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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81화 (181/247)

# 18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81

83. 개전(4)

“베르트 공작!”

그때 옆구리를 노리며 슈엔다르크 왕국의 신입 마스터 하우트 후작이 검을 휘둘러왔다.

그러나 사고가속과 미래시 속에 있는 나는 이미 그의 동작을 읽었고, 무서운 속도로 뻗어오는 그의 검에 야구 배팅을 하듯 대검을 휘둘렀다.

-쾅!

마스터의 오러블레이드와 최상급 익스퍼트의 오러가 충돌했다.

상식적으로 마스터인 하우트 백작에게 내가 밀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오러는 파훼해도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검은 뚫지 못했다.

결국 야구하듯 휘둘러진 힘에 속수무책으로 밀린 그는 멀리 튕겨 나갔다.

“젠장!”

덕분에 마스터들이 상대하기 편하게 찢어졌다.

나는 데이슨 공작과 테우스 후작에게.

뒤따라온 김선아 일행이 홀로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착지한 하우트 후작의 앞을 막아섰다.

-콰아앙!

이어서 하늘에서 벌어진 두 대마법사의 전투가 신호탄이 되어 이번 전쟁의 승패를 확고하게 다질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거 소문 이상입니다. 아니, 수행자라서 그새 강해진 걸까요?”

단 한 번의 격돌로 나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높아진 모양이다.

내가 마스터인 자신들을 상대로 2:1 전투를 벌이려 한다는 사실에도 검게 그을린 뺨을 쓸 뿐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검을 높이 들어 올리며 전투태세를 취하는 것이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곧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게 될 입장이지만, 지난번 테라시아 후작과도 싸우며 정이 들었던 경험 덕인지, 웃는 낯으로 답했다.

“운이 좋았죠.”

“운으로만 치부하기엔 지나쳐 보입니다만?”

“신께서 제게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들은 작게 고개를 내저으며 표정을 굳혔다.

“2:1이라 하여 방심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전하.”

나보다 나이는 한참 많아도 이쪽은 대공국의 공왕이었기에 그들은 적임에도 예의를 지켰다.

나는 힐끔 시선을 돌렸다.

말이 많은 우리와 달리 다른 사람들은 치열하게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김선아와 히로시, 청아 파티를 상대하는 하우트 후작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으로 보아 상황이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대검을 익숙한 창으로 바꿔 든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덤비라는 신호였고, 두 명의 소드 마스터는 거절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오러로 강화된 육체는 일반적인 상식을 아득히 넘는다.

마스터라면 거의 마법이나 다름없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마치 블링크라도 사용한 것처럼 눈앞에 나타난 두 사람이 각각 레이피어와 시미터를 휘둘러왔다.

보통의 병사들은 적의 갑옷을 뚫을 수 있는 무기를 선호하지만, 마스터에게 그런 건 필요가 없다.

오러 블레이드 앞에 철제 갑옷은 종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지이잉!

현재 사고가속 레벨은 10, 미래시의 레벨은 6이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 마치 탄환처럼 빠르게 접근하는 두 사람.

더불어 그런 두 사람의 앞으로 반투명한 그림자가 예정된 경로와 움직임을 재현한다.

미래시의 레벨이 낮을 때만 해도 어느 게 허상이고 무엇이 진짜 모습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레벨이 높아지니 이젠 임의로 미래시의 형태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고가속도 미래시도 없지만, 그때그때 내 움직임에 따라 검의 경로를 바꾸었고, 마치 유도미사일처럼 따라오는 두 검을 동시에 창으로 쳐냈다.

나를 노리는 두 자루의 검은 경로가 달랐지만, 한순간 교차하는 지점이 있었다.

그곳에 정확하게 창을 찔러 넣으니.

-콰아앙!

일격으로 두 사람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묘기나 다름없는 상황.

자연히 두 사람의 표정이 굳어지고, 나는 싸늘하게 웃으며 포인트 샵에서 구매한 목걸이의 진정한 옵션을 사용했다.

‘실레스틴’

-파아아앗!

새하얀 빛이 폭사하며 내 등 뒤로 바람이 불고, 천사처럼 새하얀 날개를 단 알몸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프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존재.

바로 정령의 등장이었다.

[노래하는 바람 / 소환형 공용장비 / 350,000포인트]

-골드 드래곤 하트 조각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로 최상급 바람의 정령이 깃들어 있다.

-최상급 바람의 정령 소환 (1일 3회 / 30분)

-마력 +50

-힘, 체력, 민첩, 지능 +10

-상태 이상 내성

-자가수복

반투명한 몸, 연녹색의 기운을 옷처럼 두른 여인이 우아하게 손짓을 하자 무형의 충격파가 두 마스터를 밀어냈다.

[최상급 바람의 정령 실레스틴]

최상급 정령을 굳이 등급으로 따지면 7서클, 소드마스터와 같은 선상에 놓인다.

덕분에 데이슨 공작과 테우스 후작이 크게 당황했다.

“뭐, 뭐야?”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장비빨을 보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목숨을 건 전투에 양심을 따질 만큼 성격 좋은 인물이 아니었다.

두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나와 내 동료들을 위해 죽어줘야겠다.

* * *

84. 종전(1)

익스퍼트 최상급과 마스터 간의 격차는 매우 크다.

마법사 역시 5서클과 6서클의 격차보다, 6서클과 7서클의 격차가 월등하다지만, 기사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오러 블레이드의 존재 유무다.

오러의 꽃인 오러블레드는 압축된 대마법이나 다름이 없으며, 한점 공격 능력은 동격으로 치부되는 7클래스의 어떤 마법보다 강력하다.

덕분에 대량살상능력은 둘째 치고 대마법사와 마스터가 1:1로 붙으면 무조건 마스터가 이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대마법사는 캐스팅이란 약점이 존재하지만, 오러블레이드는 계속 휘두를 수 있으니.

마법사 입장에선 사기처럼 느껴질 만하다.

물론 둘의 활용방법이 전혀 다르다.

대인 전투 능력을 지닌 마스터와 달리, 대마법사는 공격 한 번에 수천 명은 우습게 골로 보낼 수 있으니.

‘그런데! 그런 마스터가! 겨우 이런 녀석들에게!’

-쿠웅!

“크윽!”

슈엔다르크 왕국의 콧대 높은 신규 마스터 하우트 후작은 절묘하게 검을 피해 얼굴을 덮쳐오는 방패에 얻어맞아 뒷걸음질을 쳤다.

순간적으로 골이 흔들렸지만, 반사적으로 운용한 오러에 초점이 돌아왔다.

하지만 아주 짧은 콤마 단위의 초가 흘렀을 뿐인데, 눈앞에 두 자루의 검이 그의 목과 명치를 놀리며 파고들었다.

-퉁!

하우트 후작은 등 뒤로 자빠지듯 점프를 뛰었다.

상식을 초월한 순발력.

그에 목을 노린 검이 그의 턱을 베었고 명치를 노린 검은 갑옷에 오러를 둘러 막아냈다.

그러나 위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소드마스터의 체면도 잊고 바닥을 구른 그는 급히 몸을 일으켰는데, 시야 한가득 샛노란 화염이 날아와 그를 짚어 삼켜 버렸다.

“으아아악!”

비명처럼 울려 퍼지는 포효.

동시에 불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검게 그을린 하우트 후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내가……. 빌어먹을…….”

지친 듯 보이지만 어느 때보다 살기 가득한 눈빛이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김선아와 히로시 마른침을 삼켰으나, 청아는 그러거나 말거나 하우트 후작에게 마법을 사용했다.

날아든 마법을 가볍게 오러블레이드로 막아낸 하우트 후작은 가장 거슬리는 김선아에게 달려들었다.

매번 최대 스피드를 활용한 자신의 공격을 막아 반격의 빌미로 만들고 있으니, 그녀가 파티의 키플레이어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방어를 쉽게 뚫지 못했던 것처럼, 사고가속 속에 있는 김선아는 침착하게 후작의 검을 막아냈고, 히로시가 옆구리를 노리며 쌍검을 휘둘러왔다.

“대체 뭐냔 말이다!”

지금 하우트 후작은 지훈을 상대했던 때의 테라시아 후작의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테라시아 후작은 잘난 척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 덜했지만, 하우트 후작은 자만심과 자기애가 강한지라 더욱 처참한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쾅! 콰앙!

최고의 스승을 만나 최고의 재능을 꽃피워 고비 없이 승승장구하며 젊은 나이에 마스터가 되었건만…….

인생 절정의 시기에 수행자라는 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나서 이렇게 앞을 가로막는다.

겨우 고위기사(상~최상익스퍼트)와 고위마법사(5~6서클)들이 말이다.

‘빌어먹을 수행자 새끼들이!’

마스터와 최상급 익스퍼트의 경지는 한 단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마스터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검술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결코 오러블레이드를 극복할 수가 없었다.

이론상 마스터는 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사를 동시에 20~30명도 상대할 수 있으며, 각개 격파를 시도한다면 100명을 처치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3명에게 이렇게 고전을 한다니, 납득을 하기가 힘들었다.

이상하게 캐스팅 시간이 짧고 마법을 뭉쳐 쓰는 여자에 비하면 근접 전투원들은 특별할 것도 없어 보였는데 누구 하나 쉽게 쓰러뜨릴 수가 없었다.

“윽!”

끈질기게 시선을 방해하는 방패를 튕겨냈다 싶었는데, 언제 바뀐 건지 그녀는 원래 갖고 있던 장검 대신 창을 쥐고 있었다.

방패에 시야가 가려진 틈을 노리고 들어온 창이 어깨 부분 갑옷 사이를 파고든 것이다.

불에 덴 듯한 고통에 그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고.

그가 한 발자국 물러나자 이어진 상황은 이전과 같았다.

날카로운 쌍검잡이의 공격과 공격력만큼은 대마법과 비교할 수 있을 법한 마법이 연달아 날아들었다.

‘진다.’

덕분에 처음 이 셋이 앞을 가로막았을 때 비웃었던 마음이 싹 가시며 어느새 질 것 같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수십, 아니, 수백 차례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번번이 얻어터지고 있는 것은 하우트 후작이었으며, 김선아와 히로시, 청아에겐 제대로 된 유효타를 넣지 못했다.

수행자들은 일반적인 경지 외에 특수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상식을 무시하는 힘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로 사위가 제대로 분간이 안 가던 하우트 후작의 머리가 빠르게 식었다.

‘이대론 안 돼.’

덕분에 그의 공격은 점차 소극적으로 변했고, 공격보다 방어전으로 이끌어 갔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베르트 대공에게 자신의 스승과 크로스비 왕국의 자랑인 테우스 후작이 붙어 있으니, 전투에서 이길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들이 지원을 올 때까지 베리트 대공국 비장의 수가 분명한 이 세 수행자에게 지지만 않으면 최종적으로 이기는 것은 자신들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푸확!

멀리서 날아오는 둥근 물체가 우연히 그의 눈에 들어왔다.

“스, 스승님!?”

그것이 몸통을 잃은 데이슨 공작의 머리임을 확인한 테우스 후작은 패닉에 빠졌다.

“좋아! 역시!”

쓸데없이 화려한 복장에 쌍검을 다루는 수행자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서 환호했다.

그리고 귀찮게 굴던 김선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니.

애초에 승부처는 이곳이 아닌, 자신의 스승과 테우스 후작을 상대하던 베르트 대공 쪽임을 알게 되었다.

시간을 끌어야 하는 것은 하우트 후작이 아닌 이들 세 명이었던 것이다.

등골이 서늘해진 하우트 후작은 스승의 죽음을 목격했음에도 복수보단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자를 잡으면 마스터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그러나 히로시와 김선아가 살짝 풀어진 것과 달리 청아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고,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의 눈빛이 되살아났다.

“빌어먹을!”

하우트 후작은 전쟁이고 뭐고 도망쳐야 한다는 일념 하에 아공간에서 스크롤 한 장을 꺼내 찢었다.

그건 바로 7클래스의 텔레포트 스크롤이었으나,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김선아의 방패 틈에서 반으로 찢긴 종이가 바닥에 떨어졌고, 그것이 디스펠 스크롤임을 직감한 하우트 후작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 *

“이럴 순…….”

슈엔다르크의 데이슨 공작에 이어 심장을 꿰뚫린 크로스비의 테우스 후작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무릎을 꿇었다.

두 명의 마스터를 쓰러뜨리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데이슨 공작은 내가 실레스틴을 불러내자 감추고 있던 검의 특수 효과를 발현하기 시작했다.

그의 검은 변칙적으로 칼날이 3중으로 분리되는 검이었다.

특이한 건 허상이 아니라 3개의 칼날이 모두 오러블레이드를 머금은 진짜 공격이란 것이다.

덕분에 나는 그의 공격에 익숙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소요했고, 익숙해지니 어느새 그의 목을 날리고 있었다.

테우스 후작은 데이슨 공작처럼 극적인 장비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디스펠 마법처럼 상대의 공격을 취소시키는 아티팩트를 갖고 있었다.

그 아티팩트는 실레스틴까지 두 차례 역소환을 시켜버렸는데, 덕분에 전투가 생각보다 힘들게 진행되었다.

다행히 그 특수효과는 3번까지인 모양이었는데, 테우스 후작이 피할 수 없는 10중첩 공격마법을 막는데, 한번 사용하면서 끝내 실레스틴의 호위 속에 전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전투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전투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중 검 / 레이피어]

순수 미스릴로 만들어져 가벼운 스피드형 레이피어.

슈엔다르크 왕국의 8서클의 대마법사 츠마린이 드워프와 함께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아티팩트다.

-칼날 102㎝, 손잡이 15㎝. 무게 420g

-스킬, 오러, 마법, 신성 마법 효과 85% 증폭

-스킬 삼중 검 기능

-절삭력을 높여주는 샤프니스 기능

-자가수복

[무효의 반지]

크로스비 왕국의 초대 왕이 하이엘프에게 선물 받은 신물.

24시 기준 시간으로 하루 세 번, 8클래스급 이하의 이능을 무효화시킨다.

당연하지만 나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특수 장비와 아공간까지 수습했다.

눈이 번쩍 뜨이는 특수 아이템(특히 반지)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고 아공간에 보유하고 있던 재산이 상당해서 ‘의외로 전쟁할 만한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앞으로 전쟁은 절대 하고 싶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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