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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33화 (133/247)

# 133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33

61. 빠른 성장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케일론 왕국 남부 연합군 작전 사령실.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어오는 귀족들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였다.

“별것 아닙니다.”

완전히 정신을 다른 곳에 팔려 있었지만, 누구도 내 말을 트집 잡지 못했다.

이제 나는 어엿한 케일론 왕국의 실세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작위는 백작이지만, 영지의 군사력은 2왕자파 두 공작의 아래가 아니었다.

이번 정보 길드 사태를 계기로 아군들과의 관계가 살짝 삐그덕 대긴 했지만, 정보 길드를 이용하기 위해선 내 기분에 맞춰야 하는 만큼 위세는 더욱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남작이나 자작위 귀족들이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현재 우리는 케일론 왕국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서부에 들어선 상태로, 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분할 할지 아니면 집중할지를 두고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병사 4만5천.

이 중 1만5천은 내 영지군이고 1만은 수도방위군에 고용된 베르트 상회 소속 용병들이었으며, 나머지 2만이 남부 귀족들의 영지군이다.

그런데 남부 귀족들의 영지군은 말이 좋아 병력 2만이지, 단순히 숫자 맞추기 용으로 창 하나에 나무방패만 든 병사가 절반이 넘었다.

그나마 죽창을 안 든 게 어디냐 만은 내가 보유한 병력과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무장이라도 시켜 주고 싶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괜히 내 돈으로 남이 공을 세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세 개로 나누죠.”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나는 태연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여러분의 영지군이 1군, 내 영지군이 2군, 수도방위군의 파견병력이 3군으로 말입니다.”

“3군의 병력이 너무 적지 않습니까?”

내가 보기엔 3군은 숫자는 적지만 무장이 빈약한 1군 정돈 충분히 쓸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급물자 관리 겸 지원병력입니다.”

“아, 그렇군요.”

“1군은 다섯 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서로 의견을 잘 조율해서 병력을 운용하도록 하세요.”

“네? 그래도 됩니까?”

“이쪽은 혼자인 게 편하고, 여러분은 내 눈치를 안 봐서 좋잖아요?”

직설적인 대답에 다섯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내 그들은 자신들이 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절대 그렇지 않다며 손을 내저었지만, 이미 볼 거 다 본 후다.

나는 그들의 반응을 무시하며 지도를 펼쳤고, 귀족들에게 원하는 곳을 선택하게끔 했다.

“그럼 저흰 테론 자작령을 시작으로 남서부를 방면의 지원을…….”

그들이 선택한 것은 비교적 안전하고 소규모 영지들이 밀집된 지역이었다.

서부엔 백작위 이상의 귀족도 6명이나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중북부에 포진되어 있었으며, 1왕자 진영인 북부와 가까운 만큼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택하고도 너무 속 보인다 생각했는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나는 신경 안 쓴다며 좋을 대로 하라고 했다.

“그럼 나는 중서부 페이튼 백작령을 시작으로 북서부 방면으로 진격하겠습니다. 그리고 보급거점은 페이튼 백작령 인근 체이서 자작령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보급라인은 나와 가까웠지만, 그들은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이 이상 욕심을 부리면 내게 찍힐 것이 분명했으니까.

“알겠습니다.”

사실 이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정보 길드를 장악한 나는 남서부 방면에 왕국 군 정예들이 배치되었음을 사전에 파악한 상태였다.

왕국군은 현재 1왕자파의 주력으로 총사령관인 크리산트 공작의 충실한 부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즉, 어느 쪽을 선택하든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란 것.

그래서 이들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고, 5명은 좋다고 그곳을 선택했다.

인근 2왕자파 귀족들과 협력하면 쉽게 패하진 않겠지만, 아마 꽤나 고생할 것이다.

* * *

1왕자 도미니크는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를 내질렀다.

“왜 고작 1만5천의 군대를 못 막는 것이야!”

현재 북부와 중부는 서로 눈싸움만 벌일 뿐 어느 한쪽이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

병력은 15만 대 9만으로 북부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공선전을 치르게 된다면 쉬이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든 차이였다.

그리고 단순한 숫자는 북부가 많을지 몰라도, 중부엔 왕국 최고의 정예군인 근위병이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 로엘 제국이 자신을 지지하며 소드마스터를 내어줬을 때만 해도, 이번 전쟁은 쉽게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병력 수도 약 5할이 더 많은 데다가 무려 소드마스터가 두 명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호각이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은 자신들이 밀리고 있었다.

서부는 혼재 지역이라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은 1왕자파 세력이 우위에 있었다.

왕국군 정예 3만에 소드마스터 테라시아 후작도 배치가 된 상태인데, 누가 밀릴 것이라 생각했겠는가.

그런데 서부가 지훈의 개입으로 밀리기 시작하니, 전략적 우위 자체가 흔들렸다.

“테라시아 후작이 마스터이긴 한 것인가!? 어찌 어중간한 마검사 하나를 잡지 못하냔 말이야!”

아무리 지훈의 영지군이 근위병을 상회하는 전투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마스터가 제대로 활약을 해준다면 밀릴 이유가 절대 없었다.

하지만 테라시아 후작은 번번이 지훈에게 묶였고,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채, 10개가 넘는 영지가 함락되고 말았다.

값비싼 스크롤을 마구 남발하고 죽여도 죽여도 손실을 메꾸는 지훈의 군대를 일반 영지군으로 막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1왕자도 값비싼 스크롤을 지급했으나 상대는 돈이 썩어나는지, 공격용 스크롤뿐 아니라, 방어용 마법 스크롤까지 배치가 되어 있는 바람에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까지 지훈이 스크롤에 사용한 돈만, 케일론 왕국 1년 예산에 버금갈 것이다.

“부관들은 뭘 하는 게야! 어서 이 졸전을 타파할 계획을 내지 않고!”

가뜩이나 붉은 눈동자가 스트레스 때문에 핏물이 흘러나올 것처럼 더욱 붉게 빛났다.

배포가 크고 자기 사람을 아낄 줄 아는 인물이라 평가받던 1왕자와 어울리지 않는 히스테리.

“진정하세요. 폐하.”

그에 케일론 왕국의 소드 마스터이자, 1왕자의 외조부인 크리산트 공작이 나서 그를 진정 시켰다.

덕분에 씩씩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1왕자가 심호흡과 함께 머리를 쓸어 넘겼다.

“내가 폐하라 불릴 자격이 있겠습니까. 이대로 서부가 미하엘의 수중의 떨어지게 된다면, 병력의 우위도 뒤집히게 될 겁니다. 우린 전쟁에 지는 것이죠.”

크리산트 공작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네?”

“총공세를 하도록 하죠. 모든 병력을 한데 모아 수도로 진격하는 겁니다.”

“음…….”

전장을 여럿으로 쪼개서 그렇지, 전체 병력의 우위는 분명 자신들에게 있다.

“테라시아 후작이 번번히 베르트 백작에게 덜미가 잡히고 있지만, 이는 테라시아 후작이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의 말대로 분명 전력상 우위는 시종일관 테라시아 후작에게 있으나, 지훈은 최대한 방어 위주로 시간을 끌고 있었다.

트롤을 상회하는 급속회복 능력과 20개가 넘는 엘릭서가 있기에 죽음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었다.

“대인 전투 능력이 마스터보다 떨어지는 대마법사와 버티기밖에 못하는 반쪽짜리를 상대로 굳이 따로 발이 묶여있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와 테라시아 후작이 힘을 합치는 편이 더욱 효과적일 겁니다.”

크리산트 공작이 1왕자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대마법사의 빈집털이 때문이며.

엠브리오 공작도 2왕자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소드 마스터의 빈집털이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테라시아 후작과 지훈만 피 터지게 싸우는 것이었다.

로엘 제국에서 소드마스터를 더 빌려주면 좋겠지만, 테라시아 후작이 고전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그를 불러들이려 하고 있었다.

절대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어쩔 수 없군요.”

현재 상황에서 가장 유효한 수단이자,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전투를 진행하는 방법이었다.

결국, 1왕자는 크리산트 공작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길게 갈 수도 있던 케일론 왕국의 내전이 예정보다 빨리 끝날 것을 예고했다.

* * *

“빌어먹을 자식!”

-쾅! 콰아앙!

테라시아 후작이 악에 받친 표정으로 에페 두 자루를 양손에 쥔 채 무섭게 공격을 쏟아냈다.

나는 복잡하게 날아드는 공격을 단검 두 자루로 끊어치며 유효타를 막았다.

-콰직.

오러블레이드의 반발력을 힘으로 버티다 보니, 근육이 뒤틀리고, 뼈가 부러지는 것은 다반사지만, 나는 무서운 회복능력에 포션빨까지 세우면서 계속해서 버텨냈다.

“스승님 덕분에 살맛 납니다!”

“누가 스승이냐, 개자식아!”

요 며칠 사이 입이 굉장히 험해진 테라시아 후작이었다.

잠재력 향상 스킬과 전투 교범의 중복효과 덕이기도 하지만, 소드마스터와 목숨을 건 전투를 계속해서 이어가다 보니, 나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덕분에 얼마 전에 익스퍼트 상급을 찍었는데, 벌써 익스퍼트 최상급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며, 마법도 6서클을 시야에 담은 상태였다.

어쩌다 보니, 마법보다 오러의 경지가 높아져 버렸다.

비록 그 차이가 근소하다지만, 이렇게 빠른 성장을 거듭하니 목숨을 건 전투에서도 겁 없이 그를 도발하는 경지에 다다랐다.

물론, 테라시아 후작 덕분에 지금까지 무려 7번이나 죽음을 경험했지만 말이다.

이번에 엘릭서를 넉넉하게 구비 해두지 않았다면 이런 식으로 테라시아 후작의 앞을 막아서지 못했을 것이다.

-와아아아아!

“어이쿠 스승님, 코렐 자작령이 함락되었네요.”

“빌어먹을!”

오늘 역시 어제와 같은 패턴으로 전투가 끝이 나자, 잘 정돈된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린 테라시아 후작이 뒤로 물러나며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반드시 죽인다.”

이 대사를 몇 번째 듣는 건지.

나는 전장을 벗어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의 덕분에 빠른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젠 정말 친밀하게 느껴졌다.

“이 개새…….”

-팟!

이 또한 몇 번째 거듭되는 장면.

나는 테라시아 후작이 사라지자,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클로이에게 전해 듣기로 테라시아 후작은 신사적이던 처음과 달리 많이 포악해졌다고 한다.

덕분에 입을 잘못 놀려 목이 베인 사람이 수십에 달한다고.

하긴 그의 입장에서 짜증이 날만도 할 것이다.

즉사의 공격에도 죽지 않고, 자잘한 부상은 즉시 회복하며, 틈만 보이면 스크롤로 큰 마법을 날려대니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덕분에 그의 스트레스는 상당했고, 심력 소모가 커서인지 많이 지친 듯 보였다.

오히려 나는 중간중간 살기 위해 엘릭서를 사용한 덕분에 컨디션은 절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익스퍼트 최상급을 찍으면 지칠 대로 지친 그를 쓰러뜨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다음 전투에서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

“뭐? 총공세?”

하지만 인생사라는 게 매번 그러하듯, 내가 바라는 대로만 시나리오가 이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훈 님 덕에 서부지역이 밀리면서 애가 탔던 모양입니다. 테라시아 후작이 크리산트 공작과 함께 1왕자 곁에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내전을 끝을 고하는 정보에 나는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클로이에 이어 다급하게 전달된 2왕자의 부름에 나는 군대의 진군 방향을 수도로 돌려야 했다.

“오오! 베르트 백작 와주었는가.”

병사들은 도보로 이동시키고 나는 기사단과 먼저 텔레포트로 왕성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건지, 왕성 텔레포트 게이트에 2왕자가 마중 나와 있었다.

버선발로 마중 나온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정보 길드 사태로 사이가 살짝 껄끄러워진 느낌이었지만, 이번 전쟁에서의 내 활약은 모든 것을 용서할 정도였으니 이리 반기는 것도 당연했다.

“폐하를 뵙습니다.”

그는 정식으로 즉위하진 않았지만, 2왕자 진영의 모든 귀족이 그렇게 불러서 나도 그냥 그를 국왕으로 대했다.

“상황은 그리 좋지 않네.”

아무리 활약을 해도 애초에 군사적 전력은 우리 쪽이 열세였다.

솔직한 2왕자의 감상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자신 있게 답했다.

“하지만 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에 2왕자는 너무도 든든하단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데, 아무래도 그는 내 말을 포부 정도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의외로 해결방법은 간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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