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51화 (151/247)

# 15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51

70. 폭군(2)

원화로 11조에 달하는 현상금 이야기가 퍼지자 전 세계가 경악했다.

덕분에 남미 카르텔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생화학 무기를 개발했다느니, 핵폭탄을 훔쳤다느니, 온갖 루머가 돌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911테러의 배후인 빈라덴의 현상금이 5천만 달러였다.

빈라덴의 5천만 달러가 개인에게 걸린 최고액의 현상금이었는데,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카르텔의 보스에게 느닷없이 100억 달러의 현상금이 걸리지 않았는가.

역대 최고액의 200배가 넘는 금액인 만큼 소란이 이는 것도 당연했다.

당연히 듣기 싫어도 해당 정보는 배후의 귀에도 들어갔을 테고, 분명 녀석에게도 측근이 있는 만큼 열심히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나름 의리는 있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밀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주도면밀한 인간인 만큼 쉽게 틈을 주지 않겠죠.”

현재 연합군은 멕시코와 브라질 카르텔을 완전히 정리하고 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를 탐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세 국가의 카르텔의 명단은 추려진 상태인데, 녀석들이 겁에 질려 지하에 숨어버리는 바람에 소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하지만 나토와 북한, 인도, 동남아국가들의 군대가 연합군에 합류하고.

괜히 밉보이지 않기 위해 전력으로 힘을 보태주고 있는 현지 군대의 협조로 느리긴 해도 조사는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NSA요원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페루 카르텔의 거점을 차지하고 앉아 잠깐의 휴식을 만끽했다.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NSA요원, 한미일 3개국 원정 사령관과 차를 마시던 나는 한국군 소령의 방문에 의문을 표했다.

“카르텔과 별개로 수색 명단에 있던 브라질 남성 4명을 체포했습니다.”

소령은 한국 원정군 사령관에게 보고를 했는데, 그에 반응을 한 것은 바로 나였다.

그가 말한 브라질 남성이란 이 사태의 시발점이 된 강간마들이었기 때문이다.

뮤대륙에선 심문을 당하던 인물은 이미 지구에서도 신변이 확보된 상태지만, 자살했던 나머지 4명은 수행자들이 잠에 빠진 사이 멀리 도망쳐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어딨죠?”

내 물음에 소령은 슬쩍 미간을 좁히며 답했다.

“산로랜조 섬에서 발견되어 현재 산미겔에 구금되어 있습니다.”

“산미겔이면 옆 동네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내가 여기저기 마구 싸돌아다니긴 하지만, 함께 다니는 부대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해당 부대 외에는 내 실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소령은 종전 감사원장인 내가 어째서 여깄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가보도록 하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극진한 한국군 원정 사령관의 모습에 뒤늦게 소령은 표정을 수습했지만, 아무래도 나중에 한소리 들을 것 같다.

그를 바라보는 원정 사령관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으니.

나는 사건이 더욱 커지기 전에 뻘짓으로 경각심을 심어준 브라질 녀석들을 만나기 위해 페루의 수도인 라마에서 산미겔 구역으로 향했다.

“헉!”

강간마들은 특이하게 산미겔 구역 학교에 구속된 상태였는데, 교실 중심에 수갑이 채워진 채 쓰러져 있었고, 10여 명의 군인이 소총으로 놈들을 겨누고 있었다.

내 등장에 녀석들은 하나같이 기겁했다.

“얌전히 체포되던가요?”

“발견하자마자 마취총으로 기절시켜서 별로 힘들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체포 권고내용에 있던 대로 기절한 상태에서도 10명씩 교대로 조준 경계를 실시했죠. 예상보다 마취가 너무 빨리 풀려서 당황하긴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더군요.”

나는 소령에게 말했다.

“모두 물리세요. 소령님도 잠시 밖에 계시고요.”

“네? 아, 알겠습니다.”

나를 발견하고 겁에 질린 브라질 남성들을 보며 의아한 기색을 흘리던 소령은 살벌한 원정군 사령관의 표정에 찔끔하며 도망치듯 부하들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났다.

“안녕하세요?”

내가 다가가며 인사를 건네자, 녀석들은 순한 양이 되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면서 열심을 눈을 굴리는 게 가능하다면 도망치려는 듯했다.

나는 놈들이 다른 생각을 못 하게 6서클의 과중력 마법을 사용했다.

“크윽!”

익스퍼트 초급의 검사는 절대로 6서클의 마법을 깨지 못한다.

5배의 중력에 쉬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녀석들을 보며 비로소 그들이 이야기를 할 자세가 되었다고 생각한 나는 웃는 낯으로 물었다.

“우리가 10억 달러의 현상금을 건 인물이 있다는 건 알고 있겠죠? 혹시 그 사람에 대해 아시는 분.”

나는 큰 기대를 않고 물었다.

까불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기 전에 버릇처럼 가볍게 물은 건데, 한 녀석이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 이름은 이반 보테르. 국적은 콜롬비아이며, 얼굴은 꽁꽁 싸매고 있어서 못 봤지만, 180cm 정도 키에 마른 체형을 가졌습니다.”

처음으로 듣는 거대 카르텔 총괄 보스의 이름에 나는 확실하냐며 녀석을 닦달했다.

“제가 갖고 있던 수행자 지정권을 그에게 사용했거든요. 그랬더니, 이름과 국적이 메시지로 떴습니다. 현장에선 모른 척 넘어가서 본인의 이름이 알려졌는지 모를 겁니다.”

납득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여러 번 수행자 지정권을 사용해 봤기에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수행자 지정권은 구매하면 엘릭서처럼 일회용 스킬 형태로 저장이 되고 그걸 사용하면 이런 메시지가 뜬다.

[한국인 김정우에게 수행자 지정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서 녀석의 이야기는 신빙성이 있게 느껴졌다.

진실의 눈에도 사실로 나오고.

하지만 진실의 눈은 거짓을 사실로 여기고 있으면 반응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본인이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당연히 100% 확실하다곤 할 순 없지만, 현상금 수배서를 본 순간 ‘아, 이게 그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리뭉실한 대답이지만, 처음으로 용의자가 등장한 만큼 큰 성과임은 분명했다.

나는 NSA요원에게 말했다.

“용의자인 콜롬비아 국적의 이반 보테르를 수색 중이라는 소문을 퍼트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만약 이반 보테르란 인물이 빙고라면 본인은 물론 부하들도 꽤나 똥줄이 탈 것이다.

아마도 그에 대한 정보는 극비사항일 테니.

내가 만족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자, 브라질 청년들은 가중력 속에서 힘겹게 버티며 희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죽이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 놈들에게 다가갔다.

“우선 오러부터 빼앗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나는 한 녀석의 배에 손을 얹고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오러를 흘려 넣었다.

무협지 보면 단전을 폐하는 경우가 많이 나오지 않은가.

그것의 일종이라 보면 될 것이다.

-쿵!

“끄아악!”

이론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해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제대로 조치가 되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오러 포인트가 파괴되어 흩어지고 그 충격으로 강간범1이 입에 거품을 문 채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겁에 질린 나머지 놈들의 애원에도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녀석들은 더 이상 익스퍼트급의 검사가 아니다.

그저 마력만 다룰 줄 알뿐인, 초급 수행자나 다름이 없다.

“아직 여러분의 처벌은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 악명 높은 브라질 교도소에서 지내도록 하세요.”

듣기로 브라질 교도소에 들어가는 순간 게이 확정이라는데, 이들도 그렇게 될까?

도움이 된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관대한 처벌을 부탁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일말의 동정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 * *

“콜롬비아인 ‘이반 보테르’의 이름이 지천에 깔렸습니다. 수배지의 강력한 용의자로 위치를 특정하고 있다는군요.”

거액의 현상금에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누구 하나 이반을 배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이반에 정보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니, 이들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내 이름이.’

이반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이 났다.

철저하게 자신의 정보를 통제해왔던 만큼, 이 상황에 이름이 퍼져나간 원인으로 배신자를 생각하는 것이 가장 빨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반만큼 충격을 받은 것은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반의 위치를 특정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당장에라도 군이 쳐들어오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밀려왔다.

꽁꽁 숨겨져 있던 이반의 정보를 알아냈다는 것은 이들의 안위도 위험하다는 뜻이다.

현재 남미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카르텔 소탕 작전이 얼마나 잔혹한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카르텔 소탕 연합군은 지금까지 상대해오던 적들과 완전히 급이 달랐다.

덕분에 악명 높은 멕시코 카르텔도 두 손 두 발 들고 투항했으며, 브라질을 관리하던 카르텔의 두목은 벙커버스터에 지하 은신처 채로 날아가 버렸다.

“보, 보스 일단 은신처를 옮기도록 하죠.”

부두목의 제안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거지만, 모든 게 의심스러운 이반은 그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눈치가 있다면 이반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는 부두목의 표정도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미안, 잠시 예민해졌어.”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그렇게 이들은 은신처를 옮기기로 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지금 보스가 형님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반과 부두목 사이에 미묘한 공기는 다른 이들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 부두목을 향해 많은 부하들이 다가와 이간질을 했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보스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잖아.”

“아니, 그렇다 쳐도 이건 아니지요. 보스는 부하들이 체포돼도 자신의 신변만 최우선으로 여기고, 거의 모든 일을 형님에게 떠넘겨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형님을 의심하다뇨.”

“보스 한 명 때문에 전부 죽을 순 없죠.”

“형님, 우리라도 삽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아무리 충성스런 부두목이라 해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배신하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배신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두목이 고민에 빠진 사이.

많은 부하들이 부두목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단 소식이 이반의 귀에도 들어갔다.

“카를로스 자식이.”

정황상 이반은 부두목이 배신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자신의 그림자라 할 수 있는 히트맨(암살자)들을 불러 모아 토론을 벌이고 있는 배신자들에게 쳐들어갔다.

“부, 부겐빌리아?”

‘부겐빌리아’란 분꽃과 넝쿨식물의 이름이지만, 카르텔에선 이반의 암살자 부대를 일컫는 이름이다.

광신자, 피에로, 외눈박이 등, 업계에서 유명한 암살자들이 한데 모여 있는 이 자리는 지옥의 문턱이나 다름이 없었다.

“보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침착한 부두목 카를로스의 물음에 이반은 몰라서 묻냐는 듯 감정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배신자 척결.”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꼭 이러셔야겠습니까?”

“나 몰래 이어지는 작당 모의는 배신밖에 없다.”

이미 속으로 카를로스를 배신자라 결론 내린 이반은 길게 볼 것 없다는 식으로 손을 들었고, 암살자들이 느긋하게 다가왔다.

일촉즉발.

원래대로라면 성질 급한 카를로스가 총을 빼 들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건만, 의외로 암살자들의 접근을 허락했다.

이반은 그런 카를로스를 보며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는데.

“영화 보는 느낌이네요.”

갑자기 어눌한 영어발음으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카를로스 등 뒤에 놓여 있던 빈 의자에 색이 입혀지며 동양인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 넌?”

이반은 두 눈을 부릅뜨며 당황했다.

암살자들도 범상치 않은 등장에 긴장하긴 마찬가지였으나, 평범해 보이는 동양인 청년에게 보스가 왜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반갑습니다. 수행자 연맹에 겁도 없이 발을 들이민 똥개 씨.”

이반은 그가 누군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한반도 종전 감사원 원장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수행자들의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

“조지훈!”

바로 수행자 연맹의 회장 조지훈이었다.

-으득.

이반은 카를로스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에 카를로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와서 뭐라 말하건 믿지 않겠죠. 애석하게도 보스의 성향을 너무 잘 알아서요. 제가 살기 위해선 이 방법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악귀처럼 표정이 일그러진 이반이 히트맨들에게 명령했다.

“전부 죽여!”

동시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꺼내진 총에서 수많은 탄환이 쏟아졌다.

덕분에 방에 있던 모든 인물들이 기겁했으나, 지훈만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티티티티팅!

투명한 보호막이 나타나 총알을 전부 튕겨내고, 지훈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땅에서 솟아난 거대 송곳이 암살자들을 관통했다.

그중 눈치 빠른 피에로란 인물이 공격을 피해 지훈에게 몸을 날렸지만, 파리 쫓듯 휘두른 손짓에 가슴 한복판에 큰 구멍이 생겨났다.

“미친….”

하나같이 악명 높은 암살자들도 지훈에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이 순간 현장에 있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지훈이 손을 앞으로 내밀자, 이반은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먼지처럼 맥없이 끌려와 목을 붙잡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