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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56화 (156/247)

# 156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56

72. 하늘 위의 하늘 (2)

이후 오대수는 김선아를 잊으려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평가를 바꾸기 위함인지, 진지하게 퀘스트를 수행하며 자기 강화에 애를 썼다.

“대수 씨 잠시만요.”

지구 시간으로 8월 5일, 오대수가 뮤대륙에 진입하고 25일째가 되었을 때.

베르트 공작령 하린 마을의 연맹지부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이세요?”

혹시 김선아가 자신을 내치려는 걸까?

연맹의 직원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은 드문 일이었기에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모레 수행자 총회가 열립니다. 미리 참고하시어 해당 일시에 바리스시 연맹 본부로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말은 별것 아니었다.

신규 수행자에게 앞으로 활동에 대한 방향을 알려주고, 모든 수행자가 한자리에 모여 개선해야 할 사항과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토론을 벌인다.

그런 회의에 참석을 부탁한 거였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제가 당연히 연맹소속이라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전 따로 연맹에 가입한 기억이 없는데요?”

간단히 전달사항만 알려주고 일을 보러 가려던 연맹의 직원이 미간을 좁히며 오대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연맹은 수행자들을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수행자라면 당연히 소속되어야 하는 장소지요. 대수 씨도 연맹에서 제공한 혜택을 이용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의 눈빛에서 위기를 감지한 오대수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따로 절차 같은 게 있는 거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러시군요.”

오대수를 포함한 4회차 수행자들은 아직 정식적인 연맹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그저 뜻 모를 상황에서 연맹에서 잡아준 가이드 라인대로 행동하는 것이 전부다.

“총회 이후부터 4회차 수행자 분들도 본격적인 연맹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베르트 공작 전하를 뵐 수 있는 만큼 참석하시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겁니다.”

오대수는 한국인인지라 연맹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조지훈을 자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조지훈에 대한 이야기에 오대수의 눈빛이 변했다.

“알겠습니다. 꼭 참석하겠습니다.”

딱히 조지훈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을 바보 취급한 인간들이 하나같이 떠받드는 인물에 대해 궁금해졌을 뿐이다.

조지훈이 이 나라 3대 공작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럼에도 크게 대단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많은 수행자들이 소속된 단체의 리더인 덕에 높이 올라갈 수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인물인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 * *

수행자 연맹 총회의 날.

-그럼 총회를 시작함에 앞서 연맹 회장님의 인사가 있겠습니다. 모두 반갑게 맞이해 주십시오.

오대수는 조지훈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솔직히 겉모습만으로 특별함을 느끼긴 힘들었다.

얼굴이 조금 잘나긴 했지만, 외모가 전투능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신분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는데, 회의장 주변을 포위하듯 보호하고 있는 수만의 병사와 수백의 기사들에 질려 버렸다.

또한 회의장까지 오면서 보았던 거대 도시의 풍경은 자신이 있던 작은 마을과 비교가 되지 않았으며, 곳곳에 펄럭이는 베르트 공작 가문의 깃발은 묘한 압박감을 풍겼다.

‘김선아.’

조지훈의 말 한마디에 자신을 냉랭하게 바라보던 김선아가 환한 미소를 보이고, 종종 얼굴을 붉히는 그녀의 눈빛에선 꿀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조지훈을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 여성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마치 조지훈의 머리 위에 그런 글자가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대수는 괜한 패배감에 연신 주먹을 쥐었다 풀기를 반복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물론 지훈은 그런 오대수의 행동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만 말이다.

총회에선 D-DAY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정신이 다른데 팔려있는 오대수는 신경 쓰지 못했다.

‘저 인간이 저렇게 잘난 척할 수 있는 것도 1회차 수행자기 때문이다.’

‘내가 1회차 수행자였다면 결과는 달랐을 거다.’

오대수는 오기 때문에라도 지훈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짙은 패배감을 맛볼 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게 베르트 공작인가? 별것도 아니구만.”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한 대사.

마치 주변에 들으라는 것 같은 혼잣말에 오대수는 자연히 시선이 향했고, 옆자리에 앉은 검은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훈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들었다면 화를 크게 낼 만한 이야기.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도 그 남성의 이야기를 신경 쓰지 않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그, 글쎄요? 저는 딱히.”

오대수의 대답에 그때서야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성이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옆자리 남성의 시선엔 의문이 가득했는데, 이상한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분위기였다.

“베르트 공작은 네가 아무리 노력해봐야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야.”

어쩐지 엮여선 안 될 것 같은 상황.

비록 그의 이야기가 신경을 긁었지만, 오대수는 애써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베르트 공작 따윈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강자들이 많지.”

낮은 웃음을 흘리며 옆구리를 툭툭 건드리는데,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베르트 공작이 약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그는 이제 케일론 왕국을 대표하는 강자가 되었으니까.”

케일론 왕국을 대표하는 강자라니.

그 정도란 말인가?

하지만 이어진 그의 이야기에 오대수는 기겁했다.

“그런데 그 정도 강자는 우리 이블랜드에 흔한 편이거든.”

오대수가 이 세상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이블랜드가 어떤 장소인지는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게 5번째 퀘스트가 ‘뮤대륙의 이해’라 하여 이 세상의 배경 지식을 얻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미드랜드는 인간의 땅.

하이랜드는 드래곤과 하이엘프 등을 포함한 신화종의 땅.

이블랜드는 악마종과 몬스터의 땅.

즉, 그의 이야기는 자신이 몬스터 또는 악마종이란 뜻이었다.

“내 소개가 늦었군, 나는 이블랜드의 데이아스 남작이라 하네.”

“악마?”

오대수는 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에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오대수를 바라보았고, 비로소 그는 이 데이아스란 악마가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색찬란한 빛을 머금은 창이 정확하게 데이아스를 노리며 날아들었으니.

-콰아아앙!

창은 그대로 요란한 충격음과 함께 오대수 옆자리에 꽂혔다.

아니, 정확하겐 꽂혔다기보다 직선상에 있는 모든 것을 꿰뚫고 사라졌다.

“괜찮습니까?”

그리고 방금까지 단상 뒷자리에 앉아 있던 조지훈이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 오대수에게 물었다.

조지훈의 돌발행동에 회의장은 금세 난리가 났고, 겁을 먹은 오대수는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검은 사내를 찾아 눈알을 굴렸으나 발견되지 않았다.

“네, 뭐…….”

이 순간 오대수는 악마종과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보다도 꺼려지는 인물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는 것이 신경 쓰였다.

이어서 지훈은 매서운 눈으로 회의장을 살폈고, 그런 그에게 수십 명에 달하는 기사들과 김선아를 포함한 1회차 수행자들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김선아의 물음에 지훈은 턱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이상한 기운을 풍기는 사내가 있어서 미니맵을 살폈더니, 붉은색으로 표기가 되더군요.”

“네?”

“그리고 그 사내가 이분을 노리는 것 같아서 구하기 위해 돌발행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지훈의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은 경악했으나, 오대수를 바라본 김선아는 슬쩍 미간을 좁혔다.

“그 남자 뭐였는지 아십니까?”

지훈의 물음에 오대수는 어린애처럼 괜히 아는 대로 답하기 싫어져 고개를 내저었다.

그에 잠시 지훈의 입꼬리가 꿈틀댔지만, 이내 알겠다며 사람들을 이끌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 * *

총회가 끝나고 하린 마을로 돌아온 오대수는 침대에 누우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뭐였던 거지?”

갑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악마.

분명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지만, 대체 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도 수행자란 존재에 대해 궁금해졌거든.”

원래부터 있었다는 듯, 여관방 한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는 검은 사내.

오대수는 기겁하며 크게 놀랐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그를 노려보았다.

“아아, 그렇게 노려보지 않아도 돼. 자넬 해칠 생각이 없으니.”

“그런데 제게 왜 이러는 겁니까?”

오대수의 물음에 검은 남자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로브를 뒤로 젖혔다.

그러자 누가 봐도 미남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잘생긴 청년이 튀어나왔는데, 특이한 것이 흰자가 없고 눈알 전체가 검다는 점이다.

“그야 많은 수행자 중에서도 자네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렇지.”

“관심이요?”

“그래, 자네는 이런 하찮은 곳에서 썩을 인물이 아니라 생각하거든.”

“…….”

“자넨 아주 특별한 존재야.”

김선아에게 그토록 듣고 싶었던 대사.

하지만 그 말을 강해 보이는 악마에게 듣는 것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남들처럼 똑같은 길을 걸어서 어떻게 강해질 생각인가? 이미 수행자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이득은 베르트 공작이 독차지해서 자네에게 돌아갈 파이는 거의 없어.”

오대수는 물었다.

“그 말은 꼭 제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겁니까?”

그에 악마종 데이아스는 씩 웃어 보였다.

“당연히 가능하지. 자넨 선택받은 사람이니.”

등골을 타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

비록 상대가 악마종이긴 하지만, 오대수에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엑스트라가 아닌, 스토리의 중심에 서는 인물.

그것이 그의 바람이었으니 말이다.

“뭘 하면 되죠?”

오대수는 어리석게도 겨우 말 몇 마디에 넘어가 데이아스를 받아들였다.

* * *

하이랜드, 이블랜드, 미드랜드.

뮤대륙은 이렇게 세 개 구역으로 구분이 되는데, 하이랜드와 이블랜드에 비해 약해 보이는 미드랜드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 이유엔 상성이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블랜드의 악마종은 하이랜드의 신화종에게 강한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미드랜드에선 그 막강함을 찾아보기가 힘든데, 그 이유는 가이아 교단의 성직자들에게 악마종이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한때 이블랜드는 3대 악이 아닌, 4대 악이 지배하던 곳이다.

그러나 동쪽의 왕이 성녀가 소환한 대천사에게 패배해 죽음을 맞이하면서 한자리가 비게 되었다.

그래서 이블랜드에선 호시탐탐 미드랜드의 진출을 노려도 쉬이 실행을 못 하는 것이고, 하이랜드는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미드랜드의 힘을 약화시키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뮤대륙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미드랜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바로 엄청난 성장 속도를 지닌 수행자란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보잘 것 없었지만, 수행자는 무섭게 성장하여 힘을 키워갔고, 근래 미드랜드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하이랜드와 이블랜드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었다.

특히 이블랜드의 관심이 최근 급격히 커졌는데.

‘수행자들의 땅인 지구는 성직자와 마법이 없는 광활한 세상이다.’

이런 정보가 입수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블랜드는 사전 조사격으로 데이아스를 파견한 것이다.

-베르트 공작령 영주성.

“4회차 수행자 오대수를 감시해 줘.”

“네.”

클로이를 향한 지훈의 부탁에 동석을 하고 있던 김선아는 의문을 표했다.

“오대수요?”

갑자기 그 인간의 이름이 왜 거론되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선아를 보며 지훈은 턱을 신중한 표정으로 답했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습니다.”

지훈이 오대수를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적이 영지 내부에 나타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때였다.

당시 지훈은 오대수에게 물었다.

‘그 남자 뭐였는지 아십니까?’

하지만 그 물음에 오대수는 도리질을 했고, 지훈은 ‘진실의 눈’으로 그것이 거짓임을 알아챘다.

다른 사람들이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수도 있을 만한 상황.

하지만 지훈은 조금이라도 걸리는 것이 있으면 얌전히 넘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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