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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91화 (191/247)

# 19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91화

88. 비밀상점(1)

천공의 성을 처음 보게 되면 ‘멋있다’라는 감정보다 절로 말을 잃게 하는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특히 비가시 모드가 해제가 되며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천공의 성은 수십만 평 규모의 거대 부유섬에서 일부분을 차지할 뿐 성 자체가 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유섬 하단부엔 SF영화에서나 볼법한 푸른빛을 내뿜는 어떤 장치가 달려 있었으며, 그 장치를 중심으로 바닥 전체에 금속으로 양각된 거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또한, 부유섬 상부에 날카롭게 뻗은 첨탑들은 하나하나가 빌딩 같았는데,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성의 규모는 상식을 파괴했다.

3만 명이란 숫자는 부유섬 전체가 아니라 성에서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뜻하며 피난민처럼 사는 게 아니라 제대로 문명을 누리며 생활할 수 있는 적정 인원을 뜻했다.

화장실과 욕실, 휴게실, 회의실 등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으니, 사람을 눌러 담는다면 성에만 족히 10만 명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숲과 성 주변에도 사람을 탑승시킨다면 최대 30~40만 명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었으니, 수송 용도로 아주 적합했다.

“이, 이게 무슨?”

놀란 것은 능력자와 군인들뿐 아니라, 지훈과 연이 깊은 수행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가 또는 도시 간의 물류이송과 공업단지 조성을 목표로 선택형 최상급 보상에서 얻기 시작한 물건이죠.”

숨길 것 없다는 판단하에 사실대로 밝힌 지훈은 검지로 누르고 있던 능력자의 이마를 뒤로 밀었다.

능력자는 지훈의 손가락에 속수무책으로 밀려 뒷걸음질을 쳤고, 바닥에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천공의 성은 단순히 물건이라 표현하기에 지나치게 거대했지만, 선택형 최상급 보상은커녕 아직 최상급의 단계에도 접어들지 못한 수행자들은 새삼 격차를 느껴야 했다.

“수용인원은 3만 명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더 타는 것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사람이 성 밖에 배치될 경우 단순 짐으로 표기가 된다는 점이죠. 잠깐 짐 취급받으면 성 하나당 30~40만 명을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지훈은 녹색 머리의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에 엉덩방아를 찧었던 능력자가 몸을 일으키며 다가오자 금발의 청아와 은발의 연아가 지훈을 보호하듯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애초에 그는 지훈에게 해코지하고자 다가온 게 아니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주눅이 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감정 없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것은 굉장한 압박감 주였다.

능력자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물었다.

“타, 탑승은 어떻게 하죠?”

“천공의 성에서 반중력 마법으로 사람과 짐을 탑승시킬 수 있으니, 따로 장비는 필요 없습니다. 제 명령이면 끝이죠.”

“이동속도는 얼마나 됩니까?”

“비행속도는 시속 300km 정도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천공의 성은 자체 텔레포트가 되니까요.”

“허….”

말도 안 되는 기능 덕분에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던 능력자와 군인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애초에 이런 게 있었으면, 더 빨리 쓰면 좋지 않았습니까. 그럼 불필요한 피해는 없었을 텐데.”

능력자의 힐난에 지훈은 피식 웃으며 청아에게 턱짓을 했다.

-턱!

말하지 않아도 지훈의 명령을 이해한 청아는 그 능력자의 멱살을 움켜쥐었고, 거구의 남성이 가느다란 청아의 팔에 들려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는 청아가 지훈의 능력치 7할을 잇고 있었기에 가능한 괴력이었다.

“전 그리 한가한 사람이 아닙니다.”

“어, 어제만 5만 명이 죽었습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저는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슈퍼히어로가 아니거든요. 이쪽도 사정이란 게 있습니다.”

“…….”

“마티스님이 제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굳이 나서지 않았을 겁니다. 저를 움직이게 만든 건 마티스 님이니,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도록 하세요.”

지훈이 어깨를 으쓱이자, 청아는 그 능력자의 복부에 주먹을 꽂으며 말했다.

“건방지다.”

분명 능력자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지훈은 세상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는 절대적인 초인이 아니었다.

능력자는 헛구역질을 했고, 지훈은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겁에 질려 있는 시민들을 눈에 담았다.

지훈은 엘리시아란 이름으로 개명된 봉봉이를 불렀다.

“엘리시아.”

“응!”

그에 봉봉이는 창으로도 쓸 수 있는 매끈한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그 스태프의 재질은 다름 아닌 오리하르콘.

지훈이 단검 하나를 녹여 성녀가 된 봉봉이를 위해 만든 전용 장비였다.

“축복!”

짧은 영창과 함께 봉봉이가 크게 외치자, 새하얀 빛이 사방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어? 어어!”

정체 모를 빛이 뻗어 오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겁을 했는데, 빛이 몸에 깃들자 언제 놀랐냐는 듯 감탄사를 터뜨렸다.

봉봉이의 주문은 수백만에 달하는 시민 전체를 감쌌고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자 지훈이 잘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중급 이하의 부상이 치유되며 모든 상태 이상과 스테미너가 회복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향상됩니다.]

이런 메시지는 수행자뿐만 아니라, 능력자와 군인,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떠올랐다.

지훈은 눈을 부릅뜬 사람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시민들을 천공성에 탑승시키기로 하죠. 이동은 바로 이뤄지지만, 이 많은 인원을 싣는 게 더욱 큰일이니. 당연하지만, 수행자와 능력자 군인은 곧 몰려들 몬스터들로부터 시민을 지켜야 합니다.”

“몰려들다니요?”

“계속해서 주변을 자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몬스터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고, 그에 천공성에서 수백 가닥의 빛이 내려와 시민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전 수행자 연맹의 회장인 조지훈입니다. 지금부터 이 성을 이용해 시민 여러분을 파리로 옮길 겁니다. 그러니 당황하지 마세요.]

지훈은 텔레파시 마법을 광범위하게 사용했고,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시민들은 UFO에 끌려가듯 가족과 친구들이 하늘 위로 날아올라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빠! 몬스터들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어.”

봉봉이의 외침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군인들이 재빨리 방어 진형을 짜고 수행자와 능력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었다.

지훈 일행이 있는 곳은 피난 행렬의 본진이었기에 명령에 대한 대응이 매우 빨랐다.

하지만 군사령관과 능력자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는데.

“회, 회장님. 사방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를 막기엔 방어 병력이!”

그 이유는 사방의 땅이 울리며 몰려들기 시작한 몬스터의 수가 군인들만으로 처리하기엔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인원이면 충분합니다. 저 늑대들은 몬스터가 아니니 총 쏘지 말라고 지시하세요.”

지훈은 태연히 답하며 봉봉이, 청아, 연아와 함께 허공에 떠올랐고, 곁을 지키던 두 마리의 다이어 울프들이 순간 이동처럼 모습을 감췄다.

* * *

수행자들과 마찰을 빚었던 능력자 루이는 흥분하며 달려드는 오크를 향해 보이지 않는 칼날을 날려 목을 쳤다.

그의 능력은 사이코 키네시스.

그중에서도 찌르고 베는 것에 특화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전투에 특화된 그의 힘은 프랑스 능력자들의 대표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수행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능력자란 특수한 존재가 되었음에도 그들 때문에 어중간한 대우를 받는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능력자 대부분이 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만큼 홀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분명 정부에서 신경을 써주고 있지만, 그런 정부가 종종 수행자 연맹의 지시에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 대우를 떠나 권력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능력자가 수행자에 밀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이런 차이를 용납하기 힘들었고, 사사건건 수행자들과 마찰을 벌였다.

그런데 오늘 제대로 마주한 수행자 연맹의 힘은 상상을 가볍게 초월했다.

루이는 청아에게 맞아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는 배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웅장한 두 개의 성.

-콰아아아아앙!

한 번에 수백, 수천 마리의 몬스터를 태워버리거나 폭사시키는 광역 마법의 향연.

몬스터와의 전투로 부상을 입을 경우 날아드는 하얀 빛이 상처를 회복시키고.

흐릿한 실루엣만 보일 정도로 민첩하게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두 마리의 늑대는 능력자들이 떼로 달려들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상대가 아니었다.

덕분에 몬스터들로부터 시민들을 지키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전투는 매우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수백만 명이 밀집되어 있다 보니, 방어해야 할 공간이 광범위했다.

그런데 그들이 몬스터가 붙기도 전에 7~8할을 정리를 해버렸다.

“앞으로 수행자들에게 덤비지 말아야겠습니다.”

늑대 인간을 처지한 동료 능력자의 말에 루이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더 이상 인간이 아니야.”

동료 능력자도 동감한다는 듯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행자 연맹의 활약에 힘입어 마르세유 시민들은 무사히 파리로 이동되었다.

비록 인원이 많아 천공의 성이 수차례 오고 가야 했지만, 지훈 일행이 주변 몬스터의 씨를 말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송작업이 수월해졌다.

이런 지훈 일행의 모습은 프랑스 시민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었는데, 시민들은 지훈을 가리켜 살아 있는 전신의 재림이라 칭하며 영웅시 했다.

* * *

프랑스의 대규모 이주 작업이 끝나고, 열렬한 환호 속에 한국으로 돌아오니 뜻밖의 소식이 반겨 주었다.

“국내에서 비밀 상점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찾아도 잘 눈에 띄지 않던 비밀 상점의 발견.

안 그래도 오늘 몬스터를 싹쓸이하면서 적지 않은 검은 마석을 챙겼다.

덕분에 방금까지 비밀 상점을 떠올렸는데, 이렇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줄이야.

“어딘데?”

내 물음에 김선아와 클로이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두 사람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비밀 상점은 반파된 수행자 연맹 본부 지하실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봉봉이를 얻고 화분에 심었을 때 숨겨 놓았던 공간.

봉봉이가 식인 식물 시절 접근하는 사람을 나무줄기로 모조리 공격하던 그 장소였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도 정도가 있지.”

참고로 수행자 연맹 본부는 이 벙커와도 연결된 장소였다.

나는 두 사람과 함께 수행자 연맹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걸었다.

잠시 후 습한 공기가 느껴지는 지하 주차장이 나오고 나는 수행자들이 몰려 있는 장소로 향했다.

“오셨군요.”

미리 비밀 상점을 둘러보고 나온 건지, 마검사 최은우와 한때 제자였던 이태영이 나를 반겨주었다.

“좋은 거 많아요?”

내 물음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상 이상입니다. 직접 봐보세요.”

그에 나는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인파를 뚫고 상점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비밀상점에!”

상점에 들어가니, 연아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은발의 앳된 천사가 나를 반겨 주었다.

“시엘라님?”

그런데 분위기는 둘째 치고 그녀의 외형적 특징이 일전에 나와 함께 지구로 넘어왔던 대천사와 너무도 비슷했다.

[비밀 상점 관리인]

머리 위엔 따로 이름이 표기되지 않았다.

내 물음에 그녀는 외국인 같은 표정으로 ‘잘 모르게쏘요’를 시전했다.

딱히 부정은 않는 걸 보니, 어떤 연관이 있긴 한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비밀 상점 내부를 둘러보았다.

상점은 특수한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듯했다.

내부는 그리 넓어 보이지 않았지만, 약 1미터 정도 떨어진 진열대로 이동하는 데 열 걸음을 걸어야 했다.

사람의 인지 능력을 흐트러뜨리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판매 상품을 살핀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A플 맥북 프로 레티나 2020]

[L지 뉴 2020 그램]

[S성 갤럭시 노트 11]

“행사 상품을 사시면 최신 영화 100편이 들어 있는 500기가짜리 외장 SSD를 서비스로 드립니다.”

천사가 곁으로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영업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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