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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58화 (158/247)

# 158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58

73. 우리도 있다(1)

은행 내부를 가득 메우며 직선으로 뻗어가는 백색 광선.

“뭣?”

기세 좋게 달려들던 오대수는 시야를 가득 채운 새하얀 빛을 피할 생각도 못 하고 그저 마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빛이 오대수를 집어삼키고, 사방으로 빛이 흩어지며 우리가 있던 은행 건물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큭!”

그리고 온몸에 흰 연기를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낸 오대수는 양팔이 증발한 상태였다.

하지만 녀석의 손이 무섭게 자라나더니 원래의 형태를 찾아갔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방어력 좋네.”

“이 새끼.”

다시 검은 만들어낸 녀석은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오대수가 잠깐 뜸을 들인 사이 사고가속 속의 나는 이미 마법의 10중첩이 다시 끝났다.

나는 그림자 이동으로 김선아와 청아 옆으로 자릴 옮겼다.

“그럼 이것도 막아 봐.”

이어서 10중첩된 레이저 캐논이 다시 펼쳐졌다.

그런데 이번엔 방금과 상황이 달랐는데.

그 이유는 녀석에게 뻗어 나가는 빛이 하나가 아닌 두 줄기였기 때문이다.

청아도 나와 같은 공격을 한 것이다.

6서클, 사고가속, 미래시, 중첩 공격, 증폭.

이것이 현재 청아에게 등록된 스킬이었고, 무리 없이 나와 같은 공격을 펼쳤다.

당연히 대가리가 제대로 달려 있다면 이 공격을 얌전히 맞을 리가 없다.

나는 오대수가 멍청해서 다시 검으로 마법을 막는 오기를 부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악마의 판단인지, 고통이 참기 힘든 건지 녀석은 이를 악물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미친!?”

레이저 캐논은 직선으로만 뻗어 나가는 공격이지만, 분사형이기 때문에 공격 방향 자체를 바꿀 수 있다.

나와 청아는 오대수 방향으로 손을 들어 올렸고, 두 줄기의 빛이 검처럼 위로 휘둘러졌다.

-스윽!

하지만 녀석은 검은색 빛에 휩싸이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

“뒤져!”

그런 오대수가 나타난 것은 내 측면.

새까만 검이 기습적으로 뻗어왔다.

그 검은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오러블레이드와 같은 것이란 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실소로 답했다.

애초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사고가속을 갖고 있어 기습에 강한데, 녀석이 기교 없이 정직하게 검을 뻗어왔기 때문이다.

-캉!

나는 오대수의 검을 가볍게 쳐내고, 김선아가 훤히 드러난 몸통에 쉴드 차지를 날렸으며, 청아가 뒤로 밀리는 오대수에게 플레임 버스터(6서클)를 사용했다.

3명의 유기적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며, 나는 그대로 폭발에 휩싸인 오대수에게 투창을 했다.

악마종에게 쥐약인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무기가 그대로 오대수의 검을 부수고 가슴을 관통하여 큰 구멍을 냈다.

녀석의 검이 오러블레이드와 비슷하다고 해도 내 무기와는 상성이 안 좋았다.

“큭!”

오대수는 떨리는 손으로 구멍이 난 가슴을 더듬거리며 검은 피를 흘렸다.

“이게 뭐야, 싸움도 안 되잖아.”

황당하게 바라보는 내 시선에 오대수는 표독스런 표정을 지었다.

“비, 비겁하다. 3대 1이라니.”

“몬스터를 상대로 정정당당해야 할 이유가 있나?”

“무슨?”

“누가 보면 그게 네 힘인 줄 알겠어. 넌 지금 악마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최상급 던전에서 얻은 오리하르콘으로 새롭게 제작한 양손 검을 빼 들었다.

[칼립소 / 대검 / 소환형 공용장비]

-칼날 115cm, 손잡이 28cm. 무게 1.9Kg

-스킬, 오러, 마법, 신성마법 효과 145% 증폭

-마속성의 몬스터 340% 추가 데미지

-자동회복 LV+15

-강력한 독 내성, 강력한 저주 내성

-자가수복

“뭐, 솔직히 나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지만.”

나는 느릿느릿 살이 채워지는 녀석의 몸통을 보며 검을 들어 올렸다.

* * *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가슴에서 밀려오는 통증은 머릿속을 아득하게 만들고, 손과 발끝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오대수는 투명한 칼날의 대검을 들어 올리는 지훈을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듯이 데이아스를 찾았다.

‘데이아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녀석을 이길 수 있다며!’

[아무래도 베르트 공작은 평범한 마검사가 아닌 모양이야.]

‘그게 무슨.’

[미친놈이 오리하르콘으로 무장한 것도 모자라, 각종 권능으로 떡칠을 하고 있어! 마법을 캐스팅 없이 사용하다니!]

‘그, 그럼 이대로 당해야 한다는 거야?’

[천만에.]

지훈의 대검이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카앙!

하지만 검은색의 방어막이 나타나 공격을 막아냈다.

-쩌적!

비록 그 방어막은 얼마 못 가 금이 가고 파괴됐지만, 잠깐의 시간은 이들에게 도주의 시간을 제공했고, 오대수는 블링크와 흡사한 순간이동으로 물러났다.

‘너 지금 허락도 없이 내 몸을 조종한 거야?’

그러나 오대수는 기겁을 했는데, 방금의 행동에 자신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아주 잠깐. 그래도 걱정하지 마. 이 몸은 너의 것이기에 나는 너의 동의 없이 차지하지 못한다. 겨우 1~2초 정도 간섭할 수 있는 수준이지.]

그때.

방금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옆에서 조지훈이 순간 이동으로 나타나 검을 휘둘러왔다.

“큭!”

오대수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슴에 큰 통증을 느끼며 연신 뒷걸음질 쳤다.

지금은 데이아스가 자신의 몸을 조종했다고 성을 낼 상황이 아니었다.

“안 싸우나?”

오대수는 다시금 검을 만들어 지훈의 대검을 막았다.

“심장이 파괴되도 죽지 않는다니, 역시 인간이 아니잖아?”

심장이 썰리고도 쉬이 죽지 않는 건 자동회복 레벨이 30에 달하는 지훈도 마찬가지지만,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오대수에게 지훈의 말은 하나하나가 도발이었다.

“이 개새끼!”

그에 오대수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지훈은 최소한의 동작으로 모든 공격을 간단히 막아냈다.

마치 어떻게 공격을 할지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 같은 기분.

도무지 방어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힘이 있으면 뭐해? 더럽게 못 싸우는데.”

상대가 자신을 도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유를 잃은 오대수는 너무도 간단히 의도대로 움직였다.

흥분해서 싸우다 보면 불필요한 동작이 나오기 마련이고 고수와의 싸움에 이는 곧 치명타로 이어진다.

-푸확!

“끄악!”

지훈의 대검을 막는 순간 발밑에서 무형의 칼날이 솟구쳐, 오대수의 양팔을 날려 버렸다.

당연히 오대수는 기겁하며 물러났고, 둘 사이에 거리가 생기자, 싸우면서 10번의 중첩을 거친 플레임 버스트가 그를 집어삼켰다.

-콰아아앙!

그리고 지훈이 슬쩍 물러나자, 청아의 10중첩 레이저 캐논이 폭발 지점을 쓸어버렸다.

지훈은 마법을 얼마나 속사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겠다는 식으로 연달아 6클래스 마법을 사용했고, 지도에 표기되는 붉은 점의 위치가 김선아 쪽으로 바뀌자, 그녀를 향해 외쳤다.

“선아씨!”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듯, 김선아는 힘껏 실드 차지를 날렸다.

끔찍한 몰골을 한 오대수는 공간이동으로 나타나자마자 얼굴을 덮쳐오는 단단한 방패에 속수무책으로 부딪혔다.

“씨브을.”

성대가 녹았는지, 폐가 당한 건지, 오대수의 목소리는 쇠를 긁는 듯했다.

[내게 신체 통제권을 넘겨라. 그럼 이길 수 있어.]

그렇게 얻어터지기만 하던 오대수에게 데이아스가 제안했다.

[아무래도 힘을 완벽하게 사용하기 위해선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겐 적응 기간 따윈 필요 없지. 잠깐 내게 통제권 넘겨준다면 너는 조지훈이 죽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김선아란 여자를 네 좋을 대로 희롱할 수 있을 거다.]

이 상황에서 오대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없었다.

이대로 얻어터지다 보면 죽는 것은 확정일 테니.

‘아, 알았다.’

[고맙다.]

그리고 오대수의 신체는 데이아스에게 통제권이 넘어갔다.

-휘휘휙!

오대수를 감싼 검은 기운이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지훈과 일행은 연사되는 소총의 탄환처럼 날아드는 검은 기운들을 막아냈지만, 그 사이 오대수 아니, 데이아스는 안갯속으로 모습을 감추며 빠르게 몸을 회복했다.

[무슨?]

데이아스의 머리에 울려 퍼지는 오대수의 목소리.

그의 의문엔 방금까지 회복이 잘되지 않던 부상이 왜 이렇게 빨리 복구가 되냐는 의문이 깃들어 있었다.

“그거야. 내가 치료회복 능력을 제한했으니까.”

[왜 그런 짓을?]

“역시 멍청해. 그야, 네 몸을 차지하기 위함이지.”

오대수는 자신이 잘 못을 들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데이아스의 팩트 폭행은 계속 이어졌다.

“내가 왜 아무런 재능도 없고 열등감만 가득한 인간을 선택했겠어?”

[…….]

“너, 진짜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거냐? 분명히 말하는데, 넌 그냥 멍청한 인간일 뿐이다. 이용해 먹기 딱 좋은 무뇌아.”

순식간에 신체를 회복한 데이아스는 안개의 끝을 향해 내달렸다.

[내, 내놔! 내 몸!]

“이젠 내 거다. 넌 거기서 얌전히 지켜봐. 이곳을 나가는 대로 기념 삼아 네 가족을 죽여주지. 너의 모습을 한 내게 고통스레 부모 형제가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비명이나 질러대라고. 네 분노와 증오는 내게 아주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테니.”

[야 이! 개새끼야!]

그때서야 오대수는 자신에게 들러붙은 존재가 어떤 것인지를 떠올렸다.

악마가 순순히 힘을 빌려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어야 했다.

그저 자신은 특별하단 생각에 상대의 성향을 무시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왜? 너도 아무 죄 없는 은행 직원들을 죽이고 희롱했잖아?”

[내놔! 내놔아아!]

“소용없대도.”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너무 늦었다.

오대수의 절규 섞인 호통은 계속되었지만, 데이아스는 비웃음을 흘릴 뿐이다.

“그나저나 이 안개는 뭐지? 끝이 어디야?”

안개를 처음 겪는 것은 오대수나 데이아스나 마찬가지.

이 둘은 안개의 특성에 대해 몰랐다.

데이아스는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달리고 하늘을 날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종의 결계 같은 건가?”

끝이 나오지 않는 장소.

변하지 않는 풍경을 보며 자신이 계속 같은 곳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계를 파괴하는 방법은 시전자를 죽이거나 파훼하는 방법뿐인데, 지훈의 강력함은 상상 이상이었던 만큼 다시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럼 파괴를 해야지.”

그는 검에 검은 기운을 한껏 실어 내질렀다.

-후화아아악!

그러자 안개는 증발하듯 사라지며 큰 구멍을 만들었다.

안개는 금세 빈 구멍을 메꿔왔으나, 데이아스에겐 빠져나가기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응?”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발밑을 살피자, 발바닥부터 시작된 얼음 결정이 그의 몸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칼날과도 같은 강력한 얼음 폭풍과 함께 천둥이 내리쳤다.

꽁꽁 언 풍경처럼 몸이 통제에 따르지 않아, 그는 안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고 주변 안개는 예상치 못한 현상에 증발과 생성을 반복했다.

‘블리자드!?’

데이아스도 고위 악마종인 만큼 마법적 지식은 상당한 편.

이것은 8서클의 마법인 블리자드가 분명했다.

8서클의 아티팩트나 스크롤은 황가의 보고에나 있을 법한 물건.

설마 상대가 그런 것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빌어먹을!’

잠시 후 폭풍이 멈추고, 사방이 얼어붙은 동토에 지훈 일행이 나타났다.

* * *

“조금은 깨달음을 얻을 만한 순간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흥이 깨졌다.”

나는 얼어붙은 악마상을 한 오대수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미 녀석의 혼잣말에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지 이해하고 있다.

멍청하게 오대수는 악마에게 이용을 당한 것이고, 패러사이트처럼 사람의 몸을 차지할 수 있는 악마를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 판단에 대기실에서 15만 포인트를 주고 구매한 죽음의 폭풍을 사용했다.

결과는 효과 만점.

녀석이 아무리 강력한 악마종이라 해도 8서클의 대마법 앞에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녀석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이대로 방치하면 자력으로 얼음을 깨고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여유가 있어 보여 나는 안개를 해제하는 대범한 행동을 했고, 오대수의 모습을 한 악마를 빤히 바라보며 무전기를 사용했다.

“준비됐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지금 바로 이동시키겠습니다.]

내 물음에 즉시 답을 하는 국정원 직원.

“으! 추워!”

“이게 대체?”

그에 한 무리의 남성들이 호들갑을 떨며 우리 쪽으로 달려왔고, 나는 다시 안개를 펼치며 말했다.

“이게 악마입니다.”

“정말, 사악한 무언가가 느껴지는군요.”

그들은 다름 아닌, 추기경과 대주교로 악마종의 출현에 왕래를 부탁한 신실한 성직자들이다.

오대수의 몸에 깃든 악마가 정신체란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정신체 악마를 그냥 죽여도 되는지 확신이 안 서서 이들을 부른 것이다.

“그럼 악마의 정화를 부탁드립니다.”

내 부탁에 성직자들은 안개를 훑어보며 신기한 표정을 짓더니 손위로 강력한 빛을 내뿜었다.

-드드드.

얼음 속에 갇힌 오대수의 몸이 덜덜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듣기로 이블랜드가 미드랜드로 진격하지 못하는 이유가 성녀를 비롯한 교단 앞에 맥을 못 추기 때문이라 들었다.

그런데 우리 또한 제한적이긴 해도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성직자가 있었다.

아마 오대수가 갖고 있는 수준의 정보로는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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