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46
68. 천공의 성 (1)
미래시는 극심한 두통과 안구 통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풀세팅 상태의 내 자동회복 레벨은 30에 달하고, 인간을 초월한 능력치에 오러와 서클로 강화된 육체는 소드마스터에 버금간다고 판단된다.
즉, 레벨 1짜리 스킬에 쩔쩔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래시가 활성화되며 눈으로 입력되는 시각정보가 두 개로 분할된다.
처음엔 뭐가 진짜고 뭐가 스킬 효과인지 구분이 힘들었으나, 지금은 스킬에 익숙해져서인지 보는 즉시 어느 게 미래 정보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사고 가속은 짧은 시간에 전황을 분석하고 정확한 대처가 가능하게 해준다.
남들이 바라보는 1의 정보를 100으로 쪼개 볼 수 있으며, 신체 능력이 따라준다면 1초를 100초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시간 쪼개기, 미래를 알고 대비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 미래시를 손에 넣었을 때, 궁금한 것이 있었다.
과연 사고가속과 미래시가 단독으로 부딪히면 어느 스킬이 우위에 있는가.
미래시를 사용하면 상대의 공격 경로를 미리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지만, 만약 사고 가속이 미래시의 대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바꾼다면?
그래서 나는 김선아에게 부탁해 레벨 1의 미래시와 레벨 1의 사고 가속 스킬을 부딪혀봤다.
개인적인 전투력에서 내가 압도적으로 위라는 것을 염두에 두더라도 결과는 미래를 보는 것보다 현재에 최선의 대응을 할 수 있는 사고가속이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래 정보대로 공격을 피해도 김선아는 내 회피 경로를 따라 움직임을 바꿨고, 그때마다 미래시는 계속해서 달라진 미래를 보여주었다.
결국 0.1초 전에 보여준 미래와 0.1초 뒤에 보여준 미래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유기적인 대응을 해오는 이상 미래는 고정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래시는 분명 한계가 있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런 미래시를 사고가속 상태에서 사용한다면?
-쿠웅!
-크아아아아!
비로소 미래시가 완벽해진다.
쉽게 접근을 못 하던 중간보스 카르타가 휘두르는 공격의 사각을 정확하게 파고든 나는 녀석의 아킬레스건을 오리하르콘 검으로 깊게 베었다.
그리고 집채만 한 방패를 휘둘러오던 녀석이 미끄러지듯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 하자 뒤로 두 걸음 옮겼다.
코앞으로 방패가 스치고 10미터에 달하는 거인이 우당탕 넘어졌다.
녀석이 요란하게 자빠졌음에도 내가 서 있는 위치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쾌한 풍경이네.”
지금 나는 자빠진 카르타의 무릎 사이에 서 있었다.
눈앞으로 털이 복슬복슬하게 난 사타구니가 반바지인지, 치마인지 모를 옷 사이로 눈에 들어오고, 나는 손에 쥔 검에 투과 스킬과 각종 기운을 담아 집어던졌다.
또 곧바로 창을 소환해 투창까지 하니, 녀석이 애처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어차피 죽을 놈이 고자 됐다고 불쌍한 소리 내긴.’
카르타가 비명을 내지르는 사이 다시 장검을 역소환하여 무릎인대를 날리고 점프로 몸을 날렸다.
간발의 차이로 거대한 그라디우스가 녀석의 다리 사이에 틀어박혔다.
내가 피하지 않았다면 녀석의 검에 피떡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 가속과 미래시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 지금 나는 절대 회피능력을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라디우스를 쥔 녀석의 팔을 타며 턱에 6서클의 레이저 캐논을 사용했다.
동체 시력이 상당히 뛰어난지 녀석은 한순간이나 다름없는 내 움직임을 파악하며 녹색의 기운으로 얼굴을 감쌌고 빠른 스피드의 레이저 캐논이 턱을 노리며 쇄도했다.
예정대로 레이저 캐논이 녀석의 턱을 가격했으나, 큰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마치 소용없다는 눈빛으로 레이저 캐논에 정신이 팔려있던 카르타가 뒤늦게 나를 바라봤지만.
“가슴이 비었잖아.”
땅을 향해 내리찍듯 집어던진 창이 잠시 방어력이 약해진 녹색의 막을 관통했다.
투시 마법으로 녀석의 심장 위치는 이미 파악한 상태.
창은 그대로 카르타의 심장을 부쉈다.
-크으으윽.
너무 황당하게 당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녀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고, 서서히 초점을 잃어갔다.
아무리 마스터급의 무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자빠진 상태에서 벌어지는 개싸움에 전력을 드러내긴 힘들다.
위협적이던 거대한 덩치가 마지막에 가선 발목을 잡은 것이다.
거인들도 신체 회복능력이 있긴 하지만, 심장이 바로 재생될 정도로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지도상에 붉은 점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며 도축 스킬을 사용했고, 녀석의 가죽과 미스릴과 아다만티움이 섞인 무기와 갑옷을 챙겼다.
[카르타의 기간틱 그라디우스]
-거인족 전사장 카르타의 검으로 흑철에 미스릴과 아타만티움을 소량 섞어 만든 합금 무기다.
어차피 거인들의 장비는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어서 녹여서 부속물을 추출해야겠지만 녀석들의 덩치를 생각하면, 상당한 양의 미스릴과 오리하르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미래시로 컨디션이 흐트러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에 잠시 스킬을 해제하곤 사고 가속만 실행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
“해냈어.”
던전의 코어를 깬 히로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선아와 단둘이 이틀 만에 상급 던전을 클리어해낸 것이다.
기여도는 한 끗발 차이로 김선아가 높아 MVP를 놓쳤지만, 그래도 선택형 상급 보상카드와 큼지막한 보물상자를 보면 가슴이 설렜다.
특히 히든 스킬과 포인트샵에서도 구하기 힘든 장비를 얻을 수도 있는 보물상자는 던전 보상의 하이라이트다.
히로시가 기분 좋게 김선아에게 손을 내밀며 하이파이브를 시도했지만, 그녀는 가볍게 무시하며 MVP보물 상자를 열었다.
[상급 MVP 보물상자를 개봉했습니다.]
[카르디스 건틀릿을 획득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축복을 획득했습니다.]
[스킬업 포인트 3개를 획득했습니다.]
[백금화 112개를 획득했습니다.]
그녀는 길게 떠오르는 목록을 보며 크게 놀랐는데, 검은색의 요란한 이펙트가 흐르는 건틀릿이 너무도 눈에 익었기 때문이다.
“오오오! 흑염룡의 건틀릿!”
그것은 다름 아닌 지훈이 애용하는 건틀릿이었다.
그녀도 지훈이 착용하고 있는 포인트샵 제품인 베히모스의 건틀릿을 착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물건이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보기 좋게 이것을 얻게 되다니.
김선아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사고 가속에 카르디스 건틀릿까지.
지훈의 뒤를 잇는듯한 보상을 보면 마치 신이 자신들을 밀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김선아는 기존의 오른손에 장착된 베히모스 건틀릿을 방패를 장비한 왼손으로 옮기고는 검을 쥐는 오른손에 검은색의 건틀릿을 장비했다.
검은색 건틀릿에서 시작된 보라색의 기운이 오른손 전체를 감쌌는데, 장비 효과로 한 팔 전체에 드래곤 비늘과 같은 강도의 방어력이 부여된다.
그녀의 복장은 전체적으로 흰색 계열이지만, 기존 건틀릿과 부츠가 검은색이었기에 카르디아 건틀릿도 잘 어울렸다.
옆에서 계속 히로시가 감탄사를 터뜨렸으나, 김선아는 새로 얻은 블레스란 스킬을 살폈고 그것이 B등급의 단독 버프 스킬임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지훈을 곁에서 보필하다 보니, 그의 성격이 옮은 듯했다.
“와, 이거 보세요!”
다행히 히로시의 보물상자에서도 괜찮은 보상이 나왔는지 김선아를 찾았고, 그의 이마에 게임 속에서나 장비할 것 같은 붉은색 보석이 박힌 서클릿을 볼 수 있었다.
“그 건틀렛처럼 머리 전체를 보호해주는 헬멧이라네요. 좋죠?”
“좋네요.”
그 외에도 어떤 스킬이나 옵션이 추가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에 김선아는 히로시에게 던전을 나가자고 손짓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단장께서 최상급 던전에 홀로 도전하신다던데, 이미 깼을까요?”
“회장님이라면 문제없으시겠죠.”
일말의 의심이 깃들지 않는 믿음.
히로시 역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상식적으로 최상급 던전이라는 게 그리 쉬울 리 없다면서 걱정했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에 돌아갔을 때, 지훈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헉헉, 빌어먹을 자식.”
나는 정식으로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하는 ‘거인 장군 카이트’ 끝내 쓰러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 개인의 무력도 마스터 급이고, 사고가속에 미래시까지 더해져 테라시아 후작을 다시 만나면 반드시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상대한 거인은 소드 마스터급이 아니라 진짜 소드마스터인 거인이었는데, 그전 녀석들이 테라시아 후작과 패러사이트 퀸 사이의 무력을 지녔다면, 이 녀석은 분명 테라시아보다 강했다.
순간 스피드에서 테라시아 후작이 앞설지 몰라도, 공격 한방 한방이 공간을 찢어발기는 거인 장군은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적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고가속과 미래시를 무색하게 만드는 광역 기술에 나는 수차례 사지가 터져나가는 것을 경험했으며 이를 엘릭서로 버티며 전투를 이어갔다.
남은 엘릭서는 9개.
분명 18개가 있었으니, 무려 이 녀석을 상대하는데 9개를 사용한 것이다.
지금 테라시아 후작과 싸우면 엘릭서를 쓰게 될까?
아니, 그렇진 않을 것이다.
테라시아 후작은 ‘사고가속+미래시’에 상성이 안 좋은 타입이니까.
‘이러다가 나중엔 엘릭서를 일반 포션처럼 사용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나만이 쓸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솔직히 그다지 좋은 방식은 아니다.
엘릭서가 없으면 꼼짝없이 황천행이란 뜻이니까.
내가 위험한 곳에 몸을 밀어넣은 탓도 있지만, 어째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죽음의 위기가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마스터급이 되었다고 끝났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9번이나 죽음의 상황을 경험해서인지 다행스럽게도 마법과 오러의 경지가 조금씩 상승했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 다음 단계를 바라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익스퍼트 최상급과 6서클의 다음이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의 단계인 만큼 고무적인 성과인 것은 분명했다.
-콰아앙!
더불어 거인 장군은 최상급 던전의 라스트 보스.
아무리 엘릭서 빨로 녀석을 쓰러뜨렸다고 해도 던전을 클리어 한 것은 마찬가지다.
거대한 던전의 코어가 내가 휘두른 창에 부서지고.
[퀘스트 완료]
[기여도 100%로 던전 클리어 MVP가 되셨습니다.]
[선택형 최상급 보상카드 1개를 획득했습니다.]
[최상급 보상카드 2개를 획득했습니다.]
[포인트 30,000을 획득했습니다.]
[최상급 MVP 보물상자 열쇠를 획득했습니다.]
[기여도 100%를 달성하여 보물상자의 크기가 커집니다.]
[최상급 던전을 클리어하여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최초로 최상급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3 상승합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메시지 폭탄과 함께 눈앞에 거대한 보물 상자가 나타났다.
기여도 100%의 최상급 MVP 보물상자는 크기가 상자라기보다 작은 나무집이라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다.
“선택형 최상급.”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보물 중의 보물이라 표현할 수 있는 보상.
더불어 일반 최상급 2장도 분명 기분 좋은 보상이었다.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던전의 꽃은 보물상자라 할 수 있다.
나는 거의 대검 크기의 열쇠를 상자에 찔러 넣었고.
이번에도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나를 반겨주였다.
[최상급 MVP 보물상자를 개봉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중첩 공격을 습득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웨폰 마스터를 습득했습니다.]
[하늘을 가르는 검을 획득했습니다.]
[오리하르콘 1.5kg을 획득했습니다.]
[스킬업 포인트 8개를 획득했습니다.]
[능력치 포인트 10개를 획득했습니다.]
[백금화 1,312개를 획득했습니다.]
오리하르콘이 미스릴 마냥 은근슬쩍 껴있는 거 보소.
역시 최상급의 던전의 보상은 상급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