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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08화 (208/247)

# 208

꿈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208화

95. 악마종 사냥(2)

[웬 놈이 겁도 없이 이 땅을 침범하는 것인가!]

온몸에 뇌전의 기움을 품은 샤벨타이거가 낮게 으르렁대며 제법 중후한 목소리로 텔레파시를 보내왔다.

나는 그런 샤벨타이거의 머리 위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악호 아르메이슨 백작]

그건 바로 백작의 작위를 가진 악마종이었다.

지금 내가 위치한 장소는 다름 아닌 이블랜드.

그런 내 옆으로 미드랜드 평화위원회 소속 수행자들과 이브릴, 처음 보는 남성 엘프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제물이 되어줘야겠다.”

[건방진 놈!]

3대 악과의 전투를 대비해 스스로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

그건 바로 수행자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는 마법사이자 검사, 성기사임에 앞서 수행자로 통하는 존재다.

수행자가 강해지는 대표적인 방법이라면 뭐가 있겠는가.

그건 바로 퀘스트다.

퀘스트를 계속 클리어해 나가는 것이 가장 빠르게 수행자가 힘을 키우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퀘스트 발생]

등급: 최상

내용: 이블랜드에서 백작위를 가진 악마종 퇴치

보상: 선택형 최상급 보상카드 2장, 최상급 보상카드 5장, 강화 보주 10개, 스킬업 포인트 20, 능력치 포인트 20

8서클, 하이 마스터급인 자작 위 악마종의 퀘스트 보상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봐서 백작위 악마종의 전투력 또한 크게 상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9서클 또는 그랜드 마스터에 근접할지도 모르는 일.

[크아아아악!]

[아르메이슨 백작의 피어에 모든 능력치가 50% 감소합니다.]

[스킬과 아이템 효과, 오러, 마력, 신성력이 피어에 저항합니다.]

[저항 성공. 모든 능력치가 복구됩니다.]

하지만 내 목적은 백작위 악마종을 잡고 최상급 보상을 얻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계속 선택형 최상급 보상에서 천공의 성을 얻은 것처럼 이제 최상급 보상에선 스스로를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최상급’이 아닌 그다음 단계의 보상.

전설급이 되었건 신급이 되었건 그 다음 단계의 퀘스트가 내가 원하는 것이다.

이번 퀘스트의 보상은 선택형 최상급 보상 카드 2장에 최상급 보상 카드 5장.

보상 수준만 봐도 언제 다음 단계 퀘스트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과했다.

사실 중급이나, 상급보다 난이도 차이가 심한 게 최상급 구간이었다.

작전만 잘 짜면 최상급 익스퍼트로도 클리어가 가능한 수준의 퀘스트부터, 마스터, 하이마스터를 넘어 어쩌면 그랜드 마스터에 근접할지도 모르는 난이도까지.

이미 진작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난이도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3대 악을 포함하거나, 3대 악 사이에 또 다른 난이도의 퀘스트가 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가이아는 고생할 경우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었다.

분명 최상급이란 등급 하나로 계속 돌려막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수행 속도가 더뎠던 퀘스트에 열중하기로 한 것이다.

위험하기 그지없는 이블랜드를 활보하며 퀘스트를 빠르게 진행을 위해 내가 지닌 능력과 인맥을 모두 활용했다.

미드랜드 평화위원회의 하이마스터와 8서클의 수행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엘프들 역시 지구에 숨어든 3대 악 그라디스를 처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지라, 내 계획에 동참했다.

“그랜드 마스터에 준하는 능력치를 지닌 것으로 보입니다.”

내게 ‘골디 노바’란 이름의 남성 엘프가 다가와 말했다.

그는 바로 엘븐하임에서 파견된 그랜드 마스터(9서클 수준)였다.

“일단 내가 혼자 덤벼보겠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백업해 주십시오. 개입 타이밍은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덤으로 강한 상대와의 전투는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 아닌가.

이번 전투가 마스터로 나아가기 위한 계기가 되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히로시가 그러는 것처럼 양손에 각기 다른 디자인의 검 두 자루를 꺼내 들었다.

하나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주력 오리하르콘 장검인 파이스.

다른 하나는 이번에 미드랜드 평화위원회 수행자들로부터 새로 얻은 오리하르콘으로 만든 ‘세이렌’이란 검이다.

그리고 연아와 청아는 각각 오리하르콘 창을 갖고 있었는데, 그건 봉봉이의 오리하르콘 배틀 스태프처럼 연아와 청아를 위한 전용 장비였다.

장검은 악마종과의 전투에서 약 440%의 증폭 효과를 보이고, 창은 약 370%의 증폭 효과를 보인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

더구나 나는 마스터급 성기사이기도 한 덕분에 악마종에게 상성이 좋았다.

[감히 서쪽의 땅에 꺼림칙한 기운을 뿌리다니, 그라디스 폐하를 대신해 너희에게 심판을 내리겠다.]

“그 폐하란 녀석이 너희 버리고 다른 세계로 튀었잖아.”

이곳은 다름 아닌 서쪽의 왕 그라디스의 영역이다.

이블랜드의 악마종끼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에 그라디스가 자리를 비운 이 땅을 마음 놓고 활보할 수 있었다.

물론, 마왕이 없어도 그 부하들이 떼 지어 덤빈다면 위기를 겪겠지만, 이블랜드는 아프리카 대륙만큼이나 거대한 땅이다.

우리에게 위협이 될 만한 고위 악마들이 기습에 대비하여 지원을 오는 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이노옴!]

-콰아아앙!

그리고 시작된 본격적인 전투.

나는 이전까지와 차원이 다른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안정적으로 전투를 이어갔다.

짐승의 모습을 한 것처럼 녀석은 막강한 방어능력을 앞세워 근거리 전투를 전문으로 했다.

하지만 상성 무기인 오르하르콘으로 엄청난 증폭 효과가 더해진 우리의 공격을 맨몸으로 막는 것은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쉬운 게 아니었다.

연아, 청아의 집요한 중첩 공격과 최상급 정령인 실레스틴의 보조.

세인트 블레이드(성속성 강기)를 뿌리며 무섭게 쌍검을 휘두르는 내 모습에 녀석은 잠시 주춤거렸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장비빨과 스킬빨, 상성빨로 싸운다고 해도 애초에 그랜드 마스터에 준하는 능력치를 가진 녀석은 기본 출력부터 달랐다.

초반에 잠깐 우위를 점했지만, 이내 누가 우월하다 보기 힘든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뭐, 이런!]

그러나 녀석은 지금의 상황 자체가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내 지인들이 지켜봤다면 주먹을 불끈 쥘 수밖에 없을 만큼 위태로운 전투가 이어졌으나, 지금 이 순간 나는 매우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거다.’

전력을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호각의 상대.

정확히는 아르메이슨이 나보다 조금 더 강하긴 했지만,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 더 좋았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던 마스터의 경지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아르메이슨이 온전한 그랜드 마스터급이었다면 이런 기분을 느낄 틈도 없이 말리고 말았을 것이다.

녀석은 지금의 내게 너무 적합한 경쟁 상대였다.

-파아아앗!

그렇게 얼마나 전투를 이어갔을까?

배 안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전신에 흐르던 오러의 기운이 더욱 강하고 뚜렷해졌다.

드디어 마스터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건방지게 감히 나를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다니!]

온몸에 힘이 넘친다.

마스터와 최상급 익스퍼트는 단순한 한 단계 차이가 아니라고들 말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검에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강기와 오러로 만들어진 강기를 동시에 최대 위력으로 방출했다.

그리고 두 기운이 뒤얽히기 시작했는데, 마치 오러와 신성력이 융합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아르메이슨을 공격하던 파란색과 흰색의 강기가 합쳐지면서 하늘색의 더욱 막강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냈다.

[뭐, 뭐냐?]

-콰아아아앙!

하늘색의 오러블레이드는 질기기 그지없던 아르메이슨의 가죽을 꿰뚫고 내부까지 진탕으로 만들었다.

[컥!]

이게 뭔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검의 위력이 월등히 상승한 것이 느껴졌다.

나는 마스터의 벽을 깨고 생각지도 못하게 오러와 신성력이 융합된 새로운 힘을 손에 넣나 싶었는데.

-쿵!

어째서인지 다시 한번 아랫배에서 강력한 충격이 발생하며 심상치 않은 고통이 밀려왔다.

‘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전신을 타오르는 듯한 엄청난 통증에 나는 지금의 이 상황이 긍정적으로 여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큭!”

그러다가 근육이 터져나가고 피부에 금이 갔다.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환골탈태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랜드 마스터인 노바의 경악한 표정만 봐도 확실했다.

신체에 이변이 생기면서 점점 부상을 입은 아르메이슨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아르메이슨을 압도했던 힘이 내 몸을 좀먹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미드랜드 평화위원회의 8서클 마법사들과 하이 마스터들이 아르메이슨을 공격했고, 이브릴이 나를 노바에게 끌고 갔다.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모두가 놀랐다.

더불어 노바를 향한 이브릴의 외침은 톤이 매우 높아졌다.

“보이는 그대로입니다. 운용방식이 같은 기운이 섞이고 있죠.”

“좋지 않은 거죠?”

“소드 마스터를 수호자로 만들었던 전례가 없는 만큼 결론을 내리긴 힘들지만, 현재로썬 그래 보이는군요. 더구나 서클의 마력이 두 기운이 융합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기까지······.”

아무래도 욕심이 과했던 모양이다.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배제하고 강화에만 신경 썼더니, 이런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나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엘릭서를 사용했다.

-솨아아아.

전신을 감싸는 포근한 기운.

덕분에 순간적으로 날뛰던 기운들이 진정하기 시작했고, 오러와 신성력, 마력의 충돌로 발생했던 신체 균형이 회복되었다.

“엘릭서?”

하지만 고통이 사라진 건 잠깐이었다.

다시금 기운들이 서로에게 간섭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3개의 기운을 완전히 떼어서 달래야 합니다.”

내가 다시 고통스러워하자 노바가 내 오러를 진정시키기 위해 힘을 보탰고, 이브릴은 날뛰는 서클을 진정시켰다.

두 사람이 도와준 틈에 나는 신성력을 수습했고, 결국 3개의 기운이 뒤엉키지 않게 완전히 떼어낼 수 있었다.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금 엘릭서를 사용했고, 엘릭서는 나눠진 기운들의 안정화를 도왔다.

‘이제 겨우 마스터를 찍었나 싶었는데, 바로 뒤질 뻔했네.’

결국, 3개의 기운은 더 이상 말썽을 피우지 않고 정상으로 돌아왔다.

식은땀을 삐질 흘린 우리 세 사람은 동시에 안도했다.

“두 개의 기운을 동시에 방출하다니, 너무 무모한 짓을 하셨습니다. 앞으로는 오러블레이드와 세인트블레이드를 동시에 꺼내지 마세요.”

노바의 질책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두 기운이 융합되니, 일반 오러블레이드를 크게 압도하는 힘이 만들어졌다.

아주 일시적이었지만 말이다.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뭐라 확실히 답을 못하겠지만······.”

내 시선에 노바가 자신의 생각을 꺼냈다.

“신성력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음.”

“엘븐하임에는 소드 마스터이면서 7서클 대마법사, 동시에 최상급 정령 계약자인 사람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왠지 신성력이면 다른 기운보다 리스크가 적을 것 같은 느낌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걸까?

아무래도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잠깐이지만 두 힘이 융합되면서 발휘했던 파워를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될 테니.

내가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사람은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일단 오러블레이드와 세인트블레이드를 동시에 사용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 아닌가.

진짜 죽을 뻔하긴 했지만, 당장은 아프다고 앉아서 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크아아아악!]

마스터의 벽을 넘었으니, 이제 더 이상 녀석과 합을 맞출 이유가 없다.

그냥 다굴로 빠르게 처리하고 다음 타겟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낫지.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결국 백작위 악마종 아르메이슨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제거 되었다.

나는 퀘스트 보상과 녀석의 아공간을 수습하고는 해당 지역을 벗어났다.

그리고.

[퀘스트 발생]

등급: 전설

내용: 타락한 신전을 정화하라

보상: 전설급 보상카드 1장, 강화 보주 10개, 스킬업 포인트 20, 능력치 포인트 20

바라던 대로 내 눈앞에 새로운 등급의 퀘스트가 나타났다.

‘좋아!’

그런데 바로 후작위 악마종 제거 퀘스트가 뜨지 않는 것 보니, 백작위와의 난이도 차이가 상당한 모양이다.

약간의 트러블은 있었지만, 상황은 나쁘지 않고 오히려 순조롭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전력을 끌고 다니면 전설급이라는 새로운 등급의 퀘스트라해도 한동안 클리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과연 전설급 보상카드에선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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