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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41화 (141/247)

# 14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41

65. 몬스터 웨이브 보상(2)

지금 뭐라고…….

잘못들은 걸까?

“무슨 스킬이요?”

나는 당황한 나머지 다시 물었고.

김선아는 아무 고민 없이 답했다.

“사고 가속이요.”

“허…….”

사고 가속은 최상급 보상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당첨 보상이다.

나도 운이 좋아 한 번에 그것을 얻긴 했지만, 다른 사람도 이렇게 쉽게 손에 넣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언젠가는 다른 수행자들도 사고가속을 손에 넣는 시기가 올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내 기준으로 지나치게 빨랐다.

그녀도 나처럼 처음으로 얻은 최상급 보상카드에서 사고가속을 뽑은 것이 아닌가.

확률이란 것을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희소가치를 무색하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당혹스럽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나쁘지 않아.’

나 자신이 강해지는 것은 좋지만, 보조해 줄 수 있는 인물의 부재는 큰 걱정거리였다.

그래서 다른 누구도 아닌 김선아가 사고 가속을 손에 넣은 건 분명한 호재라 볼 수 있다.

김선아는 인식이 정우와 함께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

나는 김선아에게 턱짓으로 따라오란 제스처를 취했다.

그녀는 군말 없이 따라왔고 내 개인실에 들어섰다.

“딱히 다른 수행자들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만큼 사고 가속의 존재는 숨기고 있는 것이 좋을 거예요.”

“네?”

“그만큼 선아씨에게 큰 힘이 될 스킬이란 거죠.”

김선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웨이브가 끝나면서 뮤대륙의 보조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녀는 스킬의 정확한 설명을 보지 못했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제 주력 스킬이 바로 그거거든요.”

긴말이 필요 없는 이야기.

그때서야 김선아는 자신이 뽑은 게 당첨 중에서도 당첨이란 것을 알아챘고, 매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최상급 보상 중에서도 1~2위를 다투는 스킬입니다. 제가 마법을 거의 노 캐스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난전 속에서 실수 없이 공격 일변도를 펼칠 수 있는 것도, 그 사고 가속 스킬이 있기 때문이죠.”

사고 가속이 김선아에게도 생겼지만, 희소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확률적으로 일반 보상 카드에서 최고 보상이 나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

연달아 두 번이나 당첨된 것이 기적이었다.

나는 김선아에게 스킬의 효과와 응용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했고,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경악했다.

그런데 당연히 효과만 보면 최고의 스킬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사고 가속에는 큰 단점이 있었다.

“다만 좋은 만큼 길들이기 힘들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게 무슨?”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겪는 게 낫겠죠. 한번 사고 가속을 사용해 보세요.”

내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김선아는 스킬을 사용했고.

“큭!”

그녀는 양팔을 허공에 허우적거리다가 고목나무처럼 뒤로 넘어졌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나는 그녀를 잡아주었고, 스킬을 해제한 김선아는 밀려오는 구토감에 손으로 입을 가로막으며 눈물을 찔끔거렸다.

“힐.”

치료마법에 창백하게 질린 김선아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내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킨 그녀의 표정은 난감함 그 자체.

“이러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적응 훈련이 필요합니다.”

최고의 스킬을 얻고 기뻐하던 김선아가 심각해졌다.

“참고로 사고 가속은 스킬업 포인트로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스킬의 효율은 약 20%정도 상승하죠. 대신 그때마다 새로 적응을 해야 하지만요.”

“회장님은 레벨이 몇인가요?”

“얼마 전에 9를 찍었습니다.”

최상급 익스퍼트에 6서클 마법사.

이제 나는 소드마스터에게도 밀리지 않는 강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힘을 갖고 있음에도 만렙을 못 찍었다는 건 그만큼 이 스킬이 쉽게 길들어지지 않는 야생마란 뜻이었다.

김선아가 말을 잇지 못하자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하지만 적응만 해내면 전투 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스킬 레벨 1이어도 최상급 익스퍼트를 상대로 밀리지 않을 겁니다.”

사고 가속 스킬을 손에 넣은 이상 김선아는 더 이상 히로시 아래로 평가받을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그녀는 누구보다 빠르게 스킬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본 여건을 갖춘 상태였다.

“그리고 제가 사고가속을 처음 손에 넣었을 때보다 선아 씨의 적응이 빠를 겁니다.”

“네?”

“자동회복 스킬이 굉장히 큰 영향을 주거든요.”

“아…….”

내 조언을 받아들여 다른 공격 스킬보다도 자동회복을 우선적으로 높인 김선아는 레벨 10을 찍은 상태.

여기서 내가 포인트 샵에서 선물한 갑옷과 용인족 뼈 방패까지 착용하면 자동회복 레벨이 18까지 오른다.

자동회복 레벨 1로 고군분투하며 무식하게 사고가속 스킬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던 나보다 적응이 빠를 수밖에 없다.

“물론 고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수시로 사고 가속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면 의외로 빠르게 해당 스킬을 전력화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진통제도 먹어보고 온갖 방법을 사용해봤지만, 약효를 빌리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스킬 적응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정면에서 맞부딪히고 회복하길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한동안은 퀘스트도 잊고 사고가속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을 쏟아야겠습니다.”

전력 증강을 생각하면 타당한 판단.

이로써 김선아의 필요성은 더욱 크게 증가했다.

“선아씨라면 잘해낼 겁니다.”

김선아는 나랑 있을 때나 조신하지, 카리스마도 있고 독한면도 있는 인물이다.

실제로 그녀와의 처음으로 만났던, 1회차 대기실 입장 때 거구의 니콜라이를 상대로 겁 없이 말싸움을 벌이며 나를 두둔하지 않았던가.

그녀라면 분명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김선아는 바로 연습을 하겠다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홀로 남은 나는 보상으로 얻은 카드 11장을 책상 위에 늘어뜨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선택형 최상급 보상카드 1장.

최상급 보상카드 3장.

상급 보상카드 5장.

선택형 현물 보상카드 2장.

일단 선택형 현물 보상카드는 당장은 쓰지 않을 것이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되어 나중에 서울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도망칠 경우 예비 벙커를 만드는 용도로 남겨둘 생각이다.

‘그리고 무조건 일반 보상카드 먼저 사용해야지.’

일반 보상을 먼저 확인하고 나중에 선택형 보상을 깠어야 하는데, 방금은 선택형 최상급 보상에 정신이 팔려 순서를 틀렸다.

만약 선택형에서 고른 것과 같은 보상이 일반 카드에서 나오면 얼마나 열받겠는가.

나는 예행연습으로 상급 보상카드 5장을 사용했다.

-팟! 팟! 팟!

연맹의 회장실을 뒤덮는 화려한 이팩트.

처음엔 이 이팩트를 숨기기 위해 커튼을 친 방에서 몰래 사용했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빛이어서 신경 쓰지 않았다.

[스킬업 포인트 3개를 획득했습니다.]

[능력치 포인트 5개를 획득했습니다.]

[미스릴 3kg 획득했습니다.]

[베이스 텔레포트 게이트를 획득했습니다.]

[사역마 다이어 울프 새끼를 획득했습니다.]

꽝이라 할 수 있는 현금이 안 나와서 다행이다.

베이스 텔레포트 게이트는 호주 또는 남미에 설치하면 될 것 같고, 모처럼 지구에서 얻은 미스릴은 사용처를 깊게 고민해봐야겠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마지막 보상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새근. 새근.

손바닥 사이즈밖에 안 되는 새끼강아지가 바닥에 배꼽을 내민 채 잠을 자고 있었다.

생긴 건 강아지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다이어울프의 성체는 길이가 3미터에 육박하는 거대 짐승이었다.

나는 얼른 아공간에서 수건 한 장을 꺼내서 다이어울프 새끼를 감쌌다.

그런데 녀석은 내가 건들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잠만 잤다.

“봉봉이 친구 생겼네.”

요즘 부모님이 심심해하시던데, 호신용으로 키우시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다음 최상급 보상카드.

나와 김선아가 사고 가속을 너무 쉽게 얻어서 그렇지, 최상급 보상카드 중 약 70%가 상급과 중복되는 보상이었다.

그만큼 좋은 보상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다만티움 15kg을 획득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위압을 습득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투과를 습득했습니다.]

아다만티움은 미스릴 이상으로 귀한 금속이긴 하지만, 뮤대륙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금속이기도 했다.

단단함은 미스릴을 상회하지만 철보다 두 배 이상 무거운 금속인지라 무구로는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아다만티움이 15kg이라 엄청나게 많아 보이지만, 부피는 상급 보상에서 나온 오리하르콘 3kg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위압과 투과라면 분명.’

스킬 위압과 투과는 선택형 최상급 보상에서 본 적 있다.

둘 다 상급에 없는 최상급 오리지날 보상.

운이 굉장히 좋다고 볼 수 있지만, 성능이 애매해서 필요성이 천공성이나 미래시 등에 비해 떨어지는 스킬이었다.

‘위압’은 나보다 능력치 총합이 낮은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여 디버프를 거는 스킬이다.

내 기억이 틀린 게 아니라면 범위는 반경 30미터 정도.

다수의 적에게 디버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이점이었지만, 문제는 나보다 능력치가 약한 상대에게밖에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맥이 풀린다.

보통 디버프를 거는 이유는 나보다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나보다 약한 상대에게 디버프라니.

그래서 애매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래도 뭐.

있어서 나쁠 것이 없는 스킬이었다.

혹시 알겠는가.

이블랜드의 3대악인 쌍두룡의 피어처럼 엄청난 능력치 다운이 이어지는 스킬일지.

‘몬스터 웨이브나 파티플레이에선 꽤나 쓸 만할 것 같다.’

‘투과’는 전투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스킬이다.

상대가 아무리 단단한 방어구를 갖추고 있어도, 무기는 그 방어구를 그대로 통과하여 본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만약 어쓰웜이 땅속에 숨어들어도 해당 스킬을 사용하면 투창을 하건 마법을 쓰건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단 뜻이었다.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방어력 무시’에 가까운 스킬.

하지만 투과는 마법과 오러를 쉽게 투과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잘만 사용하면 무쌍을 찍을 수도 있는 스킬이지만, 단점이 너무 컸다.

“나쁘지 않아.”

그래도 이 정도면 일반 최상급 보상카드에서 충분히 좋게 뽑았다고 생각한다.

내 공격방식에 다양성을 더해 줄 수 있을 테니.

“어쩔 수 없네.”

혹시라도 최상급 보상에서 내가 바라던 둘(천공의 성, 미래시) 중 하나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쉽게 나오진 않았다.

[패시브 스킬 미래시를 습득했습니다.]

결국, 나는 선택형 최상급 보상카드에서 미래시를 선택했고, 그렇게 보상의 시간을 마무리 지었다.

***

몬스터 웨이브로 뮤대륙 행이 지연되면서 이틀 만에 입장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총 10일 동안 뮤대륙에 머물게 된다는 메시지가 떠올랐고, 나는 그동안 새로 얻은 스킬에 익숙해지느라 영주성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겐 영주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직도 머리가 아프십니까?”

“아직도 머리가 아프십니까?”

나는 두 명의 클로이가 시간차를 두고 말을 건네는 것을 보며 앓는 소리를 내야 했다.

“새로 얻은 능력이 조종이 안 돼서.”

미래시는 액티브 스킬이 아닌 패시브 스킬이다.

그래서 현재와 수초 뒤의 미래 풍경이 수시로 겹쳐 보여서 곤욕을 치루고 있는 상태다.

사고 가속처럼 미래시도 계속 사용하다 보면 세밀한 컨트롤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억지로 익숙해지는 중이다.

사실 이 괴리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스킬을 해제하는 것이다.

패시브 스킬도 스킬창에서 비활성화를 해두면 적용되지 않는데, 독한 성격을 자랑하는 나는 뮤대륙에 입장하고부터 한 번도 미래시를 끄지 않았다.

처음엔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다.

사고 가속의 훈련 경험이 도움이 되는 걸까?

그때, 오늘로 임신 3개월 차가 된 클로이가 말했다.

“강함에 대한 지훈 님의 욕구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어떨는지요.”

“휴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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