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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67화 (167/247)

# 167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67

77. 능력자 길들이기(2)

적대관계가 풀리면서 3회차부터 연맹에 가입할 수 있었던 중국인 수행자 조심스레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 확인된 능력자의 수만 150여 명입니다.”

150여 명이면 현 중국 수행자에 비견되는 숫자다.

그의 이야기에 나는 바로 문제점을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중국은 능력자 전투 전력이 수행자보다 높은 거네요?”

“그렇습니다.”

능력자는 보통 3회차 수행자(익스퍼트 초, 중급)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지녔다.

그런데 중국엔 1, 2회차 수행자가 내게 몰살을 당하는 바람에 어중간한 낙오자로 전락하고, 현재 활동하는 수행자는 3, 4회차밖에 없다.

즉 숫자가 비슷하면 전체 전력은 능력자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론, 성장 가능성을 따지면 수행자가 더욱 강해질 수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능력자가 발생할지도 알 수 없다.

능력자가 등장한 게 이제 겨우 1일 차에 불과했으니.

“정부의 태도는요?”

“크게 바뀐 건 없지만, 능력자를 정부에서 규합하려는 것 같습니다.”

나는 팔짱을 끼며 고민했다.

그에 김선아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능력자를 수행자 연맹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의견.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김선아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런 당연한 내용이 아니었다.

“중국인 수행자들에게 정부와 능력자 영입전을 벌이란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김선아의 쿨한 수긍에 중국인 수행자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아무리 중국이 얌전해졌다고 해도 정부를 향한 도전을 얌전히 넘어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연맹의 수행자를 건들면 엿 되는 것은 중국이긴 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결코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었다.

“저, 저희가 어떻게…….”

중국인들의 리더라 볼 수 있는 익스퍼트 중급의 3회차 수행자 레이가 말까지 더듬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에 김선아는 그것도 못하냐며 가만히 바라보았고, 레이는 꼬리를 말며 급히 시선을 피했다.

의외로 김선아를 어려워하는 수행자가 많은 것 같다.

“어렵긴 하겠지만, 여러분의 입지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합니다.”

내 이야기에 레이는 기죽은 모습을 보였고,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정부에 연맹측의 요구를 전달해 주세요.”

“요구요?”

“연맹에서 능력자를 영입하고 싶으니, 주선해 달라고요. 그럼 중국 지사의 직원을 보내도록 하죠.”

이 정돈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식으로 묻자,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중국에서 견제하려 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김선아의 물음에 나는 태연히 답했다.

“현재 마력이 존재하는 환경 속에서 반도체 생산 설비를 갖춘 곳은 우리 연맹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연맹의 도움 없이 다이오드부터 시작해 반도체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설비를 마련해야 할 겁니다. 추후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 순서도 많이 밀릴 테고요.”

중국은 이미 내게 실컷 당했다.

내가 하는 요구는 괜한 짓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나 마찬가지였다.

식은 땀을 삐질 흘리는 레이를 향해 나는 걱정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수행자라면 눈에 불을 켜고 영입하려는 국가가 넘칩니다. 정부와 관계가 틀어지면 제가 직접 이주를 도와드리죠.”

레이는 어색하게 웃었으나, 나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중국인들은 국가에 애착이 깊어 심하게 코너에 몰리지 않는 이상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것 같다.

“인류의 안전을 생각하면 능력자는 꼭 필요한 존재죠. 하지만 문제는 그런 능력자들을 이용해 우리 연맹을 견제하려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해당 국가의 연맹원들이다.

당연히 나는 그것을 좌시할 생각이 없었다.

최은우와 히로시가 내 이야기를 수긍하며 말했다.

“생존을 놓고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입장에서 같은 인간들을 신경 써야 한다니.”

“최대한 능력자를 영입하고 그게 안 되더라도 국가에서 헛바람 넣지 않게 경고를 해야겠군요.”

능력자들이 알아서 세력을 꾸리거나, 정부 소속이 되는 것까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우리의 힘을 제한하려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진 영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나는 부적절한 대우를 받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위해 싸울 생각은 없었다.

* * *

수행자들과의 회의를 마친 나는 김선아와 함께 부모님과 클로이가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공왕성은 꾸준히 증축하여 제법 왕성다운 분위기를 풍겼고, 왕국 최고의 부자로 유명한 만큼 곳곳엔 비싼 장식품과 그림, 조각 등이 놓여 있었다.

왕이란 칭호를 얻고부터일까?

그전까진 하인들을 나름 편하게 대해주며 친하게 지냈지만, 이젠 내가 지나갈 때면 시녀와 시종들이 웃음기 하나 없이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아마 많이 힘들 거다.

성이 워낙 넓다 보니 육체노동은 기본이고, 왕을 옆에서 모셔야 하는 만큼 항상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니.

그래도 내 성에서 일하는 하인들은 케일론 왕가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기에 이곳에선 굽실거려도, 거리에 나가면 알부자 소릴 들으며 대우받고 지낸다.

잠시 후.

우린 식당에 도착했고, 완전히 뮤대륙 생활이 익숙해져서 화려하기 그지없는 드레스와 예복 차림의 어머니, 아버지가 나와 김선아를 반겨주었다.

처음엔 어머니가 무슨 부인을 또 얻냐며 클로이가 불쌍하지도 않느냐고 다그쳤으나, 내 스승이자 공왕국의 백작이 된 고든은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어머니를 만류했다.

‘이제 공왕전하께선 한 나라를 다스리는 존재이십니다. 부인이 단 한 명이라면 그게 더 위태로워 보이죠. 오히려 저는 2명도 적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뮤대륙에서 나고 자란 클로이도 이를 전혀 이상하지 않게 생각했기에 오히려 어머니께서 머쓱해 하셨다.

다행히 그 후 어머니는 차별을 두지 않고 김선아도 며느리로 받아들여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오셨어요?”

나는 클로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얼른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예는 차리지 않아도 된다니까.”

지구의 하루는 뮤대륙의 5일이다.

때문에 7월 초에 임신했던 클로이는 만삭인 35주차가 되었다.

보통 출산을 37~40주 사이에 많이 한다고 하니 이제 출산이 임박한 것이다.

빠르면 35, 36주차에도 출산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클로이의 곁엔 성직자를 포함한 비상 인원이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유난 떤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클로이가 시선에 안 닿는 곳에 있으면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불안했다.

그렇지 않겠는가.

나 살기 바빠서 아이라는 것을 한 번도 생각 본 적이 없으니.

다행히 이런 내 행동을 김선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모든 것을 알고도 내 옆을 지키기로 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남남일 때와 다르게 오히려 클로이와 김선아의 관계가 좋아져 안심이다.

둘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괜히 집안일로 신경 쓰지 않아 다행이다.

식당의 식탁은 굉장히 넓었지만, 우린 가족은 가운데 모여 앉았다.

“숙제는?”

마치 선생님처럼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에 물을 마시던 나는 헛기침을 했다.

“이름 말이죠?”

어머니가 말한 숙제는 바로 곧 출산하게 될 아이의 이름 짓기였다.

공왕가 첫 번째 아이의 이름은 응당 왕인 내가 지어야 한다는 것이 클로이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자면 지크(조‘지’훈+‘클’로이), 여자면 조이(‘조’지훈+클로‘이’)라고 말했다가 지구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한 대 맞았다.

나는 부모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 나름 뜻깊다고 생각했는데, 사역마(봉봉, 다다, 차차, 청아) 때문인지 너무 성의 없다며 혼났다.

작명 센스가 구린 내겐 너무도 어려운 숙제였다.

덕분에 나는 틈나는 대로 아이의 이름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고심 끝에 정했다.

“남자면 로아, 여자면 소이.”

만약을 대비해 한국에서도 쓸 수 있고, 뮤대륙에서도 발음하기 쉬운 이름으로 골랐다.

그에 어머니는 눈을 껌뻑이며 살짝 놀란 투로 말하셨다.

“괜찮은데?”

사역마들의 작명 센스로 잃었던 신뢰가 조금은 돌아온 모양이다.

* * *

지구에서의 하루가 워낙 치열하다 보니, 오히려 뮤대륙에서 보낸 5일이 달콤한 휴식 같았다.

겨우 2시간을 잤을 뿐이지만, 잠에서 깨어나니 마치 산소방에서 휴식을 취한 것처럼 상쾌하기 그지 않았다.

피곤도 싹 풀리고 컨디션도 최상.

이는 수행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어제 지하철과 야외 캠프가 쑥대밭이 됐던 것과 달리, 연맹의 지하 벙커는 평화롭기만 했다.

콘크리트 이상의 견고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을 뿐 아니라, 외벽의 두께 또한 굉장히 두꺼웠다.

덕분에 국방부 벙커, 연맹 본부와 잇기 위한 문을 만드는 데 한참 동안 마법을 사용해야 했다.

그때 내 경지가 낮았다곤 하지만, 대마법에도 간단히 뚫리지 않을 강도를 갖고 있었다.

그러니 어스웜 따위가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연맹에 소속된 수행자와 직원의 가족들은 전국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를 듣곤 자신들이 축복받은 환경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용산공원 야외캠프

“오늘의 일정은 타 도시 안전구역 설치와 주요 산업시설 탈환이 되겠습니다.”

나는 175명의 인원들을 보며 말했다.

수행자와 낙오자의 수를 합쳐도 163명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12명은 바로 능력자였다.

“능력자분들은 저를 포함한 수행자 10명과 시설 탈환 임무를 맡게 될 겁니다. 여단급 병력과 함께 움직이게 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제가 최대한 안전은 보장토록 하죠.”

수행자들은 개인 아공간을 가진 몇몇을 빼곤 카본재질로 제작된 검은색의 방어구와 지구의 야금기술이 집약된 합금 무기로 무장을 하고 있다.

덕분에 꽤나 일관성 있는 모습이 연출됐는데, 안전을 위해 능력자들도 수행자들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추후 제작에 애를 먹을 수 있는 만큼, 대량으로 장비를 확보해놓은 상태였기에 여유가 있었다.

그래도 다른 점이라면 능력자는 아직 국가와 계약이 되지 않아 수행자들과 달리 군대에서 통용되는 계급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능력자들은 매우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당황하는 사람과 굳이 위험한 장소에 발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에 겁먹은 사람, 새로운 힘을 얻어 의기양양한 사람까지.

그런데 그 다양한 표정은 나를 비롯한 연맹의 정예들과 활동하게 되면 일괄되게 바뀔 것이다.

나는 오늘 그들의 기를 죽일 생각이니까.

이른바 능력자 길들이기.

그들이 혹시라도 가질지 모르는 수행자에 대한 대항의식을 날려 버리고, 무조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비행기?”

수도권이 아닌, 지방 도시로 안전구역 설치를 위해 떠날 수행자들이 자신들을 실어나를 운송수단에 대해 듣는 순간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게 운송수단이 아주 클래식한 디자인의 완전한 기계식 프로펠러 수송기였기 때문이다.

아직 공중 몬스터가 모두 정리된 것이 아니어서 걱정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클래식하다고 해도 비행기는 비행기.

일반적으로 몬스터가 날지 않는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이륙과 착륙시에만 조심하면 된다.

뭐, 그때가 가장 위험하단 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육로보단 안전합니다.”

비행 몬스터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

대신 비행기로 지방 순회 활동을 하게 될 수행자 팀에게 김선아와 내가 갖고 있던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를 빌려주었다.

여차하면 연맹 벙커로 도망치란 것이다.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를 건네받은 수행자들은 비로소 안도했다.

-타타탕!

이젠 완전히 일상이 되어버린 총소리를 들으며 우린 시민들의 시선 속에 용산공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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