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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36화 (136/247)

# 136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36

63. 던전 버스(1)

이번 일로 확실하게 알았다.

인식이는 차려줘도 수저를 못 드는 연애 고자란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 뮤대륙뿐만 아니라 현실에서까지 하루 종일 붙어 있는데, 진전이 없는 건지.

내가 현장을 경험해보라고 한 건 어디까지나 명분에 지나지 않지, 진짜 매니저가 되란 뜻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인식이를 보면 매니저 그 자체였다.

그것도 아주 능력 있는 이상적인 매니저 말이다.

듣기론 아이윌 멤버들이 인식이를 꽤나 신뢰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녀석은 자신의 상황을 잊은 모양이다.

주아의 태도를 보면 밀어붙여 봐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요령이 없는지…….

물론, 나는 연애 고수는 아니다.

내 코가 석자인 상태에서 남의 연애사에 간섭하는 꼴이 웃기긴 하지만, 친구가 잘되길 바라는 게 나쁜 건 아니지 않은가.

나는 괜히 눈치를 살피는 인식이를 보며 물었다.

“계속 아이윌 매니저로 있을 건 아니잖아?”

이제 슬슬 수행자 지정권을 사용할 인물들을 꼽으려 하는데, 우리의 매니저 인식은 아이윌의 멤버 전체를 후보로 꼽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숨겨놓은 10장의 지정권을 제외하고 공개한 지정권의 수는 21장.

이 중 8장이 K팝 아이돌과 한류 배우에 배정될 예정이며, 헐리웃 배우와 팝가수 등 해외 유명인에게 13장을 사용할 예정이다.

한국에 배치된 것이 지나치게 많다고 불만을 해도 어쩔 수 없다.

애초에 이 지정권은 내 소유였으니.

그런데 8장 중 4장을 한 그룹에 몰아버리는 것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지정권을 여기저기 뿌리는 것보다 인기 아이돌 한 팀에게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지. 더구나 그 아이돌 팀이 현역 최고의 인기를 지니고 있다면.”

확실히 인식이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개인적 감정이 너무 들어간 것 아닌가 싶었는데,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인식이는 추가로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그리고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러 아이돌 그룹의 에이스급 멤버들 모아 프로젝트팀을 만들어서 활동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네 말은 지정권을 사용할 인물들을 선발하고 끝낼 게 아니란 거지?”

“그래. 미리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하면 더 좋잖아.”

아직 D-DAY까진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았다.

인식이 말대로 지정권을 사용할 연예인들로 팀을 만들어서 활동을 시켜보는 것도 방법이었다.

화제성도 충분한데다가 아이윌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인지도 작업도 할 수 있으니.

“어때?”

“나쁘지 않은데?”

“그렇지? 그럼 굳이 각 기획사에 관리팀을 꾸릴 필요가 없어지잖아. 한데 모아서 관리하면 되니까.”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식이의 제안이 최선이라고 볼 순 없으니, 조금 더 고민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

인식이는 안도했고, 나는 진지하게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네가 밝히지 않은 지정권 10장은 어떻게 쓸 거야?”

아무래도 인식이는 조금 더 연예인 수행자를 늘리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 지정권은 몇 가지 실험을 포함해 신중하게 사용할 생각이다.

실험 대상은 용인족.

용인족도 수행자가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물론 10장을 모두 그들에게 쓸 건 아니다.

용인족에게 사용해 보고 나머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고민 중이야.”

참고로 아틀란티스의 존재는 비밀에 붙이기로 용인족과 약속한 만큼 인식이에게까지 누설할 수는 없었다.

내가 답을 얼버무리자 인식이는 길게 물어보지 않았다.

“난 간다.”

인식이가 할 말 끝났다는 식으로 사무실을 나서려 하자 나는 녀석을 붙잡으며 말했다.

“너무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고용주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

그에 인식이는 피식 웃으며 사무실을 나섰다.

***

케일론 왕국의 내전은 2왕자파의 승리로 끝이 났다.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크리산트 공작의 뒤를 따라 1왕자는 단두대에서 최후를 맞이했고, 1왕자에게 군사적 지원을 했던 영주들 또한 처형됐다.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은 왕족들과 귀족의 경우 종신 노역형이 떨어졌으나, 외모가 빼어난 여성들은 승전 전리품으로 취급되어 공신들에게 분배가 되었다.

2왕자는 내게 소피 공주를 노예로 하사하겠다고 했으나 딱히 이성에 굶주려 있는 것도 아니고, 특이한 성벽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다른 귀족들에게 양보했다.

이런 거 보면 봉건 제도가 참 무서운 것 같다.

아무리 배다른 형제라 해도 아무렇지 않게 여동생을 물건 취급하며 노리개로 던져 주다니.

나도 이제 봉건 제도 꼭대기에 위치했고 수없이 사람을 죽여 왔지만, 굳이 내키지 않는 일에 익숙해지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물로 준다 했으면서 내가 소피 공주를 거절하자 2왕자는 만족스런 반응을 보이며 영지를 하사할 때 참고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아무래도 반역의 불씨를 제공할 수 있는 폐위 공주를 곁이 두지 않는 게 마음에 든 모양이다.

비록 북방영토를 일부 잃었어도, 내전의 영향으로 영주가 사라진 땅이 많았기에 신하들에게 내어줄 보상은 충분했다.

전쟁이 끝이 나고 2주 후.

2왕자가 정식으로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국왕 즉위식이 끝나고 여흥처럼 논공행상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논공행상의 첫 번째 주자는 다름 아닌 나.

전쟁의 일등 공신인 만큼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베르트 백작에게 공작의 작위를 하사하며, 영지로 남부의 하인츠 백작령과 세실 남작령, 타르가 남작령, 중부의 한슨 자작령을 하사하겠다.”

남부에서 내 영지를 포위하고 있던 1왕자파의 영지 3개가 모두 내 것이 되었다.

기존 것을 포함하면 백작령 두 개에 남작령 두 개가 더해진 땅이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공작령다운 영토라 할 수 있는데, 무려 항구를 지닌 중앙 영지를 내려주었다.

더구나 한슨 자작령은 바다만 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도로 이어지는 강도 끼고 있어서 상업적으로 이점이 많은 땅이었다.

한슨 자작령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면 물류비를 많이 세이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대의 물류비엔 호송료가 붙기에 지구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비싼 금액이었다.

거대 상선 한 척이면 마차 100대분은 운반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득이었다.

몬스터가 득실대는 세계를 항해한다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안전한 바닷길이 알려진 상태라 생각만큼 위험하진 않았다.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남부는 그렇다 쳐도 중부의 바닷길을 내어주시다니.”

새로운 국왕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보상이지만, 귀족 중엔 내 보상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웅성거림이 커졌다.

당연하지만 논공행상의 자리엔 공작부인이 된 클로이도 함께한 상태.

나는 그녀가 주변을 스윽 살피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눈에 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 국왕이 작게 말을 걸어왔다.

“웃기지 않은가. 1왕자란 공동의 적을 처리하기 위해 동료를 자청하던 자들이 다시금 파벌을 나누는 모습이.”

1왕자의 세력이 없어졌으니, 다툼이 사라질까?

아니다.

각자의 이득에 따라 다시금 파벌이 나뉘게 된다.

국왕파와 귀족파로 나뉠 수도 있고, 나를 포함한 3공작 각각의 세력이 생길 수도 있다.

“벌써부터 재상을 중심으로 한 보수파와 새 군무대신인 카일 후작을 중심으로 한 군부 극진파가 생겨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

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미하엘 국왕은 축하의 인사를 가장해 웃어 보이며 작게 말을 이었다.

“자네가 균형을 잡아줘야겠어.”

아무래도 내 역할은 그를 국왕으로 만든 것에서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부인이 임신했다지? 그 아이에게 물려줄 파이가 크면 클수록 좋지 않겠나. 물론 왕좌는 빼고.”

그리고 미하엘 국왕은 내게 의외의 제안을 해왔다.

“자네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남부를 중심으로 대공국을 만들어 주겠네.”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

나는 2왕자가 국왕이 되면 너무 강해진 내 힘을 제한하려 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이게 내 입장에서 얼마나 큰 결심인지 알겠지?”

하지만 그의 입장에선 이게 가장 현명한 대처일지도 모르겠다.

내 힘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왕위의 도전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니.

대공국은 일반적으로 대공작이 다스리는 영토를 뜻한다.

사실 나라라기보다 영지의 개념인데, 뮤대륙의 경우엔 의미가 달랐다.

지구에선 반역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대공은 왕을 칭할 수는 없다.

그러나 뮤대륙에선 독립국의 왕이나 황제가 직접 대공에게 공왕 칭호를 인정을 해주었다.

대공국의 공왕은 속국의 국왕을 뜻하며, 독자적인 영지 하사 및 백작위 이하 귀족 임명이 가능했다.

즉, 내가 대공이 되면 다른 수행자들을 영주로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단 뜻이었다.

더불어 공왕에게 작위를 하사받은 귀족은 모국에서도 그 작위가 고스란히 인정된다.

과거에는 대공국이 몇 개나 존재했지만, 신하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다는 점 때문에 지금은 사라진 지위.

그것을 내게 먹이로 던지는 미하엘 국왕을 보면 역시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잘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러면서 미하엘 국왕은 내게 화려한 미스릴 장검을 하사해 주었다.

제법 긴 이야기에 귀족들은 의문을 표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때.

눈앞으로 네 개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공작위를 획득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3 향상됩니다.]

[200,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수행자 최초로 공작위를 획득하여 추가로 200,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백작이 되면서 10만 포인트.

추가로 변경백 되면서 10만 포인트를 얻어, 총 20만 포인트를 획득했었는데 공작은 무려 40만 포인트를 선물해 주었다.

덕분에 이번 달은 작위 보너스로만 60만 포인트를 손에 넣었다.

공작이 된 것만으로 더할 나위 없는데 이런 보너스까지.

이거 벌써부터 대기실에 입장할 때가 기대된다.

***

귀족들을 가장 간단히 힘 안 들이고 찍어누르는 방법은 역시 금력이라 생각한다.

남부의 패자이자 왕국의 3대 공작 중 한 명이며 정보길드의 주인이기도 하니,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고 볼 수 있다.

정보길드와 수익을 나누던 사업도 이젠 내 것이나 다름없고, 감히 공작의 사업을 건드리는 멍청한 귀족도 없었다.

내전으로 잠시 주춤했던 사업들은 다시 본궤도에 올랐으며, 더욱 공격적으로 확장을 거듭했다.

지구시각 7월 15일, 뮤대륙 323일차.

-쾅!

“이, 이럴 수가.”

내게 대련을 요구했던 히로시가 맥없이 패하자, 함께 자리하고 있던 1회차 수행자 모두가 말을 잃었다.

이번 대련은 마법과 스킬의 백업 없이 순수하게 오러로만 겨뤘다.

덕분에 히로시의 충격이 더욱 큰 듯 보였다.

“괜찮으세요?”

내가 내민 손을 붙잡은 히로시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히로시는 뮤대륙 시간으로 약 한 달 전에 익스퍼트 상급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최상급이 되기 위한 벽을 마주하지 못한 상태.

벽을 마주해야 공략을 시도하든가 할 텐데, 아직도 익스퍼트 상급의 초반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김선아와 독일인 발터를 포함해 6명의 1회차 수행자들이 익스퍼트 상급이 되니, 심적으로 많이 쫓기는 모양이다.

그런 와중에 내가 익스퍼트 최상급에 들어섰다고 밝히자 도움을 구하기 위해 찾아 왔다.

일단 이들도 내가 꾸준한 마스터와 전투를 통해 벽을 깬 것은 알고 있다.

물론 그 속에 7번의 죽음이 껴있다는 것까진 말 안 했지만, 나는 중요한 것은 목숨을 건 전투보다도 성장을 위한 밑바탕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히로시의 고민은 한 아이템이 있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보상으로 전투 교범 받아 보신 분.”

그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상급 보상카드의 당첨 보상 중에 ‘전투 교범’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것을 사용하면 한 달 동안 몇 배는 높은 수련 효과를 거둘 수가 있죠.”

“상급 당첨 보상이라니…….”

그에 1회차 수행자들은 하나같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이들은 아직 상급 보상 카드를 얻기도 힘든 입장인데, 설사 상급 보상카드를 얻더라도 종류가 한두 개도 아닌 데다가 원하는 보상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그냥 복권의 당첨되길 바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나도 일반적인 상급 보상 카드로는 전투 교범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말 다했지.

“그럼 회장님께선 그것을 사용하고 계십니까?”

나는 감추는 것 없이 사실대로 답했다.

“네, 요즘은 계속 쓰고 있군요.”

내 성장의 비밀을 알아낸 것은 좋지만, 그들은 확률상 구하기 힘든 전투 교범을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상 카드 중엔 선택형이 있잖아요. ‘선택형 상급 보상카드’에서 전투 교범을 얻는 거죠.”

“아…….”

선택형 보상카드를 얻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은 지구에 숨겨진 상급 던전을 찾아 클리어하는 것.

하지만 내게는 쉬운 일일지 몰라도 이들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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