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230화
104. 마왕 대전(2)
사신의 모습은 장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브람기슈의 공격은 공간 자체를 베어버렸다.
아마 그 공격이 지상에 향한다면 도시하나 증발시키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저것도 심검과 같은 묘리인 걸까?
포박된 상태임에도 강력하기 그지없는 공격을 펼치는 브람기슈의 모습에 나는 질린 표정을 지어야 했다.
[수행자 한 녀석 때문에 많이 당황한 모양이구나.]
방금 공격에 두 동강이가 난 라그나베일.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낮은 목소리로 비아냥거리고는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이어서 그 연기는 브람기슈를 집어삼켰는데…….
[크리드!]
브람기슈는 다급한 외침과 함께 악령왕 크리드를 찾았다.
-지이이잉!
그의 외침에 응답하듯 돌아온 것은 일대를 뒤덮는 거대한 입체 마법진이었다.
나는 크리드가 괜한 짓을 하지 못하게 녀석에게 공격을 날렸다.
증폭에 증폭을 거친 10중첩의 헬파이어가 떨어지자 새하얀 빛이 폭사 되며 충격파가 둥근 띠를 만들며 주변을 휩쓸었다.
이어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났는데, 그보다 빨리 입체 마법진이 발동되어 검붉은 채찍이 연기로 변한 라그나베일을 덮쳤다.
촉수처럼 뻗어온 채찍은 라그나베일을 구속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쉽지 않은 듯 줄다리기를 벌였다.
-콰아아아앙!
줄다리기의 승자는 라그나베일.
중상을 입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터프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둥근 공 형태를 한 연기 속에서 새빨간 검 수백 개가 고슴도치처럼 뚫고 나왔다.
덕분에 연기가 흩어지고 표적에서 떨어져나온 라그나베일이 다시금 실체로 돌아왔다.
옆구리에 검은 피가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니, 저 상황에서 유효타를 허락한 모양이다.
[빌어먹을.]
하지만 잠깐의 전투로 더 심한 부상을 당한 쪽은 브람기슈였다.
여전히 영겁의 사슬이 온몸에 감겨 있었지만, 우측 어깨부터 갈비뼈, 골반, 다리까지 신체의 절반이 사라진 상태였다.
어차피 언데드라서 저 정도로 죽진 않겠지만, 라그나베일이 그런 것처럼 브람기슈도 자신의 부상을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난감하군.]
나는 그사이 크리드를 물고 늘어지며 우위를 점한 라그나베일의 전투에 끼어들지 못하게 방해했다.
[어쩔 수 없지.]
브람기슈 입장에선 상황이 불리하단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는 나처럼 원군을 불러들였다.
-퉁! 퉁! 퉁!
하늘 위로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몬스터 게이트와 비슷한 구멍들이 생성되더니, 작위 악마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수는 대충 봐도 200은 되어 보였다.
물론 대부분이 소드마스터급인 남작위와 하이마스터급인 자작위 악마종이었지만 말이다.
[다 죽여주마!]
그러나 녀석들이 게이트에서 튀어나오자마자 반겨준 것은 라그나베일의 브레스였다.
순식간에 게이트에서 나타난 악마 중 3할이 증발했다.
하나하나가 미드랜드에선 적수를 찾기 힘든 강자들이었지만, 악마왕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브레스에서 살아남은 작위 악마들은 심검밖에 사용을 못 하는 브람기슈와 함께 레이드를 하듯 라그나베일의 취약 부위를 물고 늘어졌다.
[키아아악!]
말은 못하는지 크리드는 길게 포효만 내질렀는데, 그 순간 주변의 땅이 뒤집히며 언데드들이 튀어나왔다.
브람기슈의 모습에 느낀 점이 있는지 자신도 부하들을 소환했다.
소환된 언데드는 크게 유령형, 불사형 두 가지.
유령형을 대표하는 언데드는 레이스와 리빙아머였으며, 불사형을 대표하는 언데드는 듀라한과 리치, 고위 스켈레톤 시리즈였다.
대부분 등급이 높은 몬스터였는데, 아무리 강화가 된 언데드 몬스터들이라 해도 지금의 전투에 끼어들기란 무리였다.
지금의 내겐 대천사의 힘이 깃들어 있지 않던가.
나를 중심으로 신성력이 폭사되며, 이제 막 땅을 뚫고 나온 언데드들이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대충 눈에 보이는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가 만 단위는 되어 보였는데, 일순간에 증발해 버린 것이다.
‘젠장.’
그러나 사령술사의 소환술을 간단히 막아낸 것 치곤, 지금의 내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점점 다가오는 각성 스킬의 종료시간 때문이다.
초반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했는데, 화력을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하필이면 브람기슈와 크리드 모두 언데드형이어서, 공격을 하고 또 해도 실제 데미지가 들어가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크리드를 상대로 수비 일변도를 펼치면서 중간중간 브람기슈를 공격했다.
[빌어먹을 벌레 자식이!]
내가 무시할 수 없는 원거리 공격을 날리며 시선을 끄니, 꽤나 거슬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건 나도 상당히 무리하는 것이어서 악에 찬 브람기슈의 모습에 조소를 날려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방어 위주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해도 내가 마주한 존재는 오랜 예전 저들과 동급으로 치부되던 마왕 크리드였다.
그를 앞에 두고 브람기슈를 공격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으니 말이다.
-콰아앙!
“큭!”
시야를 가득 채운 붉은빛.
5강의 오리하르콘 방패를 앞세워 간신히 방어를 했으나, 무방비로 맞았다면 사지가 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패를 앞세워 방어한 나를 중심으로 Y자의 협곡이 만들어졌다.
위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지만, 굳건히 버티는 영겁의 사슬 덕에 전체적인 전황은 여전히 우리 쪽이 유리했다.
브람기슈가 구속을 뚫고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금은 작위 악마들을 동원해 가까스로 전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이는 한시적인 유리함일 뿐, 이 유리함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더욱 확실한 한방이 필요했다.
‘왔다!’
잠시 후 나는 환해진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브람기슈의 면상에 펀치를 꽂아줄 강력한 원군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팟!
이블랜드의 하늘이 열리며 두 줄기의 찬란한 빛이 지상으로 쏟아진다.
그 성스러운 빛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나로선 속으로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대천사?]
그 빛의 정체는 성녀가 소환한 대천사의 등장 이펙트였다.
그것도 둘이나.
“브람기슈를 공격해요!”
나는 그렇게 허공에 외쳤고, 내 목소릴 들은 건지, 두 대천사가 뒤도 보지 않고 브람기슈에게 달려들었다.
대천사 둘과 라그나베일의 공동 작업.
드래곤인 라그나베일의 표정을 알 수 없지만, 분위기는 불쾌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브람기슈만 해치우면 크리드는 자동으로 제거된다.
그럼 남은 이블랜드의 악마왕은 수하를 잃은 라그나베일 하나뿐이었다.
‘사실상 브람기슈만 잡으면 끝이다.’
브람기슈를 제거한다면 라그나베일을 죽이든 살리든 전쟁의 위협에서 해방되니, 안정적인 삶의 영위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악착같이 전투를 이어갔고, 때마침 등장한 미드랜드와 하이랜드의 특공대가 라그나베일을 공격하던 작위 악마들을 물고 늘어졌다.
동료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금까지 소환하지 않았던 전투 마리오네트를 소환해 아군을 지원했다.
그런데 아군진영에 이전 특공대에서 보지 못한 인물들이 끼어 있었다.
[엘프 여왕 루미엘]
[엘프 최고장로 카르데인]
[수인족 대족장 사이러스]
[드워프 왕 카르길]
바로 브람기슈의 침략을 대비해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던 하이랜드의 영웅들이었다.
엘프 여왕은 정령왕 계약자였으며,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그랜드 마스터와 하이 마스터급의 존재였다.
더불어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이브릴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고룡의 심장을 획득한 모양이다.
원래대로라면 내일 악마들의 침공 후에 고룡의 심장을 흡수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니 상황이 바뀐 모양이다.
[미친…….]
덕분에 전투는 완전히 기울어 브람기슈는 두들겨 맞기만 했다.
처음 봤을 때 보였던 여유로움은 잊은 지 오래.
브람기슈는 덩치를 크게 부풀리며 영겁의 사슬을 풀기 위해 악을 썼다.
[각성: 남은 시간 1분]
이제 1분 후면 더 이상 크리드를 물고 늘어질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빠져도 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아군이나 다름없는 라그나베일의 존재감이 컸다.
-티티티틱!
높이가 100미터 가까이 커진 브람기슈.
덕분에 고무줄처럼 늘어난 사슬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내 각성 스킬이 끝이 나자마자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마찰음을 내던 사슬이 조각조각 끊어졌다.
나는 재빨리 도망쳤고, 나를 대신해 대천사 하나가 크리드를 물었다.
그 대천사가 빠진 자리에는 내가 들어가면서 둘이 자리를 바꾼 게 되었다.
브람기슈는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데스 사이즈를 휘두르며 라그나베일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오른팔은 파손되었지만, 한 손만으로 데스사이즈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브람기슈의 맹렬한 공격에 라그나베일의 몸 여기저기에 피가 솟구쳤다.
[키아아아아!]
그러나 둘 다 성하지 않은 몸이라면 라그나베일이 브람기슈에게 밀릴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대천사를 포함한 아군의 지원이 있지 않은가.
브람기슈의 등 뒤로 나와 마리오네트 6기가 동시에 사용한 10중첩 헬파이어가 작렬하고, 녀석이 움찔거린 틈을 뚫고 라그나베일이 아가리를 벌려 몸통을 물어 버렸다.
-으득!
[놔, 놔라!]
완전히 여유를 잃은 외침.
그 외침을 들으니, 왠지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만큼 녀석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 * *
“꼭 이러셔야겠습니까?”
모든 것이 새하얀 빛의 공간.
마치 눈이 내린 듯한 백발의 여성이 파란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며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잣말을 했다.
[무슨 뜻이지?]
그러나 그녀의 물음에 똑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공간 전체가 진동하듯 낮게 울려 퍼지는 여성의 목소리.
“브람기슈와 라그나베일 말입니다.”
[대륙 일에 관심이 많군.]
“그럴 수밖에 없죠. 저를 믿는 신도들이 한 둘이 아니니까요.”
[어차피 네 신도는 미드랜드에 집중되어 있지 않느냐. 예정대로라면 미드랜드는 더욱 흥하게 될 것이다.]
“그건 일시적인 성세일 뿐입니다. 빛과 어둠, 선과 악의 균형은 절대적. 3대 악이 사라지면 그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힘이 분산되어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겁니다. 강력한 몬스터가 폭증할 수도 있고, 인간들 사이에 악당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걸 모르고 계시진 않을 것 아닙니까?”
불만 가득한 여성의 물음에 백색의 공간은 마치 웃음을 흘리듯 낮게 진동을 거듭했다.
[모든 것은 흐름에 따를 뿐이다. 나는 내 자식들을 해하지 못해.]
“직접적으로 해하진 않아도 우회적으론 가능하지 않습니까? 수행자와 엘프에게 부채질한 것도, 그라디스와 브람기슈에게 부채질을 한 것도 가이아님 본인이시고요.”
사냥의 신이라 불리는 백발 청안의 여신 디아나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그러나 가이아라 칭해진 백색의 공간은 태연하게 답했다.
[사실을 알려주었을 뿐이다.]
“수행자에게 3대 악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하이랜드에 브람기슈의 계획을 사전에 알려준 것 말입니까? 그건 전혀 중립적이지 못한 행위입니다.”
[중립적이다 마다, 수행자들의 끝없는 성장과 지구의 기술을 접목해 힘을 축적할 가능성이 높은 미드랜드, 하이랜드의 미래는 이블랜드의 위협이 된다. 그들에게도 똑같은 위험성을 알려주었으니 된 것이지.]
“그로 인해 벌어진 것이 이 전투입니다. 분명 그라디스에 이어 브람기슈마저 제거될 테죠. 라그나베일도 조지훈이란 자의 성향을 생각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열을 내는 디아나의 취조에 가이아는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모든 것은 흐름에 따를 뿐이다.]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에 디아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백색의 공간을 나섰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알 수가 없군요.”
그런 디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듯 낮은 공명음을 내던 백색의 공간은 곧 어둠에 휩싸였다.
* * *
[가이아, 이 빌어먹을 년…….]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브람기슈의 뼛조각.
그라디스도 그렇고 브람기슈도 그렇고, 죽을 때 왜 저렇게 가이아를 찾는지 모르겠다.
뭐가 그리 원통해 가이아를 저주하는 건지.
“끄, 끝난 거죠?”
브람기슈가 사라지자 크리드도 먼지가 되어 사라졌고,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다가오는 이브릴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요.”
이브릴은 고룡의 심장을 얻고 9서클을 초월한 힘을 손에 넣었다.
용언과 비슷한 언령의 힘을 사용했는데, 전투에서 수차례 찬스를 만들었고 이번 전투의 숨은 MVP가 되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향상됩니다.]
[선택형 전설급 보상카드 2장을 획득했습니다.]
[전설급 보상카드 5장을 획득했습니다.]
[강화보주 100개를 획득했습니다.]
[스킬업 포인트 100개를 획득했습니다.]
[능력치 포인트 100개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2대악 관련 시스템 퀘스트를 완료했고, 이어서 마왕의 레이드 순위가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