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이 제일 쉬움-18화 (18/241)

착각(2)

예준은 작업실에서 한두 시간 정도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작업실엔 예준의 스케치가 몇몇 놓여 있었는데

스케치 속의 여자는 여러가지 표정으로 웃었다.

일섭은 하나씩 들여다보며 예준이 무엇을 보았는지 확인했다.

최종 스케치로 보이는 그림은 채색만 안 되어 있을 뿐 상이 굉장이 구체적이었다.

‘이 풍경이 아이를 그렇게나 북받치게 한 것이군.’

인상을 잊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세히 묘사한 것이겠지만 예준의 스케치는 그 자체로 이미 온전한 작품으로 보였다.

대단한 실력이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스케치를 많이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표정과 눈송이 배치는 조금씩 달랐지만 그런 건 실제로 작업에 들어갔을 때 확정하면 되었다.

표정의 변화는 어떤 표현이 좋을지 고민만 끝낸다면 스케치에 연연할 필요 없었다.

‘현실적으로 당장 작업에 들어갈 여건이 안 되니 스케치라도 다양하게 해보면서 단상을 곱씹었군.’

스케치로라도 만족을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마치 들판을 내달리기 직전의 명마가 바닥을 긁듯이

샘솟는 표현의 욕구를 주체하기 어려웠겠지.

겪어볼수록 재미있는 아이였다.

일섭 본인도 자극을 받을 정도로.

‘이 그림이 빨리 완성되길 원하는 건 너뿐만이 아니다.’

겨울에 대한 풍경화는 색감의 역할이 매우 컸다.

하지만 흰색 이외에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없어 표현은 까다로울 것이었다.

예준 정도 실력이면 큰 어려움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무난한 완성은 고사하고, 그 천채적인 색채 감각이라면 이 그림을 역작으로도 만들 수 있었다.

‘윤군의 아들이랬지.’

일섭은 윤군을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려보았다.

윤군이 먼저 특별전 제안서를 보내왔다.

단독 특별전을 원했던 일섭에게는 반가운 제안이었다.

한국의 큐레이터들 중 일섭의 그림에 가장 비싼 값을 매겨준 사람인 셈이었다.

전시장의 구조보다 그 윤민제라는 큐레이터 개인이 더 많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윤군은 허례허식이 없는 인물이었다.

출근해 정장 근무복을 입기 전까지는 낡은 옷차림으로 미술관의 문을 열고 닫았다.

당장 수익을 내기 위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미술관 곳곳에 전시하는 데에 쏟을 수도 있었지만 일섭의 진가를 믿고 망설임없이 투자해줬다시피 말이다.

‘윤군은 내게 믿음을 보이고 그 아들은 열정을 전하는구나.’

많은 것들을 받았고, 받을 것이었다.

그런 일섭으로서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도리였다.

일섭은 휴대폰을 꺼내 대리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선생님.

“전시 계약서 내용을 좀 수정하고 싶은데, 지금 받아적겠나?”

주섬거리는 소리가 수화기를 넘어 들려왔다.

-네, 말씀하십시오.

“입장료 포함해서 나한테 배당되는 수익 전부 큐레이터한테 지급되도록 수정하게.

-······대관료 부담을 덜기 위해 그러시는 거라면 갤러리 관장과도 이야기가 된 상태여야만 합니다. 윤 기획자의 수익은 봉급으로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상관 없어. 기타 전시 비용은 기존대로 내가 다 부담하도록 유지하고, 수익만 큐레이터에게 넘어가게 하면 되는 거니까. 갤러리 측에서는 변동사항 없잖아.”

-예? 그럼 아예 수익을 원치 않으시는 겁니까?

대리인은 크게 당황했다.

-아무리 아직 신인 상태라고는 하지만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화가이십니다. 자선사업도 개인전시도 아닌데 왜 굳이 그렇게 하십니까?

“윤예준 <환생> 자네도 봤지? 그 친구가 지금 새로운 유망주야. 윤민제 큐레이터가 발굴한 신인이니 조만간 화담 미술관을 가득 채우게 될지도 몰라. 그때 전시장 빼고 싶지 않으면 지금부터라도 파격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나?”

-아니, 그건······

예준이 기계처럼 그림만 그리지 않는 이상 일섭의 그림이 단기간 내에 그렇게 될 일은 없었다.

더군다나 일섭은 전시에 경쟁적으로 임하는 편도 아니었다.

대리인은 일섭이 일부러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괜한 이유를 댈 만큼 일섭이 그러길 원한다는 뜻이었기에.

-알겠습니다. 그럼 말씀하신 내용으로만 수정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딱 그 부분만 바꾸면 돼. 그리고 큐레이터랑 협의할 때 아마 변경 사유를 물어볼 거야. 그럼 이렇게 전해.”

일섭은 자신의 전달사항을 불러주기 시작했다.

대리인은 말없이 받아 적다가 마지막에 내용만 확인한 뒤 전화를 끊었다.

*

<미,감>의 도기자 덕분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근래 들어 예준이 갤러리에 나오는 날이 줄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일반 관람객들이 실망감을 보이는 터였다.

하지만 도기자와의 원고 조율을 통해 10살 큐레이터 내용은 완전히 없앴다.

대신 <환생>과 이일섭전 홍보에 집중했는데, 그게 애호가들의 취향에 제대로 부합한 모양이었다.

특히 <환생>의 인기가 대단했다.

갑자기 등장한 무명 신인의 그림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그냥 관람객들의 해석이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민제는 접수대에 앉아 줄지어 관람하는 관람객들을 쳐다보았다.

큐레이팅 서비스를 요청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미,감>의 구독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도기자는 <환생>에 대해 미술 비평가에게 작품 해설을 청탁했다고 했다.

모두 그걸 읽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관람객이 뜸해진 시간대였다.

이일섭 화백의 대리인 경수씨가 갤러리를 방문했다.

“어?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평소 같으면 계약 파기 건으로 찾아온 건 아닐지 노심초사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시간에는 한가하실거라고 생각해서 시간 맞춰 온 건데, 생각보다 관람객이 많군요.”

경수씨가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아, 하하하······ 네. 이번에 잡지 나오면서 꽤 홍보가 됐거든요.”

“봤습니다. 역시 기획자가 안목이 좋으니 마침내 번창을 하는군요.”

경수씨가 가방을 접수대에 펼치며 웃었다.

“아니요······ 화백님 그림이 워낙 뛰어나니까 결국엔 화제가 되는 거지요.”

민제가 손사래를 치자 경수씨가 조용히 웃었다.

잠시후 경수씨는 판매위탁계약서 등 이일섭 특별전과 관련된 서류들을 꺼냈다.

“특별 전시 수익 관련해서 계약 내용 수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관장님과는 이미 이야기가 끝났구요······”

방문자가 많아졌으니 수익률을 높이려는 걸까?

민제는 파기 건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며 계약서를 살폈다.

“매표 및 기타 수익 배분율에 대한 변동사항이 좀 있습니다. 이일섭 선생님께서는 작가의 분을 기획자 분으로 변경하기를 원하십니다.”

이일섭 특별전 홍보를 통해 얻는 주변적인 이익을 모두 미술관과 민제가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원래 민제의 수익은 기본 월급과 없는 거나 다름 없는 작품 판매 시의 성과급, 그리고 시설 관리 노동자로서의 급여가 다였다.

입장권 판매 수익은 아예 민제와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예? 이제야 방문객이 늘었는데 수익을 포기하시는 거예요? 아니 그보다, 왜 수익을 저한테······”

“전시 기획자 아들의 1호 팬이 되었기 때문에 변경을 원하시는 거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본인의 작업실도 아드님한테 빌려주겠다고 하셨구요. 윤예준 화가 말입니다.”

1호팬이라면······

민제는 싱숭생숭했다.

예준의 <환생>을 처음 본 사람은 도기자였다.

잡지가 나오기 전에 이일섭 화백이 그 그림을 봤을 리가 없었다.

‘예준의 그림에 큰 감명을 받으신 건가?’

그리고 작업실도 빌려준다니.

안 그래도 그렇게 좁은 창고에서 그림을 계속 그리게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던 터였다.

유명세를 얻게 되었으니 앞으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었다.

언제까지고 그런 곳에서 그림을 그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거······ 제가 선뜻 감사히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거절하시면 큐레이터님 개인 통장에 입금이라도 하실 분이십니다. <환생>을 봤을 땐 정말로 본인께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셨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셨습니다.”

계약서 내용에 의하면 관람객의 30%는 특별전의 관람객으로 간주하게 되어 있었다.

작품 판매 수익이 기대되지 않으니 매표 수익이라도 나누기로 한 것이었다.

그 중 50%가 작가 수익이었으니 그걸 모두 민제의 봉급으로 친다면······

예준의 데뷔가 굉장히 화려해졌다.

평론가와 화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일섭의 작업실을 쓰게 되는 거라면

아무래도 그의 영향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프랑스에서 처음 오르세에 데려갈 때까지만 해도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설마하니 예준에게 이런 재능이 있어 큰 이익을 보게 되다니 말이다.

뜻밖의 일이었다.

예준 덕분에 요즘 좀 사는 기분이었다.

‘돈이 없어 그림을 못 그릴 일은 없겠구나.’

지난번 미술 도구점에서 매우 기뻐하던 예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좋은 선물로 떠올릴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

일이 잘 풀리게 된 참에 폐장하자마자 미술 도구점으로 향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전달하자 예준의 표정이 밝아졌다.

“일섭 할아버지가요?”

“그래. 예준이 네가 이일섭 화백의 눈에 들었나봐. 뿐만 아니라 네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이렇게 어린 나이인데도.”

민제는 사온 물감 두 세트를 건네며 웃었다.

“저 주시는 거예요?”

“그럼! 지난번에 하나밖에 못 사줘서 미안했는데. 앞으로 필요할 때마다 말해.”

“감사합니다.”

예준은 바로 물감을 열어 색깔들을 확인했다.

이번에도 울트라마린 색깔을 먼저 만져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보다 훨씬 연한 톤의 색깔들을 반기는 눈치였다.

“안 그래도 쓸 일이 많아질 것 같았는데. 잘됐다.”

“그래. 이일섭 화백한테도 많이 배우고.”

민제는 예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미 천재인 예준에게 자신이 아버지로서 뭘 해줄수 있겠는가.

사소한 한 가지라도 예준에게 부족한 것은 가득 채워주겠노라고 다시 마음을 먹었다.

미력하게나마 아버지 노릇은 꼭 해낼 것이다.

“저 이거 지금 좀 그려볼게요.”

“뭐? 왜 벌써?”

“기뻐졌을 때 그려야 할 그림이 좀 있어서요.”

예준은 옷을 갈아입고 뛰쳐나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도저히 말릴 수 없었다.

*

탁 트인 채광.

현대적 인테리어.

얼룩 하나 없이 깔끔한 벽에 눈이 편안해지는 조명.

국내 최대의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사원들은 휴게 공간에 <미,감> 잡지를 펼쳐놓고 수다를 떨었다.

하나같이 호텔리어를 연상케 하는 깔끔한 차림에 반짝이는 명찰을 가슴에 꽂고 있었다.

“저 여기 이번에 실제로 가봤잖아요. 진짜 급이 달라.”

“왜요? 어땠는데요?”

“그냥 보고 있으면 뭔가 허탈해져. 그게 딱 맞는 표현이에요. 허탈. 비평가들 사이에서 괜히 난리가 난 게 아니라니까요?”

잡지에 실린 <환생> 이야기였다.

경매장 관리와 여러 건의 경매 진행, 전시 기획 경험 등으로 나름 훌륭한 안목을 가지게 된 직원들이었다.

수억 원대 미술품도 수없이 봐왔을 것이었다.

<환생>은 그런 그들에게도 주된 이야깃거리가 될 만큼 뜨거운 이슈였다.

“그래도 미성년자 신인이라던데 비평할 게 있나? 내용 읽어보셨어요?”

“당연히 싹 다 작품론 비평이죠. 그쪽은 완전히 불 붙었어요. 동양화 쪽에서도 난리고. 전통 회화, 현대 회화 양쪽에서 동시에 호평받는 화가가 원래 잘 없잖아요? 근데 이 이일섭이랑 윤예준이 그 작은 미술관에 동시에 있는 거야.”

“와······ 주말에 가면 줄 엄청 서야겠죠?”

“말도 마세요. 입구도 완전 좁아.”

직원들은 <환생>과 윤예준의 사진을 번갈아 보며 입을 멈추지 않았다.

“어? 회장님, 안녕하세요.”

그때 서울옥션 회장 서정학이 개방된 휴게공간 근처를 지났다.

“무슨 얘기들을 그렇게 재미있게 하세요?”

“아, 저희 이번 <미,감> 잡지······”

정학의 물음에 대답하려던 직원이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잡지를 보고 말을 멈췄다.

“회장님도 보셨죠? 환생.”

안 그래도 정학은 사내 <미,감> 상주 기자실에 들렀다 오는 길이었다.

“잡지로는 봤죠. 반응도 좋은 것 같고. 근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인기가 대단한가?”

“물론이죠. 적어도 저희 직원 중에서는 그 그림 모르는 사람 없을 걸요? 실제로 보면 진짜 팔릴 수밖에 없는 그림이라는 게 느껴져요.”

<미,감> 기자도 정확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다른 수집가가 나오기 전에 얼른 매물로 따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정학은 타고난 장사꾼이었다.

그렇게 실물 파워가 강한 작품이었다면 잡지가 나오자마자 어디로든 팔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환생>은 여전히 그 쥐구멍만 한 갤러리에 있었다.

별 것 아닌 그림을 평론가 글빨로 올려친 것이거나

특별한 계약 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갤러리에 묶여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장삿속이 있는 큐레이터가 값이 충분히 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거나.

‘하지만 그런 건 하등 상관이 없지.’

그림이야 일정 수준만 갖추면 다 거기서 거기였다.

<환생>이 팔릴 만한 그림인지 아닌지는 그 미술관이 아니라

미술계 동향으로만 파악하면 됐다.

이 정도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면 미술품 수집가들이 그 윤예준이라는 화가를 매우 고평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윤예준이 미래에 거장이 된다면 <환생>의 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테니.

‘녀석의 그림이 영 속 빈 강정이라는 건 나중에 밝혀져도 상관없다.’

정학은 판매 수수료만 챙기면 되었으니까 말이다.

“이 그림도 저희 쪽으로 이관해 오실 거죠?”

“원하는 사람이 많은 작품은 당연히 저희쪽에서 거래를 도와야죠. 좋은 예술품을 보는 기쁨은 나눠야 하는 법이니까요.”

정학이 대답하자 직원들이 박수를 쳤다.

아마 <환생>이 서울옥션으로 들어오면 전시보다는 즉시 경매될 게 분명했다.

이곳에서 직원들이 편하게 볼 일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명작을 자신의 회사에서 취급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직원들은 자부심을 느꼈다.

<환생>의 가치가 처음 책정되는 중요한 일이었으니.

직원들의 반응을 보니 정학의 머릿속으로 <환생> 판매 전략이 빠르게 전개되었다.

잡지를 보니 윤예준은 갤러리 큐레이터의 아들이었다.

그들에게 전시 계약 파기 위약금을 모두 지원하고 내정가를 높게 보장해준다면 경매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었다.

[할리우드 여배우 ‘샤를로트 로렌스’, 미술품 구매차 올해 말 방한 예정··· 서울옥션 주가 전망은?]

더군다나 이달 말에 미술계 큰 손인 ‘샤를로트 로렌스’가 서울옥션 경매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다.

연예인뿐만이 아니었다.

미술품 수집만으로도 잘 알려진 ‘백마담’도 이번 경매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특히 백마담은 남다른 심미안으로 대성할 화가를 미리 알아보는 데에 능했다.

그런 백마담이 있는 자리에 윤예준의 그림이 들어온다면 미술계 사람들은 큰 흥미를 가지고 모여들 것이었다.

가장 뜨거운 경매장에 가장 뜨거운 매물.

기본 억대 금액으로 거래될 것은 분명했다.

정학은 국내 사업부 1팀에 전화를 걸었다.

“납니다, 급하게 작품 수급할 건이 있으니 지금 바로 회장실로 와주세요.”

서울옥션은 경쟁사가 없었다.

어쩌면 그들은 서울옥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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