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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89화 (189/247)

# 189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89화

87. 지구의 이종족(2)

마사루는 클로이에게 악수를 건넸고, 그녀는 그의 손을 빤히 내려만 보았다.

“죄송합니다. 지금 손이 더러워서.”

마사루는 클로이의 손이 더러워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덕분에 예의 바른 아가씨라 생각하며 웃어 보였다.

이후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청소했다.

그런데 클로이의 작업이 끝나자 다가온 성직자가 어째서인지 그녀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초, 촛대를 제 자리에 돌려놓고 예배당에 물걸레질하시면 됩니다.”

그에 클로이는 이견 없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처음부터 클로이를 지켜보고 있던 마사루는 성직자가 왜 그런 태도를 취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그녀를 어려워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마사루는 성직자에게 직접 물었고 그에 한숨을 내쉰 성직자가 조심히 답했다.

“저분께 함부로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이 수행자라면 더욱 말이죠.”

긴 설명은 없었지만, 뭔가 사연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린 마사루에게 빨래를 밟던 거구의 사내들이 다가와 말을 덧붙였다.

“클로이 님께 엄한 감정 품지 말 거라.”

마사루는 영문 모를 상황에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그들도 자신처럼 클로이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

사내들이 신전 내부로 들어가자 괜히 그녀에게 해코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사람들의 경고에도 마사루는 클로이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신전에서 일하는 내내 사내들이 클로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보며 마사루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저 사람들 이상해요. 스토커 같습니다.”

마사루는 조심하라며 클로이에게 경고했지만, 그녀는 웃으며 그럴 리 없다고 손을 내저을 뿐이었다.

그렇게 퀘스트가 끝나고 클로이와 떨어지는 것이 아쉬워진 마사루는 이어진 고블린 사냥 퀘스트를 함께하자며 그녀에게 파티를 제안했다.

“전 이분들과 파티를 이룰 생각이어서요.”

그런데 클로이는 스토커처럼 졸졸 따라다니던 남성들과 언제 안면을 튼 건지 그렇게 말했다.

그에 기겁한 마사루는 위험하다며 그녀를 만류했다.

남성들의 살벌한 눈빛에도 주눅이 들지 않는 모습을 보면 단단히 그녀에게 빠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은 비밀로 할 생각이었는데, 오해를 풀어야겠네요.”

클로이도 바보가 아닌지라 그가 자신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마사루는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상태다.

클로이가 그에게 살갑게 대한 것은 수행자이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는 지구인이 아닙니다. 뮤대륙의 주민이죠. 지구인인 남편에게 지정권을 받게 되면서 수행자가 된 케이스입니다.”

“네?”

마사루는 그녀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수행자 지정권이 뭔지 모르세요?”

“드, 들어는 봤지만…….”

“이번 회차부터 뮤대륙 주민들에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마사루는 그녀가 뮤대륙의 원주민이란 사실보다 말 속에 포함되어 있던 남편이란 단어를 믿고 싶지 않았다.

이상형을 만났는데, 하필 유부녀라니.

“그리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 남성분들은 제 호위입니다.”

그제야 남성들이 그녀를 졸졸 쫓아다닌 이유를 알게 되었다.

클로이는 미안하단 표정으로 말했다.

“괜히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 마사루 님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마사루는 그 자리에 굳어서 헛웃음만 흘렸다.

“수행자 연맹 회장이자 이 나라의 국왕이신 베르트 전하의 부인이십니다.”

그때, 이 상황을 잠자코 지켜 보고만 있던 성직자가 다가와 고개를 내저으며 마사루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트집 잡고 괴롭히면 얼마든지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왕비께서 자비를 베푸셨군요.”

“직접 청소를 하고 주민들로부터 구경 당하던 분이 왕비님이라고요?”

“수행자로서 대우해 달라고 부탁하셔서요. 그리고 평민들은 왕비님의 얼굴을 잘 모릅니다. 이 나라의 역사 자체가 길지 않거든요. 추후 초상화가 돈다면 알려지겠지만요.”

성직자는 마지막 조언과 함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베르트 전하는 무서운 분이십니다. 괜히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그러나 마사루는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 * *

지구의 수행자가 뮤대륙에 머무는 5일이 끝이 났다.

나는 지구로 돌아가기 전 클로이에게 단단히 방비를 시켰다.

“이 검을 이용하면 오우거까진 쉽게 사냥할 수 있을 거야. 옵션은 클로이도 보이지?”

“완전히 성검이네요.”

“내 방어구를 벗어주고 싶은데, 남성용이라 힘들고 일단 연아의 장비를 착용해. 소환형이라서 한 번 착용한 상태에서 역소환을 하면 클로이가 주인으로 인식될 거야.”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망토와 목걸이를 사용해. 망토엔 6클래스의 오토 쉴드와 9클래스 앱솔루트 쉴드가 탑재되어 있고 목걸이는 최상급 바람의 정령 실레스틴을 30분씩 3번에 걸쳐 소환할 수 있어.”

“신화 속 보물들이 따로 없군요.”

나야 잠에서 깨면 벙커지만, 그녀는 수행자들이 뮤대륙에 처음 던져지는 것처럼 위험지역에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물론, 그녀 혼자 가는 게 아니라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동행하지만, 모두가 한국에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단단히 방비를 시키는 거다.

“이건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인데, 혹시 중급 마석을 구하게 되면 바로 한국으로 날아오면 돼, 좌표는 저장되어 있으니까. 참고로 지구에서 중급 마석은 트롤부터 드랍하는데, 상대하기 힘들면 그냥 하루만 버텨. 내가 찾아갈 테니.”

마지막으로 나는 몬스터만큼이나 사람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안전해 보이는 피난 캠프도 주둔 군대가 미쳐 있다면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알 수 없으니, 그냥 사람 자체를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수행자는 지도를 보면 쉽게 사람과 몬스터를 감지할 수 있다.

조심만 하면 폐허 속에서도 하루를 버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린애가 된 느낌이네요.”

클로이는 내 걱정에 배시시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네.”

그리고 지구로 돌아갈 때가 되자, 나는 클로이에게 아무 일이 없길 바라며 잠들었다.

* * *

지구에 몬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활동 영역은 급격히 축소되었다.

기존에 비하면 거의 수백 분의 1로 줄어든 상태인데, 그만큼 많은 사람이 죽기도 했지만, 효과적인 방어를 위해 최악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인간들의 영역이었던 땅이 주인을 잃고 노닐자, 그곳은 몬스터들의 땅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몬스터뿐만이 아니라 특이한 존재들도 인간의 영역에 진출을 시작했다.

“완전히 보물 창고로군.”

키가 2m에 달하는 장신의 사내는 폐허가 된 도심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특이한 것은 사내의 머리 위로 길게 뿔이 돋아나 있단 것.

그는 지훈이 베네수엘라의 아틀란티스B에서 만났던 용인과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틀란티스B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긴 힘들었는데, 이유는 그 용인족이 위치한 도시가 베네수엘라가 아닌, 거의 지구 반대편의 베트남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힘들게 광물을 찾아 지하를 파헤칠 필요가 없어져서 좋네.”

“그러게.”

베트남의 도시를 살피던 2명의 용인족은 도심을 헤집으며 원하는 금속과 자원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마치 버려진 도시를 마트처럼 활보했다.

-크아아아!

당연히 중간중간 몬스터가 튀어나오긴 했지만, 한명 한명이 고위기사나 다름없는 용인족들에게 큰 위기는 없었다.

“오오, 하라드 이거 봐.”

갑자기 튀어나온 늑대인간을 처치한 용인족은 몬스터의 사체에서 검은색의 크리스탈을 발견하곤 신기하단 표정을 지었다.

“마석인가?”

지금까지 많은 몬스터를 사살했지만, 검은색 마석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하라드란 이름의 용인족도 검은 마석에는 관심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마력이 느껴지는 걸 보면 마석 같긴 한데, 마력 유도가 안 되네?”

보통 마석은 마력이 들어 있는 건전지와 같다.

그런데 마석 속의 마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건 더 이상 건전지라 보기 힘들었다.

“혹시 사용하기 위해 특수 조건이 붙어 있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겠지. 지금 지구에 발생하는 상황을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검은색의 마석을 기념 삼아 챙겼고, 익숙하게 텅 빈 편의점에 들어가 미처 챙기지 못한 과자들을 까먹었다.

“찾았다.”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그들은 오늘의 메인 타켓을 발견하곤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들의 시선에는 은행이 자리해 있었는데,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진 거대 금고가 포함된 은행이었다.

“무게가 상당하겠는걸?”

용인족들은 익숙하게 굳게 잠겨 있는 금고의 문을 따기 시작했다.

그들은 스테인리스강을 수집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긴 하지만, 금고를 따면 그 안에 높은 확률로 귀금속들이 보관되어 있어서 보물찾기 하는 기분을 만끽했다.

“와, 금괴 봐.”

이번 역시 금고 안에는 각종 귀금속이 빼곡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이는 정부에서 시민들의 재산을 수집해 보관 놓은 것이었다.

금고는 개인이 절단기로 딸 수가 없는 형태였지만, 용인족들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공간에 금고 문짝을 수습한 뒤, 귀금속들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도적질이라 볼 수 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땅을 인간들이 훔쳤다고 생각했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금고 내부는 매우 넓었는데…….

“저게 뭐야?”

한쪽 구석에서 고풍스럽게 생긴 나무문을 발견하곤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열어볼까?”

두 사람은 수상한 기운을 물씬 풍기는 문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하라드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내가 열 테니, 너는 떨어져 있어.”

동료는 하라드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나무문 손잡이를 짚었고, 시계방향으로 돌리자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파앗!

“윽!”

갑자기 폭사된 눈 부신 빛.

시력이 좋은 용인족들은 갑작스러운 눈뽕 공격에 고통스러워했고, 수 초가 지나서야 사태파악을 할 수 있었다.

“비밀 상점에 어서 오세요.”

그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 은발의 소녀였다.

이어서 그녀의 뒤로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상점이 보였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 한 용인족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은행 금고 속에 상점이 있다니, 무슨 농담이란 말인가.

“비밀 상점은 몬스터에게서 얻은 검은 마석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상점입니다.”

그러나 이어진 그녀의 설명에 이것이 지구에 생긴 이변과 연관이 있는 상황임을 직감했다.

“일단 구경이라도 해보세요. 검은 마석 한 개로도 살 수 있는 물건이 꽤 된답니다.”

두 용인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상점 안으로 발을 옮겼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은 굳어버렸다.

당황한 나머지 비밀 상점의 점원으로 보이는 소녀가 허공에 떠 있단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것이다.

“디, 디스트로이어?”

그녀의 등 뒤로 앙증맞은 한 쌍의 날개가 열심히 파닥이고 있었다.

귀엽기만 한 그 모습에서 어째서인지 두 사람은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네?”

그러나 은발의 소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두 용인은 비명을 지르며 비밀 상점에서 도망쳤다.

“뭐였담?”

그녀는 황당하단 표정을 지어 보이곤 이내 비밀 상점의 문을 닫았다.

황급히 은행을 벗어난 용인들은 전력으로 도심을 가로질렀고, 은행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씨, 씨발. 뒤질 뻔했네. 저거 디스트로이어 맞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 보였어.”

“전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건 빠른 보고가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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