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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201화 (201/247)

# 20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201화

92. 베르트 왕국(1)

하지만 여기에 문제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케일론 왕국의 귀족들이 베르트 대공국의 독립을 허가하냐는 것이다.

사실 연방국으로 묶이는 만큼 완전한 독립이라 볼 수 없지만, 베르트 대공국이 왕국이 된다면 둘은 동등한 입장이 된다.

그럼 케일론 왕국은 베르트 대공국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가 없고, 조공도 받지 못한다.

명령을 내리던 하부 세력이 협력을 요청해야 하는 동급 세력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케일론 왕국 내부엔 베르트 대공파도 있고, 경제부문에서도 내 상회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다.

어쩌면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리가 우위라고도 볼 수도 있었다.

방심하다간 주객이 전도되는 것은 순식간.

우리 베리트 대공국은 모든 권력이 내게 집중되어 있는 만큼 내가 결정하면 귀족들은 군말 없이 따르겠지만, 케일론 왕국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엠브리오 공작파와 크로이센 공작파에서 이를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1왕자와의 내전에서 두 사람은 현 국왕인 2왕자파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이젠 각자의 이권을 위해 다투는 권력자들이었다.

뭐, 그나마 두 공작은 상황파악을 할 줄 아는 인물들이지만, 그 밑에 있는 귀족 중엔 제 잘난 맛에 사는 깡통도 적지 않은지라 어떤 식으로든 잡음이 발생할 게 뻔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이 담긴 내 물음에 미하엘 국왕은 너털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신경 쓸 것 없네. 자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지만, 나도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한 내용이니.”

그러면서 미하엘 국왕은 서재 입구에 서 있던 왕가 집사에게 손짓을 했다.

그에 서재의 문이 열리고 엠브리오 공작과 크로인센 공작이 서재로 들어섰다.

나는 그 두 사람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미 내부 회의를 마치신 거군요?”

“그렇지.”

두 공작은 내게 예를 올리고는 자리에 앉지 않고 국왕 뒤에 섰다.

그런데 두 공작을 섭외해도 그 밑에 있는 귀족들이 따른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그 부분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크로이센 공작의 말.

나는 왜 괜찮은지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해당 계획이 발표되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 생각입니다.”

시선을 돌리다?

나는 턱을 짚으며 연방국이 탄생할 경우 귀족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연방이 되면 생겨날 기관이 떠올랐는데.

“그렇군요. 두 국가가 연방 체제로 묶이게 되면, 통합된 연방 정부가 설립될 테니.”

“역시, 베르트 공왕전하십니다.”

제대로 짚었는지, 감탄사를 흘렸다.

“케일론 국왕폐하와 베르트 공왕전하께서 각국을 다스리는 통치자로 남을 수밖에 없죠. 두 분 중 누군가가 나서서 연방 정부의 의장이 되신다면 두 왕가의 입장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게 됩니다.”

“그래서 왕가를 제외한 귀족 가문에서 연방 의장을 뽑자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지금의 케일론 왕국과 베르트 대공국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외부에서도 계속 이간질을 시도하는 것이고.

그런데 두 국가가 연방 체제 아래 온전히 힘을 모은다면 그것은 평범한 연방국이 아닌, 연방제국이라 칭해도 될 것이다.

즉, 연방 의장의 자리는 연방제국을 대표하는 황좌나 다름이 없었다.

귀족들이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 게 뻔하다.

“나쁘지 않군요.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장의 임기 기간을 정해두고 두 국가의 귀족들이 번갈아가면서 의장을 맡으면 되겠어요.”

“네, 더불어 한번 의장이 된 귀족 가문은 향후 20~30년간 의장 자리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들면 의장의 자리를 한 가문에서 독점하지 못하게 되죠.”

애초에 의장이 된다고 해서 양국의 국왕들 위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상징적으론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양국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 관리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의장이 무언가를 요구했는데, 미하엘 국왕과 내가 거부하면 그 요구는 이뤄지지 못하고 끝이었다.

대신 의장이 되면 어느 정도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연방 직할 도시와 연방군을 만들어 허수아비란 느낌을 지울 필요는 있었다.

“이미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놓으셨군요.”

“그걸 바로 알아채는 자네도 대단하지.”

나와 미하엘 국왕은 건배하듯 찻잔을 부딪쳤다.

“역시 폐하와는 여러모로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뭐, 내가 그만큼 열려있는 사람이란 뜻 아니겠는가.”

확실히 그건 그렇다.

그가 짜놓은 연방제도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껄끄러움도 지울 수 있고, 두 국가가 한목소리를 내어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더불어 연방 정부에 외교를 일임하면 왕실의 업무도 대폭 축소될 터이니 국왕은 조금 더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실리와 개인의 욕심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아주 좋은 안이 아닌가.

나는 내심 미하엘 국왕의 판단력에 감탄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나는 그날 바로 베르트 대공국의 독립을 선포했다.

당연히 주변 국가들은 몹시 당황했다.

그리고 그건 케일론 왕국이라 해서 다르지 않았는데, 수많은 귀족들이 반역이라며 난리브루스를 쳤지만, 이를 미리 예상하고 있던 미하엘 국왕이 빠르게 진화에 나서면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베르트 대공국이 왕국으로 거듭나자 주변 국가들은 언제 당황했냐는 듯 케일론 왕국의 국왕을 비웃으며 바보라 조롱했다.

다른 세계 사람에게 지나치게 퍼주다가 발등이 찍히고 말았다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르트 왕국과 케일론 왕국이 연방 제도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깝죽대던 주변국들은 하나같이 경악하며 부랴부랴 진위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포장 없는 진실이었고, 케일론 왕국과 베르트 왕국에서 연방 정부 설립 계획과 함께 새로운 국명을 선포했다.

뮤대륙의 옛 지명을 따서 ‘로이아스 연방제국’이라 말이다.

* * *

[국왕이 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향상됩니다.]

[600,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수행자 최초로 대공위를 획득하여 추가로 600,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국왕위 획득 포인트는 언제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빨랐다.

베르트 대공국이 정식 독립국이 되면서 나는 더 이상 전하가 아닌 폐하라 칭해졌으며, 마음만 먹으면 공작위를 내려 주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하, 폐하는 첫 만남부터 범상치 않으셨죠.”

내 측근으로 외교대신이었던 크리스토퍼 백작은 한 번에 공작의 작위를 받으며 베르트 왕국의 첫 공작이 되었으며, 내 스승이었던 고든은 후작위를 받았다.

참고로 수행자들에겐 다짜고짜 후작위 이상의 고위작위를 내리진 않았는데, 이는 베르트 왕국이 수행자만을 위한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지구의 수행자 중 가장 높은 직급은 히로시의 백작위였으며, 뮤대륙의 수행자인 그라프와 주요 인사에게도 백작위를 내렸다.

후작위는 마스터가 되면 내릴 생각이며, 공작위는 후작이 공을 세울 경우 내리기로 했다.

현재 베르트 왕국에는 1명의 공작과 2명의 후작이 존재하는데, 나머지 한 명의 후작은 전 슈엔다르크 왕국령을 관리하던 총독이 받게 되었다.

다만 백작은 굉장히 숫자가 많았는데, 뮤대륙 원주민으로 내 측근이 된 귀족들과 지난 슈엔다르크와의 전쟁에서 크게 활약했던 인물들에게 백작위가 내려졌다.

일반적인 국가들은 상급 익스퍼트에게 단승 남작위가, 최상급 익스퍼트에겐 3대 계승 남작위와 영지가 주어진다.

베르트 왕국 역시 다른 국가들과 기준은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공을 높게 평가받아 자작위 이상을 받는 것이 쉬울 뿐이지.

하지만 수행자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는 작위승격이 조금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수행자의 회차가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이거다.

높은 회차일수록 내게 쉽게 접근하고 어필할 수가 있으니.

더불어 나는 독립국의 왕이 되자마자 국왕의 권한을 마구 남발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왕비의 정실 구분이었다.

왕비는 첫째 부인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국왕이 하사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이는 김선아를 위한 조치였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부부생활을 이어가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아이는 꿈도 꿀 수 없다 보니, 요즘 기가 많이 죽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차별대우는 없을 것이라는 신뢰를 표현한 것이다.

수행자가 되면서 이해심이 깊어진 클로이는 별다른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그녀도 현 상황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신생 왕국의 국왕이란 건 참 좋다.

굳이 전통에 따르지 않아도 되고 이를 따지고 들 사람이 없으니.

“공작이 되시더니, 기름칠을 더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는 크리스토퍼 공작의 아부에 헛웃음을 흘렸다.

첫인상의 충격을 따지면 그보다 내가 더할 것이다.

처음에 그가 썼던 이상한 화법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으니.

듣기론 그게 크리스토퍼 공작이 분위기를 잡을 때 쓰는 말투라는데, 생각할수록 웃겼다.

“한창 바쁘신 크리스토퍼 공작께서 아무 이유 없이 찾아와 사설을 길게 늘어놓을 이유가 없으실 텐데.”

내가 어서 용건을 꺼내라는 투로 바라보자 그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품에서 서한을 꺼냈다.

“뭐죠?”

“초청장입니다.”

“초청장이요?”

“저도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존하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나는 처음 보는 인장이 찍힌 서한을 펼쳐보았고, 그곳에서 특이한 단체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드랜드 평화위원회]

내용은 아주 심플했다.

‘베르트 폐하를 뮤대륙 평화위원회의 일원으로 맞이하고 싶다.’며 한번 위원회 본부에 방문을 해달라면서 텔레포트 좌표가 적혀있었다.

국왕인 나를 낯선 단체에서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부르다니,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뭐하는 단체인가요?”

소문으로만 들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뜻.

내 물음에 크리스토퍼 공작은 진지하게 답했다.

“8서클 또는 하이마스터 이상의 존재들만으로 이뤄진 단체입니다.”

“아아….”

그때서야 거창한 이름과 국왕에게 가입 권유를 하는 패기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미드랜드에선 마스터나 7서클의 대마법사만 되어도 1인 군단이라 칭해지며 전략병기 취급을 받는다.

당연히 나라에선 이들을 보유하기 위해 온갖 편의를 봐줄 수밖에 없고, 최상급 익스퍼트와 6서클과는 겨우 한 단계 차이긴 해도, 격이 다른 대우를 받게 된다.

그런데 그 이상인 8서클과 하이마스터의 경우엔 어떤 대우를 받을까?

정답은 국왕 또는 황제와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대공위가 내려지는 일이 드물어졌지만, 과거 대공국이 성행하던 시절 공왕은 대부분 8서클과 하이마스터가 된 이들이 담당했다.

비록 지금은 대공국들의 반역이 워낙 잦아서 그저 대우만 받을 뿐인데, 양 제국의 8서클과 하이마스터만 하더라도 황제의 명령을 무시할 수 있는 치외법권의 존재들이었다.

왕국의 경우 국왕 이상의 권한을 휘두르기도 하는데, 이들이 이렇게 설칠 수 있는 이유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단독으로 왕성에 쳐들어가 국왕의 목을 베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철저히 파괴에만 중점을 둔다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라 하나 멸망으로 몰고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제국의 황제들조차 황권에 도전할 수도 있는 위험분자들을 곁에 둘 수밖에 없었다.

‘현재 미드랜드엔 8서클의 대마법사 2명과 하이마스터 2명이 존재한다.’

8서클의 마법사는 위스워드 제국, 마드세인 왕국이 한 명씩 보유하고 있으며, 하이마스터는 로엘 제국, 칼바도스 왕국에서 한 명씩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성녀도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가야 하지만, 성녀는 이런 권력 놀이에 관심을 보일 인물이 아니었다.

“의외네요. 이들은 절 인정하려 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미드랜드의 기존 권력자들은 수행자들을 반기지 않았다.

그런데 나를 동격으로 인정하고 모임에 섭외하려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수행자 지정권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역시, 그렇겠죠.”

나에겐 아직 15장의 수행자 지정권이 남아 있다.

총 50장을 구매해 20장을 지구에서 쓰고 15장을 뮤대륙의 측근들에게 사용했다.

그럼에도 15장이 남아 있었는데, 성녀에게 권했다가 실패한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권하지 않았다.

일단 지금 생각해둔 게 실험용으로 5장을 쓰고, 나머지 10장은 하이랜드 인물들에게 사용할까 고민 중이었다.

이브릴을 비롯해 높은 전투력을 가진 엘프들과 지구의 도시 재건 사업에 도움이 될듯한 드워프까지.

그러나 아직 하이랜드의 신화종을 수행자로 만드는 것이 잘하는 짓인지 확신이 안 서서 고민 중이다.

“8서클의 대마법사와 하이 마스터라 해도 다음 경지에 대한 갈증이 심한 모양이군요.”

“그렇겠죠. 특히 위스워드 제국의 황금 마탑주는 거의 100년째 8서클에 머물러 있으니, 애가 탈것 같기도 합니다.”

미드랜드의 평균 수명이 50대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나이.

물론, 귀족들은 수시로 신성력과 마법의 케어를 받아 수명이 지구의 선진국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초인들은 100살 넘게 사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듣기로 위스워드 제국의 황금 마탑주는 나이가 200살에 가깝다고 한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들이 나를 함정에 빠뜨릴 가능성도 없잖아 있다.

지금 나는 미드랜드의 가장 뜨거운 감자이자 달갑지 않은 외부인이었으니.

누가 되었던 1:1로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이런 초인들이 둘 이상 달려들면 꼼짝없는 패배였다.

함정일 경우 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

하지만 이기진 못하더라도 도망칠 자신은 있었다.

“좋습니다. 한번 가보죠.”

흥미가 위험성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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