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233화
105. 평화의 시대(3)
“짚고 넘어갈 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우리 땅에서 장사를 하고 돈을 벌면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절대 망설일 이유가 없죠.”
대한민국의 대통령 하성훈은 국무총리의 주장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점점 한숨이 늘어만 가지만, 최근 지훈이 대한민국을 벗어나 별도의 국가를 새우면서 오히려 부담감이 많이 덜어진 상태였다.
적어도 장식뿐인 대통령은 아니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훈 님께선 독립을 하고도 한국의 편의를 많이 봐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죠. 그리고 베르트 상점에서 세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미래를 생각하면 비과세를 지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국무총리의 의견과 달리 국방부 장관은 여전히 지훈을 두둔하며 그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했다.
“장관께선 대한민국 정부 소속이지, 베르트 공화국 소속이 아닙니다. 마치 베르트 공화국의 대변인을 마주한 것 같군요.”
“저는 대세를 보자는 거죠. 지금 베르트 공화국에 밉보여서 좋을 게 하나라도 있습니까?”
“세금은 국가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남의 나라에서 장사를 하면 내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렇게 시류에 어두워서야.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설치다가 전부 말아 먹는 사람이 있던데, 그게 이렇게 가까이 있는 인물일 줄은 몰랐군요.”
국방부 장관의 비아냥에 국무총리는 눈에 불을 켜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매국노가!”
국무총리의 매국노란 외침에도 국방부 장관은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말했다.
“매국노라.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작은 이득에 눈이 멀어 국민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짓을 하는 인간이 정부에 있다는 게 더욱 큰 죄악 아닐까요?”
“뭐요!?”
둘의 설전만 지켜봐도 대통령이 해야할 선택은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세금에 대해선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수행자란 존재 자체가 약간의 세금보다 월등히 귀중합니다.”
“대통령님?”
국무총리는 어처구니없단 반응을 보였으나, 국방부 장관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미리 말하는데, 혹시라도 베르트 공화국 소속 국민들을 귀찮게 하지 마세요. 그로 인한 리바운드는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가 되니까요.”
그리고 국방부 장관은 국무총리를 향해 경고했다.
대세를 읽으라는 조언.
“이럴 순 없습니다. 국민들은 수행자들의 배신 행각에 치를 떨고 있다고요. 그런데 정당한 권리마저 행사하지 않는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르겠습니까? 이건 단순히 세금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하지만 눈이 돌아간 국무총리는 이를 새겨듣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가 별다른 권력을 쥐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타오르는 국무총리의 시선에도 국방부 장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 뿐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국민의 것이지 조지훈의 것이 아니다!”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믿다 보면 다른 사정 따윈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신념을 갖게 되면 지나치게 행동력이 좋아진다는 것이 문제.
서울의 중심이 된 용산구 장터, 그곳에서 어느 남성이 귀족들이 하인을 끌고 다니는 것처럼 정장 차림의 남성들을 줄줄이 달고 다니는 수행자들을 발견하곤 그렇게 외쳤다.
그 남성은 국무총리 쪽 사람이었는데, 이는 충동적으로 벌어진 돌발행동이 아니라,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일종의 정치 쇼였다.
당연히 장터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다 보니, 이목이 집중되었고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선동하는 남성에 감정을 이입했다.
“…….”
그런데 수행자들은 그런 남성의 모습에도 실소를 흘릴 뿐 상대하지 않았다.
베르트 공화국의 군복이 되어버린 검은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끌고 다니는 모습은 꽤나 화려하고 멋들어졌다.
그런데 그런 장면이 다른 사람들의 눈엔 이질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나라를 배신한 수행자들이 이 땅을 제집처럼 활보하며, 세금도 내지 않고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당장 수행자들은 사과를 하고 정당한 대가를 치러라! 사람의 목숨을 볼모로 잡고 부당 이득을 취하는 배신자들은 각성하라!”
덕분에 선동하던 남성은 더욱 성을 내며 외쳤고, 주변에 동조하는 시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딜 가나 유화적인 반응보다 강경한 반응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었다.
“맞아! 맞아!”
“네놈들이 뭐라도 된 줄 아냐! 귀족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그리고 질투심이 더해지니, 사람들의 열등감이 폭발하고 이는 들불처럼 번졌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러나 수행자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한국인 출신 4회차 수행자가 선동을 하던 남성의 멱살을 낚아채고는 태연히 말했다.
“우리가 무서워 하는 것은 강력한 몬스터지 같은 인간이 아니다. 허튼 선동하다간 골로 가는 수가 있어.”
마치 전신을 옳아 매는 듯한 진득한 살기가 배어 나오고, 전투에 전투로 다듬어진 살기를 마주한 상대는 겁에 질려 더 이상 말을 못 이었다.
수행자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전투병력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질을 하고 싶으면 베르트 공화국을 상대로 해야지 일개 개인인 수행자들에게 달라붙어 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어설픈 장난질에 어울려 주지 않았으며, 앞을 가로막으면 밀고 나갈 뿐이다.
멱살을 잡고 있던 선동자를 던지듯 밀친 수행자는 주변 분위기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앞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큭! 이, 이것들이!”
사람들은 그런 수행자들의 모습에 반감을 가지면서도 감히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그렇게 소란이 일고 흉흉했던 분위기와 반대로 수행자들은 본래의 걸음걸이로 유유히 장터를 벗어났다.
이날 장터에서 벌어진 일은 바로 정부에 보고가 되었는데, 조사 결과 이 모든 게 국무총리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제정신입니까?”
“그럼요, 아주 멀쩡합니다만?”
장터에서 있던 일을 시작으로 수행자와 베르트 공화국에 반발하는 시위세력이 만들어졌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국무총리가 있었다.
대통령은 머리가 아픈지 연신 관자놀이를 주물렀고 국방부 장관은 기도 안 찬다는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당장 그만두지 못합니까? 총리의 행동은 나라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당장 웨이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베르트 공화국에서 보복성으로 조금만 소극적으로 대처를 해도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행동은 국민들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사람의 목숨으로 장난질을 치는 것은 조지훈이 아닙니까? 장관의 말씀대로 분명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정확하게 밝혀야지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국가 주도권이 넘어가게 될 겁니다!”
“이미 주도권은 안전구역이 설정되고 석벽이 쌓인 순간 넘어간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당장 안전구역이 해제되고 석벽이 제거된다면 우린 하루하루를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 몬스터의 공포 속에 살아가야 합니다.”
“절대 인정 못 합니다. 이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모든 것은 국민이 바라는 대로 움직여야 하죠.”
“그것도 나라가 형태를 유지해야지 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총리가 이리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었나?
국방부 장관은 답답함에 연신 가슴을 두들겼고, 잠자코 있던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장관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만 하세요, 국무총리.”
충분히 장관의 감정도 이해할 순 있지만, 감정과 현실의 차이를 깨달을 필요가 있었다.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길을 바로잡지 못하면 후대에 안위를 위해 권력에 굴복한 패배자로 기록이 될 겁니다.”
“뭐가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더니…….”
국무총리는 국방부장관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베르트 공화국의 반응은?”
대통령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비서실장에게 물었고, 가만히 국무총리를 노려보고 있던 비서실장이 말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찔리는 게 있다 보니, 반응이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했다.
혹시 이대로 지상에 대해 관심을 끊는 것은 아닐까?
결국,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국무총리.”
“네.”
“잠시 조용한 곳에서 쉬고 계십시오.”
“대통령님 그게 무슨?”
대통령은 눈을 크게 끄는 국무총리의 시선을 피하며 경호실장에게 사인을 보냈다.
“이, 이거 안 놔? 대통령님? 대통령님!”
그리고 경호원들이 국무총리를 구속해 어디론가 끌고 갔다.
“야, 하성훈!”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결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금 단계에서 저런 강경인사는 필요 없죠.”
“안 그래도 요즘 국회의원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자칫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군요.”
“대통령님을 앞에 두고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국내 정치인들은 지금 단계에서 그다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혼란만 야기하죠.”
정치인이라도 모두가 똑똑하고 현명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철저한 이익집단이었으며, 정치 신념은 철저히 개인의 안위에 달려 있었다.
“동감입니다.”
대통령은 마음을 굳혔다.
후대에 어떤식으로 기록이 되든 베르트 공화국에서 한국을 챙겨 줄 때, 허튼 소리않고 대세에 따르기로 말이다.
하지만 위의 결정과 반대로 시민들 사이에서 불만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고, 이를 이용한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분탕질을 쳤다.
* * *
지난 마왕 레이드를 통해 선택형 전설급 보상카드 3장에 일반 전설급 보상카드 7장, 최상급 보상카드 5장을 손에 넣었다.
나는 선택형 전설급 보상카드에선 성검 어스뮤에 준하는 각성기가 달린 ‘디아나의 창’과 ‘영겁의 사슬’, 9클래스 급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원거리 광역 스킬 ‘블레이즈 템페스트’를 습득했다.
그 외 7장의 보상카드에선 천공의 도시 둘, 전투 마리오네트 둘, 오리하르콘 3kg에 강화 성공률 향상 스크롤 2장을 추가 습득했다.
당연히 최상급 보상은 모두 천공의 성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천공의 도시 3개와 천공의 성 21개를 갖게 되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제2 천공의 도시이자 일명 자유도시 ‘로아나’라 칭해지는 곳이다.
로아나는 쉽게 유추할 수 있듯 내 아들의 이름을 딴 곳으로 베르트 공화국의 휴양도시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도시 중 절반은 호수와 숲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규모 워터 파크와 놀이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면적에 해당하는 넓은 도시를 통째로 테마파크로 만든다는 게 사치스럽지만, 이 도시는 수행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비자없이 이용이 가능한 장소였다.
“각국 정부는 아직 혼란스러운 모양이네.”
“네, 한국에서 조차 잡음이 끊이질 않으니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죠. 특히 일본과 중국의 반감이 대단합니다.”
“내가 한국 출신이라서?”
“아무래도…….”
“걔넨 질리지도 않나 봐.”
로아나 정부 청사에서 김선아와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짧게 혀를 찼다.
사람들이 적응의 동물이라곤 하지만, 호의에 익숙해지는 것을 보면 질릴 정도다.
“그래도 히로시는 더 이상 일본의 뻘짓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좋아하더군요.”
“다행이네.”
베르트 공화국의 독립을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인물이 다름 아닌 히로시였다.
툭하면 자신들의 상황을 한국 탓으로 넘기는 일본의 종족 특성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작게 웃음을 흘리던 나는 그녀가 건네준 자료를 살폈다.
“이게 최신 퀘스트 목록입니다.”
“음…….”
그건 바로 현재 수행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최신 퀘스트 목록이었다.
순차적으로 등급에 따라 나뉘어져 있었는데, 그 내용을 살핀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변화가 적진 않지만, 난이도 차이는 크지 않네.”
“네, 하지만 최상급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나는 서류를 다음 장으로 넘겼고, 최상급 막바지 부분부터 생기는 변화에 미간을 좁혔다.
[하이랜드 고위전사(엘프, 드워프, 수인족) 처치]
[하이랜드 장로(엘프, 드워프, 수인족) 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