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11화 (211/247)

# 21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211화

96. 강화(2)

지금의 느낌을 굳이 비유하자면 탄산 거품으로 팽창된 음료수병이 된 느낌이다.

내부의 강대한 기운을 버텨내질 못해 몸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음료가 새지 않고 입구를 잘 막아놨다는 것이다.

[신체가 알맞은 형태로 재구성됩니다.]

추측대로 드래곤하트의 섭취는 환골탈태로 이어졌다.

나는 고통을 참으며 흐름에 몸을 맡겼고, 손끝 발끝에서부터 피부가 갈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죽겠다.’

진짜 너무 아파서 통증감소 마법을 사용할까 하다가 참았다.

괜히 감각이 둔해져서 부정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덕분에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기운을 컨트롤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어?’

명치 쪽에 새로운 마력기관이 자리를 잡는 게 느껴졌다.

온몸에 흩어져 있던 마력에 중심 거점이 생긴 것이다.

마치 드래곤 하트처럼 말이다.

더불어 그 마력기관과 다이렉트로 연결된 서클과 오러포인트 역시 부피가 커지고 밀도가 높아졌다.

마력에 의해 두 개의 힘이 반응하고 있는 것인데, 이 상황 속에서도 신성력은 아무 일 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 신성력도 강대한 마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는데…….

서클과 오러가 반응하는 것과 달리 무반응인 기운에 강대한 마력이 관심을 보이듯 툭툭 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성력은 도도하게 마력의 관심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했으나, 그것도 잠깐.

두 힘의 차이가 워낙 커서인지, 마력은 그런 신성력을 압박하며 덮쳤고 나는 깜짝 놀라 기겁해야 했다.

서클과 오러는 마력을 기반으로 한 힘이다.

하지만 신성력은 마력과 달리 신이 직접 내려주는 힘이었다.

그건 것을 길들이려 하려 해도 길들어질 리가 있나.

그런데 마력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신성력을 무장 해제시키려 했고 나는 그걸 말리려 했으나, 때마침 메시지에 잠자코 상황을 주시했다.

[마력을 기반으로 신성력을 증폭하거나 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운은 일맥상통한다는 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마력기관은 서클과 오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신성력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서클과 오러처럼 신성력 역시 덩치와 밀도가 증가했다.

그리고 신성력이 마력과 연결돼서인지, 통증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덕분에 나는 안정을 되찾으며 신체가 재구성되는 모습을 얌전히 지켜보았다.

[신체 재구성이 완료되었습니다.]

[마력이 500 상승했습니다.]

[힘, 체력, 민첩, 지능, 운이 30 상승했습니다.]

서서히 눈을 뜬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축하해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눈인사를 건네고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환골탈태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다는 게 이 뜻이었나?’

마치 1인칭의 시점에서 나를 중심으로 한 3인칭 시점으로 바뀐 느낌이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주변의 정보가 계속 입력되었는데, 그곳엔 나를 감싸고 있는 동료들의 기운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계속 심호흡을 했는데…….

-지이이잉!

그 이유는 더욱 강건해진 7개의 서클의 맹렬한 회전이 멈추지 않고, 아랫배의 오러 포인트가 계속해서 마력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보통 환골탈태는 8서클 끝자락이나 하이마스터 끝자락에서 이뤄진다.

환골탈태가 9서클, 그랜드 마스터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걸 바꿔 생각하면 나는 7서클에 소드마스터임에도 9서클과 그랜드 마스터가 될 수 있는 밑바탕을 지니고 있단 뜻이기도 했다.

-팟!

심상치 않게 회전하던 서클 틈에서 8번째 서클이 탄생했다.

환골탈태로 새로운 서클이 거의 반강제적으로 개화한 것이다.

다만 오러 포인트는 하이 마스터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경지가 상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해도가 부족해서인지, 소드마스터의 끝자락에 걸치는 정도로 끝이 났다.

그러나 오감이 대폭 상승하고 환골탈태를 거친 신체 덕분에 오래지 않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상외의 성과에 나는 고무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8서클을 달성했습니다.]

[지능이 20 상승합니다.]

[마력이 100 상승합니다.]

현자의 돌과 드래곤 하트를 섭취하기 전, 내 마력이 300에 조금 못 미쳤으니, 일반적으로 8서클을 달성하면 마력 수치는 400 전후가 되는 셈이다.

힘: 294   체력: 255

민첩: 331 지능: 290

마력: 925 운: 222

능력치를 살핀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선 현자의 돌로 모든 능력치가 30이 증가했다.

그리고 드래곤하트로 마력이 500, 나머지 능력치가 다시 30이 증가했다.

8서클 달성으로 오른 능력치까지 더하면 종합적으로 920의 능력치가 단번에 상승한 셈이다.

그야말로 헛웃음밖에 나지 않는 수치.

물론, 실전은 스테이터스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이제 오러와 마법을 쓰지 않고도 웬만한 능력자들은 신체 능력만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냥 달려도 100미터는 1초 내로 돌파하고 맨주먹으로 건물을 때려 부술 수 있다.

아니, 그건 환골탈태 전에도 가능한 일이었으니, 이젠 그 이상의 초인이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전부터 내 종합 스텟은 8서클이나 하이마스터를 크게 웃돌았는데, 그 이유는 보상 카드의 탓도 있지만, 마검사인 덕에 경지 상승 포인트를 두 배로 챙겼기 때문이다.

위에서 봐도 알 수 있는 내 능력치는 어느 하나 빠짐없이 고루 높았다.

뭐, 그중에서도 드래곤 하트 때문에 마력이 비약적으로 높았지만 말이다.

‘이 힘만으로 그라디스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분명 전투력이 대폭 상승했으나 아직 부족했다.

나는 아공간에 고이 모셔 두었던 5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재 운 수치가 222.

이번에 스텟이 60이나 오르면서 200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었다.

힘: 294 (+108) 체력: 255 (+94)

민첩: 331 (+122) 지능: 290

마력: 925 운: 222 (+82)

강화에 강화를 거듭했던 ‘축복의 드래곤 스케일 아머’ 세트를 착용하면 운이 무려 82나 증가를 한다.

축복의 드래곤 스케일 아머에는 힘, 체력, 민첩, 운 능력치 3% 상승 옵션이 붙어 있었다.

해당 장비는 갑옷 상의, 갑옷 하의, 투구, 건틀렛, 부츠가 한 세트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3강 장비가 2개, 4강 장비가 2개, 5강 장비는 1개다.

세트 착용 시 능력치(스텟) 상승률이 무려 36.9%.

덕분에 운 수치가 300을 넘겼다.

대기실에 입장하기 전 운 수치가 162였으니, 거의 두 배나 상승한 것이다.

이 정도면 뽑기에서 좋은 보상을 충분히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전설급 보상]

나는 5장의 카드와 눈싸움을 벌이며 조심스레 한 장씩 개봉했다.

[오리하르콘 2kg을 획득했습니다.]

[강화 성공률 50% 상승 주문서를 획득했습니다.]

음…….

나쁘진 않다.

분명 나쁘진 않은 보상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보상이기도 했다.

덕분에 내 인상은 와락 찌푸려졌고, 잠시 쉬었다가 나중에 다시 뽑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나머지 보상카드도 개봉했다.

[액티브 스킬 파워 부스트를 습득했습니다.]

[아티팩트 영겁의 사슬을 획득했습니다.]

다행히 운 수치 304는 장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범상치 않은 이름의 보상들이 등장했고, 나는 얼른 설명을 살폈다.

[파워 부스트 / 액티브 / LV1]

-일시적으로 마력을 폭발시켜 전투 능력치를 극대화시킨다.

-마력이 높을수록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며, 스킬의 효과가 끝나면 10분 동안 마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최대 지속시간은 1시간이다.

[영겁의 사슬 / 소환형 공용 아티팩트]

-대천사 리엘의 전용 장비로 신의 명령에 따라 죄인을 포박할 때 사용하는 아티팩트다.

-균형의 신이 제작하였으며, 신족이라 해도 쉬이 포박을 풀 수 없다.

이번에는 제대로 주겠다는 듯, 내 상황에 너무도 잘 맞는 보상들이 부여되었다.

파워 부스트는 마력 회복 불가라는 제약이 걸려 있긴 했지만, 마력이 높을수록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일격필살의 스킬이 될 가능성이 컸다.

물론, 정확한 위력은 직접 써봐야겠지만, 해당 스킬은 레벨을 올릴 수도 있어서 얼마나 큰 효율을 발휘할지 쉽게 예측되지 않았다.

그리고 신족조차 쉬이 풀 수 없는 ‘영겁의 사슬’은 잘만 사용하면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슬로 그라디스를 묶고 파워 부스트로 두들겨 팰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라디스가 바보도 아니고, 쉽게 함정에 걸리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분명 기회라는 측면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만한 보상이었기에 잔뜩 찌푸려졌던 미간이 펴졌다.

마지막 한 장 남은 전설급 보상카드.

나는 진지하게 가이아에게 기도하며 보상카드를 개봉했다.

[천공의 도시를 획득했습니다.]

[천공의 도시가 비가시 모드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소유주와 입장이 허가된 인원에게만 성의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

나는 창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 부유섬을 보며 말을 잃었다.

일반적인 천공성에 10배는 될법한 사이즈.

그야말로 하늘의 도시라는 명칭에 걸맞은 규모의 보상이 등장했다.

평소라면 감탄사를 흘리며 호기심을 표할 것이다.

그만큼 하늘을 가득 채우며 등장한 천공의 도시는 대단한 위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저런 게 아니라 전투 기술이란 점이었다.

파워 부스트와 영겁의 사슬로 충분하단 뜻인 걸까?

뭐, 운에 맡겨야 하는 만큼 이 이상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겠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왕이면 사고가속이나 미래시 같은 스킬의 전설급 버전이 등장하길 기대했으니 말이다.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다시 빡세게 퀘스트를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기 계셨군요.”

내가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여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자리만 지켰다.

그런데 그때.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나와 꽤 친해진 바르토스 국왕…… 아니, 황제가 들어왔다.

그런 그의 손에는 붉은 보석이 들려 있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떠야 했다.

“저도 이걸 써보려 하는데, 도와주시겠습니까?”

그건 다름 아닌 드래곤 하트였다.

그러고 보니, 수행자인 그도 황제가 되면서 100만 포인트를 얻었을 것이다.

최초보상은 내가 챙겼어도 황제가 되는 것만으로 100만 포인트가 부여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바르토스 황제는 자신의 포인트로 드래곤 하트를 구입했던 모양이다.

바르토스 황제는 미드랜드 최고의 검사로 꼽히는 인물.

그런 그가 드래곤 하트를 취해 환골탈태를 한다면 어쩌면 그랜드 마스터의 벽을 깰 수도 있었다.

사실 또 다른 드래곤 하트의 등장에 잠깐 욕심이 일었지만,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어차피 3대 악 그라디스의 전투에서 그를 비롯해 미드랜드 평화위원회의 도움은 필수였으니 말이다.

나는 바르토스 황제의 부탁에 기꺼이 그러겠다며 나섰다.

그는 내게 최초보상까지 양보했던 사람이다.

여기서 드래곤 하트까지 빼앗았다간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는 만큼, 최소한의 선은 지킬 필요가 있었다.

-우둑! 우둑!

-파아아악!

그날 바르토스 황제는 하이 마스터를 넘어 그랜드 마스터 단계에 발을 들였다.

* * *

“허…….”

나와 함께 드래곤 하트를 섭취하고 그랜드 마스터가 된 바르토스 황제.

그런데 의외의 사실은…….

영겁의 사슬과 파워 부스트를 쓰지 않고도 그런 그와 호각으로 싸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니, 미세하게 내가 우위를 차지했다.

파워 부스트나 영겁의 사슬을 사용하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내 승리로 대련은 끝이고.

“꿈에 그리던 경지를 드디어 밟게 되었는데…….”

바르토스 황제는 허탈한 표정으로 검을 거뒀다.

사실 미래시와 사고가속에 각종 보조마법, 장비빨, 능력치빨이 더해진 효과지만, 미드랜드 유일의 그랜드 마스터가 된 그의 입장을 생각하면 당혹스러울 만도 했다.

“아직 심검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더 익숙해지면, 이렇게 맥없이 밀리진 않을 테죠.”

그런 바르토스 황제를 위로하듯, 엘븐하임의 그랜드 마스터인 노바가 다가와 말했다.

소드마스터의 특징이 검강인 오러 블레이드고.

하이마스터의 특징이 어검인 플라잉 소드라면.

그랜드 마스터의 특징은 심검이라 칭해지는 스피릿 소드다.

일명 의지의 검이라고도 하는 데, 그랜드 마스터의 생각에 따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도 오러블레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즉, 그랜드 마스터가 되면 검을 뽑을 필요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엔 수련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노바의 말에 바르토스 황제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