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47화 (완결) (247/247)

# 247

꿈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247화 완결

에필로그

지훈이 천계로 떠나고 지구 시간으로 3일, 뮤대륙 시간으로 15일째.

지구와 뮤대륙에선 이상 현상이 끊이질 않았다.

마치 천지개벽이라도 난 듯 세상이 흔들리고, 태풍이 몰아쳤으며, 천둥이 요란하게 하늘을 장식했다.

“아직 싸우고 있는 건가?”

김선아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하늘을 올려 보았다.

뱃속에 느껴지는 이질감.

일반인이라면 절대 못 느낄 이상이지만, 소드마스터인 그녀는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챘다.

드디어 그동안 미루고 미뤄오던 아이를 가진 것이다.

걱정 어린 김선아의 어깨 위로 클로이의 손이 얹어졌다.

“실패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분이야. 분명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돌아오시겠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남편을 공유하고 있어서인지 누구보다 상대를 잘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다.

둘은 우스갯소리로 뮤의 베르트 제국은 로아가, 천공의 성과 천공의 도시를 다스리는 지구의 조씨 가문은 김선아의 자식이 사이좋게 나눠 갖자는 말을 할 정도였다.

김선아는 클로이의 손에 자신을 손을 포개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둥소리가 시끄러워. 임신 초기는 더 조심해야 해야 해.”

소드마스터의 몸이 천둥소리로부터 태아를 지키지 못할까 싶지만, 김선아는 성 내부로 이끄는 클로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천공의 성이라 지진에 자유로운 게 다행이네.”

“맞아, 지금 지상은 난리도 아니라던데.”

***

현재 지구에 발생한 이상 현상에 대해 아는 사람은 수행자 중에서도 극소수다.

하지만 사람들도 눈치가 있는지라 며칠째 보이지 않는 지훈의 모습과 고위 수행자들의 이상행동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베르트 공화국의 의장과 연관이 있음을 알아챘다.

해당 이야기는 뼈에 살을 붙이면서 지상에까지 알려졌는데, 상당히 사실에 근접하게 알려졌다.

‘조지훈이 신과 담판을 짓고 있다.’

당연히 제삼자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며칠 동안 지훈이 지구와 뮤대륙 어디에서도 목격되지 않은 점 때문에 묘하게 그 이야기가 신빙성을 얻고 있었다.

“말도 안 되지. 신과 싸워? 하하핫!”

그래도 믿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스스스.

그리고 지훈의 모습이 지구에서 보이지 않게 된 지 5일째가 되던 날.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과 태풍이 진정되기 시작하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나둘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와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안도했다.

“후, 다행이다.”

“그러게. 이대로 세상이 멸망하는 거 아닌가 했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얌전한 하늘과 땅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대행자 조지훈이 창조주 가이아와 17신을 처치했습니다.]

지구와 뮤대륙 모든 사람들 앞에 충격적인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다.

[대행자 조지훈이 창조주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획득합니다.]

[대행자 조지훈이 창조의 권능을 천상 의회에 부여했습니다.]

[지구와 뮤의 대표 20인이 10년 임기로 천상 의회에 올라 창조의 권능을 행사하여 세상을 관리합니다.]

[천상 의회의 소속 의원은 시스템이 지정하며 지정된 의원은 성녀를 통해 지상에 전달됩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메시지가 보이는 이상 현상에 놀랐지만, 각국의 주요 인사들은 그 내용이 품은 뜻을 알아채고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놀랄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구에서 랜덤하게 생성되던 몬스터 게이트가 일시적으로 동결됩니다.]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만세를 부르는 것도 잠깐.

[지구와 뮤 행성이 하나로 통합됩니다.]

[행성 통합 중……. ……. …….]

마지막 메시지는 세상을 뒤집어 놨다.

***

“응?”

“이게 대체…….”

천계 엠플하임의 광장.

그곳에서 눈을 뜬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중 눈에 띄는 은발에 은색 눈동자를 지닌 여성 역시 지금의 상황을 이해 못 하고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시엘라?”

익숙한 목소리.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자 시엘라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백발청안의 여성과 눈이 마주쳤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어서 시엘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말투로 상대의 이름을 말해 보았다.

“디아나…… 님?”

“어, 맞아. 뭐지 이게.”

“디아님, 얼굴 바꾸셨습니까?”

“그러는 시엘라도 얼굴이 바뀌었거든?”

“네?”

그때서야 주변에 있던 낯선 사람들이 누군지 하나둘 알아챌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지훈에게 직접 죽거나 지훈의 함정에 빠져 죽은 신족과 대천사들이었다.

“살아났다고?”

“네, 제가 살렸습니다.”

그런 이들의 앞으로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는데, 그는 바로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지훈이었다.

신족들과 대천사들은 기겁하며 전투 자세를 취했지만, 이내 힘이 탁 풀린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안에서 느껴지던 힘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가이아 님은 저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현재 창조주의 권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바로 저죠.”

모두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기색을 보였고, 끝까지 가이아를 수호하고자 했던 신족들은 지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래서 자랑이라도 하려고 우릴 살린 건가? 이런 약골로.”

“약골이라뇨. 성룡급 힘이 깃들어 있는데요.”

성룡 상위의 고룡이 대천사와 비등한 수준의 능력을 지니고 있고, 마왕과 신족은 그 윗줄에 위치한다.

때문에 이들 입장에서 보면 약골로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눈앞에 창조주의 힘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는 지훈이 있으니 더욱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을 부활시키는 것은 가이아님의 부탁에 의해서입니다. 참고로 천계 내부 분쟁과 제가 여러분을 처치한 것 역시 모두 가이아님의 계획이었죠.”

지훈은 신족들에게 가이아가 마주했던 상황과 계획을 설명했다.

구멍 뚫린 모래시계처럼 내용물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선 가이아를 정리해야 하고 새로운 창조주를 내세워야 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신족들도 정리해야 했다.

가이아와 신족은 이미 자웅동체나 다름없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천계 내부 분쟁은 지훈이 신족들을 처치하는 데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세상보다 어머니를 우선시하던 신족과 어머니보다 세상을 우선시하던 신족의 다툼.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라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럴 수가.”

사냥의 신 디아나와 타천사 시엘라를 비롯한 가이아 숙청파 신족들은 오금에 힘이 빠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내, 내가 어머니를 의심해서…….”

숙청파는 가이아 입장에서 배신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이아는 그들에게 악감정 따윈 없었다.

“오히려 신족의 책무를 다한 것이라며 잘했다고 하셨습니다.”

디아나는 죄책감이 느껴지는지 지훈의 팔을 낚아채며 물었다.

“가이아님은 다시 못 살리나?”

“여러분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쯤은 아시잖아요.”

“빌어먹을.”

“앞으로 여러분은 천상 의회의 감사관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얼떨떨해하는 신족들의 반응에 지훈은 자신이 품고 있던 창조주의 권능을 방출했다.

신족들은 기겁하며 무슨 짓이냐고 소리쳤지만, 이내 그 권능은 신전과 같은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엠플하임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이 건물의 이름은 가이아 대전으로 짓겠습니다. 앞으로 창조주의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의 중추가 될 겁니다.”

***

지구에 뮤대륙이 더해지는 식으로 두 세계가 통합되었다.

이는 기운의 손실이 컸던 세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가이아의 마지막 안배였다.

아시아와 아메리카가 멀어지면서 태평양에 뮤대륙이 솟아났고, 그에 따라 지구의 부피도 크게 증가했다.

행성 팽창에 따른 기후 변화는 없었으며, 생태계는 뮤대륙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더 이상 몬스터가 게이트에서 나타나지 않았는데, 게임처럼 리젠되는 형태로 도시 밖 필드에서 일정 수가 유지되었다.

당연히 세계 통합에 따른 부작용이 많았는데, 뮤 행성과 지구 소속 국가들의 외교 마찰이 적지 않았으며, 이블랜드 인근 국가들은 악마종의 유입을 걱정하며 매일같이 비명을 질러댔다.

또한 수행자들의 몸도 하나로 합쳐졌는데, 그 과정에서 뮤대륙과 지구의 신분이 충돌해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나의 경우 베르트 공화국의 의장이자 베르트 제국의 황제인데, 하나는 공화제 국가이고 다른 하나는 봉건제도의 황정 국가였다.

벌써 관리에 머리가 아파오는 느낌이 아닌가.

일단 두 국가를 통합시키거나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언제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뮤대륙에 지배력이 강한 ‘제국’과 지구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공화국’ 중 하나를 버릴 생각은 절대 없었다.

‘일단 욕심껏 유지해보고 나중에 문제가 생길 때, 오류를 수정하면 되겠지.’

세상은 어수선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 상황이 기쁘게만 느껴졌다.

걱정과 스트레스로 가득하던 머릿속에 맑아진 느낌이다.

비록 창조의 권능과 함께 내가 품고 있던 신성력이 사라져 전투 능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9서클에 그랜드 마스터인 것만으로도 라그나베일에 비견되는 전투력을 지닌 상태였으니 말이다.

또한 무력이면 무력, 권력이면 권력, 금력이면 금력, 세력이면 세력, 무엇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그리고 창조주와 신족을 처리했다는 업적 때문에 모두가 나를 경외 시 했다.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화려하고 풍족할지는 굳이 말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이젠 인생을 즐길 생각이다.

***

에필로그-1

지구와 뮤대륙이 통합되고 잠시 세계는 혼란에 빠졌지만,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몬스터지만, 세상은 몬스터의 위협 속에서도 꾸준한 발전을 거듭했다.

그 발전의 중심에 지훈이 있음은 틀림없지만, 지훈과 유일하게 맞먹을 수 있는 친구인 라그나베일은 요즘 골치 아픈 일에 시달리고 있었다.

“좀 떨어져 봐, 이것아.”

오늘도 어김없이 소녀의 모습으로 TV를 보며 엉덩이를 긁적이던 라그나베일은 자꾸 엉겨 붙는 소년을 귀찮다는 듯 발로 밀쳤다.

“베일 누나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자.”

“꼬마가 건방지게. 라그나베일 님이라 불러라.”

“왜? 아빠는 그냥 베일이라고 부르는데.”

“너네 아빠는 이 세계 대장이니까 그렇고, 넌 아니잖아.”

바로 지훈의 아들인 로아가 언젠가부터 엉겨 붙기 시작한 것이다.

자식을 끔찍이 여기는 지훈 때문에 함부로 대할 수도 없어서 결국 라그나베일은 겉모습을 남자로 바꾸었다.

“응? 나가자! 조금 더 큰 스크린으로 보면 재밌잖아.”

그런데 로아는 신경 안 쓴다는 듯 라그나베일의 겉모습이 남자로 변해도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아, 귀찮게 좀 하지 마. 언제까지 달라붙을 거야!”

“평생!”

로아의 집요함에 라그나베일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왕이면 여자 모습이 좋은데.”

“이 새끼가…….”

***

에필로그-2

서울 유명 기획사인 X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오디션 회장.

“뽑을 만한 애가 없네. 즉시 전력감인 애가 필요한데.”

“당장 그건 무리 아닐까요?”

“아니, 나 오늘 느낌이 좋아. 뭐라도 하나 건질 것 같아.”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프로듀서.

그런데 프로듀서의 말이 호응하듯, 눈에 확 들어오는 엄청난 미인 참가자가 회장에 들어섰다.

“페이스 쩌는데?”

“어디서 활동하던 애 아니에요? 왠지 눈에 익은데?”

“아무렴 어때, 외모 특 1티어인데.”

굉장히 튀는 녹색의 머리카락.

하지만 전혀 싼 티 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게 굉장히 고급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연예계 관계자다 보니, 대충 보기만 해도 견적이 나왔는데, 저건 십만 루트(옛 백만 원) 이하로 뽑을 수 있는 퀄리티가 아니었다.

1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외모로 봐서 있는 집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관계자들은 조금 더 친근하게 소녀를 대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네! 15세 엘리시아 조 이엘 베르트입니다!”

“응? 외국인이었어?”

“네! 어릴 땐 한국에 살았는데, 지금 국적은 로이아스 연방 제국입니다.”

“특이하네, 그리고 15세 치곤 성숙한데?”

“어릴 때부터 그런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패기 좋네. 하하, 뭐 준비해 왔어요?”

“노래 준비했습니다.”

“그럼 한번 들어볼게요.”

똑 부러지는 말투에 듣기 좋은 목소리.

외모도 특출나지만 노래나 다른 쪽도 벌써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녀의 노래가 시작되었는데, 기본기가 살짝 부족하긴 했지만 조금만 교정하면 될 정도로 훌륭했다.

프로듀서는 완전히 그녀에게 빠져버렸다.

그런데 소녀의 프로필을 자세히 살피던 X엔터테인먼트의 이사가 자신의 눈을 비벼야 했는데.

[이름: 엘리시아 조 이엘 베르트 / 별 명: 봉봉이]

[보호자: 지훈 조 이엘 베르트(한국명: 조지훈)]

[보호자 직업: 베르트 제국 황제, 베르트 공화국 의장]

그리고 다시 봐도 내용이 변하지 않자 이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