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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21화 (22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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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221화

100. 헌터(1)

“부담 없이 먹어도 돼. 음식은 충분하니.”

너무 놀라서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두 사람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냔 표정을 지으면서도 급하게 로스트 치킨의 다리를 뜯고 킹크랩에 시선을 주었다.

“별로 특별해 보이진 않는데?”

나는 뒤에서 실실 웃고 있는 봉봉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봉봉이의 지성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을 품고 있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식 습득 및 응용력이 매우 뛰어났다.

봉봉이는 지난 그라디스와의 전투에서 짐승형 수호자의 한계를 깨달았다.

다이어 울프에서 신수로 격이 상승했던 다다와 차차가 못났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강대한 적을 만나니, 그저 몸을 날리는 고기 방패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신수라 해도 짐승인 이상 아무래도 복잡한 사고를 가진 인간에 비해 행동 패턴이 단조롭고 본능적일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인간은 경우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고 문제점을 깨달으면 직접 고칠 수 있는 발전성을 갖추고 있다.

봉봉이가 새로운 수호자로 인간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점을 본인이 인지하고 수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칭찬해주고 싶다.

그런데 봉봉이가 몇 날 며칠을 고심한 것에 반해 데려온 사람이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 너무 평범한 청년이어서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보는 순간 이 사람이다 싶었어.”

자세히는 본인도 모른다는 건가?

하지만 나는 봉봉이의 감을 무시하지 않았다.

봉봉이는 천사이기 이전에 성녀가 아닌가.

그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성녀는 신의 사도였으니.

“너 설마.”

그런데 문뜩 이상한 가능성을 깨달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뭐, 첫눈에 반했다던가 그런 거 아니지?”

걱정이 가득 담긴 내 물음에 봉봉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행히 아직 이성에 대한 흥미를 느낄 정도로 성장한 건 아닌 모양이다.

봉봉이가 좋다면 어쩔 수 없지만, 계속 아빠란 말을 들어서일까?

진짜 딸이 남자를 데려온 것처럼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저 남자애에게 꼬장을 부릴 만큼 속이 좁진 않지만, 언제고 봉봉이도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사긴 해도 분명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라고 대천사가 그랬으니.

아마 그때가 되면 나도 다른 아빠들처럼 이것저것 태클을 걸게 될 것 같다.

나는 봉봉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엘리시아가 데려온 수호자 후보인 만큼 제대로 대우를 해줘야지.”

“응!”

원래 복장을 떠올려 보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뻔하다.

뭐, 대부분의 시민들이 비슷한 처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옆에 있는 여자애는 동생이야?”

“그런 거 같던데?”

외모로만 봐선 봉봉이와 비슷한 또래다.

생각해보니, 봉봉이게 이렇다 할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 나는 마침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씨.”

“네, 회장님.”

나는 천공의 도시의 성의 관리를 맡고 있는 집사 역할의 연맹 직원을 불렀다.

내 부름에 말끔한 정장 차림의 그는 비서들과 함께 빠르게 다가왔다.

“저기 두 사람 좀 관리해 주세요.”

내가 말한 관리는 그의 부모에게 허락을 받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생활 전반을 케어해 주라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부탁에 그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일 처리가 확실한 인물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세상에…….’

지구가 이 난리가 나기 전에도 먹기 힘들던 진수성찬으로 배를 가득 채운 송민우는 음식에 정신이 팔린 바람에 주변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반면 여동생은 내일은 없다는 식으로 아직도 꾸역꾸역 킹크랩의 다리를 까서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

“어?”

그렇게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는데,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엘리시아와 능력자는 물론, 연맹의 회장이 사라진 것을 보곤 몹시 당황해야 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런데 당황한 송민우의 모습에 병풍처럼 가만히 서 있던 여성이 예쁘게 웃으며 말을 건네왔다.

“아, 그……. 밥 다 먹었는데요.”

“난 아직인데!?”

그는 당황하며 동생을 끌어당겼고, 우왁스럽게 음식을 먹던 여동생은 뒤늦게 상황을 이해하곤 게 다리를 내려놓았다.

주변에 많은 수행자들이 있었는데, 적지 않은 수행자가 두 사람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길까요?”

“네.”

송민우는 깔끔한 정장 차림의 여성 뒤를 쫓았고, 여동생은 뒤늦게 불안에 떨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뉴베르트 성 관리부 소속 강은아입니다.”

“안녕하세요. 송민우입니다.”

“송민아입니다.”

“민우 님께선 현재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이해하고 계십니까?”

“아뇨, 다짜고짜 끌려온 바람에…….”

자신을 강은아라 소개한 여성은 사람을 안심시키는 미소로 현재 송민우가 처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네? 제, 제가 연맹 소속 능력자가 된다고요?”

능력자나 수행자가 되는 순간 인생은 핀다고 볼 수 있다.

몬스터와 싸워야 한다는 점이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생활을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보장을 받았다.

“능력자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일반 수행자, 능력자와 달리 연맹 회장의 측근로 활동하게 되는 만큼 혜택은 어마어마했다.

“이건 로또와 비교가 되지 않는 기연입니다. 부디 이성적인 판단 부탁드리겠습니다.”

송민우가 거절을 하게 되면 강은아의 입장이 여러모로 곤란할 것이다.

그래서 그의 허락을 받기 위해 좋게 포장해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애를 쓰지 않아도 송민우는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일생일대에 두 번 다시 없을 천운이란 사실을 말이다.

“합니다! 할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강은아는 송민우가 받게 될 혜택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었다.

일단, 지구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뉴베르트 성 내성에 숙소가 마련되며 여동생은 물론 가족 전체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전속 비서가 붙게 되는데, 성 군기 예방 차원에서 동성의 비서 2명이 붙는다.

더불어 예정대로 수호자가 된다면 수행자 연맹에서 흰배지를 부여받으며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준장의 대우를 받게 된다고 한다.

아직 미성년에게 군인 계급은 크게 와 닿지 않아도, 연맹원으로 흰배지를 받는단 사실에 눈을 크게 떠야 했다.

“흰배지면 금배지보다 위인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눈을 크게 뜬 송민우가 옆을 바라보니, 여동생은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단 미성년이시니, 부모님께도 전해드리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아, 괜찮습니다. 저희 둘 뿐이에요. 두 분 다 첫 웨이브 때 돌아가셔서.”

“실례했습니다.”

“아닙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업무를 처리해야하는 입장에선 편리해서 좋았다.

‘꿈인지 생신지.’

사람의 인생이 어찌 될지 모르는 거라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거 아닐까?

송민우는 자신의 뺨은 꼬집고는 이내 실없이 웃음을 흘렸다.

엘리시아는 암울한 그의 인생을 뒤바꿀 구원자였던 것이다.

만약 엘리시아가 끈기있게 쫓아와 주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기약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송민우는 기회를 제공해준 그녀를 위해 속으로 끝없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오빠 울어?”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여동생의 물음에 무안해진 송민우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좋은 일인데 왜 우냐는 표정의 여동생.

하지만 이내 동생도 그간의 고생이 떠올랐는지 오빠를 따라 흐느꼈다.

***

그라디스를 처리하고 2개월이 지난 지금, 각국의 도시는 많은 재건을 이뤄냈다.

물물교환 장터는 점점 크기를 키워 완전한 시장의 형태를 갖췄으며, 국가 간의 교역도 활발해졌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가들은 이제 검은 마석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 자체적인 전자제품 생산이 가능했다.

무에서 유를 만든 게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기술을 복원하는 것인 데다가 보조를 해줄 PC 등은 비밀 상점에서 구매 가능한 만큼 발전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생산 설비만 갖춰지면 예전의 모습을 찾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반도체의 원재료가 너무 귀하다는 것이다.

오우거는 일반 군대로 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며 그렇다고 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우스갯소리로 오우거 수정체가 아니라 오크 수정체였으면 벌써 공장은 돌아가고 전자제품이 마구 찍히고 있을 거라는 말이 돌 정도.

때문에 기술을 복구해도 원재료가 오우거 수정체로 제한되는 한 과거의 영광을 찾기란 힘들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각국에선 오우거 수정체를 대신할 대용품을 찾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복사가 가능한지를 연구했다.

그러나 당장은 바뀔 만한 것이 크게 없었고 정부에서 생산하는 전자제품은 군용장비로 한정되었다.

“들었어? 검은 마석 확보를 위해 민간 헌팅팀 창설을 허가해 준다는데?”

“진짜?”

“잘하면 총기 소지까지 허가될지 모른다는군. 소총이나 대구경 저격총 같은 거 말이야.”

“허……. 대한민국에서 총기소지 허가라니 ‘

총기 소지하면 자연히 미국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한 해에도 1만 명에 달하는 총기 사망자가 나오는 미국의 상황은 바다 건너 이야기였는데, 잘하면 그 꼴이 한국에서도 펼쳐지는 거 아닌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치안이 어지러워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아직도 비정비 구역으로 가면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기에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컸다.

“뭐,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겠지. 총기 소지는 헌팅팀에 소속된 인원들에게만 허가될 테니.”

“그런데 총기는 어떻게 구하는데?”

“가장 가능성 높은 게 일단 군대에서 총기를 대여해 주고, 검은 마석을 구해오면 그 총기의 소유권을 넘겨준다는 거 같아. 검은 마석 2~3개 정도에.”

“뭐가 그렇게 비싸? 가치로 따지면 검은 마석 하나로 K2소총 4~5정은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겠어. 나라에서 그러라면 그러는 거지. 그래도 한다고 나설 사람 많을 걸?”

“완전히 한몫 챙기겠단 심보네. 그런데 그런 정보는 어디서 나는 거야?”

“이미 장터에 소문 싹 퍼졌어.”

현재 지구에서 가장 확실한 결제 수단은 검은 마석이다.

그런데 검은 마석은 단 한 개만으로도 가치가 매우 커서 약간의 제약을 짊어진다고 해도 헌팅에 나설 사람은 매우 많았다.

예비군에 동원되지 않은 30대 후반에서 40대 남성이라 해도 총기를 쥐를 순간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전력이 된다.

물론,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는 한정되고, 트롤이나 오우거를 마주한다면 몰살당할 위험이 있지만, 조심하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정부도 군대를 동원해 수시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사망자는 없었다.

이는 몬스터들의 영역을 사전에 조사하여 약소 몬스터 위주로 사냥했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검은 마석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우거 수정체의 값이 높아진 게 원인인가?”

“아마도 그렇겠지.”

“빌어먹을 수행자 연맹. 검은 마석을 엄청 쟁여 놓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장사질을 하는 건지.”

“자네 미쳤어? 무슨 소릴 그렇게 해.”

“내가 틀린 말 했나?”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사람이 자네였군. 안전구역을 만든 것도, 도시에 석벽을 세운 것도, 제한적이나마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모두 수행자들 덕이란 거 잊었어?”

“왜 그렇게 성을 내? 그냥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지.”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 수행자 연맹이 얼마나 한국을 편애하는지 몰라서 그러나?”

“아, 알았어. 그만해. 수행자를 신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다더니, 그게 자네일 줄이야.”

“자네야말로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줄은 몰랐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그게 딱 맞는 말이었다.

몬스터 사냥이 일상이 되면서 과거에 대한 공포를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사설 몬스터 헌팅팀의 허가가 떨어지자 남녀 할 것 없이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지원하고 나섰다.

정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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