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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66화 (166/247)

# 166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66

77. 능력자 길들이기(1)

험난했던 하루에 마침표를 찍듯 수행자들은 연맹의 벙커로 복귀하여 잠에 빠졌고,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주요 인사들은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뒷정리를 했다.

“도시 곳곳에 몬스터들이 남아있고, 게이트 또한 완전히 활동을 멈춘 것도 아니지만, 이전처럼 피난 지역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진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지친 표정으로 물었다.

“안전구역 덕분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지훈을 포함한 수행자들은 웨이브가 종료되자마자 야외 피난 캠프에 안전구역 스킬을 사용했다.

안전구역은 중심지부터 반경 3km 내엔 몬스터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제 수면까지 1시간밖에 남지 않아서 부랴부랴 서울의 야외캠프에만 우선적으로 설치했다.

안전구역 스킬 덕분에 더 이상 피난 캠프 한가운데서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았고 이는 지친 시민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제공했다.

물론, 다른 도시의 야외캠프는 아직 싸우는 중이지만 그래도 웨이브 등장 때만큼은 아니다.

또한 2시간 후면 수행자가 깨어나니 그때가 되면 다른 도시에도 안전구역이 설치될 것이다.

비록 안전구역 스킬을 지닌 수행자가 60여 명밖에 안 되는 데다가, 중복 사용도 불가능해서 타 도시는 2~3개 정도밖에 설치할 수 없다.

우선 대규모 야외캠프를 중심으로 설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능력자도 분명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역시 수행자가 여러모로 쓸모가 많죠.”

안전구역 설치뿐만 아니라 수행자는 다른 국가의 정보도 다양하게 수집할 수 있다.

국가 간 통신이 끊긴 지금 타국의 상황을 알기 위해선 텔레포트로 넘어가야 하지만 텔레포트가 설치된 국가는 몇 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행자들은 모두 뮤 대륙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만큼, 활발한 정보 교환이 가능했다.

“새로운 이능 사용자는 큰 힘이 될 겁니다.”

“그건 그렇지.”

“이김에 능력자들을 불러 모을까요?”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이야기에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자넨 싸움꾼 기질이 있나 보군.”

“네?”

“연맹 회장이 무섭지 않은 모양이야?”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친 대통령은 단순한 사고방식에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화를 삭이며 말했다.

“수행자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비슷한 포지션의 능력자가 거슬릴 수밖에 없지 않나. 자신들이 일궈 놓은 주춧돌을 흔들 수도 있는 세력의 등장이지. 그런 와중에 대통령이 나서서 능력자들을 규합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아, 견제한다고 생각하겠군요.”

“당연하지. 그리고 연맹의 회장은 그런 견제에 얌전히 당해줄 스타일이 아니야.”

“음…….”

그때서야 국방부 장관은 상황을 이해하곤 턱을 괬다.

“연맹의 힘이 너무 커졌어. 그리고 점점 더 덩치를 키워 나갈 테지. 마음 같아선 그들을 견제하고 싶지만, 결코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야.”

오늘 사태로 수행자는 자신들의 가치를 훌륭하게 증명했다.

그런 그들과 얼굴을 붉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딨겠는가.

다른 나라면 몰라도 특히 한국은 그럴 수 없다.

연맹의 주인인 지훈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능력자가 그만큼의 가치를 하는 집단이라면 이용할 생각을 해보겠지만, 안전구역 스킬 하나만으로도 수행자의 가치가 능력자보다 위지.”

거기에 텔레포트 게이트와 마전기, 신소재 반도체의 재산권이 연맹에 있다.

앞으로 세상은 수행자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럼 능력자들은 방치하실 생각입니까?”

대통령은 이 인간이 이렇게 멍청했나 생각하며 미간을 좁혔다.

“당연히 대우를 해줘야지. 내가 말하는 건 연맹이 오해할만한 제스쳐를 취해선 안 된다는 거지 아예 모른 척해야 된다는 뜻이 아니야.”

“…….”

“그냥 평범하게 그들을 대우하고 협조를 요청하면 돼. 괜히 능력자들로 세력 만들려 말고.”

“아, 그렇군요.”

뒤늦게 대통령을 말을 이해한 국방부 장관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자가 알아서 자기들끼리 세력을 일구는 게 베스트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일 세력을 만들기가 힘들겠군요.”

비로소 말이 통하는 모습에 대통령은 표정을 풀었다.

“그래. 능력자들은 수행자와 달리 우리가 관여할 수 없는 다른 세상에서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국가 간의 통신망이 끊긴 지금 의견을 규합할 수단이 없으니 능력자들은 국가별로 세력이 나뉠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마저 능력자가 수행자 연맹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였다.

능력자는 수행자에 대항할 수 있는 라이벌이 될 수 있는 존재지만, 여건이 그것을 허락지 않았다.

그리고 수행자에게 밉보여봤자 득이 될 게 없는 만큼 괜한 간섭은 거리만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한국 대통령은 결코 지훈에게 대항할 생각이 없었다.

“각 도시 방위 책임자들에게 능력자를 극진히 대우하라고만 전해두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전국에서 집계된 피해 상황을 정리했다.

“사상자만 320만 명이라…….”

한탄이 절로 날 수밖에 없는 수치였다.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집에서 버티던 사람들의 수도 헤아리면 사상자는 500만이 넘을 수도 있다.

단 하루 만에 대한민국 인구의 1할이 손실된 것이다.

물론 사상자가 모두 사망자인 건 아니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였던 만큼 사상자의 과반수가 사망으로 이어졌다.

이는 몬스터 웨이브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방 도시들의 손실이 너무 컸다.

특히 울산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으며,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피해가 유독 컸다.

의외로 피해가 적은 곳은 강원도와 제주도였는데, 몬스터가 다른 도시보다 적게 등장했다.

“어쩔 수 없지.”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소식을 알리는 수단으로 신문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 신문에 추정 500만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은 차마 실을 수가 없어서 파악 중이라고만 써넣고, 연예인 수행자들의 활약을 크게 부풀렸다.

이럴 때일수록 암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기보다 영웅을 앞세워 희망을 실어주는 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단계적인 예비군 소집을 지시하고, 산업시설 탈환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리고 피난처 보강을 위해 시민들의 대대적인 노역을 실시키로 했다.

상상을 가볍게 초월했던 무시무시한 공격.

지금의 시설 수준으론 다음 웨이브 때도 큰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 * *

-뮤대륙 501일차, 베르트 대공국 공왕성.

“그렇게나요?”

각국 주요 수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늘 있었던 웨이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프랑스의 피해 상황을 듣고 크게 놀라고 말았다.

“프랑스는 지옥입니다. 제가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에 확인한 추정 사상자만 2천만에 달하니까요. 그래서 대통령은 파리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를 모두 폐쇄할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방 사람들은요?”

“힘들겠지만, 군대와 함께 파리로 피난해야겠죠. 그나마 웨이브가 끝나고 몬스터의 수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었기에 가능한 판단입니다.”

“파리에서 다음 웨이브를 맞이하겠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프랑스는 군사 강국이다.

또한 굉장히 빠르게 친 수행자 정책을 펼치면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수행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였다.

그런 국가가 이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개인화기와 기계식 장비밖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게 크죠.”

그리고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라고 다르지 않았다.

“일본도 혼슈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 섬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 모스 통신 내용이 절망적이었던 만큼, 아마도 궤멸한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크게 네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혼슈와 홋카이도, 큐슈, 시코쿠까지 네 개.

그중 도쿄, 오사카 등이 위치한 일본의 본토인 혼슈를 제외하면 나머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철저하게 D-DAY를 대비하긴 했지만, 각주마다 대응 수준이 달라 역시 피해가 컸다.

군사 강국들이 이 지경인데, 나머지는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단기간에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곧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국가가 많았다.

완전히 종말의 분위기.

그나마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한국은 아주 수월하게 막은 것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대충 집계된 전 세계 사망자 수만 3억이 넘었다.

아마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위험하다고 예상은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심할 줄이야.”

장난기가 싹 사라진 히로시의 혼잣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그때, 호주의 1회차 수행자로 워액스를 사용하는 제이콥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나는 무슨 일이냐며 물었고,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 죽었습니다.”

얼핏 들으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지만, 수행자 중에 이를 못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지구에서 죽음을 맞이해 낙오자가 된 상태란 뜻이었으니.

그와 동고동락하던 1회차 수행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쩌다가요?”

“싸이클롭스가 아이들을 우선 대피시킨 방공호를 공격해서 그걸 막다가 당했습니다.”

나라면 내 목숨이 위급한 상황이면 다른 이들의 희생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내 가족이나 친구도 아닌 완전히 남이 아닌가.

1회차 상위 수행자인 그의 사망은 연맹 입장에서도 호주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나무랄 수가 없었다.

제이콥은 나처럼 메마른 감정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고,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다가 죽고 말았으니.

“제이콥 씨 가족은 연맹 차원에서 호주 정부에 각별한 보호를 요청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제이콥 뒤에 있던 호주의 2회차 수행자를 바라보았고, 역시나 어두운 안색을 한 여성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호주는 텔레포트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전달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뮤대륙에서 해당 국가 수행자를 시키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다.

“그나마 반도체 재료가 풍부해져서 다행이군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함인지, 제이콥은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건 그렇죠.”

실리콘과 다름없는 특성으로 반도체로 가공이 가능한 오우거의 수정체.

하지만 반도체 원료가 있다고 바로 첨단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소자, 또는 칩을 만들기 위해선 그에 맞는 설비가 필요한데, 이 설비 자체도 새로운 환경에 맞춰 내부 부품을 싹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D-DAY 이전에 기존 설비를 이용해 오우거 반도체로 이뤄진 신규 설비를 만들었다.

이 모든게 오우거 수정체가 기존과 똑같이 가공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마력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준수한 성능의 컴퓨터를 만들어냈고, 반도체 생산 설비도 갖춰놓았다.

문제는 그 규모가 최소한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오우거 수정체를 대량 획득했다고 해도 바로 무전기 등을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설비의 확충부터 이뤄져야 했다.

덕분에 기술은 존재하지만, 그 기술을 모두 복원하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걸릴지 알 수 없었다.

-토닥토닥.

평소 제이콥과 티격태격하던 독일인 발터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불쌍한 낙오자. 장례식엔 참가해 줄게.”

“이 새끼가.”

이제부터 제이콥은 내 대공국의 귀족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발터의 너스레에 잠깐 웃음을 흘린 우리는 앞으로의 대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통된 의견은 중급 선택형 보상을 얻게 되면 무조건 안전구역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원래 안전구역은 없어도 그만인 스킬이고, 수행자들 사이에 거의 꽝처럼 여겨지던 보상이다.

하지만 지구가 뮤대륙화되면서 필수 스킬로 자리를 잡았다.

인간의 기본 생존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몬스터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이 있어야 한다.

안전구역 스킬이 바로 그에 대한 답이었다.

“그리고 여러분 여유가 될 때마다 제자를 받아들이도록 하죠.”

어중간한 능력을 가진 기사와 마법사보다 총기와 수류탄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인 전투능력이고 대 몬스터전에선 총보다 칼이 나은 경우가 많았다.

제자를 받아들이라는 내 제안을 모두가 이의 없다며 동의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주제가 나왔다.

“각국 능력자 현황을 알려주세요.”

그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 수행자들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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