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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03화 (203/247)

# 203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203화

93. 서울 재건(1)

지난 전쟁의 적국이었던 두 왕국을 내게 준다?

아주 오만한 제안이 아닌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중 국가의 주인은 나와 칼바도스 왕국의 국왕뿐인데, 마치 제국의 황제들과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이들이 그만한 위치와 힘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해당 국가의 국왕들이 들었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발광할만한 상황이었다.

그의 제안을 들은 나는 익숙하게 잔을 내와 와인을 따라주는 구미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여러분께선 제 세력이 커지는 게 탐탁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지정하고 내뱉은 말이 아니다.

하지만 아까부터 눈빛이 호의적이던 바르토스 국왕이 답했다.

“그건 그렇죠. 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개개인의 성장을 바라고 있는 입장입니다. 나라보다 개인의 욕심이 앞선 것이죠.”

그에 내 시선이 구미호에게 고정되었다.

나이가 추측 불가능한 그녀는 인간과 다른 범주의 존재다.

그래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시선을 받은 구미호는 유혹하는 듯한 매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전 경지 상승의 욕심보단 자유로움을 원하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이 땅을 벗어날 수 없는 몸이거든요.”

일종의 저주란 걸까?

“저주라기보다 업보죠. 이젠 그만 자유를 얻고 싶습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진하게 배어 있는 이 폐허와 연관이 있는 게 분명하다.

과거 하룻밤 사이, 한 국가를 멸망시켰다는 게 사실일까?

괜히 깊게 파고들 생각이 없는지라,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만한 동료들이 있으니 아마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시도해 봤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그녀가 수행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를 납득하곤 생각을 밝혔다.

“여러분을 수행자로 만들어 드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제겐 충분한 권한이 남아 있거든요.”

“오오.”

기대감에 찬 모습들.

하지만 내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다만 조건이 별로군요. 흥미롭긴 하지만,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그 말씀은 두 국가를 정복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단 뜻입니까?”

“아뇨, 제가 두 나라에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단 뜻입니다.”

나는 이미 한 나라의 국왕이며, 케일론 왕국과의 연합으로 대륙에서도 큰 목소리 낼 수 있는 국가에 소속되어 있다.

나라가 커지면 좋긴 하지만, 확장이 능사라고는 생각지 않기에 그다지 구미가 당기진 않았다.

“혹시 원하시는 것이라도?”

그들이 작정하고 수행자가 되기로 마음먹으면, 내가 아니라 지정권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을 섭외하면 된다.

그런데도 굳이 내게 요청한 것은 지구에서의 내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행자가 되고자 나선 게 아니란 뜻이었다.

그들은 나를 호의적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괜한 싸움으로 수행자에서 낙오자로 떨어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말이다.

당연하지만 이들이 떼거리로 덤빈다면 내게 승률은 없다.

하지만 이들의 시선이 아닌 척해도 종종 이브릴에게 향하는 것을 보면 그녀가 엘프란 사실을 알고 있으며 꽤나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엘프라도 8서클이나 되는 존재가 널려 있을 리 없으니, 아마 머릿속이 꽤나 복잡할 것이다.

내가 조건이 마음에 안 든다고 튕겼음에도 그들은 기분 나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 주도권은 내가 확실하게 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튕기면 반동이 생길 수 있으니, 적정선을 유지할 필요는 있었다.

“혹시 원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들어 드리겠습니다.”

내가 다른 조건을 원하니, 그들은 아예 백지 수표를 제시했다.

그만큼 간절한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가감 없이 원하는 바를 밝혔다.

“차라리 보물을 받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보물이라 하시면?”

아마 재산 규모로 따지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부자일 것이다.

그런 내가 원하는 보물이라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될 터.

모두가 의문을 표하자 나는 내 기준으로 보물이라 생각하는 물건을 말했다.

“예를 들면 오리하르콘이라든가.”

드래곤 하트도 나쁘지 않지만, 그것까지 말하면 장난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오리하르콘만 말했다.

하지만 오리하르콘은 이들이라 해도 쉬이 얻을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

최상급 던전 보상으로 그냥 나오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 최상급 던전이 등장한 적이 없는지라, 내가 보유한 오리하르콘의 양은 그대로다.

오리하르콘은 최강의 능력 증폭장치이자, 3대 악을 상대 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베르트 상회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매물을 찾고 있지만, 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며 차라리 미드랜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들에게 요구해본 것이다.

이들도 난감한 기색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역시 나라를 주네 마네 할 정도란 걸까?

다들 난감함보단 고민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장 먼저 위스워드 제국의 델피로 공작이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의 양을 원하십니까?”

아니나 다를까.

돌아온 대답은 추측대로 긍정적이었다.

정확한 양까진 몰라도 일정량의 오리하르콘을 보유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양은 여러분이 제시해 주시죠”

입꼬리를 올린 나는 오리하르콘 장비들을 소환해 바닥에 꽂았다.

참고로 난 이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함으로써 어중간한 양으론 만족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을 보여주었다.

내가 보유한 오리하르콘 장비를 본 그들은 하나같이 말을 잃었다.

그에 델피로 공작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식은땀을 삐질 흘리고는 자신의 동료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시작했다.

현재 내가 보유한 오리하르콘의 양은 약 3.2kg 수준이다.

오리하르콘은 철보다 가벼워서 부피로 따지면 철 7kg에 해당되는 양이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기에 회의를 나누는 이들의 얼굴엔 심각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잠시 후.

델피로 공작이 나서서 말했다.

“십시일반 걷어서 약 3kg까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보유한 것과 비슷한 양을 제안해 왔다.

오리하르콘 3kg이면 장검을 4자루까지 만들 수 있다.

기대보다 살짝 적긴 하지만, 이들이 나를 떠보기 위해 대충 내뱉은 말이 아니란 것을 충분히 느꼈기에 나는 더 이상 성질을 긁지 않기로 했다.

“혹시라도 수행자가 되고나서 허튼 마음을 먹는다면 공격할 수 밖에 없단 사실을 이해해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베르트 폐하의 지휘에 따를 생각입니다.”

처음 이들의 요구를 추측했을 때, 고민이 많았다.

과연 이 사람들을 수행자로 만들어도 될 것인가…….

이들이 작정을 하고 분탕질을 치면 나만으론 막을 능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즉, 이들을 수행자로 만들어도 어떻게든 제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뮤대륙 출신 수행자는 분명 지구인과의 차별점이 존재했다.

당장은 능력치가 높은 만큼 퀘스트 진행속도가 빠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보상의 규모와 퀘스트의 숫자가 지구인보다 적었으며, 난이도가 높았다.

뮤대륙의 평범한 사람을 수행자로 만들어도 결과가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처음부터 높은 능력치에 대한 제약이라 봐야 할 것 같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행자로 만들어 드리죠.”

그들이 수행자가 된다면 하이랜드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3대 악의 침공을 막을 때 전력향상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나는 가지고 있는 지정권을 그들에게 사용했다.

그런데 문뜩 구미호의 정확한 능력치가 궁금해 물었다.

“클라우디아님의 무력은 어느 수준이죠?”

내 물음에 그녀는 싱긋 웃어 보였다.

“9서클 마법사와 비슷한 수준 같습니다.”

놀랍게도 미드랜드 최강자는 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상관없을 것이라 판단하며 지정권을 사용했다.

여차하면 목줄을 죌 수 있는 존재를 엘븐하임에 부탁하거나, 봉봉이가 대천사를 소환하여 척결하면 되는 일이니.

그리고 마스터를 목전에 둔 오러가 다음 단계에 접어든다면, 동등하진 않더라도 어떻게 비벼 볼 순 있지 않을까?

‘7서클 대마법사’에 ‘소드 마스터’이자 ‘마스터급 성기사’가 아닌가.

등급이 두 개나 차이 나지만 싸울 일이 발생한다면 허무하게 지진 않을 것 같다.

뮤대륙인은 지정권이 사용됨과 동시에 수행자가 된다.

이들은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구미호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장소를 벗어날 수 없다면 그녀는 수행자의 기능을 지구를 오가는 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을 텐데.

“저도 퀘스트가 떴네요. 하지만 여전히 이곳을 벗어날 순 없고요.”

“아쉽군요.”

“애초에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지구란 세계에서라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으면 만족합니다.”

미드랜드 평화위원회 멤버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지구의 위기관리 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약속대로 나를 따른다면 지구의 주요 도시 재건에 여러모로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 해야 할까?

* * *

이번 웨이브는 최소한의 피해로 막는데 성공했다.

웨이브의 무서운 점은 안전구역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이미 서울 대부분은 성역으로 지정되어 안전구역이 되었기에 평소엔 몬스터 게이트가 열리지 않지만, 웨이브가 발생하면 안전구역이건 뭐건 게이트가 하늘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그 말은 바꿔 생각해서 웨이브만 잘 막아내면 서울 내에선 일상생활이 가능하단 뜻이기도 했다.

이점을 핵심으로 주요 국가의 정부에선 성역을 중심으로 도시 재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재건 사업이 시작되면서 각국의 대통령들은 골머리를 썩여야 했는데, 그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에 안전구역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수행자는 무려 70명에 달합니다. 이 안전구역 스킬을 여러 도시에 분산시키기보다 집중시켜 제2, 제3의 성역을 만들어 도시 전체를 재건하는 것이 여러모로 득인 거죠!”

한국의 대통령 하성훈은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합참의장의 모습에 이마를 짚었다.

성역의 범위는 직경 20km.

그런데 안전구역의 범위도 3km로 그렇게 작지 않다.

이론상 안전구역 스킬 45개를 겹치면 성역과 비슷한 면적의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는 구역으로 만들 수가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 이론이다.

안전구역은 사각형이 아닌 원형.

원형의 특성상 빈틈없이 거대 안전구역을 만든다면, 해당 스킬 상당 부분을 겹쳐 사용해야 하니 큰 손실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은 범위 3km의 안전구역을 중간 거점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곳곳에 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몇몇 유력 인사들이 이에 반대하며 대전과 부산에 안전구역을 집중 배치하여 서울처럼 도시 자체를 재건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제시했다

“그리되면 안전구역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도 생겨납니다.”

대통령은 나라 곳곳에 안전구역을 배치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평소 대통령이 이 정도로 말하면 군인인 합참의장이 져주겠지만, 며칠째 의견충돌이 지속될 만큼 그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처럼 지방 도시에도 거대 거점을 만들어 시민들을 집중 배치하는 것이 방어 효율도 월등히 좋습니다! 조금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십시오!”

대격변이 시작되면서 대통령의 권한은 나날이 약해져 갔다.

대신 영주처럼 현장 지도부의 힘이 강해졌는데, 현재 각 피난처를 관리하는 기관은 다름 아닌 군대였기에 군인들의 발언력이 매우 강해진 상황이다.

덕분에 요즘 합참의장이 사사건건 태클을 걸어 오는데, 그것을 가지고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이들의 의견은 말도 안 되는 억지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소모전이 계속되는 것이다.

“아니, 대체 왜 방어하기 힘들게 피난처를 확산시킵니까? 상식적으로 집중시키는 게 낫죠!”

더구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국방부 장관은 방관자 마냥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으니 더욱 골이 아팠다.

“제2, 제3의 성역을 만들어 도시를 재건하는 건 좋죠. 하지만 이론상 해당 면적으로는 국민 전체를 수용할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지금의 국민들도 모두 안전구역 속에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스킬을 겹쳐서 억지로 넓은 범위의 대체 성역을 만들면 안전구역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더 줄어들게 됩니다.”

효율에 중점을 둔 합참의장의 의견과 전체를 아우르고 싶어 하는 대통령의 의견에 합의점 없었다.

결국 분에 못 이긴 합참의장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럼 차라리, 연맹 회장님께 결정을 맡기죠! 그분이 그렇게 하자면 따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대통령은 눈앞에 있는 자신인데, 왜 여기서 지훈을 들먹인단 말인가.

하성훈 대통령은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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