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35화 (135/247)

# 135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35

62. 연예계의 하이에나(2)

“이번에 내가 보유한 수행자 지정권, 어떻게 사용할 건지 이야기 들었지?”

“어,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유명인들에게 쓸 생각이라며.”

수행자의 이미지 마케팅 겸, D-DAY날 국민들의 감정에 호소할 얼굴마담, 영웅적 행보를 이어가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유명인들을 쓸 생각이다.

“당연히 그 안엔 K팝 인기 아이돌도 포함되어 있는데, 아예 대형 기획사에 특별부서를 만들 생각이거든.”

인식이는 갑자기 그 이야기를 왜 하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나는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네가 SG엔터테인먼트 담당해 봐. 나중에 수행자 홍보 총괄자리 만들어 줄게.”

“뭐?”

뜬금없는 이야기에 인식이는 크게 당황했다.

나는 친구가 모처럼 호감을 느끼는 여성이 유명 연예인이란 이유로 위축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남의 연애사에 간섭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지만, 등을 밀어주는 것 정돈 괜찮지 않을까?

문제는 등을 밀어주는 정도가 조금 심하다는 게 문제지만.

“어차피 돈도 남아도니, 이번에 3대 기획사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여 적극 관여할 생각이거든. 일단 SG엔터 이사로 시작하자.”

“거기서 뭘 하면 되는데?”

인식이가 물음에 나는 가볍게 말했다.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연예계부터 살펴봐.”

“너 설마…….”

“응, 아이윌 매니저.”

그에 인식이는 내가 했던 말이 전부 떡밥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은 그럴싸하게 했지만, 공식적으로 자리를 이용한 밀어주기라는 것을 머리 좋은 녀석이 이해 못 할 리 없었다.

굳이 이런 일은 인식이가 아니라 업계 관계자를 끌어들이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만약 인식이가 싫다며 강하게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

“흐음.”

아무래도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인식이는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주면 더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결국, 녀석은 못 이기는 척 내 제안을 받아들었고, 바로 내일부터 매니저로 활동하기로 했다.

***

SG엔터테인먼트 압구정 사옥.

주차장에 람보R기니 차량 한 대가 들어섰다.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유리로 된 엔진룸 덮개를 보고 7억을 호가하는 아벤타도르 로드스터임을 알아챌 것이다.

슈퍼카에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람보R기니가 비싸다는 것만큼은 알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도 많이 애용하는 브랜드로 의외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 차종은 SG엔터테인먼트 압구정 사옥에선 처음 보는 것인지라 경비원들은 의문을 표하며 얌전히 주차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차량의 문의 열리며 거구의 남성이 걸어 나오자, 경비원들은 살짝 긴장하며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에 거구의 남성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오늘부터 매니저로 출근하게 된 김인식인데요.”

“아, 전달받았습니다. 저쪽 보안실로 들어가세요. 거기서 임시 출입증 받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남성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경비원들은 서로 멀뚱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매니저가 무슨 저런 차를 타고 다녀?”

“집안이 부잔가 보지. 옷들도 전부 명품인 거 같던데.”

6억이 넘는 차를 일시불로 살 필요가 없는지라 수행자들은 할부로 슈퍼카를 구입해 많이 끌고 다닌다.

어차피 나중에 누릴 수 없는 혜택일 수도 있는 데다가 항상 피 터지게 싸우는 입장이다 보니 살아오면서 해본 적 없는 낭비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돈이야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고 연맹에서도 활동자금 명목으로 수억씩 분배하니, 부족할 일은 없었다.

더구나 수행자에겐 보상카드도 있지 않은가.

이제 3회차 수행자들도 뮤대륙에서 활동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만큼 보상카드로 얻는 부수적인 수입도 상당했다.

당연히 속사정을 모르는 경비원들 입장에서 인식이의 존재는 미스터리로 느껴질만 하다.

덕분에 7억대 람보R기니를 타고 출근한 신입 매니저의 존재는 기획사에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

***

SG의 대표 걸그룹 아이윌은 원래부터 정상급의 인기 아이돌이었으나, 최근 기세는 그야말로 절정이라 할 수 있다.

TV를 켜도, 인터넷 서핑을 해도, 잡지를 보아도 아이윌의 멤버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더구나 찍는 광고들도 하나같이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여 마치 재계 전체가 그녀들을 밀어주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급화 전략이란 것도 상황이 받쳐줘야 하는 것인데, 아이윌에게 비싼 몸값을 유지할 수 있는 일들이 끊이질 않고 쏟아지니, 업계에선 SG의 영업력을 재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아이윌의 독보적인 처우는 업계에서 논란이 일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연예계에선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으라고 인기를 얻으면 제대로 잠도 못 잘 만큼 아이돌을 혹사시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아이윌은 밤 10부터 아침 8시까지의 휴식시간은 무조건 맞춰주고 있으며, 만약 이 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일은 아예 받질 않았다.

아주 배가 불렀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고급화 전략이라 해도 아이윌의 업무 방식은 경쟁자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수준.

그럼에도 굵직한 일이 계속 이어지니, 업계의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 어떻건 아이윌 멤버들 입장에선 하루하루가 꿈과 같은 나날.

그런데 어째서인지 최주아는 요즘 따라 사색에 잠기는 일이 많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냐.”

잠시 오러를 수련하고 있던 주아는 그룹의 메인 보컬이자 언니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시아’의 물음에 크게 손을 내저으며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에 시아를 포함한 멤버들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뭐든 고민 있으면 말해.”

“맞아, 같이 고생해서 데뷔했는데, 걱정이 있으면 나눠야지.”

“고마워, 그런데 정말 괜찮아.”

“진짜?”

“그렇다니까.”

아이윌은 멤버가 5명으로 요즘 걸그룹 치곤 그리 많다고 볼 순 없다.

그래서인지 서로 사이가 굉장히 돈독했으며, 그룹 내부에 파벌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요즘 자신들에게 일어난 변화에 주아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지만, 모두 내색하지 않고 이전과 다름없이 그녀를 대해 주었다.

“맞다. 오늘부터 매니저 한 분이 추가된다는데?”

아이윌은 특이하게 그룹에 리더가 없다.

이는 멤버들 간에 상하구분을 나누지 않기 위함인데, 멤버 중 가장 연장자인 ‘진아’는 리더는 아니어도 멤버 사이에선 거의 리더 취급을 받고 있었다.

갑작스런 진아의 이야기가 금시초문인지 모두들 의문을 표했고, 새로운 매니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로드 매니저?”

“아니, 경호 겸 메디컬 담당이라고 하던데?”

“뭐야, 그게?”

그런데 경호 겸 메디컬 담당이라는 희한한 매니저의 배치에 주아는 다른 멤버들보다 더 큰 의문을 표해야 했다.

아이윌은 수행자 연맹의 백업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런 와중에 이해할 수 없는 인선이 끼어드는 것은 그녀 입장에서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게 분명하다.

“전부 모여 있구나. 잘됐네. 음방가기 전에 오늘부터 함께할 새로온 매니저님 소개시켜 줄게.”

하지만 이어진 새 매니저와의 대면에 주아는 크게 당황했다.

“반갑습니다. 김인식입니다.”

아무리 봐도 매니저로 보이지 않는 모습.

덩치는 매니저에 적합하나, 입고 있는 복장이나 시계 등이 현장 일을 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 매니저 일을 하다 보면 옷이 찢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겁 없이 저런 복장으로 나타난 게 딱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잠시 인식이는 눈이 주아에게 향했으나, 아는 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고민해야 했다.

“김 매니저님께선 한동안 동행하면 일을 살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업무 중 문제가 생기면 바로 제게 연락 주십시오.”

“네. 고맙습니다.”

SG엔터테인먼트의 전무가 왜 직접 매니저 소개를 해주는지 모르겠지만, 새 매니저에게 공손하게 행동하는 모습에 모두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뭐지?”

서로 귓속말을 나뉘며 인식이를 살피는 멤버들.

인식이는 긴장한 표정으로 입구 쪽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멤버들의 시선에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결국, 한숨을 내쉰 주아가 멤버들에게 말했다.

“아는 사람이야. 그것도 꽤 친한 사이.”

“뭐?”

그리고 사적으로 나름 친한 사이임을 밝히자 멤버들은 황당하단 반응을 보였다.

“아는 척해도 돼?”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소심한 모습.

주아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지듯이 물었다.

그에 지훈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달받은 그녀는 머리를 긁적여야 했다.

그녀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인식이 자신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아도 그런 인식이가 싫지만은 않았는데, 그녀는 모든 것을 떠나 현재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연애는 조금 더 뒤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있었다.

‘지훈 님이 인식 오빠의 감정을 알고 장난질을 친 게 분명해.’

적어도 인식은 이렇게 꾀를 쓰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주아의 복잡한 표정에 인식은 어색한 반응을 보였고, 그녀는 그런 인식을 잡아끌며 멤버들에게 다시금 소개를 시켰다.

덕분에 인식이는 하루 종일 멤버들에게 호구조사를 당하면서 둘이 무슨 사이인지를 추궁당해야 했다.

***

세상 어디에든 안하무인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잘난 외모로 여기저기서 떠받들어 주다 보면 진짜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연예계에선 제법 흔한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것을 가리켜 ‘연예인 병’이라 칭하는데, 대형 기획사에선 인성교육에도 많이 신경 쓰지만, 소규모 기획사에선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한 연예인의 의존도가 높은 기획사의 경우 못난 부모처럼 소속 연예인을 오냐오냐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중증 연예인 병에 소규모 기획사가 더해지게 되면 가끔 예상치 못한 참사가 벌어지곤 했다.

인식은 대기실 밖이 시끄럽자 뭔 일인가 싶어 출입구 쪽으로 다가갔는데, 주아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신경쓰지 말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어찌 신경이 안 쓰이겠는가.

인식이는 문을 열어 슬쩍 바깥을 살폈고, 곧 난감한 표정으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SG의 매니저와 아이돌로 보이는 무대 의상 차림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내가 간다는데 무슨 권리로 막는 겁니까?”

“그럼, 제가 비켜줘야 할 권리도 없죠.”

“아, 진짜 매니저 주제에 겁나 걸리적거리네.”

몸싸움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랑이에 결국 인식이 나섰고, 무슨 일이냐고 묻었다.

그가 이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SG의 매니저들은 조심스레 말했다.

“자꾸 저희 애들에게 접근을 해서요. 그리고 계속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제안까지 해서.”

“누구한테요?”

“주아요.”

세상에 별 특이한 사람이 다 있구나 생각했던, 인식은 이어진 매니저의 대답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인식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돌아가시죠.”

“내가 왜요?”

“아이윌은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같은 연예계 동료끼리 대화도 못 합니까? 왜 이렇게 막아대는 거야?”

결국, 인식도 실랑이에 휘말려 어떻게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 남성의 벨트를 움켜쥐며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장바구니 들듯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뭐, 뭐야? 이 새끼야! 안 놔?!”

인식은 길게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듯, 복도 끝까지 그를 들고 가서 소파에 던졌다.

“쉬세요.”

우스꽝스런 모습에 수많은 동료 가수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 속엔 아이윌의 멤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남자는 얼굴을 붉힌 채 도망쳐 버렸으나, 인식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태연하게 멤버들을 대기실로 이동시켰다.

“괜찮겠어요?”

아이윌의 진아가 걱정스레 묻자 인식은 문제없다며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이 어찌나 듬직한지, 멤버들은 인식을 다시 보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쫓겨났던 그 남자 연예인은 그대로 쉬이 물러나지 않았는데, 결국 사태를 크게 키워 소란을 만들었다.

음악 방송에서 아이윌의 리허설이 끝나고 대기실에 돌아오니, 경찰이 와 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서요.”

인식은 연예계 생활이 생각 이상으로 스펙타클한 것 같다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뒤에서 비웃음을 흘리고 있는 이름도 모르는 남자 연예인을 보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곧 연락이 올 겁니다.”

경찰들은 뜬금없이 뭔 소린가 싶어 미간을 좁혔으나, 잠시 후 그들에게 당혹스런 명령이 전달 되었다.

오히려 신고자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말이다.

“뭐, 뭐야? 당신들 미쳤어?”

영문은 모르겠지만, 경찰들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오히려 신고자를 체포했고 인식은 끌려가는 남자 연예인을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인식이 상쾌하단 표정으로 주아에게 엄지손가락을 펼치자, 아이윌의 멤버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주아에게 찝쩍거리던 남자 아이돌은 두 번 다시 연예계에서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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