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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131화 (131/247)

# 131

꿈 속 퀘스트 보상은 현실에서 131

60. 지구의 이면

현재 베네수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끔찍한 인플레이션으로 가난에 찌든 국민들의 모습이다.

인기몰이에만 급급한 정치인 한 명이 얼마나 나라를 말아먹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나라를 망치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라 볼 수 있다.

당연하지만 현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으며, 그런데도 대통령은 권력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결국, 대규모 쿠데타가 일어날 기미가 보이자 베네수엘라 차드로 대통령은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국제적 극비사항인 D-DAY에 대한 정보를 내보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연히 그 속에는 이란 사태와 패러사이트 사태, 이번 중동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무장단체와 연합군 전쟁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고, 지훈과 수행자 연맹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국민 대부분은 차드로 대통령의 황당무계한 발언을 믿지 않았지만, 나라의 경제가 무너졌음에도 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 국민이 무려 20%나 되었기에 논란은 크게 확산되었다.

아직 기밀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정보인지라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에선 해당 내용의 유포를 통제했지만, 아무리 숨긴다 해도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한 주변 국가로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차드로 대통령 입장에선 나름 성공적인 시선 끌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능한 정치인 옆에 유능한 부하는 없는 걸까?

대책 없는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한 대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베네수엘라에 최악의 악몽을 선사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무역 제재라니?”

“정확하게 성명을 낸 국가는 없지만,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 FYP(패러사이트)의 감염 가능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의 선박과 항공기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주요 국가에서 베네수엘라에 체류하고 있는 자국민들을 강제적으로 귀국시키고 있으며, 여행과 수출입 모두 막힌 상태입니다.”

“그 말은 완전히 국가가 봉쇄되었다는 거야?”

“애석하게도 그렇습니다.”

분명 문제가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문제라는 것은 항의 또는 자신의 퇴진 요구 정도라 생각했지, 이렇게까지 대대적인 제재를 해올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설마 국민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차드로 대통령은 당황한 표정으로 이유를 따지기 위해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연락했다.

-이런 병신 같은 선택을 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이제 당신과는 할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콜롬비아 대통령은 막말을 내뱉으며 전화를 끊어 버렸고, 이후 여러 국가 정상과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D-DAY를 대비한 정상 회의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음.”

그때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걸까?

미국을 상대로 아무렇지 않게 막말을 내뱉던 차드로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지고, 주변 관료들은 그의 눈치만 살폈다.

이때, 지훈은 한국에서 차드로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으나….

“일단 공개적으로 비난 성명을 내지, 국민들의 분노를 외부로 돌리는 데 효과적이겠어. 당혹스럽지만 이걸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정치인의 능력인 거지.”

지금 그는 자신의 안위 빼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

“방구석 여포라는 게 이런 건가?”

내 혼잣말에 김선아가 말했다.

“정말 쓰레기군요. 국가의 위기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으니.”

철저하게 베네수엘라의 정보를 차단하고 있음에도 이야기가 알음알음 퍼지자, 우리는 차드로 대통령의 이야기를 조롱하며 토픽으로 다뤘다.

지금 차드로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은 그의 신봉자들뿐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도 긴가민가한데, 이미지 최악인 그가 세상의 진실을 들춰봤자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뿐이다.

“제거하실 겁니까?”

“아뇨, 꼭두각시로 만들려고요. 당장 그가 죽어봤자, 지지자들을 날뛰게 할 뿐이니까요.”

나는 김선아에게 약통을 보며 주곤 빙긋 웃었다.

그건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훈을 옭아맨 타임데스란 약이었다.

“그렇군요.”

현재 우린 베네수엘라의 수도인 카라카스를 거닐고 있다.

의외인 것은 도시 분위기가 예상보다 평온하단 건데, 곳곳에 노숙자와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처참한 광경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얼굴을 스킬을 이용해 히스패닉 계열로 바꿨지만, 김선아는 선글라스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가 동양인이란 것을 못 알아볼 수준이 아닌지라, 여기저기서 시선이 느껴졌고, 몇몇 아이들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이미 한번 도와주면 끝없이 달려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우린 애써 아이들을 무시했다.

“저곳이 대통령 궁입니다.”

곁에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2회차 수행자 3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베네수엘라 수행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스페인이나, 멕시코 등 에스파냐어권 국가로 귀화한 상태다.

“대통령궁은 국가의 어려움과는 관계가 없는 모양이군요.”

나는 화려하게 꾸며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궁을 보며 혀를 찼다.

그에 이 나라 출신 수행자들이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베네수엘라가 망하게 된 이유는 대통령의 잘못이라고만 볼 수 없다.

베네수엘라는 직접 민주주의라 하여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해 정책을 결정했고, 그것을 그대로 통과시키며 국민들의 무리한 요구에 맞추다 보니, 경제가 파탄이 나버렸다.

국민들의 요구 중 가장 황당했던 것이 큰 부를 쌓은 석유 재벌을 처벌해 달라던 것.

그리고 석유재벌들의 사업체를 국유화시켜 거기서 발생한 이익을 무상복지에 써달라고 했고, 대통령이 아무생각 없이 이에 응하면서 나라가 기운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부채질하긴 했지만, 베네수엘라의 지금 모습은 국민들의 몽매함이 낳은 결과물이라 볼 수도 있었다.

물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차드로 대통령에겐 너무 큰 역할이었다.

“그럼 이 나라를 구해볼까요?”

나는 동료들에게 투명화 마법을 걸어주곤, 다 같이 대통령궁에 침입했다.

베네수엘라의 군사력은 중남미에선 제법 강한 측에 속한다.

더구나 차드로 대통령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군대를 대통령궁과 주변에 대규모로 배치했고, 덕분에 대통령궁의 보안은 청와대를 가볍게 능가했다.

뭐, 그래 봤자 마법 앞에선 대부분이 무용지물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수월하게 대통령궁 내부를 활보했고, 투시마법으로 살펴본 어느 방에서 팔자 좋게 노출도가 심한 복장의 여성에게 마사지를 받는 배불뚝이 아저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경제 제재로 가뜩이나 안 좋은 경제가 더욱 크게 고꾸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뭐가 이리 태평한 건지 여성의 몸을 더듬는 꼴이 우습기 그지없었다.

“잠깐, 기다리세요.”

길게 생각할 것 없이 블링크로 그 방에 들어선 나는 여성을 옆으로 밀쳤고, 거구의 차드로 대통령을 한 손으로 들어 올려 구석에 집어 던졌다.

-쾅!

“꺄악!”

그리고 ‘안개장막’을 펼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크으!”

차드로 대통령은 숨이 탁 막히는 고통에 바닥을 뒹굴면서 앓는 소리를 냈다.

이어서 내 일행이 집무실에 들어서자, 차드로 대통령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다, 당신들은?”

아무래도 우리가 수행자란 사실을 알아본 모양이다.

나는 얼굴 변형 스킬을 해제하며 본모습으로 돌아왔고, 내가 누군지 알게 된 그는 헛바람을 삼켰다.

“어째서 이곳에.”

“그야…….”

그렇게 차드로 대통령을 차갑게 내려다보던 나는 버릇처럼 펼쳐든 미니맵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붉은 점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지도에 표기되는 붉은 점은 몬스터뿐만 아니라, 나를 위협하는 모든 적이 그렇게 표기가 된다.

즉,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적이 있다는 소린데, 그 위치가 차드로 대통령의 바로 뒤였다.

“뭐, 뭐예요?”

놀랍게도 대통령의 뒤에는 방금까지 마사지를 하던 여성밖에 없었다.

내가 장비를 풀로 소환하며 오리하르콘 검으로 그녀를 가리키자, 동료들은 알아서 뒤로 물러났고, 김선아도 나처럼 장비를 소환했다.

“뭐야, 당신. 평범한 인간이 아닌데?”

기감 스킬이 만렙이 되면서 나는 상대를 마주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유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패러사이트가 사람 몸속에 숨어 있을 때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묘한 느낌의 여성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 주변 풍경에 동화되듯 모습을 갖췄다.

심지어 지도에서까지 붉은 점이 사라졌는데, 당황한 나는 얼른 추적 스킬을 사용했다.

그런데 추적 스킬은 제자리만 빙빙 돌다가 사라졌다.

결국 난 험악한 표정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멱살을 잡아야했다.

“방금 그 여자 뭐야?”

안개 속을 빠져나가다니, 상대가 몬스터 건, 인간이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 글쎄요? 언젠가부터 전담 마사지사로 근무했는데, 제가 구한 게 아니라서.”

세계를 엿먹인 배짱은 어디로 갔는지, 공손하기 그지없는 차드로 대통령의 모습에 다시금 신경질적으로 그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김선아에게 북한의 지도자를 옳아 맨 알약을 건네고는 봉봉이에게 연락했다.

그래서 녀석에게 ‘마를 쫓는 별(성물)’을 이용한 대대적인 베네수엘라를 탐색을 부탁했다.

“차드로 대통령만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일이 꼬이고 말았군요.”

처리란 말에 뭔지도 모르고 타임데스 알약을 삼킨 차드로 대통령이 어깨를 떨었다.

패러사이트 퀸 때처럼 뭔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이제 겨우 패러사이트 사태와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이 마무리되어 가는데, 또 새로운 무언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여성이 사라질 때 보였던 눈빛 속엔 당혹스러운 감정이 가득했고, 마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대체 베네수엘라에 뭐가 있는 걸까?’

***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화와 전설.

당연히 모든 것은 지어낸 이야기거나 그저 종교의 일부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수행자들이 뮤대륙을 여행하고 기적을 접하게 되면서 어쩌면 신화나 전설 속 이야기가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상관없는 사라진 고대의 역사 정도로 말이다.

“이쪽이야?”

나는 산세가 험한 협곡을 거닐다 나타난 싱크홀을 보며 물었고, 베네수엘라로 날아온 봉봉이가 내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주변 남미 국가들은 때 묻지 않은 원시림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같이 지형이 험준한 데다가 광활하기까지 하여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비밀 장소가 굉장히 많았다.

당연하지만 패러사이트를 탐색할 때 도시 위주로 진행을 했고 오지를 탐색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작정하고 베네수엘라 탐색을 했더니, 봉봉이가 이상한 것을 발견해냈다.

봉봉이의 말에 의하면 악마종과 흡사하지만, 묘하게 다른 무언가라 표했다.

베네수엘라 남부 우림에서 발견되었으며, 지금 눈앞에 등장한 싱크홀 속을 가리켰다.

“위험하면 바로 도망칠 테니, 제 주변을 벗어나지 마세요.”

베네수엘라 출신 수행자들은 모두 차드로 대통령의 감시역으로 두었고, 지금 이 자리엔 나와 김선아 봉봉이 뿐이었다.

이어서 우린 플로트 마법을 이용해 서서히 싱크홀 아래로 향했다.

싱크홀의 크기는 지름 10미터 정도로 작지 않았지만, 웅장하고 시원시원한 주변 자연경관에 비하면 살짝 볼품없어 보였다.

내장처럼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길 약 5분.

꽤 깊숙히 들어왔음에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자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곧 상쾌한 바람과 함께 눈부신 빛이 쏟아지고.

마치 뮤대륙에서 보았던 지하 도시와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넓은 공동이 튀어나왔다.

[고대도시 아틀란티스B를 발견했습니다.]

[포인트 5000을 획득했습니다.]

[비밀 구역 아틀란티스B를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떠오르자 나와 김선아는 크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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