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45화 (245/247)

# 245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245화

110. 천계 (1)

음의 신전과 태양의 탑을 모두 손에 넣으면서 완전한 태극문양이 된 손등을 툭 건드렸다.

[동기화 중입니다. 현재 진행률 2%.]

확연히 지난번과 반응이 다르다.

아무래도 동기화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 같다.

태양의 탑을 클리어한 게 대충 5분 전이니, 250분 뒤면 제대로 용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라그나베일이 말한 대로 창조의 권능이 깃들었는지는 몰라도, 혼란에 빠지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자, 그럼.”

내 시선이 어쩌면 마지막 보상이 될지도 모를 선택형 신화급 카드로 옮겨졌다.

퀘스트가 클리어되고 아직까지 다음 내용이 뜨지 않았다.

물론 이스터 에그를 찾으라는 퀘스트도 며칠의 딜레이를 거쳐 생성되었지만, 퀘스트가 이 다음에 뜬다면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아직까지 순수 능력은 대천사나 마왕 수준에 못 미쳤기에 적대 세력의 신족과 싸우라는 식의 퀘스트를 내려주면 완료하긴 힘들 것이다.

나는 선택형 신화급 보상카드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전설급과 중복되는 것을 제외하면 순수 신화급 보상의 종류는 5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첫 번째 보상부터 대단한 게 튀어나왔다.

[경지 상승]

-마법과 검술, 정령술, 신성력 등 현재 경지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마검사, 정령검사 등 중복 능력도 함께 경지를 향상시킨다.

현재 내 경지는 8서클에 하이마스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정도만 해도 단순 그랜드 마스터와 9서클 마법사를 압도하는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니, 내 경지가 일제히 향상된다면 대천사를 상회해 어쩌면 마왕에 비견되는 힘을 손에 넣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구나 내 능력 중 봉봉이에게 받은 마스터급의 신성력이 마법과 오러에 비해 떨어져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경지 상승’ 보상을 획득하면 아무 문제없이 신성력까지 함께 능력이 확대된다.

그러면 향상되는 전투력은 단순히 몇 배 수준이 아닐 것이다.

[언령]

-말에 힘을 담는다.

-마력이 높을수록 능력이 강해진다.

첫 번째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을까?

뒤이은 보상이 살짝 약하게 느껴졌다.

현재 우리 일행 중에서 나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사람은 구미호가 아닌 이브릴이다.

그 이유는 언령의 힘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단순 전투력은 나와 비등한 수준.

그러나 다양한 스킬 빨 덕택에 내가 그녀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엘프들이 퀘스트에 의욕을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그녀가 나와 같은 스킬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오히려 압도당했을 것이다.

언령은 분명 좋은 능력이긴 하지만, 마검사에 신성력까지 지니고 있는 내겐 ‘경지 상승’이 더 효율이 뛰어날 것이다.

[회귀]

-지구 시간으로 1년 전인 2020년 2월 10일로 시간 회귀를 한다.

1년 전으로 회귀를 한다라…….

지금으로부터 지구 시간으로 1년 전이면 내가 회사에 잘린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다.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1년 전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분명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긴 하나, 지금의 상황을 처음부터 되짚고 싶지 않았다.

지구 시간으로 1년 전의 지구면 김선아, 클로이, 아들 로아가 없는 세계가 아닌가.

이미 회귀자란 의심을 받을 만큼 충실한 시간을 보낸 만큼 굳이 회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신격]

-격이 신족으로 상승된다.

-신족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

흥미롭긴 하지만, 신의 힘이 어떤 수준인지 자세히 몰라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신화급 보상을 보는 순간 말을 잃어야 했다.

[차원이동]

-타 차원의 다른 창조주가 다스리는 세계로 이동한다.

-왕복은 불가능하며 본인만 사용할 수 있다.

마치 나를 시험하는 듯한 보상.

망조가 깃든 세계를 떠난다는 것은 대단히 구미가 당긴다.

하지만 나 혼자만 사용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라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건 나를 시험하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이건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내가 이기주의여도 가족과 자식을 버리고 도망치는 선택을 할 리가 없다.

그건 결코 나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선택할 만한 건 신격과 경지 상승 두 가지뿐이었다.

-슥.

“어? 지금 안 열게요?”

나는 당장 보상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시 얻지 못할 수도 있는 신화급 보상카드니, 조금은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라그나베일에게도 상담을 해보고.

신화급 보상카드의 내용물을 궁금해하는 동료들에게 나는 거짓 없이 설명해 주었다.

당연히 설명을 들은 이들은 하나같이 경악했다.

그리고 도망이라 할 수 있는 선택지(회귀, 차원이동)를 배제하는 나를 보며 모두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돌아가죠.”

그렇게 우린 베르트 공화국의 수도 뉴베르트 시로 돌아갔다.

잠시 후, 나는 섣불리 보상카드를 선택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태양의 탑과 음의 신전의 콘솔이 통합되었습니다.]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관리자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메시지뿐만 아니라 눈앞에 홀로그램처럼 여러 시스템이 떠올랐다.

[창조주 가이아로부터 대행자의 칭호가 내려졌습니다.]

[격이 상승하여 신격에 다다릅니다.]

[신성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신격에 따른 언령을 습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500 상승합니다.]

[2차 환골탈태가 시작됩니다.]

이어서 ‘어?’라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주르륵 떠오른 메시지 창과 함께 온몸이 가루가 되어 바닥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크윽.’

동시에 머릿속으로 강제 주입되는 엄청난 양의 지식들.

감히 인간이 담을 수 없는 지식이 머릿속에 새겨졌다.

그리고 그것이 가이아의 기억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그 이유는 지식과 함께 가이아의 감정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가이아가 아무리 불쌍한 척을 해도 절대 속으면 안 된다.’

그건 사냥의 신 디아나가 떠나기 직전 내게 했던 말이다.

덕분에 나는 속지 않는다며 가이아의 감정을 애써 부정했다.

하지만 가이아가 품고 있던 계획이 머릿속에 들어오자 더는 그녈 부정할 수가 없었다.

[환골 탈태가 완료되었습니다.]

1차 환골탈태를 마치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1인칭에서 3인칭이 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2차 환골탈태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3인칭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군데군데 시스템적 요소를 깨닫고 그에 간섭할 수가 있었다.

허공에 손가락을 툭 치니.

주변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건 결코 마법이 아니었다.

눈앞에 위치한 공간의 정보를 아주 조금 고친 것뿐이다.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된 건가?”

신격을 손에 넣었으니, 나도 이제 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무력만 놓고 보면 다른 신들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지만, 내겐 무력을 보완해줄 선택형 신화급 보상카드가 남아있었다.

신격을 손에 넣은 데다가 언령까지 손에 넣었다.

더불어 신성력이 대폭 증가해 오히려 서클과 오러의 규모를 능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봉봉이와 연결되어 있던 보이지 않는 끈이 사라진 게 느껴졌다.

나는 더 이상 봉봉이의 수호자가 아니었다.

벌써 봉봉이가 새로운 수호자를 찾겠다며 지상을 헤집고 다닐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다만 신격을 손에 넣고 2차 환골탈태를 거쳤음에도 서클과 오러가 벽을 넘진 않았다.

둘 다 8서클과 하이마스터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상태였는데, 이해도가 부족해서인지 앞을 가로막은 9서클과 그랜드마스터의 벽이 유난히 굳건하게 느껴졌다.

“의, 의장 각하?”

마력의 폭풍에 사람들이 급히 집무실 문을 열고 나타났다.

뮤대륙에 처음 진입했을 때만 해도 감히 바라볼 수조차 없던 미드랜드 평화위원회 소속 초인들과 콧대 높기로 유명한 엘프도 이젠 모두가 내 부하들이다.

모두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이스터 에그를 손에 넣으셨군요.”

그리고 일행 속엔 뜻밖의 손님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검은 날개를 가진 타천사 시엘라였다.

“시엘라 님.”

그녀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며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훌륭합니다. 이 정도의 힘이라니, 거의 신족에 다다르셨군요.”

거의 신족이 아니라, 이미 신족이다.

다만 내 능력치가 다른 신족들에 비해 떨어져서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나는 웃는 낯으로 신화급 보상카드를 꺼내 들었고, 망설임 없이 ‘경지 상승’을 보상으로 선택했다.

앞을 굳건히 가로막고 있던 그랜드 마스터와 9서클의 벽이 일시에 허물어지고, 신성력 또한 대폭 상승했다.

“오오, 단번에 우리가 바라던 수준에 다다르셨어요.”

나는 박수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제 가이아만 정리를…….”

-푹!

그러나 시엘라의 미소는 오래 가지 못했다.

“무슨?”

내 손이 그녀의 가슴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두근. 두근.

붉은 보석이 살아 있는 심장처럼 내 손위에서 꿈틀댔다.

“서, 설마 가이아의 꾐에…….”

“그럴지도 모르죠.”

상황파악을 못하고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료들.

그러나 나는 시엘라가 도망치기 전에 그녀의 머리를 심검으로 날려 버렸다.

-버금. 버금.

천사도 결국엔 생물.

심장이 뽑히고 머리가 베이니, 아무리 괴물 같은 회복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살아남지 못했다.

말을 잃고 입만 벙긋대는 시엘라의 머리를 들어 올린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시엘라 님의 편에 못 서겠네요. 이스터 에그의 열쇠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회색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심장은 물론 깃털 하나 남기지 않고 증발한 그녀의 기운은 가이아에게 회수가 되었다.

“…….”

내 집무실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사정을 아는 동료들은 내게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창조주까지 배신하며 세상을 구하려던 시엘라를 무참히 살해하진 않을 테니.

“괜찮으세요? 괜찮으신 거죠?”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김선아와 클로이가 황급히 달려와 내게 매달렸다.

불안감이 깃든 얼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

그에 나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 정상이니까.”

다정하게 등을 다독이자 겁에 질려 있던 두 사람이 크게 안도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괜히 무안해진 나는 헛기침을 하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시엘라, 디아나를 비롯한 반 가이아 진형에게서 손을 떼겠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냐며 설명을 요구하는 동료들의 모습에 나는 심플하게 답했다.

“가이아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대행자가 될 생각입니다.”

“네?”

가이아가 세계의 멸망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선언이었다.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이브릴의 물음.

나는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창조주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만큼 두리뭉실했던 가이아의 대처.

하지만 지금은 모든 걸 납득 할 수 있었다.

애초에 가이아는 별다른 수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내게 진실만 전달하면 되는 일이었다.

예전에 시엘라가 말했다.

수행자는 수명이 다한 가이아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주는 청소부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애초에 가이아는 죽을 생각이었습니다.”

수행자란 가이아를 제거하기 위한 킬러였다.

[퀘스트 발생]

등급: 신화

내용: 가이아 제거

보상: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