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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60화 (160/247)

# 160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60

74. 공표(1)

국민들에게 모든 사실을 공표한 후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뿐 아니라 군대도 순찰팀을 구성하고, 언제든 출동할 수 있게 전군에 비상대기조를 꾸린 상태다.

또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방침과 대기업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발표하며.

미디어를 통해 미리 제작된 광고 영상으로 물타기를 한다.

사람들을 계획대로 움직이게 한다는 것 자체가 악당 같은 발상이지만, 몬스터와 싸우기 전에 같은 인간끼리 싸우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도를 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판단 못 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전체가 위험해지는 것은 사양이니.

“내일부터 바빠지겠군요.”

이제 모든 진실이 알려지면 우리 수행자들도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어진다.

인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몬스터와 싸우는 능력자 or 슈퍼 히어로란 컨셉으로 연예인과 유명인을 앞세워 활동할 생각이다.

정부에서도 몬스터의 등장보다 수행자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켜 시선을 돌리게 만들 예정이다.

즉,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수행자 연맹도 바빠진다는 뜻이다.

그동안 음지에서만 활동하느라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괜한 관심이 쏟아지는 게 더 귀찮을 것 같다.

가뜩이나 종전 감사원의 원장으로 뉴스를 탔을 때, 친인척들이 엉겨 붙어서 고생한 걸 생각하면 그냥 음지에서 생활하는 게 체질에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죠. D-DAY까지 고작 5일밖에 안 남았으니.”

이제 D-DAY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나름대로 준비를 잘 갖춰놨다고 생각하지만, 실전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나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최후의 수단은 내 사람들과 함께 지구를 포기하고 뮤대륙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것이지만, 그래도 지구의 목숨이 붙어 있는 이상 최대한 노력해볼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김선아.

나는 가만히 지켜봤고, 그녀는 뺨을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뮤대륙은 안전한 걸까요?”

“그게 무슨 뜻이죠?”

내 시선에 그녀는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두 세계가 점점 이어지고 있는데, 왜 지구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까 싶어서요.”

D-DAY가 찾아오면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대대적인 몬스터의 준동이다.

이미 미래 신문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몬스터의 등장에 많은 시민이 죽었다고 나오지 않았는가.

미리 대비한 지구의 군대를 뚫고 시민에게 피해를 줄 정도면 그 물량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처음엔 뮤대륙의 몬스터가 지구로 넘어오는 것이라 추측했는데,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다르다.

뮤대륙에 있는 몬스터의 쪽수로만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정 부분 뮤대륙에서 지구로 넘어오는 것은 틀림없겠지만, 분명 신이 중간에서 뻥튀기를 하는 게 분명하다.

뮤대륙 필드를 돌다 보면 게임의 리젠처럼 몬스터의 수가 계속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신이 이에 간섭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니 지구만 위험하고 뮤대륙은 안전하다는 확신에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신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뮤대륙에도 지구와 같은 일을 벌일 수 있을 테니.

나는 미간을 찌푸며 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이내 인상을 풀며 고민을 떨쳐냈다.

“오히려 지구보다 뮤대륙이 더 안전할 겁니다.”

“네?”

하이랜드의 드래곤이나, 이블랜드의 3대악은 몬스터를 종속할 수 있다.

그래서 몬스터가 준동한다면 가장 위험한 장소는 미드랜드인데, 하이랜드에서 미드랜드가 몬스터에 당하는 꼴을 얌전히 지켜볼 리가 없다.

이블랜드의 악마종이 미드랜드에서 맥을 못 추는 것이지, 하이랜드의 신화종에겐 매우 강력했으니 말이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미드랜드가 쉽게 당할 리도 없고요. 오히려 몬스터 전은 지구보다 이능이 존재하는 뮤대륙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이 100% 정확하다곤 볼 수 없지만, 뮤대륙엔 신을 떠받드는 교단과 성녀가 있으니,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제 사람들에게 신탁으로 언질 정도는 주지 않을까?

“이거 때가 다가오니 괜히 걱정만 느네요.”

김선아만 그런 게 아니다.

나도 그랬으니.

*

“명훈씨, 이것 좀 3장씩 복사해놔.”

“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

2년여의 구직생활 끝에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던 중소기업에 입사한 강명훈은 업무 배우랴 잔심부름하랴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7살에 중소기업 신입사원으로 시작했지만, 나쁘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작지 조금 늦긴 했어도 어쨌든 스타트라인에 섰으니.

비록 고등학교 동창인 조지훈처럼 정부 주요 인사로 메스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규격에 벗어난 괴물이 있긴 하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강명훈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했다.

일전에 길에서 경호원에 둘러싸여 예쁜 비서와 함께 롤S로이스에 탑승하는 지훈을 본 적 있다.

새삼 다른 세상의 사람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친하지 않아서인지 크게 부럽다는 생각은 없었다.

지훈의 존재는 명훈에게 있어, 쟤가 내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우찬이랑 초희가 지훈이 다단계 한다고 소문내고 다녔던데. 어떻게 됐으려나.’

-띠이. 띠이.

생각이 다른 곳으로 새버렸다.

복사기에 용지가 부족하다는 메시지에 정신을 차린 그는 얼른 새 박스를 뜯어 용지를 채워 넣었다.

“이 대리님, 여기 복사 끝났습니다.”

“어, 고마워.”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을 보냈다.

적어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위이이이잉!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민방위 훈련 시, 들을 수 있는 사이렌 소리였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익숙한 소음이었기에 무시하려 했지만.

-긴급 발표. 긴급 발표. 잠시 후 대통령의 긴급 발표가 있을 예정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선 하던 일을 멈추고 신속히 TV를 시청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두의 어깨를 움찔하게 만드는 알림이었다.

스물스물 올라오는 불안함.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런 알림을 들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북한의 침공이었다.

근래 종전협상을 하고 나쁘지 않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오랜 세월 북한은 적이라는 인식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시선이 부서 내 책임자에게 쏟아지고, 그 역시 톱니바퀴의 부품으로 살아온 터라 업무 시간 중에 TV를 켜라는 돌발행동을 지시하지 못했다.

“대체 뭐야.”

그러나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것까진 막지 않았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TV를 켠 직원들을 중심으로 모였다.

[세계적 위기. 청대와 긴급 발표.]

뉴스에선 비어있는 청와대 로고가 붙은 단상만 내비쳤는데, 밑에 자막으로 심상치 않은 문구가 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대통령이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성훈 대통령.’

북한과의 종전, 국내 경제 부흥 등으로 국민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대통령이다.

그가 침통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만지작거리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며, 이미 전 세계 주요 국가들과의 합동 조사가 끝난 사안임을 알려 드립니다.]

보통 대통령 연설의 서두는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어쩌고저쩌고 인사말부터 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 대통령은 그런 형식적인 인사를 덧붙이지 않았다.

덕분에 대통령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비장함과 분위기가 가벼운 사안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었다.

[현재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는 위기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화면 한구석에 영화처럼 보이는 영상 하나가 떠올랐는데.

그건 군대와 괴물들이 맞서 싸우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불과 3주 전 미국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해당 영상은 결코 영화가 아니며, 실제로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위협입니다. 현재 지구는 신의 시험을 받고 있습니다.]

그에 명훈의 직장 동료들이 실소를 흘리며 대통령이 미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이어서 화면이 전환되며 미국 백악관, 중국 주석관, 일본 총리 관저에서도 같은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나왔다.

사람들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뉴스를 보았다.

[5일 뒤인 8월 18일. 위와 같은 일이 지구 전체에서 발생한단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시각 부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현재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 현상과 언론통제에 의해 숨겨졌던 사건 사고들의 대한 진실이 모두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처음에 어처구니 없단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웃음을 흘리지 못했다.

잘 준비된 영상과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같은 발표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 구, 군인들이.”

창가에 있던 직원의 당혹스런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하고, 곧 곳곳에 군인들이 배치되는 것을 발견하곤 표정을 굳혔다.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철저한 준비를 했습니다. 위기는 빠르게 해결될 것이며 오래지 않아 예전의 삶을 찾게 될 것임을 단언합니다.]

얼떨떨한 모습의 명훈은 침묵에 휩싸인 사무실을 둘러보았고, 모두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상 식량, 대응 군사력, 대피시설을 충분히 마련한 상태이니, 선진 시민의식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의 성숙한 대응을 부탁드립니다.]

이어서 대통령이 물려가고 프로파간다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런, 씨발!”

모든 영상을 보고 난 후 침묵에 물들었던 사무실에 그동안 부장의 눈치를 살피며 자존심도 버리고 굽신거리기만 하던 차장의 분노가 울려 퍼졌다.

*

-이거 장난이지?

ㄴ장난 아님. 지금 전 세계가 난리가 났음.

ㄴ편의점이라도 털어야 하나?

ㄴ난 백화점에서 명품백 털거임.

-뭐야, 전자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니, 그럼 게임 못하는 거야?

ㄴ병신, 지금 게임이 중요하냐.

ㄴ그런데 몬스터가 등장한 구역에선 전자장비 먹통이라던데 전투 영상은 어떻게 찍은 거임?

ㄴ그땐 예외였다고 함.

ㄴ뭐야, ㅋㅋ 조작 아냐?

-정부에서 그동안 국민들을 속인 거잖아. 이대로 넘어가야 돼?

ㄴ그럼 어쩌게. 이 상황에 시위라도 하게?

ㄴ당연한 거 아님? 책임을 물어야지. 국민들을 배신한 거잖아.

ㄴ배신이 아니지. 이 사실이 알려졌으면 혼란만 커졌을 테니까.

ㄴ비상식량 생산, 방어 시설 설치, 치안 등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임.

ㄴ아, 진짜 대통령 빠돌이들 답 없네. 이 상황에서도 그 새끼 똥꼬 빨고 싶냐?

ㄴ진짜 무섭다. 완전 광신도들이네. 하성훈이 죽으라고 해도 기쁘게 따를 것 같음.

(이하 대통령 욕)

-그런데, 이 수행자란 인간들 뭐냐? ㅋㅋㅋ

ㄴ난 초능력자가 세상에 있을 줄 알았어.

ㄴ씨발 아이윌이 초능력자 집단이라니 ㅋㅋㅋ

ㄴ아이윌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A도 초능력자 집단이라잖아. 이게 무슨 헛소린지 ㅋㅋ

인터넷으로 반응을 살피던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직 제대로 상황파악이 안 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조용한데요. 강도사건도 얼마 발생하지 않았고요.”

“홍보 영상이 효과가 있는 모양입니다.”

지금은 어딜가도 오늘 있었던 대통령 발표와 시민들의 성숙한 대응을 바란다는 홍보영상, 몬스터와 싸우는 수행자들의 영상이 광고처럼 흘러나왔다.

최은우와 태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홍보영상 덕이라기보다, 실감이 안 나는 거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떻게 될지 몰라요.”

아직 사람들은 분노를 인터넷에만 표출하고 있는 상태다.

전체적인 여론을 봤을 때 약 7할 정도가 대통령을 욕하고 정부의 대응을 비난했다.

그나마 대통령의 이미지가 좋아서 망정이었지, 이미지가 최악이었다면 이렇게 옹호해 주는 사람들도 없었을 것이다.

“전국 고속도로는 명절이나 다름 없는 풍경이랍니다.”

시내버스, 시외버스, 고속버스, 기차, 비행기 등은 정상 운행을 하고 있다.

이는 업무를 보는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어느 정도 편의를 제공하기로 약속했기에 당장 마비가 되지 않은 것이지, 아무런 대비 없이 이 사태를 맞이했다면 교통 마비는 필연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또는 안전한 장소로 대 이동을 시작했다.

정부에서 예정 방어 라인을 발표하면서 대도시 위주로 국민들이 몰리고 있었다.

정부에서 예정 방어 라인을 발표하면서 대도시 위주로 국민들이 몰리고 있었다.

당연히 방어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걱정하며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모든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정부가 나서서 재산적 피해를 보상을 해주겠다는 이야기로 소통을 차단했다.

지금은 불만 하나하나에 응답할 여력이 없었다.

정부는 여기저기 공수표를 날리면서 일단 사람들을 달랬다.

주식, 선물 등 투자 시장 거래 올스톱.

은행거래 제한.

대피물자와 식량 및 생필품 보급으로 사재기를 차단하고 대대적인 군인 투입으로 약탈을 방지.

아직은 질서가 유지되고 있지만, 솔직히 언제 국민들이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에선 일정보다 빠르게 국민들을 대피시설로 이주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아예 일괄 통제를 하겠단 생각이다.

나는 이런 정부의 대응에 간섭을 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결정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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