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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86화 (186/247)

# 186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86

86. 인면수심(1)

대한민국은 20개의 도시를 방어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중 9개의 도시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경상도에 4개.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에 각 2개.

제주도 1개까지 총 20개의 도시가 대한민국의 주요 거점으로 결정됐다.

단순 인구수로만 따지면 2600만 명이 밀집된 수도권과 13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경상도에 더 많은 거점이 배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 방어 거점을 정할 때, 정부에선 전 국토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형태로 지정했고, 그 결과 인구가 적은 강원도와 제주도에도 거점 도시가 배정됐다.

그런데 인구가 인구다 보니 제주도(제주시)와 강원도(원주, 강릉)는 다른 도시에 비해 배치된 군대의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었다.

괜히 잘못된 선택으로 희생만 치르는 것 아니냐며 여기저기서 걱정이 많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다른 도시들은 물론 강원도와 제주도까지 그럭저럭 유지가 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많은 도시를 잃은 것을 보면 거의 기적이라 볼 수 있을 정도.

덕분에 지훈이 지방에 연맹원들을 배치하기로 한 계획은 수행자들의 대이동으로 이어졌다.

수도권 외 지방 도시가 11개나 되다 보니, 7명의 수행자를 배치하는 것으로 무려 77명이 서울을 떠났기 때문이다.

“참, 여자는 신기해 어쩜 이렇게 손이 작고 부드러워?”

“이것도 계속 무기를 쥐어서 많이 거칠어진 건데.”

“이보다 더 부드러우면 살이 아니라 비단이지.”

대구를 향해 이동 중인 구형 수송기 안.

그곳엔 수행자 7명이 서로 마주 본 채 앉아 있었다.

요란한 프로펠러 엔진음과 진동을 동행한 마법사가 제거해 준 덕분에 탑승감은 제법 쾌적했지만, 솔로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수행자 커플의 애정행각에 모두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대구로 배정된 파티의 리더인 2회차 수행자 이덕배는 주변 분위기와 반대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하필 이 두 사람이 파티원인 거야!’

지방에 배치되는 수행자는 7인 파티로 이뤄져 있다.

리더인 2회차 수행자 1명, 3회차와 4회차 수행자가 3명씩, 총 7명이다.

경우에 따라 3회차와 4회차 수행자의 비율이 다를 수도 있고, 추가로 연맹 소속 능력자가 동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본적인 파티 구성은 그랬다.

그런데 문제는 이덕배의 파티에 리더로서 지시하기 부담스러운 3회차 수행자 두 명이 동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두 명은 바로 연맹 회장 지훈의 절친인 3회차 수행자 김인식과 걸그룹 아이윌 출신이자 프로파간다의 주역인 최주아였다.

최근 두 사람이 결혼을 발표하면서 수행자 사이에서 큰 이슈를 끌었는데, 핑크빛 기류를 마구 내뿜고 있는 겉모습과 달리 실력도 3회차 수행자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들이었다.

그 말은 웬만한 2회차 수행자보다 강하다는 뜻.

이덕배가 2회차 수행자 중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해서 다행이지, 어중간했다면 파티장 자리도 위태로웠을 것이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연신 미묘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이덕배는 조종사들의 외침에 애써 불편함을 떨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죠.”

그의 말에 모든 수행자들이 이견 없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부조종사가 육중한 비행기 문을 직접 열어주었다.

굳이 위험하게 비행기가 착륙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경지가 되는 수행자들은 공중 도약이란 스킬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으니.

설사 공중 도약 스킬이 없더라도 4회차 수행자 중에 3서클 마법사가 있는지라 추락할 위험은 없었다.

그렇게 7명의 수행자들은 만약을 대비한 낙하산을 등에 메고는 과감하게 몸을 날렸다.

모두 큰 표정 변화 없이 자유낙하를 했고, 곧이 대구 도심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점점 도시가 확대되듯 크게 보이고, 곧 강에 둘러싸인 반도 형태의 대구에서 가장 큰 야외캠프인 성서 5차 산업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에 수행자들은 낙하 속도를 이용해 허공을 차며 이동 방향을 바꾸었고.

지면과 가까워지자 조금씩 낙하 속도를 늦췄다.

“꺄아아악!”

당연히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자 캠프의 사람들은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사람임을 알아보곤 의문을 표했으며, 수행자들이 가볍게 착지를 하자 일순간 주변이 정적에 휩싸였다.

“어? 최주아다.”

사람들은 무리 속에 있는 주아를 바로 알아보았고, 검은 제복의 수행자들은 주변을 살피며 물었다.

“수행자 연맹에서 파견 나온 대구 담당자입니다. 여기 사령관저가 어디죠?”

그에 시민들 틈에 끼어 있던 군인이 한 곳을 가리켰고, 수행자들은 캠프를 둘러보며 사령관저를 향해 이동했다.

“방비가 잘되어 있는데?”

대구 야외캠프를 보며 느낀 것은 인원이 많은 서울 캠프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방비가 잘 되어 있단 것이었다.

“시민들이 고생을 많이 했나 봅니다.”

이는 곧 시민들의 강도 높은 노역의 대가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 외엔 다른 특별한 점이 눈에 띄지 않는 보통의 피난처였다

“어, 어서 오십시오. 수행자 여러분.”

그리고 머지않아 중장 계급장을 단 대구 총괄 사령관이 소장 계급의 피난처를 관리하는 방위 사령관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급히 달려온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해도 아직 어렸으며, 장군 계급의 군인들은 모두 장년인이었으니.

“행정부장은 어딨습니까?”

이덕배의 물음에 방위 사령관이 어색하게 웃으며 부하에게 손짓을 했고, 군인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사령관저에 도착하니 정부에서 파견한 행정부장이 나타났다.

행정부장은 방위사령관과 함께 대규모 피난처를 관리하는 공직자다.

비록 총괄 사령관은커녕, 피난처를 관리하는 방위사령관보다도 끗발이 밀리긴 하지만, 시민 관리를 위해선 꼭 필요한 행정 전문가였다.

피난처의 규모에 따라 행정관리가 많게는 5명에서 적게는 1명이 배치되어 있는데, 성서 5차 산업단지엔 총 5명의 행정관이 배치되어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덕배는 행정부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에 행정부장은 슬쩍 군지휘관들의 눈치를 살피고는 조심스레 이덕배의 손을 잡았다.

평소 군인들이 핍박을 하는 걸까?

행정부장의 행동에 수행자들의 시선이 군인들에게 향했다.

그러나 군인들은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었고, 오히려 행정부장이 당황하며 말을 돌렸다.

“이제 아예 이곳에서 활동하시는 겁니까?”

“네. 한 달 단위로 로테이션이 되긴 하겠지만, 대구에도 수행자가 정식적으로 배치됩니다.”

그에 행정부장은 물론 군인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가족들은 모두 서울에 계실 텐데, 마음이 불편하시겠습니다.”

“며칠 내로 대구에 남부지역을 대표해 텔레포트 게이트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오히려 저희는 운이 좋은 편이죠.”

처음 듣는 이야기.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한 이들의 모습에 이덕배는 웃는 낯으로 물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이덕배가 말했다.

“한동안 저희들은 대구지역 각 캠프의 상황을 체크하고, 피난처 밖의 범죄 집단을 찾아 정리할 예정입니다. 혹시 군 또는 민간에 애로사항이 있으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덕배의 이야기에 순순히 따르는 총괄 사령관이나 방위 사령관과 다르게 준장계급의 어느 군인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신경도 쓰지 않더니.”

그에 또 다른 준장 역시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수행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졌다.

“이제 와서 위하는 척해봤자 소용없습니다.”

덕분에 총괄사령관과 방위사령관은 난처한 표정으로 뭐하는 짓이냐며 눈치를 줬다.

그러나 그들은 감히 하늘같은 상관의 눈짓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D-DAY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행동.

“누구시죠?”

“성서 5차 산업단지 전투 여단장입니다.”

“예비군 관리 및 치안을 담당하는 지원 여단의 여단장입니다.”

그들은 직접 병력을 운용하는 지휘관들이었다.

전선 지휘관인 그들이 수행자를 내켜 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일 수도 있다.

분명 수많은 부하를 잃었을 테니.

“수행자분들은 대구에 관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이곳을 지켜온 것은 우리지 당신들이 아니니까요.”

이덕배도 그걸 알기에 좋게좋게 넘어가려 했으나, 이어진 그들의 발언은 가볍게 여기기 힘들었다.

“여러분의 노고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대통령님과 합참의장님의 요청에 따라 이곳에 배치된 지원병력이자 감사원이기도 합니다. 그저 정해진 임무를 수행할 뿐 여러분을 불편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

“그냥 이제 와서 이러는 거 자체가 불편합니다. 개인적으로 대구는 우리 군인들이 알아서 할 테니, 여러분은 그냥 돌아가 주세요.”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요지부동.

명백한 축객령에 이덕배는 불쾌함보다 묘한 느낌을 받았다.

“대통령님과 합참의장님의 명령을 무시하실 생각입니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요.”

“두 사령관께서 가만히 계신데 왜 그걸 두 분이 정하는 거죠?”

“현장 관리자는 우리입니다.”

남감해하는 두 사령관.

그러나 사령관들은 더 이상 이들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준장들에게 동조하는 것을 보며 이덕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꾸려진 피난처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시민들을 대표한다고 생각합니까?”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온 것은 우리입니다. 그 정도 권한은 있죠.”

대충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한 이덕배는 고개를 내저었다.

“감사를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시민들이 부당한 일을 당한 적은 없는지, 보급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사령관저에 들어설 예정이던 수행자들이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리자 군인들이 하나같이 인상을 찌푸렸다.

당연히 경고와 함께 그들은 제지했으나, 수행자들은 이를 무시하며 조사를 강행했다.

그 결과 군인들의 빈번한 폭력, 성폭행과 말을 듣지 않는단 이유로 시민들을 피난처에서 내쫓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째서 그런 행동을 보이셨는지 이제야 납득이 되는군요.”

차가운 표정으로 이덕배는 장군들을 노려봤다.

그러나 이어진 전투 여단장의 말은 수행자들의 인내심을 시험케 했다.

“그래서 어쩌려고요? 우릴 내쫓기라도 하시게?”

“당연하죠. 여러분을 대신할 지휘관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일선에서 물러나 처벌을 받으시죠.”

“거부하지.”

배 째란 식으로 나오니, 잠시 말을 잃고 말았다.

이덕배는 더 이상 이들을 대우해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적의를 담아 물었다.

“여기 계신 나머지 분들도 이 분과 같은 생각입니까?”

“우린 목숨을 받쳐 싸우는 당사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시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죠?”

“약간의 갑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여러분은 도를 넘었습니다.”

지금 이들은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내키는 대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빌어먹을 수행자 새끼들!”

“정부고 뭐고 필요 없으니, 꺼지라고!”

결국, 지휘관들과의 의견 대립은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파국을 맞이했다.

“병사들에게 쫓겨날래? 아니면 그냥 돌아갈래?”

군인들이 총을 뽑아 들진 않았지만, 이는 반역이나 다름이 없었다.

“여러분을 구속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수행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때 서야 군인들의 총기가 수행자들에게 겨눠졌다.

* * *

대구 성서 5차 산업단지의 피난 시민들은 캠프 보강 공사를 하면서도 온통 신경이 사령관저로 향해 있었다.

“괜히 우리가 말실수한 거 아닌가 몰라.”

“그럼 계속 이렇게 군인들의 위협 속에 살자고?”

“그건 아니지만.”

원래부터 노예처럼 세뇌 교육속에 살아갔다면 모를까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부분 자유로운 사고방식 속에 살아온 만큼 내색은 안 해도 이 상황에 불만이 매우 컸다.

그래서 수행자들에게 도와달란 심정으로 현 상황을 밝혔으나, 잠잠하기만 한 사령관저의 모습에 괜히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그래도 군인들이 배 째란 식으로 버티면 대처하기 힘들 거 아냐.”

“그럼 수행자들이 무력으로라도 제압해 주겠지.”

“군인이 몇 명인데, 무슨 수로?”

“수행자들 엄청 강하다던데.”

희망이 불안감으로 바뀌자 점차 사람을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콰아아앙!

“아악!”

“뭐, 뭐야?”

사령관저의 벽면이 터져나가고 수행자로 보이는 실루엣이 무언가를 옆구리에 낀 채 허공을 달려왔다.

“사령관님과 여단장님들이 납치당했다!”

그때 군인들이 황급히 사령관저에서 쏟아져 나오고.

그들의 외침에 시민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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