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49화 (149/247)

# 149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49

69. 범죄자 파티(2)

안토니오의 호통에 이반의 부하들은 태연하게 답했다.

“약 팔라고 시켰더니, 설마 브라질 녀석들이 약에 취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리고 어차피 연맹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브라질 녀석들과 접촉한 건 저희의 대리인이었으니까요.”

“그 대리인도 방금 정리되었으니, 우리와 접점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니까 형님 흥분 좀 가라앉히세요.”

“빌어먹을! 내가 왜 너희 형님이냐!”

“에이, 보스의 친구면 당연히 형님이시죠.”

마치 이런 일의 전문가는 자신들이란 태도.

하지만 이 모습이 더욱 못 미더운 안토니오였다.

“너흰 이 세계를 너무 얕보고 있어.”

“조심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무시할 만한 세상 아닙니까.”

“여자들 예쁜 거 빼면 말이지?”

“맞아.”

완전히 자기들 세상인 양 떠드는 꼴이 우습기 그지없었다.

다시는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건만.

아무래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뮤대륙에서 자리를 잡아 그런 것 같다.

더구나 이들은 금전적으로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상태.

모든 게 만만해 보일 만했다.

공용 아공간을 이용하면 함부로 다른 세상의 물건을 시장에 풀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수행자들에게 통용되는 규칙으로 이들과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이들이 뮤대륙으로 넘어온 방법은 일전에 미군이 뮤대륙에 넘어왔던 것과 같은 방법.

다만 이들은 미군과 달리 백금과 마약을 잔뜩 짊어지고 넘어왔으며, 뮤대륙에 정통한 마법사 안토니오가 곁에 붙어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금이나 백금은 사회적으로 봤을 때, 지구보다 뮤대륙에서의 가치가 월등히 높다.

지구에선 백금 1㎏(약 4천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지만, 뮤대륙에서 백금 1㎏은 백금화 65개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았다.

주요 도시에서 평민 남성의 기본 급여가 한 달에 은화 5개다.

백금화 65개면 평민 1,300명을 한 달 동안 부릴 수 있는 돈이었다.

백금 1㎏이면 정원 딸린 저택도 구할 수 있고, 노예도 수십 명이나 살 수 있는데, 이들은 그런 백금을 100㎏이나 지고 왔다.

안토니오의 경량화 마법 덕에 대량의 물건을 옮기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백금 100㎏이라 해봐야 지구에선 40억 원밖에 되지 않지만, 뮤대륙에서 백금 100㎏이면 이름있는 상단도 구매할 수 있는 비용이다.

당연히 안토니오 일행의 생활은 풍요로울 수밖에 없었고, 뮤대륙의 은밀한 지하 세력도 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다.

귀족과도 연이 닿아 있어, 다른 세력의 견제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철저하게 노예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점조직을 만들었으며, 대외적으로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반의 부하들이 뮤대륙을 만만하게 여길 만했다.

“형님, 우린 CIA나 남미의 독재자, 각종 무력단체와 싸워 살아남은 놈들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반의 부하 중 그나마 가장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미겔의 이야기에 안토니오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브라질 녀석들이 피해를 주는 건 아니겠지?”

“그럼요. 이런 일은 지구에서도 허다합니다. 겨우 판매책이 잡힐 때마다 떨 정도면 카르텔로 살아갈 수가 없죠.”

이반은 젊은 외모와 달리 콜롬비아를 넘어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 전역에 세력을 펼친 거대 카르텔의 보스였다.

그런 이반이 태연하게 안토니오를 쫓아다닐 수 있던 이유는 철저한 정보 은폐와 교란 작전, 꼬리 자르기에 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반이 거대 조직의 보스임에도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카르텔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직폭력배와 전혀 다르다.

그들의 무력은 군대에 비견되며, 자체적으로 정보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적극적인 매수 활동으로 군대의 실세들은 물론 정치인들에게까지 손을 뻗고 있어 남미 국가들도 쉽게 카르텔과의 전쟁에 나서지 못했다.

어쩌면 이런 카르텔에게 수행자의 정보가 새는 것도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국가에선 나름 은폐를 한다고 했지만, 결국엔 이리되지 않았는가.

“그래도 한동안 수행자들에게 약 파는 짓은 그만둬. 조지훈에게 이슬람 세력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잊지 말고.”

“에이, 그 무식한 녀석들과 비교하시면 안 되죠.”

“그러게 말입니다. 애초에 마약 복용자를 구별이나 할 순 있답니까?”

안토니오의 당부에 답을 한 것은 미겔이 아닌, 안일한 부하들이었다.

덕분에 안토니오의 이마에 큼지막한 핏줄이 돋았고, 미겔은 부하들을 한 대씩 때렸다.

“이반 형님의 지시인 이상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더욱 조심하도록 하죠.”

“이곳은 이능이 존재하는 세상이야. 방심하다간 우리 모두 골로 가는 수가 있어.”

“명심하겠습니다.”

결국, 안토니오는 성과 없이 그곳을 나서야 했다.

그런 안토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반의 부하들이 말했다.

“슬슬 없어도 될 것 같은데?”

“미겔 형님, 언제까지 저 인간을 끼고 있어야 합니까?”

그에 미겔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왜 그러냐, 그 덕분에 쉽게 이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잖아.”

“도움이 되긴 했나요? 통역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도 못 하더만.”

“맞습니다. 덕분에 예상에도 없던 통역 아티팩트를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하지 않았습니까.”

“그 정돈 예상 범위 내의 지출이야. 어쨌든 마법사의 존재가 준 귀족이나 다름없어서 여러모로 써먹기도 편하고. 정규 마법사를 노예로 사려면 못해도 백금화 200개는 있어야 하잖아. 그에 비하면 통역 아티팩트는 싼 편이지.”

미겔의 미지근한 반응에 두 사람은 더 이상 대꾸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와 달리 안토니오가 나선 방향을 바라보는 미겔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쓸데없는 짓만 하지 마라.’

이들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토니오가 배신하는 것.

안토니오가 배신한다면 피해를 감수해서라도 그를 제거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의 미겔 또한 엔조이 파티의 사건을 무시하고 있었는데, 지구에서의 경험에 의지하여 연맹의 조치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금 더 지훈의 성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

오랜 시간에 걸쳐 수행자들과 면담을 마친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조사 결과 무려 100명에 가까운 수행자들이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1회차 수행자 중엔 문제 되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 해야 할까?’

해당 수행자 중에는 한국인도 끼어 있어서 충격이 더욱 컸다.

100명 중 절반이 남미에 소속된 수행자들이었으나, 미국과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인도 등 주요국에도 골고루 속해 있었다.

조사를 통해 이들은 대부분 범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엔조이 파티처럼 다른 이들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들이 말한 범법행위가 마약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내 표정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수행자들에게 마약을 풀고 있다고 봐야겠지?”

내 물음에 클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수행자들이 돈이 많다는 것을 노린 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엔조이 파티 사건에 등장한 권총과 수행자들에게 퍼진 마약이 가공된 코카인이란 점으로 보아 뭔가 큰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정작 마약에 손을 댄 수행자들은 판매상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는 게 문제다.

마약 판매상이 수행자들을 끌어들여 무슨 짓을 하려던 걸까?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자면 수행자들의 힘을 얻고자 하는 세력의 개입이 아닐까?

상황을 보면 남미 쪽에서 시작된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무엇하나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마약상 추적은 어떻게 되고 있어?”

“굉장히 지능적인 녀석들입니다. 여기저기 세력은 뻗어 있으나, 무엇하나 실체와는 연관이 없더군요. 이번 사태와 연관이 있는 뮤대륙 주민들은 모두 제거된 상태입니다.”

주도면밀한 녀석들이었다.

심지어 이번에 사건을 일으킨 엔조이 파티도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고, 총을 발포한 여인들도 엔조이 파티의 노예였다.

‘이건 뮤대륙에서 상황을 정리한다고 끝이 아니야.’

지구에서 누군가가 뮤대륙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양쪽 세계 모두를 정리해야 한다.

“혹시 몬스터가 밀집된 장소 찾았어?”

나는 지구에서 뮤대륙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유력한 것이 안개를 뚫고 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개를 뚫고 오면 세계에 균열이 발생하여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고, 해당 장소에 밀집된 대량의 몬스터가 지구로 보내지면서 웨이브가 발생한다.

그래서 빠른 조치가 필요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런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건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나는 남미의 마약상들부터 쓸어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설마 지난번에 발생한 대규모 웨이브가 녀석들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때 시스템은 돌발 이벤트라 표현했으나.

우리가 지구에서 몬스터 웨이브를 맞이한 것이 처음인지라, 균열에 대한 웨이브가 어떤 식으로 발생하는지 알 수 없었다.

***

‘나는 한국 정부에 납치당해 인체 실험을 당했다!’

예전에 미래 신문 내용 중 토픽에 실려 있던 박성의 기사를 보며 나는 의문을 표했었다.

우리의 조치에 따라 미래 신문의 내용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박성에 대한 기사는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성은 수행자 연맹 본부에 속해 있으며, 내 눈치를 살피고 있는 만큼 정부에 대해 그런 발언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끝내 미래 신문의 내용이 바뀌지 않았고, 박성은 신문의 내용대로 이해할 수 없는 어그로를 끌고 말았다.

당연히 빠른 조치로 조용히 묻혔지만,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박성은 그때 술에 취해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고 했는데, 이번에 낙오자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어지면서 녀석이 마약에 손을 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약 기운에 취해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었다.

뮤대륙과 달리, 지구에서 수행자에게 수상한 인물들이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수행자들은 정부의 엄중한 보호 속에 있었으니.

하지만 익스퍼트 초급 이하의 낙오자들은 수행자들에 비해 관리가 소홀했는데, 박성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낙오자가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밝혀졌다.

이건 무조건 마약에 손을 댄 자들을 탓할 수가 없었다.

목적을 가진 낯선 이들의 침입을 허용한 것은 지휘부의 책임이라 볼 수 있으니까.

대부분이 자신도 모르게 술자리에서 마약을 접했던 만큼 함정에 빠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때문에 나는 이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구류하는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내렸다.

이번 일로 낙오자들의 대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똑바로 처리를 했다면.”

나는 사과를 건네오는 국정원 직원과 NSA의 테리의 모습의 고개를 내저었다.

정보조직이라고 만능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사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웃는 낯으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남미 마약상들과 코카인 밭을 싹 밀어버릴 생각이니까요.”

“네?”

테리는 내가 그동안 벌인 일을 알고 있으면서 새삼스럽게 놀란 모습을 보였다.

“자칫 내전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카르텔은 정치권, 군부와 연결된 경우가 많아 해당 국가에서 협력해 줄지 알 수도 없고요.”

테리는 반대 의견을 보였지만, 그의 생각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결정하는 것은 미국의 대통령이지 정보원인 그가 아니었으니.

“미군을 포함해 주요 강대국에서 힘을 보태준다면, 남미 국가들도 카르텔을 끼고 돌지 못하겠죠.”

만약 카르텔의 짓이 아니라, 어느 국가가 주도적으로 일을 벌였다 해도 앞마당에서 대대적인 공격이 펼쳐진다면 이후부턴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과격한 수단으로 사태를 정리하려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슬람 사태로도 경고가 되지 않았다면 직접 몸으로 새겨주는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이번 일이 카르텔이나 남미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뭐, 그럼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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