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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37화 (137/247)

# 137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37

63. 던전 버스(2)

상급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기본으로 최상급 익스퍼트 급의 전력이 끼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상급 익스퍼트가 있다고 해도 클리어를 확신할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상급 던전부턴 어떤 식으로든 돌발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급 던전은 나 이외 다른 수행자들끼리 입장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막고 싶다.

상급 던전을 안전하게 클리어 하고 싶다면 익스퍼트 최상급의 무력은 기본이고, 수백 개의 포션이 들어 있는 공용 아공간과 레벨 10의 직감 또는 기감 스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야 사고 가속 때문에 변수에 강하지만, 사고 가속이 없다면 대체 스킬로 만렙의 직감과 기감 둘 중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

즉, 이들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상급 던전에 도전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하단 것이다.

“히로시?”

괜히 말했나 싶어서 뒷목을 긁적이는데, 히로시가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이상행동을 했다.

“선생님.”

갑자기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무릎을 꿇더니, 뜬금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강해지고 싶어요.”

마치 농구를 좋아하지만, 부상으로 탈선한 양아치가 다시 농구를 하고 싶다고 애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참, 히로시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해지고 싶단 욕망을 애드립으로 표현하다니.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내저었고, 곧바로 눈물을 그친 히로시가 진심을 담아 도와달란 표정을 지었다.

“뭐, 좋습니다. 안 그래도 슬슬 던전 정리에 속도를 높이려 했으니.”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던전의 숫자는 21개.

이 중 4개는 내가 클리어했으며, 중급 이하의 던전 5개는 1~2회차 수행자들이 연합하여 클리어했다.

그런데도 12개가 남아 있는 상태인데, 앞으로 몇 개가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던전 클리어에 힘을 쏟을 생각이었다.

“정말요?”

“대신 공적 치는 절반 가까이 나누더라도 퀘스트 MVP는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물론이죠. 그것만 해도 무료 봉사활동이신데요.”

공적 치를 정확하게 판가름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나누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일단 히로시와 김선아를 포함해 1회차 수행자 중에서도 상급을 찍을 사람들을 우선으로 맨투맨 던전 셔틀버스를 운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나는 지난번에 인식이가 했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걸그룹 아이윌 전원을 수행자로 만들기로 말이다.

어차피 그녀들이 가장 잘나가고 인지도 높은 K팝 걸그룹이었으니 괜찮다고 판단했다.

물론 나는 제안을 할 뿐이고, 그녀들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성립되는 이야기지만 아이윌 멤버들은 전원이 주아를 따라 수행자가 되기로 결정했다.

비로소 궁금증이 풀렸다는 멤버들의 반응이 인상 깊었다.

그렇게 지정권 4장의 사용처가 정해지고, K팝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걸그룹이 수행자 연맹과 한배를 타게 되었다.

나머지 수행자 지정권 4장은 남자 아이돌 중에서도 인기 멤버들만 추려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뿐만 아니라 팝가수나 헐리웃 배우들 사이에서도 속속 수행자 후보가 추려지고 있는 상태.

한국도 한국이지만, 이름만 들어도 아는 세계적 유명인사들이 내가 만든 연맹에 승선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스타 버스트…….”

“히로시, 뒤요!”

-쾅!

“으악!”

일본 미야자키 현 고유 군, 오스즈 산.

지금 나는 히로시와 단둘이 일본의 던전을 돌고 있는 중이다.

난이도는 예정대로 상급.

나는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는 백업만 하고 공격은 히로시가 전담했다.

히로시가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전황은 아예 손을 놓고 지켜봤는데, 내가 그를 너무 높게 평가한 건지, 중간중간 위험한 모습을 연출했다.

나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애매하지만, 익스퍼트 상급의 히로시는 분명 강한 축에 속했다.

비록 수행자에 대한 제재 때문에 로엘 제국에서 보상을 못 받았지만, 케일론 왕국이었다면 단승 남작위가 수여될 경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스터와의 전투 경험 때문인지, 나는 그의 공격에서 예전과 같은 날카로움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허점이 많이 보인달까?

-캉! 카앙!

나처럼 공격을 공격으로 방어하는 것이 히로시의 스타일.

그런데 상급 던전의 몬스터를 상대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1:1로 싸운다면 가볍게 승리하겠지만, 어느 던전이 우리의 입장을 고려해 몬스터를 한 마리씩 보내겠는가.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하다 보니 히로시는 자신의 스타일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난전에 특화된 체질이지만, 일반적인 수행자들은 몬스터 ‘사냥’을 주로 하는 만큼, 불리하면 굳이 싸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난전에 약했다.

“허억, 허억…….”

그래도 익스퍼트 상급이 장식이 아니라는 듯, 히로시는 ‘키메라05’라는 이름의 강화형 늑대인간 6마리를 상대로 승리해냈다.

그러나 거친 숨을 몰아쉬는 히로시는 승리에 취하기는커녕 고민이 많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의 목적은 던전에서 선택형 상급 보상을 얻는 것이지만, 던전을 도는 것 자체가 수련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죽지 않게끔 지켜 주니, 아낌없이 전력을 내지를 수 있고 거기서 자신의 많은 문제점을 직시하게 된다.

나와 직접 검을 마주하는 것보다 수련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잠시 후, 우스꽝스러운 기술명 없이 허공에 검을 내지른 히로시가 주먹을 불끈 쥐며 나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전진하죠.”

그렇게 우린 앞으로 나아갔고, 그 속도는 서서히 빨라졌다.

그리고 마주한 첫 번째 보스룸.

[걸작02]

머리 위의 이상한 이름과 달리 보스 몬스터는 대단한 포스를 뽐내는 호랑이 인간이었다.

덩치가 3미터에 이르는 호랑이 인간도 히로시가 상대하게 했다.

-쾅! 콰콰쾅! 쾅!

“좀 죽어!”

나는 철저 하게 변수와 막기 힘든 공격을 차단해주었고, 히로시는 1시간에 가까운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챙겼다.

사실 내가 없었다면 죽어도 열댓 번은 죽었을 상대.

하지만 아무리 백업이 있었다고 한들 마무리를 지은 것은 히로시였다.

그는 이번 역시 많은 것을 느낀 듯했다.

‘히로시 입장에선 운이 좋네.’

일본 미야자키에서 발견된 던전인 ‘키메라 연구소 1’은 히로시에게 있어서 수련을 위한 상성이 좋은 곳이었다.

그가 스피드형 검사인 것처럼 등장 몬스터 대부분이 스피드형이었기에 이렇게 본인의 약점이 훤히 노출되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갑자기 깨달음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험은 추후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크에에엑!

첫 번째 중간 보스를 해치우고 다음 층으로 내려갔다.

이번에 나온 것은 팔이 네 개 달린 고릴라 키메라.

“제가 세 마리 잡아놓을게요.”

“감사합니다!”

두 번째 영역부턴 히로시의 힘만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어서 내가 직접 나서서 달려드는 적을 묶어놔야 했다.

히로시는 땀을 뻘뻘 흘러가며 싸우고 있는데, 나는 손쉽게 몬스터를 제압하고 그를 살피니, 새삼 격차가 좁혀지긴커녕 더 벌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쨌든 느리긴 해도 우리는 꾸준히 전진을 거듭했고, 두 번째 보스 룸까지 첫날에 도착했다.

-쿠웅!

이번 보스는 트롤 이상의 회복능력을 지닌 팔이 네 개 달린 붉은 오우거였다.

2번째 보스부턴 도저히 히로시로 싸움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나섰는데, 어차피 시간 끌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전력을 표출한 결과 단 30초도 걸리지 않아 중간 보스를 처리했다.

당혹스런 결과에도 히로시는 놀라지 않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기여도 55%로 던전 클리어 MVP가 되셨습니다.]

[선택형 상급 보상카드 1개를 획득했습니다.]

[포인트 2750을 획득했습니다.]

[상급 MVP 보물상자 열쇠를 획득했습니다.]

[상급 던전을 클리어하여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라스트 보스는 ‘연구소장’이라는 엘더리치였다.

엘더리치는 6클래스의 흑마법사였고, 첫 번째 중간보스와 같은 키메라 3마리를 종으로 부렸다.

나는 빠르게 엘더리치를 처리한 후 공적도를 위해 키메라 세 마리를 살려서 히로시에게 한 마리씩 붙여주었다.

덕분에 공략에만 무려 이틀이 걸렸지만, 노력한 만큼 공적치를 거의 균등하게 맞출 수 있었다.

“선택형 상급 보상카드 나왔어요?”

내 물음에 히로시는 기쁜 표정으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아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보물상자를 열었고.

[상급 MVP 보물상자를 개봉했습니다.]

[전투 교범을 획득했습니다.]

[멀티 매직 링를 획득했습니다.]

[스킬업 포인트 5개를 얻었습니다.]

[백금화 320개를 획득했습니다.]

[멀티 매직 링]

-5서클 이하 마법 두 개를 저장할 수 있는 아티팩트.

-현재 저장된 마법: 1. 없음, 2. 없음.

-마력 소모 없이 1일 8회 사용할 수 있다.

-자가수복

전투 교범이 필요한 건 히로시인데, 엉뚱하게 손에 넣고 말았다.

그 외의 보상은 고만고만.

멀티 매직 링은 내겐 그다지 필요 없는 것 같으니, 블링크와 익스플로전을 담아서 김선아에게 줘야겠다.

“히든 스킬 떴습니다!”

“그래요?”

MVP 보물상자에서도 안 나온 히든 스킬이 히로시의 일반 보물상자에서 나왔다.

히로시는 희희낙락하며 무엇인지 알려주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안개 장막이었다.

갖고 있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스킬.

안개 장막에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물리는 기능이 있어서 뮤대륙에서도 안전 구역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고생에 대한 확실한 보상.

그런데 어째 나는 MVP 보상을 깠는데도 내용이 부실했다.

여명의 봉화 같은 스킬 또 안 나오려나?

히로시는 선택형 상급 보상카드에서 원하던 대로 전투 교범을 손에 넣었고, 나는 무심코 ‘밤의 황제’라는 스킬에 손이 가는 것을 막으며, ‘범위 확대’ 스킬을 선택했다.

범위 확대는 광역 마법의 범위를 늘려 주는 스킬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수련해서 연맹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진솔한 인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히로시 입장에선 바쁜 내가 자신을 위해 이틀을 투자한 것인 만큼,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적어도 그는 질투에 눈이 멀어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

히로시와 던전을 클리어한 게 7월 17일.

그리고 다음 타자인 김선아와 함께 던전을 클리어하니 7월 19일이 되었다.

6월은 참 시간이 안 가는 느낌이었는데, 7월은 전쟁 같은 큰 사건이 많아서인지,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3회차 수행자들도 100일 차를 앞두고 있으며 속속 익스퍼트 초급과 3서클을 달성했다.

당연히 2회차 수행자 중 상당수는 익스퍼트 중급과 4서클에 올라섰고, 3회차 수행자들은 모두 익스퍼트 상급과 5서클을 찍었다.

참고로 나 또한 얼마 전에 벽을 깨면서 최상급 익스퍼트+6서클의 마법사가 되었다.

개인적으론 마스터에게도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내일이군요.”

함께 던전을 나서며 내뱉은 김선아의 말.

주어가 없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7월 20일.

바로 미래 신문에 표기된 ‘대정전의 날’이기 때문이다.

“부디 정전만으로 끝났으면 좋겠는데.”

원인 불명의 원자로 가동 정지에 따른 세계적인 대정전.

하지만 이것을 신문 내용 그대로 해석하는 관계자는 없었다.

신문에는 정전의 이야기만 실려 있다.

전자제품이 먹통이 되었다던가, 몬스터가 튀어나왔다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기사 내용은 정보 통제하에 쓰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각국 정부에서 대정전이 가져올 혼란을 막기 위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음에도 큰 혼란이 발생했다는 것을 보면 정부에서 국민의 혼란을 신경 쓰지 못할 무언가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었다.

확대해석이면 좋겠지만, 대비해서 나쁠 게 없는 만큼 지금 각국 정부는 군대를 언제든지 출동시킬 수 있게 준비를 마친 상태다.

또한, 필요에 따라 국민을 대피시킬 준비도 하고 있었다.

“D-DAY를 대비한 예행연습이라 해도 좋을 것 같군요.”

나는 김선아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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