 사람들 앞으로 가서 섰다.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와 그들에게 관심을 주었기 때문인지 건물 관리자 몇몇이 우르르 따라나섰다.
그들은 인권단체 사람들 앞으로 가서 귀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몸집이 크고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 관리 인력은 아닌 모양이었다.
인권단체 사람들은 저항했고, 관리자들은 완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분들 놔주지, 젊은이들.”
그러자 일섭이 큰 목소리를 냈다.
목소리를 듣고 그를 돌아본 관리자들이 난색을 표했다.
일섭의 얼굴을 알아본 것이었다.
“저희도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그냥 뒀다가는 민원이 들어오면 알렉스 커피 쪽에서 항의할 겁니다. 건물 관리는 저희 몫이라 정말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이 앞 인도까지 이 건물 소유라서 여기 서 계시면 안 돼요.”
그들이 말하자 인권단체 사람들이 크게 반발했다.
“거짓말. 신고할 땐 그런 말 없었는데 무슨 소리예요? 그럼 저기 차도에 서 있으라구요?”
“법이 그렇습니다, 법이.”
일섭이 다시 끼어들었다.
“그건 그렇고. 누가 민원을 넣는다는 건가?”
“이용에 방해를 겪는 사람들이 말이에요.”
관리자의 해명에 일섭은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저 사람들 때문에 커피 사 먹기 힘들다는 분 계시오?”
누구도 손드는 사람은 없었다.
“이거 진입로 발판이 미끄러워서 이용에 방해를 겪는 사람은 따로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자네들도 책임자는 아니겠지만 조금 눈감아주는 정도의 선의는 베풀 수 있지 않나?”
일섭이 일침을 놓자 인권센터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때였다.
“언제 과격 행동을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저기 있는데 안심하고 건물을 이용할 수 있겠어요?”
손을 든 한 남성이 말했다.
이 일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이 기부를 했을지언정 이 건물이 저 사람들 소유가 되는 건 아니에요. 건물주가 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줘야 할 필요는 없다고요. 그리고 이럴 줄 알았다면 기부가 아니라 투자를 했어야죠.”
기부가 아니라 투자를 했어야 한다.
기부자에게 건물에 대한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건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었다.
그 남성은 자신이 유리하게 주장할 수 있을 만한 사안만을 선별적으로 내세우며 합리적인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능하면 조용히 의견 피력만 하고 가려 했건만.’
보다 못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