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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87화 (187/247)

# 187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87

86. 인면수심(2)

짐승이나 다름없는 속도로 빠르게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수행자들.

그들은 그대로 캠프를 벗어났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수행자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시민들과 군인들은 말을 잃었고, 이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표정을 굳혔다.

“이,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수행자들에게 군인들의 횡포를 알렸던 시민들은 보복을 걱정했으며.

한순간에 최고 지휘관 4명이 구속당해 납치당하듯 끌려가자, 군인들은 자신들의 안위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수행자들이 이리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이야.

물론, 군인들이 지금껏 저질러온 악행을 떠올리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조치였으나,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당황한 군인들로 인해 시민들이 걱정하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뒤늦게 정신이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곧 닥쳐올 이변을 걱정하는 건지 몇몇 군인들은 자신이 모질게 굴었던 시민들을 찾아 급히 사과를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군인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당장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나중에 가선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시민들은 안심하지 못하고 계속 군인들을 경계했다.

이 상태가 길게 이어져서 시민들에게 좋은 것은 하나도 없으니, 수행자들이 뒷일을 해결해주길 바랐다.

-쿠릉!

“이런 때에 비인가?”

시민들의 바람대로 수행자들은 결코 무책임하지 않았다.

끌고 갔던 최고 지휘관들을 어디에 두고 온 건지,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하늘을 뚫고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기존 7명이던 수행자 속에 어째서인지 한 명이 늘어나 있었다.

한 명이 더 늘어났다고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시민들은 하나같이 속으로 환호했고, 군인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그냥 얌전히 수행자들이 결정한 처벌에 따를 것인지, 그래도 싸워 볼 것인지를.

* * *

아티팩트는 해당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고 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마법의 이해도가 따라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마법 하나하나의 이해도는 오랜 세월 기초를 다져온 일반적인 마법사에 비해, 단기간에 서클을 향상 시켜온 수행자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행자들은 아티팩트 제작이 특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현대식 표현을 빌리자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응용이라면 아티팩트 제작은 그 프로그램 자체를 짜야 한다.

물론, 마법을 익히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지만, 아티팩트 제작은 그만큼 깊은 이해도와 연구가 더해져야 했다.

“이제 쉬면 안 될까요?”

“이거까지만 하죠.”

“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 상식론.

마법의 이해도가 떨어지더라도 아티팩트를 제작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지금 나는 거의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처럼 아티팩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만들고 있었으니.

수행자들은 아티팩트 제작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해 놓고 고급 아티팩트를 대량 생산을 하는 모습은 의아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게 가능한 이유는 프로그램을 짜는 게 아니라, 남이 짜놓은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꼈기 때문이다.

나는 기밀이라 할 수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의 제작법을 케일론 왕립 마탑에서 제공 받았다.

그래서 굳이 아티팩트 제작에 대해 연구를 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텔레포트 게이트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은으로 된 판에 미스릴로 마법진을 수놓던 도치우가 지친 표정으로 휴식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나는 악덕 업주처럼 쉬이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고, 도치우는 어쩔 수 없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여깄습니다. 마스터.”

“여깄습니다. 마스터.”

가장 오래 걸리는 텔레포트 코어 제작은 7서클의 마법사가 직접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코어를 나 혼자 제작하는 게 아니라, 실수가 없는 정밀 기계인 마리오네트가 둘이나 있어서 작업 속도가 매우 빨랐다.

나는 한쪽에 수북하게 쌓인 정사각형의 텔레포트 게이트의 코어를 보며 만족했다.

그렇게 작업 4시간 만에 코어 20개를 제작해 낸 나는 식사를 겸한 휴식시간을 선언했다.

“으아, 죽겠다.”

금속 능력자 도치우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덕분에 매일 바쁘게 굴려지고 있는데, 정밀 작업에도 능력을 발휘하고 미스릴이나 아다만티움까지 가공할 수 있어서 가치는 무궁무진했다.

도치우가 마음만 먹으면 총기를 하루에 3~4천 정씩 찍어낼 수도 있으며, 고작 2~3초 만에 만들어내는 냉병기도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물론, 지금은 제품을 생산하기보단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산업시설을 확충하는 작업을 우선시 했지만 말이다.

“근거리 전투형이 아닌 능력자는 신체 능력이 일반인이나 다름이 없어서 연약하다고요. 조금은 섬세하게 다뤄주세요.”

나는 엄살을 떠는 도치우를 보며 실소를 흘렸다.

도치우에게 중요한 것은 식사보다 당장의 휴식이었는지, 용산 야외 캠프에 꾸려진 작업장 바닥에 냅다 엎드렸다.

그런 도치우를 향해 나는 7클래스의 리커버리 마법을 사용했다.

리커버리는 피로회복으로 사용하기엔 과도한 능력을 지닌 대 마법이지만, 어차피 쓴다고 닳는 게 아니어서 아끼지 않았다.

순식간에 몸 상태가 회복되자 도치우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회장님, 회장님 계십니까?

그때, 작업장 한 곳에 두었던 마법 통신구가 작동했다.

통신의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편하더라도 이걸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통신구는 3클래스 이상의 마법사가 다룰 수 있다.

그래서 외부 임무를 수행할 땐 파티에 마법사를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다.

“덕배 씨?”

-바쁘실 텐데 갑작스레 죄송합니다. 그런데 워낙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져서…….

통신구에 나타난 이는 인식이와 주아가 포함된 대구팀의 리더 이덕배였다.

나는 신경 쓸 것 없다며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대구의 현 상황을 들은 나는 짧게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군인들의 폭거.

솔직히 이런 상황을 우려해 수행자들에게 지방 캠프의 감사를 명령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대구의 경우 그 정도가 심했다.

다른 도시들 역시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예 정부를 부정하고 명령을 거부할 정도면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군인이라 보기 힘들었으니.

“지금 제가 갈게요.”

-감사합니다!

옆에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도치우에게 이 사실을 국방부에 알리도록 했고, 나는 마리오네트들에게 아티팩트 제작을 맡기고는 홀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7서클의 마법사가 되면서 이제 텔레포트는 단독으로 가능했다.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장소는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빌딩의 옥상이었는데, 수정구에 입력된 좌표를 따라왔기에 바로 대구 담당 수행자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사람들입니까?”

내 물음에 이덕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구 총괄 사령관과 해당 캠프 방위 사령관, 여단장들입니다.”

몬스터가 하늘에서 쏟아지는데, 허공에서 사람이 등장한 게 신기할까?

나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장년인들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병사들이면 몰라도 안전한 구역에서 귀족처럼 지내는 인간들이.”

두 사령관은 억울하단 표정을 지었으나, 나는 알면서도 묵인한 것 역시 같은 죄라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요?”

이덕배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몬스터의 밥으로 던져 주던가…….”

“사, 살려 주십시오.”

“재판을 받게 하던가 둘 중 하나겠죠. 결정은 대구 담당자인 덕배 씨가 하면 됩니다. 저는 힘만 보태죠.”

“회장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 귀찮은 게 싫은지라, 그냥 치우겠죠.”

사람을 죽여도 입만 닦으면 그게 사고사인지 살인인지 규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라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처분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것은 아니다.

이덕배는 내 대답에 흠칫 놀라더니, 이내 팀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피난처 시민들에게 심판을 받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용산으로 이송을 시키죠.”

무르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결정에 참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허공에 몸을 띄우며 말했다.

“남아있는 군인들이 시민들을 해코지하기 전에 돌아가서 정리하죠.”

“이들이 잡혀갔다고 순순히 말을 들을 것 같진 않던데. 혹시, 생각이 있으십니까?”

특별한 계획은 없다.

군인들의 의지를 꺾으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일이니.

“겁을 줘야죠.”

* * *

대구 성서 5차 산업지구의 군인들은 빈손으로 되돌아온 수행자들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여차하면 싸우겠다는 듯, 총기를 굳게 쥐고 있었는데.

수행자 무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나서며 손가락을 튕기자, 시야를 가득 채운 마법진이 등장했다.

-고오오오오!

“뭐, 뭐야?”

그리고.

-콰아아앙!

태양처럼 새빨간 화염구가 무섭게 팽창하더니, 아파트단지 하나는 가볍게 짚어 삼킬 수준으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눈부신 빛과 열기, 충격파에 사람들은 귀를 막으며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아마 폭발이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발생했다면, 사람들은 모두 고막이 나가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 말로 풀죠.”

널리 울려 퍼지는 지훈의 물음에 군인들은 그의 등 뒤로 보이는 콤파스로 도려낸 것처럼 구멍 뚫린 먹구름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게 어딜 봐서 말로 푸는 것이냐!’는 표정의 군인들.

하지만 누구도 불만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모두 바보처럼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지훈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충격을 주어 수행자는 자신들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살인 및 강간, 특수 폭행 등 중범죄를 저질렀다. 지금 자수하세요. 최대한 전시 상황을 고려하여 형벌의 무게를 낮추겠습니다.”

형벌의 무게를 낮추겠다는 것은 말뿐.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것이 일차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을 가리기 위함이란 것을 알았다.

하지만 증인은 넘치고 흘렀으니, 시민들을 앞에 두고 거짓말을 해봤자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많은 군인들이 감히 수행자에게 덤벼볼 생각을 못 하고 앞으로 나섰다.

수차례에 걸친 자수 회유로 3할에 달하는 군인들이 나섰고, 너무 많은 수에 어쩔 수 없이 막사로 구금을 시킨 뒤, 시민들과 처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한차례 소동이 있긴 했지만, 사건을 일단락됐다.

그런데 지훈은 계속 굳은 표정으로 고민했다.

“왜 그래?”

그런 지훈을 향해 인식이가 다가와 물었다.

“그냥 군인들의 대우 때문에.”

“군인들의 대우?”

“분명 범죄행위는 그릇된 일이긴 하지만 무조건 군인 탓을 하긴 힘들어. 시민들의 생존은 군인들의 일방적인 희생 덕분이니까.”

“음……. 하긴 우리나라 군인들은 대부분이 징병된 어린 병사들이니까.”

병사들 대부분은 나라를 위해 군입대를 하는 게 아니라,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대한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다.

그저 시기가 안 좋았다고만 표현하기엔 제대로 된 급여도, 이렇다 할 휴가도 없는 상황에 전역도 불투명하니, 불만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군인들의 대우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겠어.”

적어도 자신들의 희생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끔 말이다.

이건 나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니 대통령, 군 상층부와 의논을 해봐야겠다.

* * *

5회차 수행자가 입장했다.

그리고 5회차 수행자의 입장과 동시 뮤대륙에서도 새로운 공지가 떠올랐는데…….

[2개의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뮤대륙 주민들의 능력치 발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수행자들과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뮤대륙 원주민들의 학습 속도와 오러, 마력, 자연력에 관련된 능력치의 발전 속도가 상향됩니다.

-정확한 상향 수치는 기존의 1.2배입니다.

수행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원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게 영향을 끼친 모양이다.

물론 상향이 됐다고 해도, 그 발전 속도는 수행자에 비해 미미하지만, 20%가 상승한 잠재능력은 원주민의 쪽수를 봤을 때 가볍게 여기기 힘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공지사항을 잃는 순간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떠야 했다.

[뮤대륙 원주민을 향한 수행자 지정권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원주민들은 수행자가 된다고 해도 능력치 발전 속도는 지구의 수행자와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기본 능력치가 높은 기사와 마법사를 수행자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기존 지구 수행자들과 다른 퀘스트를 수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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