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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44화 (144/247)

# 144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44

66. 베르트 공작(3)

“히로시도 이번 웨이브 보상으로 선택형 상급 보상카드 받았나요?”

“네, 선택형 상급 보상 1개, 일반 상급 보상 1개 받았습니다.”

“그렇군요.”

히로시는 이번 웨이브에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기여도는 2위인 김선아와 차이가 상당했는데.

김선아 1.91%였던 반면 히로시는 1.32%로 약 1.5배의 차이가 나면서 최상급과 선택형 상급으로 보상의 급이 나뉘었다.

뽑기 운이 없다면 선택형 상급 보상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처음으로 얻은 최상급 보상에서 김선아는 무려 사고 가속을 뽑았다.

그 보상이 지금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최근에 김선아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강해진 것을 보면 그의 의심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허초에 속지 않는 정확한 판단, 결코 실수를 하지 않는 정교한 전투 기술, 공격 하나하나에 힘을 폭발시키는 능력까지.”

사고 가속 스킬은 미래시와 다르게 앞날을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갈 뿐, 날아드는 공격을 직접 눈으로 보고 대처하는 것이다.

때문에 무언가 있다는 생각은 들어도 정확하게 뭐가 다른지를 알기가 힘든 스킬이다.

“이런 말이 맞을지 모르지만, 회장님을 상대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히로시는 역시 센스가 있는 만큼 핵심을 정확하게 짚고 있었다.

이미 히로시가 느끼고 있으니 거짓말을 해봐야 신뢰도만 잃는다.

나는 순순히 그의 판단을 긍정했다.

“히로시가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약간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볼 수 있을까?

히로시는 작게 안도했다.

“비록 개인의 비기를 알려줄 순 없지만, 선아 씨는 앞으로 더욱 강해지겠죠.”

그러나 이어진 내 말에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김선아가 가진 비장의 무기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김선아와 경쟁하기 위해선 그도 최상급 보상에서 뛰어난 스킬을 얻거나 빠른 경지 상승을 이뤄야 했다.

“뭔가 허무하군요.”

항상 밝던 히로시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을 보며, 나는 나쁘게 생각할 게 아니라고 답했다.

“성장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생겼잖아요.”

“중요한 요소요?”

“바로 경쟁자죠.”

나는 익스퍼트 상급 수준의 무력을 가졌을 때부터, 가문의 기사들과 겨뤄왔다.

그리고 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사인 그라프와 격차가 벌어져 갈 때, 소드마스터인 테라시아 후작을 만나면서 수차례 벽을 허물었다.

하지만 히로시에겐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

위에 있는 나와는 격차가 너무 커서 경쟁조차 되지 않고.

밑에 있는 1회차 수행자들과도 상당한 격차가 존재해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김선아는 히로시의 훌륭한 라이벌감이다.

전력을 내비칠 수 있는 유일한 동료.

사고 가속으로 1:1 전투에선 당연히 김선아가 이기겠지만, 히로시가 마음을 굽히지 않고 계속 경쟁해 나간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선아 씨와 파티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자리가 없다면 거의 만날 일이 없습니다.”

내가 이유도 없이 그를 불렀겠는가.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둔 것이 있다.

“강해지고 싶다는 의욕이 어느 정도인지 묻고 싶습니다.”

히로시는 눈을 껌벅이며 그게 무슨 뜻이냐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가감 없이 말했다.

“따로 순위를 매기진 않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왕이면 제 친구들과 선아 씨처럼 항상 붙어 있는 측근에게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죠.”

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공정해야 할 단체의 장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3명의 한국인 측근을 빼면 히로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과연 감사하다고 말할 만한 것일까?

이는 그의 실력을 생각하면 극히 당연한 것인데.

“그러나 그 3명과의 차이는 꽤 크죠.”

“…….”

나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히로시도 그 테두리에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온전한 내 사람이 되란 뜻입니다.”

내겐 히로시를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계획이 있다.

그럼에도 이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엄청난 투자비용이 들기 때문.

베르트 상회가 왕국 제일 상단이 되고부터 1회차 수행자 전원에게 자금적 지원을 해주고 있는 상태인데, 그것과 비교도 되지 금액이 필요했다.

히로시의 경우 초콜릿의 순이익에서 2할을 챙기고 있긴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저는 이미 회장님의 지시라면 뭐든 따를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히로시가 누군가를 배신할 인물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절대’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추후 연맹이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거나, 각국의 사정에 맞춰 쪼개지게 되는 경우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를 칠 수도 있습니까?”

“네?”

“물론, 진짜 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신중한 성격이라서 만약의 경우도 생각할 수밖에 없거든요. 만약 일본 정부와 제가 적대시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런 명령도 따를 수 있냐는 겁니다.”

그저 거짓말로 그럴 수 있다고는 답할 수 있지만, 히로시는 거짓말로 어물쩍 상황을 넘길 사람이 아니었다.

애초에 거짓말을 해봤자, 내 진실의 눈을 속일 수도 없고.

히로시는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

답하기 쉽지 않은 대답이란 것을 알고 있다.

관건은 그에게 내가 어떤 존재로 비치고 있는가지만, 나는 히로시에게 충분히 신뢰도를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제가 회장님의 심복이 된다면 강해질 수 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D-day 이후 수행자는 자신이 가진 무력이 재산이자 권력이 된다.

또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만큼 힘을 갈망하는 것은 당연했다.

나라면 애국심이 그리 큰 편은 아니어서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지만, 히로시는 쉬이 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렇게 하겠습니다.”

말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마음까지 다잡은 모양.

진실의 눈이 거짓을 판별할 때 나오는 붉은 기운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진심이었다.

나는 만족스런 미소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럼 내일부터 수행자 본부(한국)로 출근하세요. 할 일이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마 한동안은 꽤나 험하게 굴러야 할 것이다.

***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가 곧 다가올 D-day에 대해 불안감을 표하는 것과 달리, 국가 경제는 제조업의 호황으로 근래 들어보기 힘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식량을 포함한 대량의 공산품을 생산하여 방어 거점이 될 주요 도시 창고에 축적하고 있으며, 각 지역 발전소에는 마전기 생산 장비를 설치했다.

또한, 종전을 이유로 북한이 전방에서 군을 물리면서, 한국도 전격적인 군부대의 재배치가 실시되었다.

몬스터로부터 효과적으로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주요 도시의 방어를 위한 콘크리트와 금속 바리케이트가 북한 지원을 위한 교량으로 둔갑하여 도시 외곽에 차곡차곡 쌓였다.

“지,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세요?”

히로시는 지난번 선택형 상급 보상에서 휴대용 텔레포트 게이트를 획득했고, 덕분에 다른 수행자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한국의 연맹 사무실을 찾아왔다.

나는 그런 히로시를 반갑게 맞이한 후, 의외의 지시를 내렸는데.

그것은 바로 ‘김선아와 히로시 단둘이서 상급 던전을 클리어하라는 것’이다.

“수행자가 강해지기 위해선 뭐니 뭐니해도 퀘스트 보상을 빼먹을 수 없죠. 더불어 던전에선 히든 스킬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만큼 도전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

하지만 이것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선아 씨가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저와 둘이서 상급 던전에 도전하는 건 너무 무모하지 않을까요?”

두 사람이면 상급 던전의 일반 몬스터는 어떻게든 대응할 수 있겠지만,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아니 무조건 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당황한 히로시와 내가 아무 이유 없는 지시를 내릴 리 없다고 생각하는 김선아.

나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제가 어제 두 분에게 드린 상자 꺼내보세요.”

그에 공용 아공간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은 뮤대륙에서 지구로 돌아오기 전에 건네받은 종이 상자를 꺼냈다.

잘 밀봉되어있는 것을 보니, 괜한 호기심을 부리지 않은 모양이다.

두 사람은 이유도 모른 채 상자를 보관하고 있으라는 내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열어보세요.”

김선아와 히로시는 밀봉을 뜯어 상자를 열었고, 내용물을 보는 순간 두 눈을 크게 떴다.

“7클래스 마법 스크롤입니다. 그만한 공격 수단이면 상급 던전의 보스라도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을 겁니다.”

상급 던전의 보스는 최상급 익스퍼트로도 쉬이 감당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마스터 급인 것은 아니다.

7클래스의 마법 스크롤이라면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김선아에게 사고 가속이 있으니, 함정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덤으로 포션도 넘치도록 보유하고 있는 상태.

“비싼 거죠?”

스크롤이 겨우 10장, 20장 들어 있는 게 아니었다.

히로시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묻자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두 분에게 나눠 드린 게 각 200장씩입니다. 7클래스 마법스크롤이 백금화 100개 정도니, 한 상자가 백금화 2만 개인 셈이죠.”

그에 히로시 뿐만 아니라 담담하던 김선아까지 경악했다.

“상급 던전을 돌면서 위험하다 싶으면 아끼지 말고 사용하세요. 다 쓰면 다시 보충해 드리겠습니다.”

내가 밀어준다고 했을 때 어느 수준을 생각했던 걸까?

말을 잃은 히로시의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났다.

사실 이건 시작일 뿐이니.

“그리고 며칠 후 대기실에 들어서면 10만 포인트씩 나눠드릴 겁니다. 미리 구매할 리스트를 정해서 제게 전달해주세요.”

대기실의 포인트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스킬과 장비 품목은 지난번 입장 때 작성해서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미리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포인트는 전달이 불가능하다고.”

“장비는 직접 사서 건네 드리면 되고, 소모품과 스킬은 꼼수를 써야죠.”

장비를 구매해 건네주고 그걸 받은 이들이 되판다.

그런 식으로 포인트를 획득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구매가의 2할이 날아가 제값을 못 챙기지만, 이달에 나는 충분한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마석 분해 스킬이 없는 이들에게 10만 포인트 엄청난 양이었다.

그리고 김선아는 이미 6만 포인트 정도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서, 히로시보다 선택의 폭이 넓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많은 감정이 느껴지는 인사.

“내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이죠!”

의욕을 내비치는 히로시를 보니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

***

기본적으로 지구의 던전은 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는 D-day와 시간이 비슷해서 조금이라도 혼란을 줄이기 위해 던전을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얼마 전, 대량의 던전이 추가 발견되었다.

나는 더 이상 패러사이트가 발견되지 않자 봉봉이에게 ‘마를 쫓는 별(성물)’로 전 세계 탐색을 부탁했는데 그 과정에서 숨겨진 속속 던전이 발견된 것이다.

기존에 남아있던 던전이 12개였고, 추가로 20개가 발견되어 총 32개가 되었다.

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계속 한두 개씩 추가로 발견되는 던전을 모두 커버하기란 불가능했고, 결국 김선아와 히로시의 도움은 필수가 되었다.

두 사람의 강화와 더불어 안전성을 손에 넣으니, 그야말로 1석 2조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분명 수행자가 되고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타인의 안위 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걸까?

나도 참 많이 바뀐 것 같다.

[거인의 묘지를 발견했습니다.]

[마력과 운이 1 향상됩니다.]

뭐, 지금도 내가 어찌 손쓸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소중한 사람들만 챙기고 도망치겠지만, 적어도 그 전에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자라는 마인드가 생긴 것이 큰 차이점이라 볼 수 있겠다.

[퀘스트 발생]

등급: 최상

내용: 거인 묘지 코어를 찾아 파괴하라.

보상: 보상카드(기여도에 따른 차등지급)

포인트(기여도에 따른 차등지급)

보물상자(기여도에 따른 차등지급)

[해당 던전은 501시간 이내 클리어가 되지 않을 경우 외부로 개방되어 던전 내부의 몬스터들이 탈출합니다.]

호주에서 처음 발견된 최상급 던전.

상급과는 차원이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대신 보상도 차원이 다르겠지.’

나는 짧게 심호흡을 했고, 던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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