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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38화 (238/247)

# 238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238화

107. 패권(1)

아틀란티스A를 합병하여 용인족을 공화국의 병사로 부리는 대신 어느 정도 자치권을 부여하고 수행자와 비등한 수준의 대우를 약속했다.

당연히 수행자와는 관리방침이 다르겠지만, 아틀란티스A의 용인족 전사가 무려 5천여 명에 달하고 마스터급 이상의 존재도 20명이 넘기 때문에 노예처럼 부리긴 힘들었다.

현재 수행자 연맹은 최근 입장한 9회 차 수행자까지 더해 7천여 명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용인족 전사 5천여 명의 합류는 덩치가 두 배 가까이 커진다는 것을 뜻했다.

나는 아틀란티스 용인족들에게 천공의 성 하나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했다.

덕분에 죽음 각오했던 이들은 크게 안도를 하며 오히려 자신들을 지하에서 꺼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우리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할 거다. 그게 너희의 유일한 미래니까.”

“무, 물론입니다.”

나는 용인족들의 대표로 에리카를 뽑았다.

그녀가 젊은 용인족 중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기도 했으며, 내게 벌레처럼 당했던 경험 때문에 큰 공포심을 느끼고 있어서 부리기 편하다고 판단했다.

용인족은 종족 특성상 여성은 대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장 강한 전사임에도 그녀는 고위 전사 등급에 머물러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나로 인해 신분이 상승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원래 에리카가 용인족 중에서도 막 나가기로 유명했던지라 여자라고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빤히 바라보자 그녀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대더니, 갑자기 상의를 벗으려 했다.

나는 황당함에 뭐하냐고 물었다.

“각하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내 시선에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듣기로 꽤나 문란한 생활을 즐겼다고 들었는데, 그런 상대와 뒹굴 만큼 절제력 없는 스타일이 아니다.

“됐고 와서 어깨나 주물러.”

자동회복 스킬이 40이 넘는지라 손이 떨어져 나가는 부상 정도는 순식간에 회복한다.

그래서 굳이 마사지는 필요 없지만, 요즘 머리 쓸 일이 많아서인지 멀쩡한 목이 괜히 결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 지시에 그녀는 우물쭈물 다가와 내 어깨와 목을 주물렀다.

“뒤통수에 뭐가 닿는다. 좀 떨어져.”

“네.”

역시 전사라 그런지 악력이 상당하다.

앞으로 에리카는 용인족의 대표를 겸해 내 전문 안마기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용인족의 존재는 고위 수행자 사이에서나 알려진 극비 사항이었지만, 그라디스에 의해 파괴된 아틀란티스B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이젠 모르는 국가 정상이 없었다.

때문에 베르트 공화국에서 아틀란티스A를 흡수 합병한다는 이야기가 알려지자 꽤나 큰 소란이 일었다.

가뜩이나 거대한 힘을 지닌 베르트 공화국의 전력이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가 되니 심경이 복잡한 모양이다.

하지만 베르트 공화국의 강화는 각국의 안전성 확보와도 연관이 있기에 대놓고 반발하는 곳은 없었다.

사실 베르트 공화국의 가장 강한 전력은 7천 명의 수행자와 5천여 명의 용인족이 아닌, 투명 배지를 지닌 그랜드 마스터급의 수행자들이다.

그래서 나는 아틀란티스A의 합병은 수족이 많아졌다는 생각만 들뿐 극적인 전력향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장 나 혼자 나서도 용인족을 전멸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다른 아틀란티스와는 왕래가 있나?”

아틀란트스는 A와 B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수가 지구에 포진되어 있다.

추가로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아틀란티스가 2개.

하지만 그 외 탐색에 걸리지 않는 아틀란티스가 더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뇨. 다른 곳이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눈치채곤 있었지만, 굳이 그들과 교류를 시도하진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에 용인족이 개입하고, 시엘라를 만나면서 나는 그 이스터 에그라는 것이 아틀란티스와 관련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틀란티스A와 B의 조사가 진행 중인데 곧 이를 다른 아틀란티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시엘라가 이스터 에그의 정보를 더욱 많이 알고 있었다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그녀의 정보는 완벽하지 않았다.

물론, 시엘라의 말을 100%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도 잠자코 있을 수는 없기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녀의 이야기에 따르면 내가 이스터 에그를 손에 넣지 못하면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었다.

다른 아틀란티스와 조우할 땐 에리카의 부하들을 보내면 될 것 같다.

그나마 같은 종족이니 조금은 경계심이 덜할 것 아닌가.

여러모로 써먹을 데가 많았다.

“각하!”

그때 내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일본 출신 수행자인 유이가 들이닥쳤다.

유이의 시선이 잠깐 에리카에게 향했으나 꽤나 급한 용무인지, 성큼성큼 다가와 말했다.

“중국이…….”

그 새끼들이 또 왜?

우리와 매번 트러블이 끊이질 않는 국가를 꼽는다면 중국과 일본을 대표로 고를 수 있다.

한국에 살던 시절부터 왜 우리나라 주변엔 이상한 녀석들밖에 없는 걸까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비상상황이 되고도 이 두 국가의 고질병은 고쳐지지 않았다.

일본은 항상 피해자인 척 남의 탓만 하고, 중국은 툭하면 규정을 무시하며 질서를 어지럽혔다.

그런데 이 두 국가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한국을 병적으로 물고 늘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녀석들은 베르트 공화국을 제2의 한국으로 여기고 있으니, 화살이 우리에게 향하는 것은 당연했다.

베르트 공화국의 위세가 위세인지라 쉬이 덤벼들진 못했지만, 한국과 묶어 비판적인 국내 여론을 형성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나는 그런 국가들을 감쌀 필요성을 못 느꼈기에 형식적인 수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원을 끊어버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덕분에 크게 당황하며 잠시 얌전해졌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사고를 친 모양이다.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답니다.”

“네?”

유이의 이야기는 전혀 예상도 못 한 것이었기에 나는 와락 인상을 찌푸렸고, 뒤에서 가만히 어깨를 주무르고 있던 에리카도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수소폭탄은 인간이 만든 병기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무기다.

하지만 대격변 이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수소폭탄의 기폭제가 핵폭탄이기 때문이다.

지구에 마나가 유입되면서 몇몇 물질의 성질이 변했는데, 실리콘 같은 반도체 소재뿐만 아니라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연료도 이전과 같은 형태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핵무기와 함께 사장 되었다.

수소폭탄은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무기인데, 이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선 엄청난 열과 압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 과학 기술로 핵융합을 위한 열과 압력을 만들 방법이 우라늄,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분열 폭발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연히 핵폭탄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다르게 생각하면 핵폭탄을 대신할 기폭제가 있을 경우 수소폭탄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은 핵폭탄을 대신할 훌륭한 대체재가 존재했는데, 그건 바로 ‘마법’이었다.

“비밀 상점의 스크롤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나는 수소폭탄의 가치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는 몬스터에게 향하기보다 패권을 위해 다른 국가를 위협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컸으니 말이다.

애초에 우리 연맹에서 처리할 수 없는 몬스터는 수소폭탄이 있다고 해도 감당할 수 없다.

광범위하게 주변을 쓸어버리는 수소폭탄의 위력은 인정하나 단순 물리력은 9클래스 급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8서클의 방어막으로도 막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아무리 강한 위력을 지녔다고 해도 마력이 깃들지 않은 단순 물리력은 마법에 약한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중국이 수소폭탄에 마법을 가미한 것은 어디까지나 기폭제 부분이다.

폭발 전체에 마력을 깃들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또한, 굳이 막지 않고 공간이동으로 피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기도 하다.

“중국은 베르트 공화국의 지원을 거절하며 단호하게 비윤리적인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고위 수행자들에게 통용되는 상식으로 강력한 병기를 가지게 된 중국 정부는 이미 패권을 쥔 것처럼 행동했다.

“지랄하네.”

당연히 나는 그런 중국의 행태에 실소를 흘릴 뿐이었다.

에리카에게 그만 됐다는 신호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유이와 집무실을 나섰다.

‘가뜩이나 신경 쓸 게 많은데, 별 게다 귀찮게 하네.’

중국의 수소폭탄 개발 소식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중국이 기고만장해서 내뱉은 말이 누구를 겨누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기에 세계는 숨죽여 이후 사태를 지켜봤다.

일단 나는 중국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비밀 상점의 고위 마법 스크롤을 싹쓸이하고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구시대적 병기를 손에 넣고 협박하는 모습이 우습기 그지없다.]

[수소폭탄은 우리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못 믿겠으면 사용해 봐도 좋다.]

[대신 수소폭탄이 날아드는 순간 중국은 산산조각이 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주변국에 위협을 조장하는 수소폭탄 생산을 당장 중지하라.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서 제거할 수밖에 없다.]

[우리 베르트 공화국은 세상을 겁박하는 독재 국가가 아닌, 평화를 수호하는 인류의 방패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협박에는 협박으로 답을 했다.

당연히 사태를 주시하던 국가들은 경악했으며, 기고만장하던 중국도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 대리인으로 중국에 파견 나가 있던 히로시가 중국 주석을 찾았다.

* * *

중국 상해 제2 주석궁.

베르트 공화국의 최고 위원인 히로시는 접견실에서 기다리길 1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중국 주석의 행태에 어처구니없단 반응을 보였다.

“수소폭탄이 어지간히 듬직한 모양이야.”

그리고 히로시는 함께 자리한 베르트 공화국의 얼굴마담이자, 옛 5인조 아이돌 그룹 아이윌의 멤버인 진아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마법은 그들의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요. 수소폭탄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생각하고 싶지 않겠죠.”

“베르트 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언제고 이런 사단이 일어날 거라곤 생각하긴 했어. 그런데 생각보다 빨라서 당혹스럽네.”

두 사람은 연인관계다.

히로시는 지훈의 최측근으로 정우, 인식이와도 친했다.

덕분에 인식이와 결혼한 아이윌의 멤버 최주아와도 안면이 있었고, 자연히 진아와도 친분이 생겨 연인관계로까지 발전했다.

지금 진아의 모습은 붉은색과 흰색이 더해진 갑옷 차림에 하늘색의 레이피어로 무장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화려함에 치중된 모습은 검은색 일색의 쌍검사인 히로시와 맞물려 코스프레 복장처럼 보였다.

“흠흠.”

그렇게 다시 20분이 흘러 뒤늦게 중국 주석이 나타났다.

헛기침과 함께 들어선 중국 주석의 모습에도 두 사람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눌 뿐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덕분에 중국 주석을 비롯해 정부 인사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 오셨습니까? 너무 안 오시길래 어디 아프신 줄 알았습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공사가 다망해서.”

“그러시겠죠.”

히로시는 마이페이스를 고수하며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석을 내려보며 악수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베르트 공화국 최고 위원인 히로시입니다.”

그에 붉게 물든 주석의 입꼬리가 꿈틀댔고, 그는 마지못해 히로시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히로시의 행동에 둘의 복장이 공화국의 공식 예복이 아니란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주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두 분의 복장이 상당히 특이하군요.”

“네, 이건 전투 복장이거든요.”

“전투복이라 하시면?”

“여차하면 싸우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보통 외교라 하면 웃음 속에 교묘히 속셈을 숨기게 마련인데, 히로시는 그런 것 따윈 없었다.

결국, 참다못한 중국 정부의 고위 인사가 호통을 치려 할 때, 히로시는 미리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수소폭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량 폐기하세요. 공화국은 이런 일에 신경 쓸 정도로 한가하지 않습니다.”

그건 일방적인 통보이자, 완전한 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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