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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32화 (132/247)

# 132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31

60. 지구의 이면(2)

우리가 놀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는 것.

즉, 이곳이 뮤대륙과 같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예전에 보물지도로 뮤대륙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비밀 구역이 ‘아틀란티스’란 친숙한 이름을 달고 지구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혹시 이번에 이상 지형이 생기면서 추가된 걸까요?”

“글쎄요. 이상 지형에선 이런 메시지가 안 떠올랐는데.”

지금 상황에서 확실한 뭐라 대답할 수 없다.

정보가 워낙 제한적이었으니.

우린 미니맵을 연 채로 공동을 살폈다.

공동의 규모 또한 이블랜드에서 보았던 용인족의 지하도시와 비슷했다.

뮤대륙과 다른 점이라면 인공태양이 시설물이 아닌, 라이트 마법을 크게 키운 것 같은 거대 구체가 천장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우리 눈에 들어온 풍경은 메마른 폐허가 아닌, 물과 녹음이 어우러진 자연의 도시였다.

중심에 거대한 호수가 위치해 있었는데, 물은 놀라우리만큼 투명했으며 곳곳에 백사장이 깔려있었다.

호수를 중심으로 공동 전체가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있었는데, 자연 속에 도시 구역이 잘 나뉘어 있어서 조화를 이뤘다.

우리는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을 감춘 채 아틀란티스B를 관찰했다.

“엄청 많아.”

봉봉이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긍정했다.

이블랜드에서 발견했던 지하도시는 무언가에 공격을 당한 듯 철저히 파괴돼서 멸망한 모습이었다면, 이곳은 아직까지 살아있는 도시였다.

도시의 거주민들 또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고, 마력탐색 스킬을 사용하면 도시뿐만 아니라 숲속에서도 상당한 숫자의 마력이 느껴졌다.

이런 공간이 어떻게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걸까?

이곳만 마력의 농도가 짙은 이유는 뭘까?

신비로운 도시를 살피면 살필수록 감탄과 경외심이 생겨난다.

천장이 있지만, 이곳은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세계였다.

‘아틀란티스B라는 건 A나 C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이름을 지을 리가 없겠지.

혼자 자문자답을 하며 허공을 유형하던 나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며 멈춰섰다.

그리고 우리 눈앞 건장한 체구의 남성 세 명이 공중에 색이 입혀지듯 나타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로브로 감춰진 외형이 인간과 상당히 달랐다.

“뭐하는 놈들이냐?”

모습을 감춘 게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투명화 마법을 해제했다.

“갑작스런 침입을 용서해 주시길. 저는 수행자 연맹이란 단체의 대표를 맞고 있는 조지훈이라고 합니다. 여기는 제 동료인 김선아와 봉봉이입니다.”

내 태도는 굉장히 공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테라시아 후작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짜고짜 공격해 온 게 아니라 말을 걸어왔다는 것.

대화가 통하는 상대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최대한 상대의 기분을 헤치지 않게 사근사근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레 행동했다.

“이곳은 어떻게 찾아 왔지?”

“베네수엘라 전체를 탐색하다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장소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죠. 그저 던전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이런 거대 도시가 나올 거라곤…….”

지금 이들과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끔 준비를 하고, 사고 가속의 속도를 최대로 끌어 올렸다.

“던전? 무슨 농담을.”

“마력을 사용할 줄 아는 것도 그렇고, 우리가 아는 지상인과 많이 다른데?”

“혹시 그 인간들 아닌가? 디아나가 베네수엘라 대통령궁에서 만났다는 특수한 인간.”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는데 마지막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이곳이 대통령궁에서 만났던 여성과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아무래도 수행자와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무관한 듯 보였다.

“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한 말이 사실인가? 지구에 이변이 생기고 있다는 거.”

그렇다고 답해도 되지만, 나는 굳이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슬쩍 시선을 돌려 미니맵을 살피니, 이들은 선명하게 붉은 점으로 표기가 되었다.

즉, 세 사람은 언제든지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입장이란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꼬마는 인간이 아니군.”

그렇게 침입자라 할 수 있는 우릴 앞에 두고 자기들끼리 열띤 토론을 하다가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봉봉이에게 향했다.

그에 봉봉이는 내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고,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제 딸입니다.”

27살인 나의 딸이라기엔 지나치게 큰 면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아빠란 말을 계속 들으며 씨앗일 때부터 키우다 보니, 봉봉이에 대한 애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지, 느껴지는 기운을 보아 신수군.”

나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봉봉이의 존재 때문인지 이들은 더욱 이 우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렇게 대치할 게 아니라, 제대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떨까요?”

이들은 망설임은 우리의 생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가지 선택지를 더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세 사람은 내 말을 불편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래 보여도 주요국가 정상들과 매일같이 회의를 해서 나름 발언력이 있는 편이거든요.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떠든 내용에 제 이름도 들어 있죠. 여러분께선 지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원하시면 정보 제공도 해드리겠습니다.”

“음…….”

무엇을 피해 이곳에 숨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들 입장에서 현재 지상의 인간들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존재일 것이다.

당장 이들을 몬스터 취급하고 이 도시를 위협으로 여긴다면, 핵탄두 한 방에 날려 버릴 수도 있으니.

이곳은 뮤대륙이 아닌 지구가 아닌가.

비록 이 장소만큼은 뮤대륙과 환경이 같다 하더라도 파괴하기로 마음먹으면 수단은 얼마든지 있었다.

“아무래도 디아나를 처벌해야겠어.”

“그러게 그 녀석이 이들을 끌어들인 듯하니.”

작게 한숨을 내쉰 거구의 사내들은 자신들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분위기를 보아, 얼마든지 도망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더군. 아닌가.”

정확하게 내 상황을 눈치챈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섣불리 공격하지 못한 것 같다.

확실히 내가 공격을 받고 도망친다면, 이들은 결코 평화로움을 만끽하지 못했을 테니.

무언은 곧 긍정.

내가 말없이 영업용 미소를 띠자 그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군.”

그럴 수밖에.

그동안 누군가가 이곳을 찾아 왔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따라 도시가 아닌, 한적한 숲속에 위치한 사원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사원에 곳곳에 진열된 조각상이 어째 눈에 익다?

그건 바로 뮤대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이아의 조각상이었다.

“가이아 여신?”

내 물음에 검은 로브 차림의 남성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니, 우리 아틀란티스의 마지막 황제인 오스카님이지.”

오스카?

나는 그 이름이 일전에 몽크와 성기사와 싸웠던 지하신전에서 들었던 것임을 기억해내며 미간을 좁혔다.

지하신전의 보스들은 나를 오스카의 사도라 칭하며 강력한 증오심을 불태웠었다.

“이쪽으로.”

뭔가 설정이 꼬인 느낌.

하지만 나는 괜한 추론에 심력 소모를 하지 않고, 지금 상황에 집중했다.

혹시라도 이들이 방심을 틈타 공격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우리가 안내된 장소는 벽 한쪽이 뻥 뚫려서, 수풀의 향기가 가득한 방이었다.

그 중심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들은 로브 자락을 젖혔고, 인간을 기준으로 잘생겼다는 말이 절로 나올 외모가 드러났다.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

솔직히 외형은 괴물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했다.

이유는 로브 위로 선명하게 티가 나던 뿔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의 외형은 인간과 다름이 없었고, 뿔 두 개만이 솟아 있을 뿐이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묘하게 익숙한 외형.

잠시 후, 나는 무기를 만드는데 썼던 어느 소재를 떠올렸다.

“용인족?”

그 혼잣말에 세 남성은 나보다 더욱 크게 놀라며 두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검은 색이던 눈동자가 붉게 빛이 났는데, 금방이라도 공격해 올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자, 손을 내저으며 급히 말했다.

“우리 수행자들은 지구 외에 뮤대륙이란 곳을 오갈 수 있습니다. 그 뮤대륙에서 이런 지하도시와 같은 폐허를 발견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용인족의 유골을 많이 접했거든요.”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아공간에 있는 무기들을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 이상 분위기가 나빠질 것 같지 않아서, 용인족의 뼈로 만들어진 장검을 보여주었다.

내게서 검을 받아든 이들은 그것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이내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이, 이건?”

“제가 말했던 유적에서 발견된 유골들로 만든 무기죠. 유골을 건드렸다고 불쾌해하실 수도 있지만, 뮤대륙이란 곳에선 같은 인간의 가죽으로도 마법서를 만듭니다. 그곳에선 흔한 일이거든요.”

나는 괜히 주저리주저리 합리화를 했지만, 그들은 뼈를 무기로 만든 것 자체에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그 도시의 이름이 뭐였는지 아나?”

“분명 카테라라 불렸던 것으로 압니다.”

“카테라…….”

하지만 카테라란 말에는 모두들 의문을 표했다.

“그 카테라에 왕성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국이란 칭호에 왕성이란 게 뭔가 안 맞는 느낌.

그들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 왕성 서재에서 얻은 책들이 있긴 한데.”

뮤대륙에서 모든 언어가 번역되는 것과 달리 그때 서재에서 얻은 책들은 볼 수가 없었다.

언어학자들에게도 번역을 의뢰해봤지만, 모두가 알아보지 못해 지금은 내 아공간 구석에 쌓여 있는 상태였다.

내가 아공간에서 서적 하나를 꺼내 건네주자, 그들은 하나같이 감탄사를 터뜨리며 반가워했다.

“고어군.”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이들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일단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린 듯해서 안도했다.

“침입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떠면 자네들이 아틀란티스를 찾은 것은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어.”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이들을 통해 감춰졌던 사실을 알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좋아, 무례했던 태도를 용서해 주게나. 우리 아틀란티스는 자네들을 손님으로 맞이하겠네.”

***

전설에 의하면 아틀란티스는 북대서양에 위치했으며 오세아니아에 버금가는 대륙이었다고 한다.

아틀란티스는 신조차 질투할 만큼 완벽한 국가였으나, 국민들의 타락과 끝없는 전쟁에 신벌이 내려지면서 바닷속에 가라앉았다.

당연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이것은 소설이나 다름없는 주장이다.

아틀란티스 대륙의 존재를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해도, 대부분 전설로만 치부했으며, 1만 년 전에 그런 고도의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었다.

아틀란티스는 실존했고, 고도로 발전된 문명을 갖고 있었다.

다만 아틀란티스의 주민이 인간이 아니었을 뿐이다.

용인족의 대화로 지구의 비사를 알게 되었지만, 그들도 뮤대륙과 지구의 연관성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내가 건네준 자료를 분석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료에 적인 문자는 지금의 용인족 조차 사용하지 않는 고어였고, 해석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용인족이 지구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뮤대륙과 연관성이 있음을 뜻하는 증거였으며, 뮤대륙에 흔히 알려진 가이아 여신의 존재도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어쨌든 나는 용인족과 나쁘지 않은 관계를 갖게 되었으며, 그들의 부탁에 따라 외부로 아틀란티스를 알리지 않는 대신 정기적인 왕래를 허락받았다.

아틀란티스B에는 총 5천 명의 용인족이 거주하고 있다.

용인족은 성인만 되면 한명 한명이 굉장히 강력한 힘을 지닌 전사였기에 이들이 우리를 도와만 준다면 D-DAY 대비가 더욱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국제적인 지원을 약속으로 협력을 제안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민해 보겠다는 애매한 대답뿐이었다.

용인족의 뼈와 뿔이라도 구할 수만 있으면 좋을 텐데, 그들은 아틀란티스의 물건을 무엇하나 반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아무래도 이들과의 친밀도를 향상 시키는 것이 먼저 일 듯하다.

‘그래, 적이 아닌 게 어디야?’

그들 보유한 소드 마스터급의 전력이 어느 정도 일지 예측도 되지 않았다.

용인족을 적대시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큰 만큼, 끈기를 갖고 끊임없이 교류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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