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40
65. 몬스터 웨이브 보상(1)
현대 무기의 강력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무리 TNT100kg급 이상의 무기가 사용 불가능하다지만, 공격헬기에 탑재된 헬파이어 미사일 정도로도 드레이크는 손쉽게 해치웠다.
이번 웨이브는 정전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그렇다고 전자장비의 사용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었다.
귀찮은 경우라면 지능이 높은 민첩형 몬스터나 급속 회복능력을 지닌 몬스터, 주술사나 리치 같은 마법형 몬스터의 존재가 나타날 때였다.
덕분에 공격헬기, 탱크, 자주포에 개인화기로 무장한 군인들이 견고하게 방어라인을 구축하고 있음에도 뚫리는 경우가 적지 않게 일어났다.
그리고 그건 웨이브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점 잦아졌는데….
-드드드.
뉴욕 북부 발드마운틴.
이쑤시개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듯, 오우거를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던 군인들은 발아래서 느껴지는 진동에 의문을 표했다.
“뭐지?”
이어서 이들의 의문에 답을 해주겠다는 듯 진동의 원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에에엑!
갯지렁이처럼 생긴 거대 벌레가 솟구쳐 오르며 주변에 진녹색의 액체를 토해내자 순식간에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애시드 브레스?”
“어스웜이다!”
수행자들 사이에선 너무도 유명한 몬스터.
상급 퀘스트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가 바로 어스웜이었기에 그 정체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수행자들! 어스웜 저격해!”
1회차에서 낙오했지만, 미국 수행자들의 정신적 지주인 마크의 지시에 마력과 오러, 마법이 깃든 탄환이 어스웜에게 날아들었다.
미국의 경우 웨이브를 막는 것을 최우선 사항으로 여겼기에 수행자들도 기여도를 포기한 채 화기를 사용했다.
비록 관련 스킬이 없으면 탄환에 깃드는 마력과 오러의 효율이 떨어지지만, 그것만 해도 충분히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고, 수행자들의 총에 난타를 당한 어스웜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땅속으로 숨어 버렸다.
“젠장!”
어스웜이 땅속에 숨어드니 일반적인 화기론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벙커버스터라도 사용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TNT100kg이하의 벙커버스터는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어스웜이 남쪽으로 이동합니다!”
수행자의 미니맵에서 반짝이는 붉은 점 하나가 전장을 이탈하려는 것이 보였다.
“제가 해볼게요.”
미국의 2회차 수행자 중 유일한 4서클 마법사.
그는 어스웜의 진행 방향의 흙을 딱딱하게 얼리며 길을 막았고, 곧 붉은 점의 움직임이 둔해지는가 싶더니 다시금 땅 위로 솟구쳐 올랐다.
“잘했어!”
이번엔 놓치지 않겠다는 듯, 수행자들의 개인 화기는 물론 공격헬기의 헬파이어 미사일과 대전차 미사일이 무섭게 날아들었다.
결국, 넝마가 된 어스웜이 쓰러졌다.
“얼마나 더 죽여야 하는 거야?”
어스웜을 쓰러뜨렸음에도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벌써 총을 난사한 게 5시간째.
몬스터는 죽여도 죽여도 계속 검은 구멍에서 쏟아져나왔다.
“듣기로 연맹 회장이 속한 한국은 웨이브를 막아낸 후 자카르타로 지원을 갔다고 하던데.”
몬스터는 빠르게 죽이면 죽일수록 더 많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즉, 사냥 속도에 따라 웨이브를 빠르게 끝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초반 오크는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제거했지만, 이후 등장한 트롤과 오우거, 늑대인간부터 시간이 지연되더니, 지금처럼 한 마리에게 많은 시간을 뺏기게 된다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어스웜 한 마리는 위기도 아니라는 듯, 어스웜 세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소, 손이 말을 안 들어!
“뭐?”
하피 떼까지 등장하자 미국의 웨이브 포인트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피는 비행 몬스터이지만, 전투 능력은 오크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그건 바로 초음파를 이용한 정신 공격이었다.
하피의 초음파는 두터운 성벽 너머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전투헬기에 탑승한 조종사들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쾅! 콰아앙!
공격헬기에서 발사된 헬파이어 미사일이 아군을 향해 날아들고, 군인들이 서로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수행자들도 3서클 마법사와 익스퍼트 초급 수준이 아니라면 버티질 못했는데.
“모두 재워!”
“슬립!”
마크의 빠른 판단 덕에 수행자 중 무의미한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하하핫!
1차, 2차 저지선의 군대는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다.
하피로 인해 아군이 아군을 공격하고, 어스웜 3마리가 수시로 애시드 브레스를 난사하니, 발드 마운틴은 순식간에 지옥이 되어버렸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현대 군의 약점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하피 먼저 떨어뜨려!”
정신공격을 버틴 수행자들은 이를 악물고 여기저기 잔망스럽게 날아다니는 하피를 사격했지만, 녀석들은 손쉽게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날아다니지 않았다.
곳곳에서 스팅어 대공미사일이 하피에게 날아들어 숫자를 줄이는데 한몫했지만, 야속하게도 죽인 순자 만큼의 하피가 계속 등장했다.
어떻게든 몬스터들이 민간 구역에 향하는 것을 막고는 있지만, 이 상태라면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다.
-곧 해병대에서 지원병력이 도착한다.
너무 몬스터를 무시했던 걸까?
아니면 상성이 나빴다고 해야 할까.
만약 D-DAY이후 전 세계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문명은 초토화가 되고 말 것이다.
해병대의 지원 소식에도 이를 악물며 사격 중인 마크와 수행자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연맹의 지원군이다! 쏘지 마라!
파앗!
몬스터들이 나오는 검은 문 앞에 하얀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검은 갑옷 차림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회장님!”
그들은 다름 아닌, 조지훈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수행자들이었다.
그에 미국 수행자들의 얼굴이 처음으로 밝아졌다.
“뭐, 뭐야?”
미국의 상황이 안 좋다는 의외의 소식에 자카르타 웨이브를 정리하고 바로 지원을 왔더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지훈은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미국 수행자들에게 대답 대신 스킬을 선물했다.
[여명의 봉화 스킬이 부여됐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스킬, 마법, 오러의 공격력을 20% 향상됩니다.]
[상태 이상을 치료합니다.]
[외상을 치료합니다.]
지훈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무형의 기운에 닿자 해당 메시지가 길게 떠올랐다.
여명의 봉화는 수행자뿐만 아니라 범위 내에 있던 미군들까지 적용이 되었는데, 스킬 효과가 적용됨과 동시에 하피의 정신 공격이 풀렸다.
“하, 하하.”
미국 측 수행자들의 리더인 마크는 자신들을 괴롭히던 공격이 단번에 사라지는 것을 보며 헛웃음을 흘려야 했다.
지훈은 김선아를 포함한 한국 수행자들에게 말했다.
“어스웜 막아 주세요. 애시드 브레스는 무조건 피하고요.”
짧은 지시와 동시에 그는 블링크로 모습을 감췄고, 이어서 하피들이 하늘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수시로 대공미사일과 총탄이 날아드는 하늘을 겁 없이 유영하며 하피들을 쓸어 버리는데 눈으로 쫓기도 힘든 지훈의 전투에선 어쩐지 여유가 느껴졌다.
-휘이이익!
뿐만 아니라 하피를 상대하면서도 어스웜이 땅 위로 나타나는 순간 창을 던지거나 마법을 사용하며 동시에 두 곳의 전투를 이어갔다.
“대체 캐스팅은 어디에 팔아먹은 건지.”
마법사들이 지훈을 보면 하나같이 헛웃음을 흘리며 보이는 반응이었다.
지훈의 활약으로 전장은 한차례 리셋이 되었고, 수행자들만으로 1차 저지선을 재구축하여 몬스터가 나오는 족족 사살했다.
지훈의 등장 이후론 군인들이 총을 쏠 일이 없어졌다.
지훈을 포함해 한국 수행자들의 무장은 검과 창 등의 냉병기일 뿐인데, 어째서 총보다 높은 활약을 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뉴욕 지역 몬스터 웨이브가 끝났습니다.]
***
우리가 자카르타의 웨이브 포인트를 지원가고 그곳을 정리한 다음 한국 수행자들은 미국을, 인도네시아 수행자들은 일본을 지원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의 수행자들이 분산되어 각국을 돕기 시작하자, 웨이브는 오래 걸리지 않아 정리되었다.
내가 다른 수행자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내가 포함되지 않은 타국의 연맹원들도 충분히 활약했다.
이번 웨이브로 인해 수행자들의 전투 능력이 다시 한번 재평가되리라 생각한다.
내가 유독 튀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수행자들도 얼마든지 나 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 일이니.
[10개 도시의 몬스터 웨이브가 끝났습니다.]
[기여도 총합을 표기합니다.]
-노카운트: 49.01%
-1. 조지훈: 26.97%
-2. 김선아: 1.91%
-3. 히로시: 1.32%
-4. 사지타: 1.22%
-5. 나츠오: 1.15%
-6. 한냐: 1.14%
-7. 니콜라이: 1.08%
-8. 장원준: 1.02%
-9. 발터: 0.92%
-10. 제이콥: 0.88%
노카운트는 현대 무기에 죽은 몬스터를 뜻했다.
예상대로 10위권 이내는 1회차 수행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 때문에 싸울 복이 많았던 최은우와 이태영은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1회차 수행자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고 대체적으로 빠른 지원 활동을 한 한국인 수행자들의 순위가 높았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노고에 따른 보상의 시간.
[이벤트 MVP가 되셨습니다.]
[노카운트를 제외한 기여도 과반수를 차지하여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포인트 50,000을 획득했습니다.]
[스킬업 포인트 5개를 획득했습니다.]
[선택형 최상급 보상카드를 1장을 획득했습니다.]
[최상급 보상카드 3장을 획득했습니다.]
[상급 보상카드 5장을 획득했습니다.]
[선택형 현문 보상카드 2장을 획득했습니다.]
또 나왔다.
선택형 최상급 보상카드.
거기에 일반 최상급 보상카드도 무려 3장, 상급 보상카드도 5장이나 된다.
나는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을 느끼며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지금은 우리가 내가 있는 장소는 한국 수행자 연맹의 본부의 휴게실이었기에 지켜보는 눈이 많았다.
“표정 보아하니, 대박 보상인가 보네.”
친구 아니랄까봐 표정 관리를 한다고 했음에도 정우가 바로 알아챘다.
그러는 정우의 표정도 나쁘지 않을 것을 보면 괜찮은 보상을 얻은 모양이다.
“괜찮네.”
태연한 대답에 녀석은 피식 웃으며 허공에 헛손질을 했는데, 아무래도 순위가 200위대라 상급은 힘들 것 같고 선택형 중급 보상카드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다가오지 말라는 오오라를 풍겨서인지 비교적 한적한 김선아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나는 선택형 최상급 보상카드를 열었다.
예전에 최상급 보상카드를 얻으면 얻고 싶었던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이것들.
[천공의 성]
-허공을 부유하는 섬으로 신화시대 드래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전설의 성.
모습을 감추는 은신 능력과 장거리 텔레포트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방어력이 굉장히 높아 쉬이 파괴되지 않는다.
천공의 성 최대 수용인원은 3만 명이다.
[미래시 / 패시브 스킬]
-1초~5초 뒤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전투에 큰 유리함을 제공하며, 익숙해지기까지 두통을 유발한다.
천공의 성은 대규모 안전 구역이라 볼 수 있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거대한 비행기라 볼 수도 있다.
활용방법에 따라 강습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피난선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안전을 대비해 갖고 싶은 보상이었다.
반면 미래시는 철저히 전투에 특화된 스킬이다.
액티브가 아니라 패시브라는 것이 애매하지만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사고가속과 더해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두 개를 놓고 저울질을 하던 나는 아무래도 전투에서 사용할 미래시에 마음이 갔는데.
“헉.”
옆에 있던 김선아가 헛바람을 삼키자 뭔가 싶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뭔가 대단한 게 나온 것 같아요.”
뜬금없는 이야기에 뭔가 싶었는데, 문뜩 그녀가 어떤 보상을 얻었을지를 생각해보았다.
선택형 최상급은 힘들어도 최상급 보상카드 한 장 정도는 먹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사고가속이란 건데, 혹시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